일단 제목은
"일방적인 쟁 삭제가 논란을 빚은 근본적인 이유"
라고 써놓긴 했지만 다른 얘기도 하나 곁들여서 하려고 합니다.

일단, 검은사막은 MMORPG 중에서도 심리스 오픈월드형에 속합니다.

심리스 오픈월드란?
즉, '이음매, 경계선'이 없는 게임을 의미한다. 
보통 심리스 뒤에 월드가 붙어 심리스 월드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인 게임들은 지역과 지역 간의 경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을 이동할 때 로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심리스 게임들은 지역과 지역 간의 경계가 없어 로딩이 거의 없는 편이다.

뭐, 아토락시온같은 던전이나 자유결투장 혹은 아르샤의 창 투기장 그리고 붉은전장 등등
몇몇은 로딩을 필요로 하며 포탈 이동처럼 로딩이 존재합니다. 
이런 지역 말고도 심해 혹은 아크만 사원 및 히스트리아 폐허 그리고 엘비아의 영역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맵은 로딩 없이 전부 연결되어 있으며
심지어 아침의 나라부터 발렌시아까지 굉장히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로딩 하나 없이 연결된 하나의 맵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은 기술적인 문제로 이런 거대한 오픈월드의 MMORPG를 접하기 쉽지만은 않았는데
펄어비스는 희대의 야심작인 검은사막으로 이를 재현해 내는 데에 성공했지요.

그러나 이 오픈월드에는 지면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마비노기, 테라, 블레이드 앤 소울, 메이플 스토리, 마영전, 디아블로 등등
다양한 RPG를 접해봤지만 지면의 한계가 느껴지는 게임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면의 한계란, 한정된 사냥터로 인해 플레이어들끼리 분쟁이 일어나는 걸 뜻하죠.

뭐, 메이플 스토리도 한창 스틸이네 자리네 뭐네 이런 얘기들이 있긴 했지만
개발사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유도한 건 아니었지요.

허나 검은사막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정된 사냥터를 두고 플레이어들끼리 싸울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뒀으며
사냥을 하다보면 언제가 됐든, 어디가 됐든 반드시 마찰이 일어나
개인간... 더 나아가 길드간의 분쟁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칼을 켜든, 전쟁을 걸든 싸움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물론, 먼저 싸움을 건 쪽이 무조건적으로 일방적으로 해결하지 못 하고
오히려 힘의 차이로 패배하는 경우도 많았을 테구요.
검은사막에는 데미지 표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감으로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때려 맞춰야 하니까요.

이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사실 자신의 명확한 목표(사냥으로써의 수익)로 인해
필드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 전투 역시 검은사막의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어디에서든 전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높은 자유도를 뜻하죠.
펄어비스는 이 일방적인 전투를 원치 않는 플레이어들에게는
크나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탈한다고 생각하여
칼을 켜는 사람들에게는 수정 파괴 및 장비 하락이라는 패널티를 주었으며
이런 패널티를 감수하지 않기 위해 일방적인 전쟁을 통해 해소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무분별한 괴롭힘을 막기 위해 거점을 소유하지 않은 길드에는 전쟁이 걸리지 않도록,
그리고 더 나아가 일방적인 전쟁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전쟁 유지비로 드는 길드 자금이 더 많이 소모되도록 패치해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신규 회원들이 많아졌고
싸우기 싫어하는 플레이어들을 배려한다는 명목하에
일방적인 전쟁을 갑작스레 삭제한다고 펄어비스는 통보하였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검은사막에 길드가 아닌 클랜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길드가 일급을 주고 공동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단체라면
클랜은 공동의 이익이 생기지 않더라도 친목의 형태로라도 모여있을 수 있는 단체입니다.
물론, 길드보다 제약되는 점은 많습니다.
스킬, 임무, 탈것, 전쟁, 거점 및 점령전 수행 등등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프와 다양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클랜보다는 길드를 택할 것이며
클랜? 그런 게 존재한다고??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길드와는 다르게 클랜은 전쟁이 걸리지 않죠.
저는 차라리 이 버려진 컨텐츠인 클랜을 재구성하여
전쟁이 걸리지 않는 길드를 클랜으로 두고
길드 버프와 유사하지만 길드만큼의 이득을 취하지는 못 하는 버프를 취할 수 있도록
혹은, 육식을 지향하는 단체는 길드라고 칭하고
초식을 지향하는 단체를 클랜으로 칭해서
일정 조건을 클리어 하면 일정 기간을 두고 육식과 초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하여
일방적인 전쟁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끼리는 클랜을 구성하고
이 일방적인 전쟁 또한 감수하며 어쩌면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길드를 구성하도록
모험가 개인에게 선택권을 쥐어주는 방향이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물론, 제 개인만의 생각이기 때문에 이것이 절대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뭔가 더 좋은 방향이 있으면 댓글에 의견을 남겨주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아무튼 일방적인 전쟁 삭제를 통보함으로써 논란을 빚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괴롭히지 못 하게 해서" << 이 부분이 포커싱이 아니라
"여태껏 지향해오던 검은사막만의 높은 자유도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매력을
그 동안 즐겨오던 모험가들의 의견은 고려도 하지 않은 채 한순간에 삭제 통보를 했기 때문"
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방법만이 아니라 펄어비스 정도의 좋은 기술력을 가진 게임사라면
더 좋은, 더 현명한 방법으로도 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최근에 있었던 무법지대 사막에서의 카오 행위 역시
정확한 정황은 제가 당사자가 아니니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법 지대의 활성화에 대해서는 저는 오히려 찬성하는 바입니다.

최근에 검은사막을 시작하신 새로운 모험가분들 중에
무이쿤 마을에 가보신 분들이 얼마나 되실까요?
사막에서 마이너스 성향의 캐릭터가 죽는다면
수용소로 강제 이송된다는 사실을 아는 뉴비분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사막이 무법지대라는 컨셉을 발표하였을 때
저는 펄어비스가 작정하고 굉장히 높은 자유도를 추구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였고
이는 검은사막을 즐기는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었다고 생각했습니다.

RPG를 풀어서 말하자면 역할 수행 게임인데
누군가는 무법지대에서 무법자 역할을 수행하고
누군가는 이 무법자를 사냥하는 무법자 사냥꾼 역할을 수행하며
무법자는 수용소에 갇히더라도 탈옥을 할 수 있다는 이 높은 자유도가
마치 게임을 하는 동안 검은사막이라는 세계관 속에 빠져있는 듯한
강한 몰입도를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무법지대를 좀 더 활성화 시키고
반대로 무법지대가 아닌 곳에서는 마이너스 성향(카오)일 경우
NPC와의 대화 자체가 불가능 하다던지
성향이 최저점에 가까워질 수록 PvP에 적용되는 적중력이 낮아진다든지
다른 방법으로 더 강하게 패널티가 생기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지 않나 싶습니다.

반대로 이러한 무법자들을 응징하게 되면
무법자를 처치한 플레이어에게 1주일간 무법자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자기 마음대로 강제할 수 있게 하여
마을 곳곳에 강제된 커스터마이징 스크린샷과 가문명을 박제시킨다든지 하는
새로운 컨텐츠를 도입하는 것도 기존의 자유도는 헤치지 않으면서
일종의 재미 요소로도 적용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칼을 켜는 기능을 만들었다면 스스로 무법자가 되는 것 역시
게임사 측에서 허용했다는 뜻이며 그렇다면 이 또한 컨텐츠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시스템을 허용 범위 내에서 이용하는 플레이어를 제재할 게 아니라
강제 처치 기능을 삭제하는 것이 맞는 방침이지요.

최근에 울루키타 지역을 내면서 사막의 무법지대를 비활성화하겠다는 발표를 하였고
반대로 울루키타 지역을 무법지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여기에 밀실 기능 또한 추가한다고 하더군요.

순간 생각했습니다.
무법지대는 서로 싸우라는 목적으로 만드는 곳이 아닌가?
그런데 왜 밀실 기능을 울루키타 지역에까지 도입하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하나 더 곁들여서 말하고 싶은 내용은 바로 밀실입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심리스 오픈월드라는 부분이 이해 안 가시는 분들은 안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밀실은 약 1시간(정확히는 65분)동안 자신이 원하는 필드에서의 사냥을 가능토록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솔직하게 저는 검은사막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게임, 아니 게임을 넘어 다른 문화 컨텐츠에서도
그 작품만의 무드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격투 게임이라 하더라도 스트리트 파이터에서는 장풍을 쏘지만
버츄어 파이터에서는 그렇지 않죠. 이런 무드랄까요?

그리고 검은사막은 심리스 오픈월드라는 아이덴티티를 통해
여태 이 게임을 즐겨온 사람들로 하여금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인시켰습니다.

그래서 마을간의 장거리 차원 이동용 포탈 얘기가 나왔을 땐 모두가 염려하였으나
 막상 마그누스가 나오니 반발은 거의 없었습니다.
탈 것인 말과 배의 가치 또한 전혀 훼손되지 않았죠.

그러나 밀실이 등장했을 때는 솔직히 그 동안의 검은사막을 오래 즐겨온 제 입장에서는
"이건... 검은사막만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패치인데?" 라고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밀실이란
위에서 언급된 "원치 않는 일방적인 전쟁" 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여러가지 방안 중 하나일 지도 모릅니다.

신규 회원 유입이 많아진 지금
게임사측에선 필드 사냥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몬스터의 젠을 2배로 늘려가는 방안을 채택하였고
이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는지 밀실을 1시간 이용 후 1시간 휴식하게 되면
1시간이 충전되는 방안까지 마련하였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오픈월드가 아니라 오프월드~
검은사막이 아니라 개인사막~
다 같이 미러 디멘션에서 각개사냥을~

등등 다양한 의견을 내주셨는데요.
하루에 1시간 밀실 사냥도 모자라서 이제는 1시간 충전 기능까지 내어가며
검은사막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런 패치가 과연
기존에 검은사막을 즐겨온 플레이어들에게는 수박 겉핥기식 패치라고 느껴지진 않았을까 싶네요.

마을간의 장거리 차원 이동을 검은사막이라는 세계관에 그럴 듯하게 녹여내기 위해서
마그누스라는 새로운 컨텐츠를 열심히 준비하여 내놓던 펄어비스는 온데간데 없고
당장의 붐비는 사냥터 문제를 해결하긴 해야하는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아이디어는 없고 뭔가 액션은 취해야 하니
일단은 이렇게 조치해놓고 보자~ 라고 느끼는 플레이어는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꿈결 환상마 3종 시리즈 너무 멋있게 잘 나왔죠.
장미 전쟁? 매우 기대되는 컨텐츠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새로운 지역(대륙)도 아직 한참 많이 남아있구요.

뉴비를 위한 패치? 좋습니다.
편의를 위한 패치? 당연히 좋구 말구요.

플레이어들이 만족하는 새로운 컨텐츠들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라고 기대중입니다만
조금 더 검은사막에 잘 어울리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그리고 반발감이 쉽게 올라오지 않는 컨텐츠들로 가득하도록
펄어비스는 끝까지 검은사막의 정체성을 포기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장문의 글을 적게 되었네요.


초식이든, 육식이든, 잡식이든, 뉴비든, 고인물이든, 라이트 유저든
누구든간에 많은 분들의 의견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검은사막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