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사막 건의게시판에 작성한 글이에요. 좀더 많은 분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여기에도 적게 됐습니다.
원문 주소: https://www.kr.playblackdesert.com/ko-KR/Forum/ForumTopic/Detail?_topicNo=92189&_categoryNo=12&_searchType=0&_sortType=1&_orderType=False&_bigPageNo=1&_pageNo=1&_pageSize=25&_searchDay=0&_forumListTyp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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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페리아에서 서식하는 김단고입니다.

최근 검은사막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콘텐츠 폭이 넓은 만큼 불만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개편으로는 이런 분위기를 전환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플레이어가 검은사막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그 대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에 저는 지금껏 검은사막을 플레이하며 불편했던 점들, 그리고 제 미천한 시각을 더해 몇 가지 개선점을 건의하게 되었습니다.


서론: 왜 화가 났을까? 
작금의 분위기를 만든 원인이야 여러가지 있겠습니다만, 저는 플레이어가 분노하는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스트레스 누적’을 손꼽습니다. 라프 코스터에 의하면, 인간은 진보하는 생물입니다. 보다 쉬운 삶을 원하고, 그렇기에 게으릅니다. 목적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반복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 패턴을 학습한 뒤엔 가급적 “굳이 안 해도 될” 방법을 찾아 소거해 효율화하지요. 그러나 이러한 패턴화 과정에서 불필요성을 느꼈음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해야 하는 일부 요소들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합니다.

이는 단지 강화 실패와 같은, 디자인적으로 의도된 스트레스를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정보를 바로 확인하기 어렵거나, 불필요한 몇 번의 클릭이 추가로 요구되는 행동들을 반복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 그리고 플레이어들의 기대와 현실이 어긋나는 데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특정 분야의 콘텐츠에 집중하기보다, 지금껏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플레이어에게 크고 작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들과 이를 개선할 대안들을 찾아봤습니다.


1. 작은 스트레스
작은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게임 내 일상적인 행동에서 나타납니다. 물론 이런 스트레스가 당장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당장 게임의 지속을 포기할 원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씩 보는 화면이니까요. 이런 스트레스는 평소에 스스로도 인식하기 어렵지만, 다른 불특정 요인과 맞물려 터지고 나면 걷잡을 수 없는 “불편함”에 대한 마일리지가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정확히 무엇 하나가 원인이라고 지목하기 어렵지만 불편하고 짜증나는 상태에 들어서죠. 일부 게임 콘텐츠에서 “노역”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된 결과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복 동작이 요구되는 일부 UI의 클릭 뎁스를 변경하거나, 정보의 위치를 변경함으로써 사용자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한 예시와 함께, 아래에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작은 스트레스의 예시 1: 탐색 쿨타임
탐색과 보급은 루틴화된 대양 콘텐츠에 일말의 우연성을 선사하는 중요한 기능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오랜 바다생활의 지루함을 환기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탐색 버튼은 약간의 스트레스를 포함합니다. 해당 버튼을 대개 물물교환과 함께 누르기 때문입니다. 시스템 메시지 영역에 물물교환 결과와 정박/출항 메시지가 겹치므로, 탐색/보급의 쿨타임을 직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번거롭지요. 또한 버튼을 눌러야만 참/거짓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미세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박 UI에서 쿨타임과 관련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쿨타임 중에 해당 버튼을 클릭할 경우 버튼이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작지만 부정적인 경험이죠.

간단하게 탐색/보급의 쿨타임을 띄워주기만 해도, 이런 사소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 간단한 정보 한 줄의 추가로 작은 스트레스의 누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작은 스트레스의 예시 2: 답답한 창고
마그누스 이후 여러 마을의 창고를 이용하게 되면서 보관 가능 아이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성향과 주력 콘텐츠에 따른 재료들을 ‘자신의 규칙에 맞게’ 나눠 보관하곤 하죠. 그런데 창고의 수와 아이템 카테고리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작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령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 가방을 정리할 때, 내가 어떤 아이템들을 어떤 창고에 보관하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겁니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몇 번의 클릭이 이 글에서 말하는 ‘작은 스트레스’의 또다른 예시 중 하나입니다.

검색 기능은 조회 목적에 매우 적합한 UI지만, 빠르게 원하는 물건을 분류하기에 좋은 기능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창고 UI에서 셀프 카테고라이즈가 가능하다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보는 창고 화면에서 더 직관적으로 아이템을 찾을 수 있을 테죠.




작은 스트레스의 예시 3: 연회 이벤트
작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비단 시스템뿐만 아니라, 단기간 진행되는 프로모션에도 예외 없이 필요합니다. 최근 연회 이벤트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매진된 가심과 장기를 보며 가슴 아파했을 플레이어들이 많을 텐데요. 



이렇게 이벤트 UI에 물량이 리필될 수 있다는 정보를 추가했으면 어땠을까요? 지금 당장 매진된 아이템을 보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줄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결론지으면, 게임에서 발생하는 작은 스트레스는 대부분 반복된 행동 속 불필요한 액션, 당장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 등에서 발생합니다. UI 수정으로 대부분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죠. 당장 시급하고 치명적인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플레이어들의 무의식적 답답함이 누적될 수 있다는 면에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부분들입니다. 


2. 큰 스트레스
최근 거론되는 여러 불만 중에서는 플레이어의 성장 동기, 그리고 지루함을 토로하는 내용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도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동기는 그 자체가 게임의 전부와 다름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게임에서 매력적인 성장 방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대단히 큰 스트레스입니다.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제공해야 할 ‘동기’란, 프로덕트가 고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가치 그 자체입니다. 뿌요뿌요가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동기를 검은사막에서 똑같이 제공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시 말해, 동기부여란 소비자가 프로덕트를 소비할 만한 핵심 소구점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검은사막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동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검은사막의 본질적 재미는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인게임 콘텐츠를 차치해두고, 저는 검은사막의 본질적인 재미가 ‘액션’과 ‘세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요소 모두 동시기 다른 게임에서 찾기 힘든 우월한 장점이고, 많은 플레이어가 대체로 여기에 동의할 거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두 가지 요소 검은사막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 그 자체나 다름없는 것들이지요. 그럼에도, 결코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지루하다’, ‘성장동기를 찾을 수 없다’ 라고 얘기합니다. 대체 왜 그럴까요?


큰 스트레스의 예시 1: 화려하지만 단조로운 사냥
많은 분이 이미 알고 있듯, 인간은 경험하는 모든 것을 패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계속해서 맞아떨어질 때 급속도로 지루함을 느끼죠. 검은사막에서의 사냥이 지금 그렇습니다. 일부 드롭 아이템의 변화 – 물약작이냐 불씨냐의 차이가 있을 뿐, 몬스터 무리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하고 리젠에 맞춰서 ‘자리를 잡고’ 빙글빙글 도는 쳇바퀴형 사냥 스타일은 레벨과 스펙이 올라도 그대로입니다.

이런 패턴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인지 카마실비아 이후의 신규 사냥터에서 다양한 시도가 추가되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작은 변주일 뿐, 쳇바퀴식 사냥 구조 자체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이윽고 검은사당에서 또다시 새로운 시도가 제시됐습니다. 기존의 지루한 사냥과 궤를 달리하는, 마치 소울라이크를 떠올리게 만드는 전투방식은 매우 신선했습니다. 저는 똥손이라 소울을 못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새롭고 멋진 시도들이 계속 확장됐으면 하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기존의 쳇바퀴식 사냥 방식을 대체할 수 없는 도전형 콘텐츠입니다. 패턴을 익히고 마침내 클리어하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보상과 지속성 면에서 일상적인 전투를 대체하기는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무엇보다 검은사막의 PVE 스킬은 기본적으로 다대일, 즉 쏟아지는 다수의 적을 화려한 액션으로 쓸어 담는 무쌍류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대안: 밀실 인스턴스의 개편
다대일 액션의 매력을 부각시키면서 쳇바퀴식 사냥의 단조로움을 줄일 가장 좋은 방법은, 더 크고 재미있는 동선을 제시하는 겁니다. 요컨대 C9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스턴스로 밀실을 대체하는 거죠. 리젠 자리 몇 구간을 반복하는 ‘뺑뺑이식’ 사냥 구조가 아닌, 시작점과 종료점이 명확한 1개의 ‘사이클’을 가진 던전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시작점부터 목적지까지 명확한 사이클을 제공, 반복된 자리 사냥의 지루함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인스턴스 개념이 전무했던 과거의 검은사막과 달리 밀실, 아침의 나라 스토리, 검은사당, 아토락시온 등 다양한 형태로 개인 인스턴스를 제공하는 지금이라면 거부감이 덜할 것입니다.
던전 난이도와 보상을 조절해 더 많은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가령 최고 난이도인 엘비아 모드에서 추가적인 이벤트, 또는 특정 보스가 등장할 수도 있고요.
칼페온 성이나 하이델 성 내부에 들어가본 플레이어가 몇이나 될까요? 소수에게만 허용되었던 공간들을 인스턴스 던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플레이어에게 더 흥미로운 탐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인스턴스 클리어 이후 다음 난이도로 이동하는 성장 동선이 매우 직관적입니다.
‘검은사막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는 인식의 대안으로 라이트 게이머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장르에서 쓰이던 ‘피로도’의 개념을 여기에서 기운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큰 스트레스의 예시 2: 큐레이션의 아쉬움
검은사막의 디테일한 ‘세계’는 그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납니다. 지정학적 요건을 갖춘 도시 설계, 시간의 흐름과 해의 이동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는 물론이고요. 평야의 도시 부근에서 잘 다듬어진 나무들을 지나치다가 어느덧 높은 고산지대에 올라서면 키가 작은 침엽수들이 그곳의 척박한 기후를 나타내곤 합니다. 이렇듯 검은사막 월드는 지리적 특정에 따른 복식이나 식생의 배치까지 꼼꼼히 연구한 흔적이 곳곳에 드러납니다.

아쉬운 부분은, 그게 다라는 겁니다. 멋진 세계는 세계관에 의해 완성됩니다. 멋진 경관에 걸맞은 스토리텔링이 곁들여졌을 때 비로소 플레이어는 세계에 몰입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퀘스트 같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그러하듯 RRR을 연타하며 대화를 스킵하는 도중에서도 어렴풋이 전달되어야 할 세계의 분위기를 말합니다. 하피로부터 공격받는 델페 기사단 성, 트롤의 공격을 막아내기 바쁜 방어기지와 같은 것들이 조금씩 쌓여 그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대안: 브랜드를 지키는 스토리텔링 요소 강화
로컬라이제이션은 비단 국가 간 언어적 현지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현실의 문화를 게임에 반영하는 것 역시 현지화입니다. 현실의 익숙한 문화라도 게임의 디자인 언어에 맞춰 현지화했을 때 비로소 게임의 세계관을 강화하는 마케팅적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나 할로윈 이벤트 분위기로 점철된 코스타 농장의 이벤트 같은 것들은 검은사막의 ‘세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검은사막을 설명하는 마케팅 키워드들이 대개 ‘세계’와 ‘모험’으로 일관되었던 만큼, 현실의 시즈널 이벤트를 게임화하는 과정 역시 검은사막의 세계관을 큐레이션하는 요소가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아래는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 예시들이에요.
[봄]카마실브 기원제: 새들이 즐겁게 아침을 노래하고 시냇물이 부드럽게 속삭이는 봄이 시작될 무렵, 그라나에서는 정령과 신단수의 가호로 한 해의 생장과 번영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립니다. 뿌리를 갉아먹는 병충해에 맞서 정성껏 발효시킨 비료를 뿌리고, 새로운 한 해를 기원하는 카마실브 화분을 집에 장식해 보세요.
[여름]칼페온 승전기념일: 하이델을 정복한 가이 세릭과 정예 용사 300인의 위업을 기리는 행사가 매년 개최됩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전승절 축제의 이면에는 델피드 카스탈리온의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에게 축제란 술과 음식으로 가득한 여흥일 뿐이지요.
[가을]카르티안 축일: 타리프 마을 강가에서 행해지던 소규모 의례였지만, 귀여운 흑정령 풍선이 유행을 타면서 어느덧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큰 행사로 자리잡았습니다. 매년 한 번만 얻을 수 있는 흑정령 풍선과 살아 움직이는 액자 가구를 만나보세요. 타리프 소서러들이 여행자들을 위해 준비한 두둥실 맥주와 함께 잠시나마 하늘을 나는 듯한 경험을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겨울]발렌시아 성탄제: 사막의 순례자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여러 전승 중 하나는 아알의 선지자의 탄생과 이를 지켜본 동방 학자들에 대한 설화인데요. 때마침 벽계서원 책장 한 곳의 낡은 책을 발견한 세 명의 선비들이 머나먼 바다를 건너 모래알 바자르에 당도했습니다.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한 세 선비와 함께 순례자의 성소를 탐험하며 전승의 실마리를 찾아보세요. 한편, 에일 마을 어딘가에선 매일 밤 붉은 옷을 입은 여우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큰 스트레스의 예시 3: 내 노력을 몰라주는 세계
공헌도는 플레이어의 중요한 성장 척도 중 하나입니다. 장비를 통한 강함이 아니라, 다양한 퀘스트와 게임 활동으로 쌓은 영향력의 크기를 숫자로 나타냄으로써 ‘내 모험의 성과’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내 공헌도를 확인할 때는, 실제로 내가 이 ‘검은사막’이라는 세계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집 구매 N | 거점 투자 N | 아이템 대여 N)으로 표기할 뿐인 단순한 숫자 나열은 이러한 “플레이어의 공헌 결과”를 보여주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플레이어가 이 세계에서 쌓아 올린 무형의 성과를 이렇게 한 줄짜리 텍스트로 표현하는 것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내가 이 세계 곳곳에 공헌한 결과”라는 느낌을 전달하기에 매우 부족합니다. 단순히 플레이어의 활동 내역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답답한 정보입니다.

대안: 확장된 공헌도 UI



높은 공헌도는 이 프로덕트에 대한 충성도 – 즉 이 게임을 얼마나 오래, 열심히 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고, 게임은 이런 숫자가 가지는 로열티에 대해 자세한 정보로 대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헌도 정보를 좀더 자세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플레이어가 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은 “플레이어의 성장에 따라 커지는 영향력”을 보여주므로,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게이머의 성장 동기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공헌도에 따라 특정 아이템을 대여하거나, 마을같은 곳에 장식을 추가하는 방법 등으로 세계에 행사할 수 있는 특정 권리가 주어진다면 이러한 성장 동기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제 더는 구할 수 없는 잠수복, 활강효과를 갖는 장착류 글라이더나 낙하산, 대양 괴수의 몬스터를 일시적으로 지도에 표시해주는 망원경 등등.. 나올 거리야 얼마든지 많이 있겠네요.


마치며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요약하자면, 당장 우선순위에 밀려 해결할 겨를이 없었던 크고작은 스트레스들이 누적되어 지금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편 확장팩 업데이트와 같은 소프트리셋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불만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새로운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겪는 불편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검은사막은 저에게 가장 재미있는 게임 중 하나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오죽했으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 펄어비스 수시채용에도 지원했었죠. 물론 어제 서류 광탈(!)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게임이 좀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은 그대로이기에, 정리했던 글들을 건의게시판으로 올리게 되었고요. ㅋㅋㅋ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나 커뮤니티,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을 준비했지만, 분량이 너무 많아 오늘은 여기에서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 해요. 비록 서류컷의 슬픔을 겪었지만 검은사막은 여전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이 재미를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한 건의사항이니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많은 분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건강한 피드백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게임으로 오래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