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전쟁의 기록
이야기꾼은 가느다란 손을 접으며 말했다. “…오래된 이야기네. 그래, 기억하고말고.” 마리카에게서 태어나 틈새의 땅에 존재하던 데미갓이 벌인 파쇄전쟁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깊은 겨울이 이어지던 어느 어두운 밤, 정체 불명의 암살자 무리가 틈새의 땅을 가로질렀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공격 속에, 이 더러운 집단은 제국 전역에 존재하던 여왕신의 혈족 여럿을 살해했으며, 그녀의 신적 보호로 모두를 지키기에는 그 수가 지나치게 많고 분산되어 있었다.

암살자들의 표적은 매우 다양했으나, 그 중 영원의 여왕에게서 가장 큰 탄식을 자아낸 것은 황금의 고드윈의 죽음이었다. 그의 죽음 후, 엘든 링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파괴되었으며 세상의 규율 또한 함께 무너졌다.

이러한 혼란 속에 전쟁이 일어났다. 피가 피를 부르고, 혈족이 서로를 노리는 씁쓸한 전면전.
이 분쟁은 크고 번영했던 제국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거대한 룬의 힘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승리를 유지할 수 있는 입지는 어느 쪽도 보유하지 못했다. 결여된 몸 말레니아에 맞서 싸운 라단 장군의 전투는, 마리카가 통합했던 모든 영토를 통제하려면 힘과 기술 중 어느 한 쪽만 갖추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에, 틈새의 땅은 더 이상 전면전에 휩싸이는 대신 해결할 수 없는 불편한 고착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야기꾼은 입술에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네가 그 왕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