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5-16 01:34 | 조회: 99 |

※ 이 글은 로스트아크 세계관과 카멘을 바탕으로 한 비공식 2차 창작 소설입니다.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과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게임 내 1부 시나리오 이후를 바탕으로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 카멘 및 메인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대표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15. 그림자들의 반격2
카멘이 도착했을 때, 동굴 앞은 이미 어질러진 상태였다. 그의 등장에 알케스가 긴장했다. 카멘은 시선만 움직여 주변 상황을 살폈다.
소녀와 루가 타원형의 크리스탈 같은 구속장에 각각 갇혀있었다. 붉은 구속장엔 소녀가, 푸른 구속장엔 루가 있었다. 구속장마다 10겹의 촘촘한 배리어가 단단히 감싼 형태였다. 구속장 안에서 루와 소녀가 안도와 걱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벽을 두들겨댔다.
“아저씨!”
[오, 그대가 와주리라 믿고 있었네.]
그들의 목소리는 10겹의 배리어에 막혀 작고 둔탁하게 들렸다.
알케스가 제 의족을 한 걸음 내밀며 여유롭게 웃었다.
“이거 예상보다 빨리 돌아왔군. 세이튼이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나….”
카멘이 검을 휘둘렀다.
알케스는 팔을 교차하며 몸을 움츠렸다. 그의 좌우에 있던 구속장의 배리어 중 7겹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알케스는 배리어가 먼저 막지 않았다면 제 몸이 두 동강 났으리라 생각했다. 카멘이 마음만 먹었다면 저 배리어들을 한 번에 다 부술 수 있다는 것도. 나머지는 좀 더 정교한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구속장 안의 소녀와 가디언을 다치지 않게 하려면.
알케스는 씨익 웃었다.
“멘켄트.”
카멘의 옆, 그림자 속에서 불쑥 거구가 튀어나왔다.
“카멘. 죽인다!”
멘켄트가 내지른 주먹은 어둠의 검에 막혔다. 멘켄트의 주먹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나며 피가 흘렀다. 하지만 비명은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크-윽!]
루의 앞다리가 꺾이고 몸이 기울었다.
카멘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서둘러 멘켄트의 모습을 살폈다. 멘켄트의 가슴과 머리 뒤에서 푸른 룬이 번쩍였다. 의수로 더욱 거대해진 멘켄트의 반대 팔이 주먹을 내질렀다. 카멘은 뒤로 피하며 어둠의 기운을 발산했다. 멘켄트의 의수에서 파편이 튀어 나갔다. 둔기나 다름없는 의수 일부가 찌그러졌다.
멘켄트의 의수를 휩쓴 기운이 푸른 구속장에 남은 배리어를 부수고 구속장까지 금이 가게 했다. 크리스탈 같은 구속장의 내부에서 루는 또 한 번 비명을 질렀다. 카멘의 눈빛에 당황이 스쳤다. 그의 검이 미세하게 내려갔다.
알케스가 손을 올려 안경을 지그시 눌렀다.
“이제 좀 이해하겠나?”
그의 손등에는 붉은 룬이 새겨져 있었다.
“푸른 쪽은 가디언, 붉은 쪽은 인간 꼬마.”
알케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손등과 같은 색의 룬이 알케스의 머리 뒤에서 후광처럼 빛났다.
“이제 네 힘이 우리에게 닿는 순간 저들에게 전이될 거다. 구속장에 있는 이상 더 깊고 강하게 말이지.”
알케스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어둠과 혼돈. 네 힘에 맞추느라 고메이사가 고생 좀 했지.”
알케스는 푸른 구속장을 돌아보았다. 루가 부르르 떨며 엎드려 있었다.
“뭐, 저 가디언은 제법 튼튼한 것 같군. 네가 배리어를 다 부숴버리는 바람에 고통이 더 크게 전이되겠지만.”
알케스는 붉은 구속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녀는 계속 ‘누누!’를 외치며 울어댔다.
“저 인간 꼬마는 얼마나 버틸까?”
지독히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카멘은 검을 거두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처음 겪는 전투였다. 그의 전투 대부분은 압살이었다. 전투랄 것도 없었다.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으니. 이제 그는 부수고 이기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 싸움을 해야 했다.
루가 겨우 몸을 일으켜 카멘을 보았다. 그 시선은 곧 소녀에게로 향했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소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나는 괜찮네. 카멘, 제발 저 아이를 구해주게.]
카멘의 시선이 푸른 구속장의 표면을 훑었다. 균열이 간 표면을.
순간 멘켄트가 달려들었다. 그는 검을 내리며 멘켄트의 공격을 피했다.
카멘은 곧장 푸른 구속장으로 파고들었다. 검을 든 손 대신, 상흔이 남은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최대한 힘을 억눌러야 했다. 그리고 주먹을 내질렀다.
쾅-
금이 간 구속장의 표면이 산산이 부서졌다. 날카로운 크리스탈 파편이 카멘의 손을 긁어냈다.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루의 뒷덜미를 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그때 멘켄트가 온몸으로 돌진하며 카멘을 밀쳐냈다.
루는 내던져지듯 굴러떨어졌다. 몇 번을 데굴데굴 구르다 겨우 멈췄다. 목덜미에 남은 푸른 룬이 희미해졌다. 루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다. 비틀거리면서도 붉은 구속장으로 달려갔다. 더 다가가려 했지만 배리어에 막혀 튕겨 나갔다.
“누누.”
소녀가 울며 루를 내려보았다. 루는 머리로 들이받고 앞발로 긁어댔다. 몸을 던져도 보았지만 배리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카멘은 더 멀리 밀려났다. 수십 미터 대지를 긁은 후에야 그는 중심을 잡았다. 멘켄트가 공중에서 내리찍으려 했다. 카멘은 검을 올리려다 멈칫했다. 대신 옆으로 몸을 날렸다.
카멘은 공중으로 떠올랐다. 곧장 붉은 구속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돌진했다. 알케스가 재빨리 붉은 구속장 앞을 막아섰다. 그의 머리 뒤에서 빛나는 붉은 룬이 보였다. 순간, 카멘은 뒤로 몸을 굴리며 물러섰다. 알케스가 외쳤다.
“멘켄트! 붉은 쪽으로 전환해.”
멘켄트는 제 가슴을 두드렸다. 곧 그의 가슴과 머리 뒤의 룬이 붉게 변했다. 알케스는 정면에 선 카멘을 노려보며 안경을 고쳐 썼다.
“배리어가 이렇게 종잇장이 될 줄은 몰랐지만, 네 족쇄도 그만큼 단단하단 건 알겠군.”
“…….”
카멘의 표정은 차가웠다. 하지만 눈빛은 그렇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붉은 구속장 안의 소녀에게 머물렀다.
알케스는 빙긋 웃었다.
카멘의 발밑에 검은 그림자가 퍼지며 사슬이 튀어 올랐다. 신호였다. 동시에 멘켄트도 달려들었다. 카멘의 검이 사슬을 끊어 내고는 멘켄트로 향했다.
향해야 했다. 그리고 찔러야 했다. 그는 검기를 두른 검을 내지르지 못했다.
카멘은 그대로 멘켄트의 주먹에 맞았다. 몸이 휘청이고 입술이 터졌다. 이를 악물고 버티며 균형을 잡았다. 그의 눈이 붉게 변했다.
번쩍이는 멘켄트의 주먹과 사슬들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카멘은 피가 흐르는 손으로 사슬을 감아 잡고는 단숨에 끊어 버렸다. 더 많은 사슬이 그를 향했다. 그의 몸 주위에 방어막이 생성됐다. 방어막은 멘켄트의 주먹과 사슬을 튕겨냈지만, 역풍이 사방으로 퍼졌다.
역풍은 충격파가 되어 멘켄트와 알케스까지 밀어냈다.
“아-악!”
소녀가 엎드리며 비명을 질렀다.
카멘의 붉은 눈이 꺼졌다. 호박빛으로 돌아왔다.
알케스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사슬이 카멘의 팔과 다리를 옭아맸다. 동시에 멘켄트의 철퇴 같은 의수가 그의 복부를 가격했다. 검이 떨어지고 카멘의 몸이 떠올랐다. 멘켄트가 한 방 더 날린 주먹에 그는 그대로 암벽에 박혀버렸다. 그림자를 타고 솟아난 사슬이 그의 팔과 다리, 목을 옭아맸다.
카멘은 겨우 고개를 들었다. 금빛 시선이 붉은 구속장을 찾았다.
눈물이 그렁한 소녀의 눈과 마주쳤다.
놓아버리면 그만인 그것이.
먼지와도 다름없는 그것이.
두렵다.
살고 싶다.
그렇게 매달려왔다.
그것을 멘켄트가 거구의 몸으로 가려버렸다. 거친 주먹이 카멘의 얼굴과 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그가 박힌 암벽이 쩍쩍 갈라지며 더 큰 균열을 냈다.
소녀는 통증이 가라앉자 엉거주춤 기어 벽에 붙었다. 끊임없이 아저씨를 부르짖었지만, 그에게선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루가 달려들다 사슬 하나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알케스는 땅에 박힌 어둠의 검을 잡으려 했다. 검은 주인이 아닌 손길을 거부했다. 알케스는 입술을 깨물며 검의 손잡이를 억지로 쥐었다.
“멘켄트, 비켜!”
멘켄트가 몸을 틀자, 알케스는 검을 그대로 카멘의 가슴에 박아버렸다.
[카멘!]
루는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검붉은 피가 어둠의 칼날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단말마도 내지르지 않던 그의 고개가 떨어지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소녀도 그 장면을 보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알케스는 검을 쥐었던 손을 쥐락펴락했다. 건방진 어둠의 검이 그의 손에 상처를 남겼다. 검게 얼룩진 상처를. 알케스는 엄지로 제 입술을 긁어내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스멀스멀 번져가는 그림자가 카멘의 몸을 뒤덮어갔다. 이내 그 모습이 사라졌다. 소녀가 갇힌 구속장도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아 갔다.
[안 돼, 카멘. 에보니, 얘야!]
이제 그림자들의 시선이 루에게로 향했다.
루는 멈췄다. 다시 뒤돌아서 달렸다.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작은. 가디언. 잡는다.”
멘켄트가 뒤따르려 하자 알케스가 제지했다.
“놔둬. 저건 고메이사에게 맡기고 우린 제단으로 간다. 무려 카멘을 잡았으니, 다들 놀랄 일만 남았군.”
멘켄트와 알케스의 발밑으로 그림자가 몰려들었다.
그들도 그림자와 함께 사라져갔다.
루는 산길을 따라 숨이 끊어질 듯 내달렸다.
앞발굽에서 피가 흐르고 통증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니나브든, 계승자든, 누구든 찾아야 했다. 뒤를 쫓는 기척이 느껴졌다. 루는 비틀거리며 멈춰 섰다. 더는 도망칠 힘도, 서 있을 힘도 없었다. 루는 뒤를 돌아보았다.
늑대 형상의 그림자. 고메이사였다. 그것이 붉은 눈을 번뜩였다.
힘이 빠져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꺼풀이 감겼지만 루는 버텼다.
검은 늑대의 형상이 으르렁거렸다. 그것이 달려들었다.
순간, 루의 눈이 파랗게 빛나며 몸에서 하얀 안개가 피어올랐다. 삽시간에 번진 안개는 거대한 형상을 빚어냈다. 한때 강대한 권능을 가졌던 새하얀 가디언의 형상을. 산만큼 거대한 형상에 고메이사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루가 쥐어짜듯 울부짖자, 형상도 함께 울부짖었다.
[네 이놈! 물러나라.]
고메이사는 뒷걸음을 옮기다 서서히 그림자 속으로 묻혀갔다.
그림자가 사라진 뒤, 하얀 안개와 거대한 형상도 흩어졌다. 루는 다시 가던 길로 돌아섰다. 몇 걸음 비틀거리며 걷다 그대로 쓰러졌다. 지칠 대로 지친 몸에 감당하기 힘든 권능이 폭발한 여파였다. 자꾸 눈이 감겼다.
붉은 크리스탈 속에서 울먹이던 소녀의 눈빛이 떠올랐다. 손에 피를 흘리면서도 자신을 꺼내주고는 결국 검에 박혀 버린 카멘의 모습도 어른거렸다. 까맣게 의식을 놓기 전까지도 루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단 하나였다.
그들을 구해야 한다.
소녀와 카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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