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5-14 02:06 | 조회: 79 |

※ 이 글은 로스트아크 세계관과 카멘을 바탕으로 한 비공식 2차 창작 소설입니다.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과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게임 내 1부 시나리오 이후를 바탕으로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 카멘 및 메인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대표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14. 그림자들의 반격1
동굴에 심은 흑단 나무에서 잎이 나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내리쬐는 햇빛과 함께 나비가 날아와 잎사귀 위에 앉았다. 루는 엉덩이를 치켜들고 그것을 유심히 노려보았다. 나비와 함께 살랑거리는 잎 하나가 루의 본능을 자극했다.
하나 정도야, 앙-.
이파리를 무는 순간, 어둠 속 금빛 시선과 딱 마주쳤다. 카멘은 한마디만 했다.
“…가디언.”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루는 동그란 눈 그대로 얼어붙었다. 물었던 잎을 놓자, 나무가 흔들리며 나비가 날아올랐다. 루는 괜스레 나비를 쫓았다.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통통 뛰기를 반복해도 더 이상의 경고는 없었다. 사방팔방 날던 나비는 곧 루의 코 위에 앉았다.
루는 요즘 심심했다. 매일 오던 소녀가 며칠씩 발길이 끊길 때가 있었다. 소녀는 가끔 영주의 성에 있는 큰 마을로 가서 치료받기 때문이라 했다. 간혹 소녀의 얼굴이 파리해질 때마다 루는 소녀의 가슴에 남은 파편을 걱정했다. 다행히 동굴을 찾아올 때의 소녀는 항상 밝은 표정이었다.
오늘 소녀가 왔다. 소녀는 루의 코를 보며 크게 웃어댔다. 루는 고개를 흔들어 나비를 날려 보내고는 밝은 표정으로 소녀를 마중했다.
[어서 오너라.]
“누누. 오늘은 제대로 그렸어. 이것 봐.”
최근 소녀는 예술혼을 불태우는 중이었다. 동상처럼 움직이지 않는 동굴 아저씨는 좋은 모델이기도 했다. 항상 삐죽빼죽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 아저씨는 무표정, 누누는 갸웃거릴 뿐이었다. 소녀는 오기가 생겨 다시 그려대기 일쑤였다. 그렇게 망친 초상이 소녀의 책상 속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오늘 반응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소녀는 다른 원인을 찾아보려 했다.
“케이브 아저씬 왜 안 웃어요? 웃으면 더 예쁘게 그려질 텐데. 이렇게 웃어봐요.”
소녀는 눈을 꼭 감고 이를 드러내며 과장된 웃음을 보였다.
동굴 아저씨는 그대로였다.
“아니, 아저씨 이렇게.”
또 한 번 소녀가 시범을 보여주었다. 이를 드러내며 따라 하는 건 루였다. 그 표정이 재미있어 소녀는 또 깔깔 웃었다. 소녀는 오늘의 목적을 내팽개치고 루에게 달려가 쓰다듬고 장난을 쳤다. 이제 나무를 사이에 두고 돌고 돌며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카멘은 이 정신없는 녀석들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발치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그림들이 슬쩍 바람에 날렸다. 엉성한 그림 속 얼굴들은 어둡지만 평온했다. 그 밑에 소녀와 루, 그리고 카멘이 함께 그려진 그림도 있었다. 어두운 후드에 잘 드러나지 않은 얼굴 위로 투박한 선이 그를 웃는 얼굴로 만들어놨다. 덕분에 그림 속에선 셋이 함께 웃고 있었다.
그것을 들어보며 그의 입가가 작게 움직거렸다.
루와 소녀, 그 스스로도 모를 미묘한 미소가 그렇게 스쳐 지났다.
아쉬운 평온 끝에 갑자기 그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그림 때문이 아니었다. 달갑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가 벌떡 일어섰다. 장난을 치던 소녀와 루는 동작을 멈췄다. 둘은 그의 행동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카멘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딘가로 시선을 돌렸다. 곧 어둠의 잔상을 남기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법같이 사라지는 아저씨를 보고 소녀는 휘둥그런 눈으로 중얼거렸다.
“와. 케이브 아저씨는 역시 베른의 마법 기사였구나.”
[아주 무서운 페트라니아의 기사였지.]
루는 더 이상 반박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카멘이 저리 급히 나가다니 뭔가 위험한 게 나타났나?
루는 의문 하면서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 위험이 상대해야 할 존재가 카멘이란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상대방을 걱정해야 할 판국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소녀는 해맑은 목소리로 루의 관심을 돌렸다.
“누누, 우리 집 텃밭에 갈까? 너 점심 먹어야 하잖아. 마법 씨앗은 정말 대단해. 얼마 전에 뿌린 게 벌써 다 자란 거 같아.”
루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함께 동굴 밖을 향해 뛰었다.
***
쿠크세이튼은 바위산 절벽 위에서 저편을 바라보았다.
어둠의 창을 피하려 고른 장소였건만, 그는 손가락 사이로 카드를 굴리다 날벼락을 맞을 뻔했다. 검푸른 검기를 피하지 않았다면 몸이 두 쪽이 됐을 것이다. 쿠크세이튼이 서 있던 절벽이 바위산에서 통째로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겨우 다른 절벽으로 뛰어오르고는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카멘이 공중에서 검기를 모으고 있었다.
“이봐! 우선은 인사부터 해야 하는 거…으-힛.”
이번엔 머리 위로 검기가 스쳤다. 산봉우리가 통째로 잘렸다. 봉우리는 자욱한 연기와 굉음을 일으키며 반대편으로 굴러떨어졌다. 세이튼이 몸을 낮추지 않았다면 목도 함께 날아갔을 것이다.
굉음이 다 가시기도 전에 카멘의 검에서 자청색 기운이 흘렀다. 이번엔 진짜로 끝장을 낼 생각이었다. 그가 검을 들어 올리자, 세이튼이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
세이튼은 손가락을 요란하게 까딱이며 카드 하나를 꺼내 보였다.
카드에는 낫을 든 사신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네가 여기까지 왔다는 건, 아주 중요한 걸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야.”
검기가 잠시 멎었다. 카멘이 지면으로 내려섰다. 여전히 그의 검은 언제든 쿠크세이튼을 벨 기세였다. 세이튼은 과장된 몸짓으로 허리를 숙였다.
“어둠의 주인께서 친히 이곳까지 납시셨으니, 상세히 아뢰어야겠지.”
요란한 손은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보였다. 스페이드 문양이었다.
“그때 이후로 우린 별 아쉬운 소리를 다 해야 했거든. 어리석은 인간 따위에게 말이야.”
어깨 위에서 쿠크가 손사래를 치며 말을 더했다.
“신의 권능을 빌리느라 애 좀 먹었지.”
순간, 세이튼의 바로 옆으로 검푸른 검기가 스쳤다.
검기는 저 멀리 산까지 날아가 폭음을 내고 광범위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세이튼의 미간이 더욱 일그러졌다. 식은땀이 흘렀지만, 그 웃음은 더 커졌다.
“후하-핫. 급하긴. 하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야지.”
쿠크도 재빨리 끼어들었다.
“후회하지 말고.”
세이튼은 카드를 던져 버리고 지팡이를 옮겨 잡았다.
“이건 우리에게도 엄청난 도박이니까. 그리고….”
세이튼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거꾸로 매달린 남자가 그려진 카드였다.
“너에게도 재미있는 판이 될 거야. 카멘.”
카멘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아주 미세한 변화였지만, 세이튼은 빠르게 치고 들어갔다.
“그림자와 어둠의 주인. 우리가 찢기거나, 네가 우리의 패가 되거나.”
“…….”
“물론, 선택은 네 몫이야. 하나만 버려도 네게 조금은 유리할걸.”
쿠크도 거들었다.
“둘 다 버리면 더 좋고.”
세이튼의 장난스럽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가디언과 인간 소녀 말이야.”
카멘의 눈이 커졌다.
그의 반응은 쿠크도 세이튼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세이튼은 고개를 기울이며 능글능글한 웃음을 흘렸다.
“내 형제들은 그 둘한테 볼일이 있는 것 같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멘은 어둠의 흔적을 남기며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세이튼은 그가 날아간 궤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내 환호했다.
“와-우. 이거 생각보다 술술 풀리는데. 역시 그것들을 꽤 아끼는 모양이야.”
그의 어깨 위에서 쿠크도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잘만하면 저 힘을 손에 넣을 수도 있겠군.”
남은 일은 알케스와 멘켄트의 몫이었다.
그들을 전부 잃는다 해도 어둠의 힘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

소녀의 그림을 AI로 제작해보았습니다.
(원본은 카멘이 앞머리가 있게 그려져 있어서 약간 수정해야 했습니다.
단순한 그림에선 앞머리가 있으니 카단같이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현재 60%정도 진행됐네요.
카멘님님님은 맨날 절망하라~ 멸망하라~ 주문을 외시지만
컷신과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보면서 든 생각은 왠지 기준만 바로 잡힌다면 그렇게
나쁜 심성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글은 카멘이 스스로의 기준을 가져가는 과정을 그려본다는 느낌으로 썼었죠.
3부 스토리의 부제가 '완성되지 못한 자'라고 했으니,
합체하러 떠난 둘이 뭔가 뜻대로 잘 안되고 있다는 시작점과
+ 카멘의 이런 모습 보고 싶어라는 덕심으로 이렇게 진행해봤습니다.
쿠크와 세이튼은 왠지 이그하람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생각 들기도 했지만
따로 쓰진 않았네요.
글 쓰면서 박서림님 이나 김토르님의 영상을 많이 봤는데
요즘은 로아 스토리 영상이 뜸해서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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