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로스트아크 세계관과 카멘을 바탕으로 한 비공식 2차 창작 소설입니다.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과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게임 내 1부 시나리오 이후를 바탕으로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 카멘 및 메인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대표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10. 엇갈린 축제



소녀의 집 앞에서, 루는 쓰러진 흑단나무에 머리를 긁고 있었다. 뿔이 살짝 올라온 뒤로 어째 더 간지러웠다. 소녀는 평소보다 들뜬 표정으로 찾아왔다.


“누누. 마을에 가볼래? 다른 마을 사람들도 모여서 호박 축제가 열린대.”

[…?]

“거기 가면 맛있는 것도 많이 팔아.”


소녀는 그동안 모아둔 용돈 주머니를 흔들어 보였다. 루는 흔쾌히 따랐다.


동굴 아저씨가 함께 가지 않아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소녀는 염소 친구와의 나들이에 무척 기뻐했다. 사람들은 새하얗고 송아지만 한 새끼염소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소녀의 친구들도 말로만 듣던 염소 친구의 등장에 부러워하고, 일부는 질투하기도 했다.


작은 몸집이 되어 인간 세상의 축제를 보는 일은 루에게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솜사탕과 호박 사탕을 나누어 먹고, 길거리 악사들의 연주를 감상하고, 풍선을 둥둥 띄우며 소녀와 루는 한껏 즐겼다.


루가 이리저리 정신이 팔린 사이 풍선을 놓치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누누. 풍선!”

[앗. 안 돼.]


둥실둥실 떠가는 풍선을 따라 루와 소녀가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곧, 루와 소녀가 달리기 시작한 그 자리에 모험가와 니나브가 섰다. 그들은 운명이 엇갈린 흔적이 아닌, 하늘을 보고 있었다. 니나브가 잠시 뒤를 돌아보긴 했지만 지금 하늘에는 더 심각한 것이 보였다.


어둠의 창 하나가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었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검은 창의 심각함을 몰랐다. 니나브와 모험가는 창의 궤적을 따라 황급히 이동했다.


소녀와 루는 축제의 장 끝자락까지 뛰었지만 결국 풍선을 놓치고 말았다. 루는 귀를 축 늘어뜨렸다. 소녀가 웃으며 자신의 풍선을 루의 앙증맞은 뿔에 묶어 주었다. 루는 다시 즐거운 표정으로 제 뿔에 걸린 풍선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였다. 소녀는 한참을 웃다 어느 가판대에 관심을 돌렸다.


화가가 작은 그림들을 펼쳐놓고 있었다. 소녀는 동전 주머니를 탈탈 털어 루와 자신을 그려달라고 했다. 화가는 빠르고 간결하게 소녀와 루를 그려주었다. 소녀는 기쁜 얼굴로 엽서만 한 그림을 받았다. 그것을 루에게도 보여주었다.


“이것 봐. 누누. 네 푸른 눈동자와 코가 귀엽게 잘 그려졌잖아.”

[그렇구나. 그런데 내가 이렇게 동그랗다고?]


메에-우는 염소 친구를 쓰다듬으며 소녀는 다시 그림을 들어보았다.


“케이브 아저씨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동굴 아저씨는 함께 가보자는 말에도 별 반응 없이 팔짱만 끼고 있었다.

평소같이, 아니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이 날카로워 보였달까.


소녀가 그림을 들여다보며 아쉬워하는 사이, 루는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에 정신이 팔렸다. 어느 가판대 위에 작은 구름 조각 같은 옥수수 과자가 가득 담겨있었다. 루는 아무 생각 없이 가판대에 앞발을 올리고 서서, 코를 박고 과자를 먹어 치웠다. 루가 양 볼에 한가득 과자를 물고 나서야 소녀가 깜짝 놀라며 달려왔다. 

루의 꼬리를 잡고 뒤로 끌었지만 이미 가판대의 주인에게 들켜버린 뒤였다.


***


어둠의 창은 마을에서 떨어진 어느 산기슭에 떨어졌다.

거대한 늑대 형상의 그림자가 기괴한 소리를 내었다. 옆구리가 찔려 땅에 박힌 그림자 위로 까마귀가 스쳐 갔다. 짙은 나무 그늘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이런, 이런. 그렇게 당하고도 겨우 사냥개 하나 보내서 염탐이라니. 정말이지 그림자들이란.”


카마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늑대 그림자 위로 뛰어올랐다. 어둠의 창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는 그대로 뽑아 주었다. 늑대 그림자가 거칠게 일어서자, 카마인은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두었다. 그를 향해 늑대 그림자가 으르렁거렸다. 

카마인은 여유롭게 웃으며 어둠의 창을 손 위에 띄워 올렸다.


“분수를 모르고 또 내게 이를 드러내는군. 고메이사.”


카마인은 손으로 늑대 그림자를 향해 조준하는 제스처를 했다.


“좋게 말할 때 가서 전해. 그 가디언과 소녀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잘못 건드렸다간 카멘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나도 모르겠거든.”


고메이사가 붉은 눈을 빛냈지만 달려들진 않았다. 대신 자세를 낮추며 더욱 경계했다. 

카마인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뭐, 그 둘이 정 필요하다면 더 말리지는 않겠어. 나도 녀석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던 참이거든. 하지만 방법은 제대로 쓰는 게 좋을 거야.”


카마인은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며 고메이사에게 다가갔다.


“카멘이 심심해서 어둠의 창을 날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는 이미 널 감지했다. 고메이사. 이건 그의 경고다.”


어둠의 창은 더욱 사납게 번쩍였다. 여전히 으르렁거리는 늑대를 보며 카마인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의 눈도 붉게 변해갔다.


“그러니까 썩 꺼져.”


고메이사의 일그러진 표정이 조금씩 풀려갔다. 이내 뒷발을 옮기며 나무의 그림자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공중에 뜬 어둠의 창은 카마인의 손으로 흡수되었다. 이어 그의 눈빛도 본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카마인의 뒤로 니나브와 모험가가 도착한 건 그때쯤이었다. 

카마인은 여유롭게 돌아서며 그들을 맞이했다.


“이거, 오랜만이로군. 그림자들을 찾고 있는 거라면 한발 늦은 듯한데. 이미 사라졌거든.”


아직 저들에게 카멘의 존재를 알릴 필요는 없었다.


***


마을은 계속 축제 중이었다.

작은 조각구름 과자를 파는 상인은 호쾌하게 웃었다.


“와-하하. 이게 아기염소라고? 난 송아지나 망아지인 줄 알았는데. 정말 먹성 좋은 염소로군.”


루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속에 과자가 너무 많았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소녀를 위해 상인은 과자 한 봉지를 그냥 건네주었다. 소녀는 상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마지막 남은 동전 하나를 내밀었다.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상인은 그것도 마다하며 루에게도 과자 한 봉지를 더 내어 주었다. 루는 환한 표정으로 그것을 덥석 물었다.


가판대를 벗어나서 루는 소녀에게 한마디 들어야 했다.


“누누, 아무거나 막 먹어선 안 돼. 가게에서 과자나 사탕을 사 먹으려면 이런 걸 줘야 하는 거야.”


소녀는 동전을 들어 보였다. 루는 유심히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소녀가 웃으며 루의 과자를 뜯어 주었다.




다음 날, 동굴에서 루는 카멘에게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대, 작고 동그랗고 반짝이는 거 있는가?]

“…….”


별 대답은 없었지만 루는 열심히 설명했다. 금빛이라는 표현에서 카멘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판단했다. 기대에 찬 가디언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그가 놀랍게도 약간의 반응을 보였다.


그는 슬쩍 손을 내뻗었다. 동굴의 암석 일부가 떨어져나와 그의 손 앞에서 멈췄다. 암석은 검은 기운에 감싸여갔다. 검은 구체 안에서 분해와 재조합으로 새롭게 탄생한 암석은 주먹만 한 금덩이가 되어 떨어졌다.


[호, 제법 비슷하네.]


루는 그것을 물어가려 했지만, 너무 컸다.

성가신 가디언이 발굽으로 이리저리 굴리는 꼴을 보며 카멘은 불편한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루는 두툼하게 슬라이스 된 금붙이 하나를 물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쫑쫑-쫑쫑 마을까지 갔다. 조각구름 과자가 수북이 쌓여있는 가게의 주인은 바쁜 듯했다. 루는 가판대 위에 금 조각을 뱉어 놓고 포장된 봉지 하나를 물었다.


어둠의 힘으로 태어난 완벽한 연금술의 결과물은 가게를 통째로 사고도 남을 값어치였지만, 루에게는 조각구름 과자 ‘뻥콘’ 한 봉지면 족했다.


전날 소녀와 염소에게 선뜻 과자를 내어 준 상인은 가판대 위에 놓인 금 조각을 보고 처음으로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 대상이 혼돈의 신이 아닌 질서의 신이었지만. 상인은 어린 아들에게 풍족한 생일파티를 열어줄 수 있게 되었다.


루는 소녀를 마중했다. 소녀는 마을 인근에서 만난 루가 반가워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소녀는 어제의 그림과 함께 또 다른 그림을 꺼내 보였다.


“이것 봐. 아저씨는 내가 그려봤어.”


시커먼 걸 뒤집어쓰고 하얀 머리가 삐쭉 튀어나온 비뚤배뚤한 그림이었다. 

루는 조금 인상을 쓰며 바라보았다.


“누누, 너 너무 솔직한 거 아니니?”


소녀는 심통 난 표정을 하다, 과장된 몸짓으로 루를 잡을 듯이 쫓아갔다. 루도 도망치듯 뛰어가며 동굴이 있는 산으로 향했다.


***


동굴 앞에는 뜻밖의 방문자가 섰다.

긴 은발을 늘어뜨린 검은 의복의 여인은 동굴 그림자의 경계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여인은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섰다. 곧,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그녀의 시선 끝에 짙은 후드 망토를 쓴 자가 있었다. 여인은 곧 평정을 되찾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여인은 그를 잘 아는 존재 중 하나였다.


“카멘.”


한동안 말은 없었다.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음에도 지금의 모습은 서로에게 낯설었다. 여인은 어색한 분위기에 시선을 돌렸다. 잠시 뒤에야 카멘이 팔을 풀며 입을 열었다.


“…망각의 저주를 받은 자가 나뿐만은 아니었군. 아브렐슈드.”














AI로 만들어본 이미지.






요즘 게시판에서 유행하는 AI생성 이미지도 만들어봄.






텍스트는 몇 개 수정했습니다. 

AI는 누누와 루의 상관성을 이해 못함.

어떨 땐 루라고 쓰고 어떤 건 누누라고 쓰여있더랍니다.

수정을 요청할 수록 이상한 이미지를 만들더군요.

그래도 참 신기하고 무서운 세상입니다. 


그나저나, 소설 하루 하나 원칙으로 올리는데 기타란은 저 혼자 도배가 되고 있네요. 

슬쩍 민망...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여라도 끝까지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추천 꾹 눌러주시면 감사.

좋은 주말 되시고 다들 고대 코어 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