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5-08 02:42 | 조회: 48 |

※ 이 글은 로스트아크 세계관과 카멘을 바탕으로 한 비공식 2차 창작 소설입니다.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과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게임 내 1부 시나리오 이후를 바탕으로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 카멘 및 메인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대표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9. 상흔에 남은 약속
불길한 빛이 그림자들의 공간을 비췄다.
바닥과 기둥, 벽을 오가며 검은 그림자가 기괴한 소리를 냈다. 쿠크세이튼은 이리저리 배회하는 코르부스의 그림자를 보며 울분을 토했다.
“대체, 뭐야? 녀석이 무슨 술수를 부린 거냐고!”
코르부스는 끝내 자신의 형상을 갖추지 못했다. 그것은 빛의 움직임에 따라 일렁일 뿐이었다. 거구의 멘켄트도 제 팔을 붙여보려다 실패했다. 어깨에선 검은 연기만 스멀스멀 배어 나왔다. 멘켄트는 남은 팔로 기둥을 쳐댔다.
“혼돈의. 신. 없앤다. 그놈들. 전부. 죽여. 멘켄트. 앞장. 선다. 팔. 새로. 붙인다. 카멘. 용서. 못해!”
공간이 진동했다. 세이튼이 짜증스럽게 외쳤다.
“알았으니까. 멘켄트. 동작 그만!”
멘켄트는 돌기둥에 주먹을 박은 채 그대로 멈춰 섰다. 쩍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돌기둥이 쓰러지고 먼지가 일었다. 그는 여전히 어깨를 들썩이며 분노로 식식거렸다.
이제 조용해졌다. 세이튼은 알케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알케스. 계속해봐.”
알케스는 제 의족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의족 아래 다리 그림자는 멋대로 노닐었다.
이내 평정을 되찾고 안경을 고쳐 썼다.
“코르부스는 태초의 상태다. 멘켄트의 팔도, 내 다리도. 우리가 이그하람의 수족이던 시절보다 더 이전 상태로 돌아갔단 소리야. 이런 걸 본 적이 있나?”
쿠크와 세이튼의 인상이 더 험악해졌다.
세이튼의 웃는 입이 분노를 삼키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알케스는 버릇처럼 안경을 고쳐 썼다.
“놈은 혼돈의 힘으로 어둠의 권능을 자유자재로 사용했어. 게다가 이건 혼돈을 대상으로 한 힘이다.”
“그래서?”
“이해 못하겠나. 이대로 두었다간 이그하람도 아닌, 카멘이란 새로운 혼돈의 신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소리다.”
세이튼은 더욱 섬뜩한 웃음을 띠었다.
“그거 듣던 중 불행한 소리인데. 네게 방법이 있길 바라지. 알케스 드라 칸.”
알케스는 긴장했다. 개체명을 길게 부를 땐 그 기분이 나쁘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건, 생각을 좀 해봐야….”
그새를 못 참고 멘켄트가 다른 기둥을 두들겨댔다. 공간이 진동했다.
“작은. 가디언. 내. 껀데. 카멘. 방해. 했다. 내 팔. 부쉈다. 놈들. 다. 죽여. 카멘. 꼬마, 인간. 작은. 가디언. 다. 부숴. 다, 다!”
“멘켄트 발 드락! 그만두지 못하….”
이구동성으로 언성을 높이던 쿠크와 세이튼은 갑자기 서로를 마주 보았다.
세이튼은 다시 알케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알케스. 그 인간 꼬마와 가디언. 대체 뭐지? 카멘이 왜 그것들과 있는 거냐?”
알케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사이좋은 이웃은 아닐 테고. 녀석이 꽤나 아끼던 것 같던데. 그렇다고 뭔가 쓸모 있어 보이지도 않고….”
알케스가 말을 멈추며 입꼬리를 올렸다.
“어쩌면, 우리한테는 쓸모가 있겠는데.”
세이튼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우리가 악당이 돼야겠지만. 고메이사. 가서 확인해.”
세이튼이 늘어뜨린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며 늑대 형상의 그림자가 뛰어나갔다. 세이튼의 어깨 위, 쿠크도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으-후후. 우리한테 필요한 건 그 가디언인가?”
세이튼이 딱 잘라 말했다.
“아니, 둘 다.”
***
동굴의 단단한 바닥은 작은 구덩이를 파는 것도 여간 일이 아니었다.
소녀는 모종삽을 내려놓고 흙 묻은 얼굴을 닦아냈다. 흙이 더 묻어 버렸지만 어쨌든 닦았다. 소녀는 묘목을 구덩이에 넣고 세웠다. 이어서 루가 파낸 흙을 콧등으로 밀어 넣었다. 소녀의 작은 손과 루의 발굽이 흙을 툭툭 두드렸다.
“다 됐다.”
[오, 그렇구나.]
드디어 흑단 나무의 묘목을 심었다. 소녀는 만세를 했고, 루는 껑충거렸다.
그런데, 무언가 하나 빠졌는데. 소녀는 턱을 긁적이다 손뼉을 쳤다.
“아, 누누. 물을 줘야지.”
소녀는 일어섰다.
“우리 집 우물에서 떠오자.”
[그럴 것 없다. 나에게 맡겨라.]
루는 앞발을 쭉 뻗고 묘목을 향해 집중했다. 몽글몽글 구름이 생성되어 갔다. 이전보단 쪼끔 더 커진 구름이 만들어졌고, 묘목을 촉촉하게 적셔갔다. 소녀는 마냥 좋은 얼굴로 누누를 응원했다.
그 모습을 어둠 속 바위에서 카멘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자들의 난동 이후, 소녀는 카멘의 어둑한 공간까지 불쑥 들어왔다.
루는 이제 말리지도 않았다. 소녀는 천장이 뚫린 공간을 보며 감탄과 함께 발을 구르며 웃어댔다. 동굴 입구 옆쪽에 이런 멋진 공간이 있었다니. 소녀와 루는 종종 그 공간에서 놀곤 했다. 처음엔 루가 조금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그마저도 없어졌다. 카멘은 그들을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오늘 소녀가 그 공간에 나무를 심겠다며 낡은 모종삽과 묘목을 들고 나타났다. 그것을 태초의 빛이 건네주었다는 사실은 카멘만이 아는 진실이 되었다. 결국 그것은 소녀에게로 넘겨졌다.
소녀가 묘목을 들어 보이며 들뜬 표정으로 물었다.
“아저씨. 이거 저기에 심어도 되죠? 이게 다 자라면 분명 멋질 거예요.”
언제나처럼 별 대답은 없었지만, 소녀는 묘목을 들고 천장이 뚫린 공간으로 향했다. 그 작은 구덩이를 파내겠다고 소녀와 루는 한바탕 씨름을 해야 했다. 한참 뒤, 묘목은 겨우 자리를 잡았다.
루는 촉촉해진 묘목을 보며 털썩 주저앉았다.
[후. 오늘은 이 정도 해야겠구나.]
소녀는 젖다 만 흙을 보고는 일어섰다.
“안 되겠어. 누누. 물을 좀 더 가져와야 해.”
[그래? 그러자꾸나.]
영력을 더 쓰기에는 무리였다. 소녀가 개구진 표정으로 말했다.
“누누. 내기할까? 누가 더 우리 집 우물까지 빨리 가나? 먼저 도착한 사람이 순무 먹기.”
루는 밝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며칠 전에 뿌린 씨앗이 다 자란 건 아니었지만 루의 식욕을 돋우기엔 충분했다. 소녀가 텃밭의 농작물을 먹진 않았다. 순전히 루를 위한 내기이기도 했다.
셋, 둘, 하나 하자마자 루가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루는 눈치 볼 것 없이 카멘의 앞을 우다다 지나갔다. 이어 소녀도 뛰어 지났다. 소녀가 염소 친구의 속도를 따를 수는 없었다. 코너를 돌아 동굴 입구로 향하려던 소녀는 멀찍이 달려가는 루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슬쩍 돌아섰다.
동굴 아저씨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소녀는 그 앞까지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아저씨. 나중에 나무가 자라서 잎이 많이 나면 누누가 먹으려고 할지도 몰라. 누누는 아저씨를 무서워하니까. 아저씨가 나무를 지켜줘요.”
“…….”
“저 나무는 오래오래 커야 된대요. 내가 끝까지 못 지킬지도 모르니까 아저씨가 지켜줘.”
“…….”
무거운 말이었지만 소녀는 밝은 표정이었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다. 그 말의 무게를 소녀도 카멘도 이해하지 못했다.
소녀는 흙 묻은 손을 제 옷 아무 데나 쓱쓱 닦아내고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무릎 위에 걸친 카멘의 팔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소녀가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었다. 미약한 힘에도 손은 끌리는 대로 끌려 주었다.
“약속해요. 아저씨가 지켜주는 거…어.”
창백하고 서늘한 손에는 균열 같은 상처가 나 있었다. 카멘이란 이름이 부여된 이후, 그 누구도 생채기 하나 낸 적 없는 그의 몸에 난 유일한 상처였다.
오직 그 자신에 의한 상흔.
“아저씨, 안 아팠어?”
“…….”
소녀의 표정에는 걱정이 더해져 있었다. 카멘은 입술만 조금 움직거렸을 뿐, 별 대답은 없었다. 이미 아문 상처였지만 소녀는 그 손에 호호 입김을 불고는 작은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빨리 나아라. 아저씨 안 아프게. 빨리 나아.”
소녀는 주문처럼 외우고는 싱긋 웃으며 카멘의 손을 놓아주었다. 소녀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목적도 잊은 채 달려 나갔다.
그 약속은 창백한 손의 상흔에만 남게 되었다.
카멘은 손을 슬쩍 내려보고는 동굴 입구로 시선을 옮겼다. 소녀는 이미 사라진 가디언을 따라 저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
늦은 저녁, 루테란 성은 니나브와 모험가의 방문으로 잠시나마 활력을 찾았다. 실리안은 그간의 근황을 전했다. 새벽의 사제단이 얼마 전에 도착했고 황혼의 잔당을 축출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니나브가 가져온 소식은 심각했다. 알데바란의 바다에까지 혼돈의 가디언이 심심찮게 출몰하고 있으며 그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리안은 모험가에게 다른 상황도 설명했다.
“에버그레이스님의 일로 바쁜 와중에 안 좋은 소식을 꺼내게 되어 유감이네만. 어둠의 창에 대한 목격담이 있어서 말이네.”
니나브와 모험가는 놀랐다.
어둠의 창이라면, 설마 카멘인 건가?
실리안은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실은 확실하지 않아. 정말 카멘이라면 이렇게 평화로울 리가 없겠지. 그게 정말 어둠의 창인지도 알 수가 없고. 하지만 얼마 전부터 비슷한 현상에 대한 목격자들이 계속 이어졌다네.”
모험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피해는 없었나.
“다행히도 큰 피해는 없었네. 대부분 산이나 숲으로 떨어진 모양이야. 그래도 혹시 몰라 정찰대를 파견했다네.”
실리안이 지도 하나를 보여주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자네가 이전에 황혼의 만행을 해결해준 지역과 가깝더군. 그곳에서 어둠의 기운이 감지된 일도 있었고. 때문에 간과할 수도 없을 듯하네.”
실리안이 보여준 지도를 보며 니나브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여긴. 내가 가보려는 곳과도 가까워. 이 방향에서 바람결을 따라 루의 기운이 느껴졌거든.”
이번엔 실리안과 모험가가 놀랐다. 실리안이 물었다.
“가디언 루님이 말입니까?”
니나브는 근심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무 미약해서 나도 장담할 수가 없어. 하지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확인할 필요가 있어.”
실리안은 턱을 짚으며 의문을 표했다.
“이곳은 가디언이 출몰하지 않는 지역인데. 게다가 루님이라면 분명 사람들이 몰랐을 리 없을 겁니다.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겠군요. 작은 단서라도 있다면.”
“맞아. 하루라도 빨리 에버그레이스를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해. 루가 함께할 수 있다면 분명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볼다이크의 현자들과 가디언 조사단에도 협력을 요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험가도 돕겠다고 했고, 니나브는 모험가와 실리안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마워. 분명 이곳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들이 우연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어.”
실리안이 희망을 담은 눈빛으로 니나브에게 말했다.
“정말 루님이 되살아나셨다면 우리에게도 큰 희망이 될 것입니다. 부디 그곳에서 우려하는 일이 없길 바라야겠군요.”
별일은 없었다.
그들의 큰 희망은 순무로 배를 가득 채우고, 어느 동굴에서 곯아떨어졌으니 말이다.
그것도 카멘의 발치에서.

이 편의 마지막 장면을 AI에게 뽑아 보았는데,
AI는 손가락을 제대로 계산 못하더군요. 특히 깍지 낀 손은...
뭔가 퀄리티 높은 삐꾸가 자꾸 나온달까요?
게다가 루를 자꾸 돼지로 만들고.
때문에 몇 장 뽑힌 것들 중 그나마 나은 걸 수정해야 했습니다.
카멘이 투구 벗은 모습을 보면 목까지는 사람 피부던데,
그 아래도 벗을 수 있는 건지 궁금하긴 하네요.
멋대로 투구도 벗고 건틀릿도 벗는 걸로 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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