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로스트아크 세계관과 카멘을 바탕으로 한 비공식 2차 창작 소설입니다.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과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게임 내 1부 시나리오 이후를 바탕으로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 카멘 및 메인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대표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13. 어둠의 주인



모험가를 비롯한 에스더들은 저편의 광경을 보며 긴장했다. 전장 외곽의 대지가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여기저기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솟아오른 대지는 흡사 거대한 기둥과도 같았다.

실리안은 검을 귀 옆까지 끌어올렸다. 그의 매서운 눈길이 정면을 향했다.


“이런 때에 카멘이라니.”


니나브도 심각한 표정으로 공중에서 내려왔다.


“이 기운은…카멘이 갑자기 왜? 다들 괜찮아?”


붉은 머리의 우마르, 바훈투르도 망치를 고쳐 쥐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카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응? 저, 저건 설마 바라트론 같은 건…이-크!”


웨이가 뛰어들어 바훈투르 위로 떨어지는 혼돈의 가디언을 저 멀리 내쳤다. 바훈투르는 웨이에게 감사하며 이마의 땀을 닦아내었다.


그들과 떨어진 곳에는 긴 은발의 검사가 있었다. 그는 혼돈의 가디언들에게 둘러싸였지만 융기하는 절벽 위,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었다. 카단은 검을 고쳐 쥐었다. 여차하면 카멘과 격돌할 수도 있다. 그는 검을 가로 베었다. 일대 선상에 있던 혼돈의 가디언들이 모두 빛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 와중에도 혼돈의 가디언들은 끝없이 밀려왔다. 각 진지에서 사상자가 계속해서 나왔다.


마침내 치솟은 대지 아래에서 기묘한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거대한 심장과도 같은 형상이었다. 구조물은 대지가 솟아오른 기둥들과 핏줄로 얽혀있었다. 심장이 열리고 어둠의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 모든 전장이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

짙은 안개가 걷히고, 검은 군마를 탄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둠의 기사들.

검은 하늘에서 검푸른 번개가 작렬했다. 공중에 있던 수많은 혼돈의 가디언들이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어둠의 기사들이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모험가와 에스더들은 주위의 상황을 둘러보며 당황했다. 다행히 아군의 진지까지 벼락이 내리진 않았다. 그들은 몰려오는 어둠의 기사들을 향해 다시 각오를 다졌다. 모험가와 에스더들 앞에서 어둠의 기사들은 좌우로 흩어지며 그들을 스쳐 지났다. 그리고 혼돈의 가디언과 충돌했다.




절벽 위, 루는 그 광경을 내려보고 있었다. 어둠의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혼돈의 가디언들을 흩트리고 빠르게 토벌해나갔다. 루는 뒤를 돌아보았다.

카멘은 검의 폼멜 위에 두 손을 얹은 채, 조용히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상황 속에서 루는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가 카멘이란 사실을.


[고맙네. 정말 고마워. 덕분에 저들이 에버그레이스님께 갈 수 있게 되었어. 잠시 인사만 하고 오겠네.]


루는 발을 동동 구르며 내려갈 길을 찾았다. 카멘은 그런 루의 모습을 흘끗 쳐다보았다. 루는 공중에 떠 있는 바위들을 징검다리 삼아 폴짝폴짝 뛰어내렸다. 중간에 길이 끊겼지만, 발밑의 바위가 서서히 내려가며 지면까지 닿았다.




한편, 이 상황이 언짢은 자도 있었다. 모험가의 무리와 떨어진 곳에서 카마인은 거대한 심장 모양의 구조물을 바라보았다.


“후후. 네 어둠 군단을 저런 곳에 숨겨두고 있었나? 점점 내 예상을 벗어나는군. 카멘.”


그의 비틀린 미소와 달리, 불편한 눈빛은 감출 수가 없었다.




모험가와 에스더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실리안은 계속 혼돈의 가디언들과 어둠의 기사들을 관찰했다.


“어째서 저들이…?”


바훈투르가 망치를 어깨에 메고 호탕하게 웃었다.


“와-하하하. 이거, 저쪽도 사이가 안 좋은가 본데?”


이제 막, 카단과 아제나도 합류했다. 모두가 모이자 실리안이 의견을 제시했다.


“저들이 충돌하며 서로 상쇄되길 바라야겠군요. 우리 중 일부라도 빨리 페트라니아로 향해야 합니다.”


웨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카멘이 나타났는데, 우리의 병력을 나눈다니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저편에서 들려온 대답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카마인이 그들의 곁으로 다가왔다.


“카멘은 그저 혼돈의 가디언들을 처리하러 온 것뿐이니까.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도움이 될 거야.”


모두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며 카마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면 여기서 계속 잡담이나 하던가. 안타깝게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지만.”


실리안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의문을 던졌다.


“그 악마가 왜 우릴 돕는다는 거지?”

“모르지. 뭐, 어떤 꼬마 친구가 부탁이라도 했는지.”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진 않았지만, 어둠의 기사들이 아군 아닌 아군이 되면서 혼돈의 가디언들이 점점 밀려 나가는 형국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험가와 에스더들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해야 했다.

카마인은 빙긋 웃으며 포탈로 몸을 돌렸다.


“나는 먼저 출발하지. 내 안내가 필요하다면 서두르라고.”


카마인이 자리를 뜨고, 꺼림칙한 분위기 가운데 그들의 곁으로 하얀 무언가가 뛰어왔다.

니나브가 가장 먼저 알아보았다.


“루!”


니나브가 루를 끌어안으며 미소 지었다. 니나브를 제외한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실리안이 다가와 자세를 낮추고 루와 시선을 맞췄다.


“이…분이 정말 가디언 루님이란 말입니까?”

“응.”


니나브와 루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훈투르가 가까이 다가오며 웃었다.


“하하-하. 니나브님 말씀대로 귀여워지셨구만. 정말 아름다운 사슴 같지 않나. 아니 염소인가?”

“바훈투르님.”


웨이가 주의를 주자, 바훈투르는 멋쩍은 듯 씩 웃었다.

니나브가 물었다.


“이렇게 험한 길을 어떻게 찾아왔어?”


루는 저 위 검은 구름에 가린 절벽과 이곳을 번갈아 보며 발을 굴렀다.

‘삐-메에-’뿐인 루의 말을 니나브도 이번엔 반만 파악할 수 있었다.


“저 절벽을 지나온 거야? 우린 곧 페트라니아로 가야 해. 하지만 루, 너는 우리와 갈 수 없어. 걱정하지 마. 우린 반드시 에버그레이스와 함께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너는 안전한 곳에서 기다려줘.”


루는 걱정이 담긴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들의 곁으로 빛의 가디언들이 모여들었다. 새, 용, 거북이, 유인원 등등 갖가지 형태의 가디언들이 루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루는 빛의 가디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은 내가 미력하나, 언젠가는 꼭 너희들에게 돌아가겠다. 이제 에버그레이스님을 위해 너희들의 의무를 다하거라.]


빛의 가디언들은 일제히 포효하고는 다시 혼돈의 가디언들을 향해 나아갔다.

루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모습을 보며 모험가와 에스더들은 이 작은 가디언의 정체에 대해 품었던 일말의 의심조차 버렸다. 그리고 안심하며 뒤를 맡기고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모험가와 에스더들은 페트라니아로 향했다. 포탈로 들어서기 전, 카단만이 검은 구름에 가린 절벽을 잠시 응시했다. 시선을 내리면 루가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단은 이내 포탈로 들어갔다.

루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들이 사라진 포탈을 지켜보았다.


모험가와 에스더들이 페트라니아로 떠나고, 늦은 오후까지 이어진 전장도 소강상태가 되었다.

이제 아크라시아의 연합군은 어둠 군단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합군의 우려와 달리, 어둠의 기사들은 검은 연기와 함께 심장 형태의 구조물로 돌아갔다. 공중에 뜬 절벽과 기둥처럼 솟아오른 대지가 본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하늘의 검은 구름도 서서히 걷혀갔다.


어둠의 기사들이 사라진 뒤에도, 루는 포탈이 사라진 자리를 한동안 지켜보았다. 니나브는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루는 일어서서 뒤돌아섰다. 지금은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루는 절벽을 향해 뛰었다. 벌써 해가 떨어져 가고 있었다.


루는 가파른 바위 턱에 매달려 버둥거리다 겨우 절벽 위까지 올라갔다. 석양 노을을 등지고 카멘이 팔짱을 낀 채, 포탈을 열어두고 있었다. 루는 조금 밝은 표정으로 그의 옆을 스쳐 갔다.


[기다려줘서 고맙네. 어서 가세나.]


그리곤 당연하다는 듯, 포탈로 들어갔다. 카멘은 포탈로 들어서기 전 잠시 멈칫했다.

기다렸던가. 내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자신의 상태를 저 작은 가디언이 일깨워주었다.

카멘은 ‘왜’라는 의문은 풀지 못한 채 포탈로 들어갔다.




그들이 포탈에서 나왔을 때, 석양에서 번진 햇무리가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루는 환한 표정으로 흘러가는 황금빛 빛무리를 올려보았다.


[에버그레이스님이 돌아오셨네. 돌아오셨어!]


그때 멀찍이 동굴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누. 아저씨!”


루는 기쁜 마음으로 소녀에게 달려갔다. 소녀도 달려와 루를 끌어안았다.


“누누, 이제 괜찮아진 거야?”


루는 귀를 팔랑거리며 소녀의 주변을 통통 뛰어댔다. 소녀는 두 손을 모아 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웃었다. 그리곤 뒤이어 나타난 카멘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소녀는 냉큼 달려가 그의 허리에 매달리듯 끌어안았다. 카멘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걸어 나갈 수가 없었다. 한없이 미약한 이 장벽에 말이다. 그는 교차한 팔을 풀었다. 그뿐이었다. 그 이상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저 소녀를 내려다볼 뿐.


고작 하루가 넘는 시간을 기다린 만큼의 반가움.

그 반가움을 가득 담은 소녀가 눈을 마주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쩌면 조금 전 ‘왜’라는 의문의 답이 이것인지도 몰랐다.


이 미약한 장벽이 그의 손을 잡아 왔다. 소녀의 작은 손은 상흔이 남은 손을 다 잡지도 못하고 손가락 두 개만 겨우 잡았다. 소녀는 다른 한 손으로 루의 머리를 쓰다듬고 장난을 치면서도 꼭 잡은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카멘은 그들의 축이 되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황금빛 노을이 그들의 모습을 비춰주며 서서히 저물어갔다.



***




로요일이 되었군요. 

모두 득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