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베르타s입니다.
오늘은 그란디스의 사도제른 다르모어의 이중성에 대해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13개의 별 아래 진실된 세계를!"

 사도는 제른 다르모어 아래 심복들로 구성된 집단입니다. <13개의 별 아래 진실된 세계를>이라는 구호를 내세움으로서. 제른 다르모어와 그 외 12명으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주장은 GLORY 업데이트 당시에 사용된 그림으로도 뒷받침이 되는데요, 여기까진 다른 분들 글과 꺼무위키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러한 복선들로 인하여 제른 다르모어의 모티브는 현재 예수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성지에 강림한 제른 다르모어.png)

다만 생명과 사랑을 중시하는 예수의 행적과 다르게, 제른 다르모어의 경우 잔인한 정복전쟁을 일삼는 인물로 작중인물들에게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를 나타내는 이명은 "죽음의 공포"이고, 카데나, 일리움, 아크와 카인의 불행은 모두 이 인물의 행적 때문이죠.
 어쨌던 간에, 우리는 2019년 이전까지 제른 다르모어의 인성에 대해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로서는 다른 종족을 지배하고 싶어서 아버지까지 죽인 패륜아였는데요. 그때까진 별로 잘생긴 것 같지도 않았어ㅓㅓ

 그리고, 2019년 신의 도시 세르니움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의문점이 터져나왔습니다.

 한 종족을 멸족시키면서 행성까지 작살 내놓는 무자비한 생명의 초월자는,
책보다 생명을 중히 여겨 적을 구하는 모순적이면서도 지능적인, 복잡하고 입체적인 악역이 되었습니다.

 이 애런의 통수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냐하면, 제른 다르모어의 이중인격설이 제시될 정도였습니다.
 애런, 그 이지적이고 신실한 신학자는 스스로 하이레프를 혐오하며 날개까지 떼어내고 왕실 도서관 가장 밑바닥에서 유령에게 빙의당하며 일을 하던 선량한 사람이었는데요. 
 단순히 연기를 끝내주게 잘하는가, 그렇게 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데아는 그렇게 생각하지도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넣었습니다. 어쩐지 그가 말한 동족 혐오가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네요.

제른 다르모어의 진정한 모티브는 그리스도일까요? 아니면 적그리스도 일까요?

저는, 두 가지가 모두 정답이라 믿습니다.

 2019년 세르니움에서 제른 다르모어는 애런의 모습으로, 많은 떡밥을 던져주었습니다.


"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죠. 신이 아니라요."

"무의미한 짓임을 뻔히 알면서도 이미 저지른 과오를 인정할 수 없어서,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은 그렇게 같은 과오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죠.
그게 이 성지가, 아니 대륙 전체가 무의미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예요."

 이 대사들은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되었던 대사였죠. 같은 신을 두고도 해석의 차이로 분쟁을 일으키는 교단을 두고 남긴 의미심장한 대사입니다.
 과연 제른 다르모어가 자의로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가, 본인의 뜻은 아니었지만 여론이나 다른 원흉에 휘말려 이미 손쓸 수 없게 되었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대사였죠.

 이는, 현실의 신도 별반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당장 그리스도교,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만 살펴보아도 분파는 엄청납니다. 분파, 종파에 따라 교리는 자연히 제각각 달라지죠. 분명 같은 신을 모시고 있으나 가르치는 사람, 민족, 사회적 배경에 따라 신의 성격은 극단적으로 달라졌습니다.
 멀리 가지 않고 당장 구약만 보아도, 야훼는 상당히 변덕스럽고 폭력적인 성향의 신이었지만 신약에서 아들, 예수가 등장하면서 자비로운 아버지의 이미지로 대폭 이미지 변신을 하게 됩니다.

 이게 나쁘단 의미는 아닙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죠.

 신을 믿는 것은 인간이니까요. 인간의 믿음이 신앙을 만들고, 종교에게 사회적인 위치와 권력을 부여하죠.

 변화하는 교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믿음의 근원에는 끝내 사람이 있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의미에서 보면, 신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욕구입니다.
 신을 믿음으로서 두려움을 피하고, 그러한 초월적인 힘이 자신의 뒷배가 되어주기를 원합니다. 종교의 본질입니다.

 이를, 실제 신이 존재하는 메이플스토리에 동일하게 적용시킨다면,
 신은 순식간에 인간들에게 휘둘리는 존재로 전락하게 됩니다.




제른 다르모어는 생명의 초월자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레프들의 살아있는 신, 신왕이 되었습니다.

 제른 다르모어는 전대 그 누구보다 강한 신왕이 되었습니다.
 신이 된 이상, 신도들의 기도에 움직이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신의 힘이 크면 클 수록 더욱 심해질 겁니다. 더 강한 신은, 더 많은 신도와, 신앙을 끌어모으기 마련이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제른 다르모어는 그 누구보다 인간들에게 휘둘리는 신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께도, 더 이상 제른 다르모어에게 전쟁을 하지 말자고 간절히 청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전대 신이 모두 내쫒았거든요. 그에게 더 이상 전쟁을 회피할 길은 없습니다.

 그의 이름은 전쟁의 명분이 되고, 힘이 되고, 증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는 이미 이들의 원적, 숙적이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이들의 모든 원망과 불행의 원인은 제른 다르모어니까요.
 
그의 행동이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지언정,
그는 삶의 터전을 뺏고,
일족을 학살하고,
그를 믿고 따르는 자들조차 기만한 자.
그가 어떤 인격을 가졌든,
어떤 생각을 하든,
그들은 제른 다르모어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제른 다르모어가 잠적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럴 것이라 믿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그들의 손으로 제른 다르모어를 무너뜨리고 평화를 쟁취하기를 원합니다. 이는 또 다른 기원입니다.
 그를 원적으로 삼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결국 그는 멈출 수 없습니다.
 그 기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언젠가 그들의 손에 무너져 줄 완벽한 악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그가 어떤 인격을 가졌든, 그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던 간에는 깨끗하게 말소되어 가치를 가지지 못합니다. 오로지 행적의 결과만이 남아 그를 평가합니다.

 이 관점에서, 그는 그란디스의 모든 악의 주체입니다. 그가 죽음으로서, 그의 피값으로서 그란디스의 모든 죄의 값을 갚게 됩니다. 
 그는 아자젤의 염소입니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번제물이자 희생물(Scapegoat)이며 대속자인 그리스도입니다.
 자신의 의지는 거세 당한 체, 바위투성이(azaz-)의 두려운 황야(dar moor)에서 번제를 위해 도살당하는 제물이자 신(el)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악을 행하며 신을 칭하는 적그리스도의 관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신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않는 이상 그는 여기서 평생 자유롭지 못할 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제른 다르모어가 왜 아직도 직접 잠입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보여준 애런으로서의 모습이 진짜 그라면, 그의 모든 행적은 우리에게 보내는 SOS 신호였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원하지 않아, 신이 아닌 나를 봐줘, 라는 그의 신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적자에게 그 의지는 아직 온전히 닿지 않았을 겁니다.

But if I die, see the saga through and do the things you ask of me
하지만 제가 죽어야 한다면, 이 신화의 끝장을 보기 위해 명하신 일을 해야 한다면

Let them hate me, hit me, hurt me, nail me to their tree
그들이 저를 증오하고, 때리고, 상처 입히고, 나무에 못박도록 한다면

I'd want to know, I'd want to know my God, I'd want to know, I'd want to know my God
I'd want to see, I'd want to see my God. I'd want to see, I'd want to see my God
전 알고 싶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하느님. 전 알고 싶습니다, 알고 싶다고요, 하느님
전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해하고 싶습니다, 하느님. 전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해하고 싶다고요, 하느님

Why I should die!
왜 제가 죽어야 하는지를요!




-----------------------------------------------------------------------------------------------------------

메이플을 하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은 데다, 인벤에는 스토리 추측글을 처음 올려보는 만큼 다소 글에 모순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도는 다음편에 다루고 싶습니다. 생각해둔 건 있는데, 대회 준비 탓에 바쁘네요...사실 이것도 농땡이 까고 쓴거라..
스포일러로 다음편에 얘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중간고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한창 불타던 기간이라 접속할 엄두를 못냈는데요.
중간고사가 끝나니 간담회도 이루어지고 가라앉아있어 간만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크게 사건이 나서 많이 겁먹었습니다. 어느정도 정리된 분위기라 다행이네요. 차근차근 리퀘도 배달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Why then, am I scared, to finish what I started?
그런데 어째서 제가 시작한 일을 끝내기가 두려운 걸까요?
...what YOU started... I didn't start it!!
당신이 시작한 일이죠... 제가 시작한 게 아니죠!!

God, thy will is hard, but you hold every card
하느님, 당신의 뜻은 가혹합니다. 하지만 모든 패는 당신이 쥐고 계시지요.

I will drink your cup of poison
당신이 내린 독배를 마시겠나이다
Nail me to your cross and break me
저를 당신의 십자가에 못박고, 부수시옵고
bleed me, beat me, kill me
피 흘리고, 때리고, 죽이도록 하십시오

Take me now, before I change my mind
지금 저를 거두소서, 제 마음이 바뀌기 전에요

before I change my mind!
제 마음이 바뀌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