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중동전쟁, 골란고원 전투

2차세계대전이나, 다른 전쟁보다 비교적 관심이 적은 중동전쟁, 그 중에서도 4차 중동전쟁은 현재 우리네 사정과 유사한 점이 많고, 시사점도 많음.

골란고원은 갈릴리 호 북동쪽으로 굽어보는 2천미터 남짓의 고원지대인데, 3차 중동전쟁(6일 전쟁)때, 이스라엘이 시리아군과 혈투를 벌여 점령한 곳이다. 이전까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갈릴리 호 근처의 정착촌을 고란고원의 시리아군이 감시하거나 간간히 포격을 가해오는 직접적인 원인과, 수도와 시리아 국경의 종심이 얕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완충지대를 만들 필요성이 있었기에 큰 희생을 치르고 점령, UN의 중재로 '퍼플라인'이라 불리는 비무장지대로 분리 되어있는 곳임.

이스라엘, 시리아, 요르단의 접경지역이며, 갈릴리호와 요르단강 등 지역내 주요한 수자원과도 연결되어있는 전략 요충지로, 가운데는 TAP line이라 불리는 페르시아만에서부터 지중해로 이어지는 송유관도 지나가고 있음.

이스라엘군은 국군의 GP와 비슷한 형태의 경계 주둔지를 설치 해두고, 시리아군의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경계 주둔지의 관측을 통한 화력유도, 내부의 기갑부대를 이용한 기동방어를 실시할 예정이었음. 

아시다시피, 4차중동전쟁의 다른 이름인 욤키푸르는, 속죄일로 이스라엘에서 주요한 종교적 축일이라, 이때는 여행을 다녀서도 안되고, 차를 운행해서도 안되는 날이며, 1972년의 욤키푸르는 아랍의 라마단과 기간이 겹쳐 적의 도발이 없을 거라고 판단하여(사실 이스라엘 정치 지도부는 적의 도발 징후를 감지 하였으나, 여러가지 사정상 3차 중동전과 같은 선제공격을 하지 않음) 이스라엘군은 한국전쟁때 국군처럼 많은 장병들이 휴가로 부대를 비운 상태였음(이 기간에 신혼여행을 가거나 한 장교도 많음). 이런 상태에서 소련군 군사고문으로부터 강도높은 훈련을 받고, 최신 소련제 장비(T-62 등도 장비)로 무장한 이집트/시리아군의 강력한 공격을 양쪽으로부터 받게 되고, 골란고원 전선의 이스라엘군은 3천명의 병력에 180대의 전차만으로, 28천명의 병력과 800대 이상의 전차로 이루어진 시리아군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게 됨.

골란고원의 영웅은, 이때 시리아군의 공격을 막아선 제7전차여단의 제77전차대대의 대대장 칼라하니 중령(예비역 준장)의 참전수기임. 참전수기의 첫 장면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시리아군 공군기의 공습으로부터 시작됨. 시리아군의 동태가 불온함을 경고 받고 부대로 이동하는 그의 지프차에 동네 꼬마들이 돌을 던지는데, 이건 속죄일에는 차를 운행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러는 것으로, 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상황을 잘 반영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음.

기습적인 포폭격과 함께, 당시 골란고원을 감제할 수 있는 헤르몬 산 정상에 있던 이스라엘군 OP를 시리아군 헬기 강습부대가 기습 점령해서, 이스라엘군은 전장 정보를 제때 확보할 수 없었고, 기갑부대와 함께 이스라엘군 양대 자랑인 공군도, 강력한 시리아군의 대공방어망에 걸려 큰 손실을 보고, 이후 제대로된 SEAD(적 방공망 제압) 장비(슈라이크 미사일 등)가 갖춰지기 전까지 제공권마저도 빼앗긴 상황에서 강력한 시리아군의 공격을 막아 내야 하는 상황임.

이스라엘군은 인구가 부족한 관계로 주변 지정학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상비군을 보유할 순 없고, 징병제로 인한 거대한 예비군을 제때 전력화 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동원령이 선포해서 예비군 사단이 완편 될 수 있게끔 하는게 이스라엘군의 가장 큰 과제였음. 


또, 기갑부대는 드넓은 시나이반도를 방어해야 하는 서부전선에는 M48 패튼 계열의 전차를, 골란고원에는 기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센추리온 개조전차(105mm L8 주포) '쇼트'가 주력이었음.


아무튼, 기습을 받은 상황에 병력은 부족하고 워낙 전차 비율이 부족해서, 포탄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져, 지프차를 이용해서 격파된 아군 전차에서 포탄을 수거해오는 상황까지 치닫는 이스라엘군을 보면서, 주한미군의 전시비축탄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고, 4차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105미리 전차포탄, 대레이더미사일, M60 전차를 미군의 공중수송(!)으로 지원 받아 역전에 발판으로 삼게 됨.

아무튼 77대대의 경우 여단의 다른 대대는 이미 시리아군의 공격을 받아 궤멸된 상황에서 10:1의 극심한 전력차와 분단된 전선 곳곳으로 침투한 시리아군 특공대가 쏘아대는 RPG에 위협을 받으며 처절한 전투를 벌여 골란고원을 방어함.


'눈물의 계곡' 전차호를 돌파하다 격파된 시리아군 전차들

칼라하니 중령의 수기를 보면 3일 정도 지나니 휘하의 중대장 반 이상 얼굴을 모르겠다고 하는 이야기 나오고, 계속되는 전투에 전차는 미친듯이 수리를 해서, 남아 도는데 전차병이 없어, 예비군이 동원되서 오는대로 바로바로 전차에 태워서 전선으로 내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장비면에선 이스라엘군의 쇼트 개조전차가 근소하게 T-54/55에 우위를 점했으나, 시리아군에게는 최신형 T-62 전차가 배치되어있었고, 일격이면 이스라엘 군 전차를 격파 가능하여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나오고, 시리아군은 1세대 야시장비를 갖춘 전차도 많아 보병과 합동하여 야습을 감행하기도 해서, 큰 위협이었다고...

시리아군은 훈련 정도는 이스라엘군에 미치지 못할지는 모르나, 전투의욕은 왕성하여, 끊임없이 파상공격으로 골란고원 남부 전선에선 전선을 돌파하여 이스라엘군 여단 사령부를 유린하기도 했다고....(이 전차들은 여단 사령부 요원들과 교전을 벌이고, 후에 부상을 입은 이스라엘군 소위가 전차 1대를 지휘하여 다 격퇴)

자세한건 위의 골란고원의 영웅들과 플래닛 미디어에서 나온 욤키푸르 1,2 권을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함...

나중에 T-54, T-62 vs 센추리온 7로 히스토리컬 배틀 해도 잼날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