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글은 모BJ가 헬퍼냐 아니냐를 가리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저는 북미섭부터 지금까지 롤을 벌써 4년째 즐기고 있는 매우 라이트한 아재유저입니다.

 

흔히 말하는 고자손이라 크게 랭크 게임에 뜻을 두지않고 노멀 칼바람 각종 모드 가리지않고 플레이하고 맘에드는

 

챔프 스킨이나 모으면서 좋아하는 흔한 아재유저이지요.

 

이래저래 플레이한 시간이 길다보니 어떤 모드를 플레이했던간에 최소한 천판 이상은 플레이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사실 이번사태를 겪기 전까지는 저는 개인적으로 이 '헬퍼'라는 것에 크게 당해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이제껏 4년넘게 롤을 플레이하며 '너 헬퍼!' 하면서 분개해본적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저는 과거에 헬퍼에 당해본적이 없는게 아니라 헬퍼에 당한지를 몰랐던게 아니였던가 하는

 

의심이 생겨버렸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잘하는 플레이어를 만나면 '우와 정말 잘하네!' 하고 감탄을 했었다면

 

이제는 '그때 그놈 헬퍼였던것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게시글에서 어떤분이 이번 사태가 오히려 헬퍼의 대중화를 가져오는게 아니냐 라고 하시는 말을 봤습니다.

 

또 다른 글에서는 헬퍼 프로그램의 이름, 접근방법, 지불금액 등 꽤 자세하게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헬퍼가 어떤식으로 작동하는지 잘 몰랐던 저조차 이젠 헬퍼가 어떤식으로 작동하는지 꽤나 자세히 알고

 

말았습니다. 네 저는 이제 알고 말았습니다.

 

몰랐다면 지금까지 4년동안 처럼 그저 상대방의 플레이에 감탄하며 또 다음 게임을 즐겁게 즐겼을지 모르지만

 

이젠 알아버린 죄로 똑같은 감정으로 게임에 임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이런 감정을 가진게 롤이 처음이 아닙니다. 한 10여전 전쯤에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을 정말 즐겨했었는데

 

이 게임에서 지금과 같은 경우를 똑같이 겪었었습니다. 핵이 아직 없었을 시절, 또는 아직 제가 핵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전까지는 서든어택은 제게 있어 지상최고의 게임이였습니다. 훌륭한 플레이에 박수를 쳐 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서든어택은 말이죠. 하지만 몇년이 지나 서든어택은 변질될대로 변질되었었습니다. 바로 핵 때문이였죠.

 

훌륭한 플레이를 하는 사람에게 돌아오는것은 더이상 박수가 아니였습니다. 잘하면 잘할수록 '너님 핵!' 이란 말이

 

되돌아 올 뿐이였습니다. 저조차도 제 기준에서 벗어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사람은 우선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핵이 만연했었고 누가 핵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도 없었고 이미 그즈음의 저는 제 기준에서

 

벗어난 플레이는 모두 핵으로 치부해버리는 의심병에 단단히 걸려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더이상 서로가 서로의 뛰어난 플레이를 칭찬해 줄 수 없는 그런 게임이 되어버린 서든어택을 저는 그만뒀습니다.

 

자, 이제 롤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사실 할 이야기는 이미 서든어택 이야기를 하며 다 했습니다. 이제 롤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저는 지금까지는 훌륭한 플레이를 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쳐드렸습니다. 하지만 내일의 제가 과연 똑같이 휼륭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플레이어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그 훌륭한 플레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또한 제가 어쩌다

 

훌륭한 모습을 보여줘도 과연 박수가 돌아올지도 미지수 입니다.

 

이것이 앞으로 롤에서 생겨날 가장 무서운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5대 5, 총 10인이 모여 서로서로 힘을 합쳐

 

그 대전 속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뽐내며 즐기는게 롤이라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미드에서 순간적인

 

스킬 콤보로 상대방을 삭제시키는 멋진 플레이로, 누구는 원딜로 멋진 카이팅을 이용해 상대방을 농락하며 제압하고,

 

또 누구는 마스터이로 훌륭한 맵리딩을 통한 귀신같은 백도어를 성공시키는등 롤을 플레이하는 모든 플레이어는

 

여러가지 플레이로 자신을 뽐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본 많은 이들은 이제 '의심'을 가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상대의 훌륭한 플레이를 봐도 순수히 박수를 보내줄 수 없고,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여도 돌아오는것이

 

욕설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이러한 풍조는 한번 생겨나면 쉽게 없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유저들에게 자성을 촉구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닙니다. 유저들은 상대방의 화면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순전히 게임을 제공하는 게임사측에서 근본적인 믿음을 유저들에게 제공해줘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글들을 보니 이마저도 어렵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4년간 재밌게 즐겨왔던 롤이 예전 서든어택처럼 의심이 만연한 게임이 되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오면 롤을 그만두게 되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서든어택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합니다.

 

너무나 재밌게 즐겨왔던 게임이라 그렇게 또 그만두게 된다면 참 섭섭할것 같습니다.

 

두서없이 시작한 글이 넋두리 때문에 굉장히 길어졌습니다. 회사에서 시간이 남아 이번사태에 대해 적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긴글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끝으로 문외한이라 전문적인 분야의 일들은 모르겠으나 정말 라이엇사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핵에 대해 획기적인

 

대처법을 제공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