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딜 논란.

새로운 메타 되면 새로운 칼럼 쓰려고 했는데 패치가 없었던 연말에 새로운 메타가 등장해버렸음. 메타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그냥 봇 라이너로 직스를 쓰는 것뿐이지만 이 단순한 변화가 근 몇 년 간 사정이 계속 나빠지기만 했던 원딜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것 같음.

이번 칼럼에선 원딜에 대한 분석. 이 상황에 대한 분석. 그리고 주관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함.

하지만 이 이야기부터 하자.

2. 원딜=봇 라이너?

난 EU 메타라는 말이 아주 싫음. 정확히 말하면 '현재 EU 메타는 정석으로~' 같은 말이 싫음. EU메타는 옛날 옛적에 끝났지. 탑에 마법사가 가고 정글에 캐리력 있는 암살자나 전사도 가고 미드엔 뭔 챔피언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뭐가 EU메타고 뭐가 정형화된 메타임? 라고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다. 

'봇에 원거리 딜러와 cs를 먹지 않는 서포터를 보내니까 EU메타지.' 

근데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서포터가 메인 탱커도 하고 심지어는 메인 딜러도 하는(자이라 등) 세상인데 그거 하나만 가지고 EU 어쩌고 운운하면 그냥 확대해석이라고밖에 생각이 안 듬.

아무튼, 그런 발언에도 귀담아 들을 부분은 있음. 그들이 말하는 메타의 정체성은 다른 라인은 뭔 챔피언이 가도 상관없지만 'cs를 먹는 봇 라이너는 평타기반의 원거리 AD챔피언이 가야 한다.' 라는 거지.

근데, 분명 원딜=봇 라이너는 아님. 근거를 대자면 많지. 라이엇이 분류한 역할군에선 티모는 엄연히 '원거리' 지만 얘는 봇 안 가잖아. 킨드레드와 그레이브즈는 다른 역할군을 겸하는 것도 아닌 원딜인데 정글을 돌고 있음. 오히려 얘들은 봇에 가서 원딜 하려고 하면 욕을 먹지. 그리고 우르곳은 봇 라이너지만 원딜보단 전사에 가까움.

하지만 '봇 라이너는 원딜이다' 라는 공식이 5~6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롤의 정석처럼 굳어졌음.얼마나 정석이냐면 롤 포지션 게시판도 봇 혼자 [bot ad]임. 다른 곳은 [top tank] [mid ap] 같은 게 아닌데 봇 혼자 무슨 역할군이 가는지 정해져 있음. 그렇게 보면 엄밀히 따져서 직스와 모데카이저에 관한 썰을 인벤 봇 포지션 게시판에서 얘기하면 이상한 거지. 걔들은 AD 챔피언이 아니니까.

지금 원딜 유저들(봇 라이너 유저라고 부를 수는 없겠다.)의 성토가 타 포지션의 그것보다 큰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봇 라이너=원딜 의 공식이 무너져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게 크다고 생각함. 특정 플레이 스타일이 봇 라인 하나로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타 라인의 경우에는 흔히 말하는 EU메타가 시작된 롤 초창기 때부터도 챔피언 역할의 폭이 넓었음. 탑엔 전사와 탱커도 갔지만 티모 블라디 같은 원거리, 마법사도 갔고, 정글은 주로 탱커였지만 마법사 정글러도 있긴 있었음.(피들스틱이 유일했지만)

그러니 이것부터 시작하자. 왜 봇 라이너는 원거리 딜러로 굳어진 걸까?


2.1. 원딜이 봇에 가는 이유.

많이들 아는 얘기라 구구절절 하지 않겠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설명임.

1) 봇은 2명이 가야 한다.

이건 EU메타 시작되기도 전부터 거의 고정이었음. 봇은 2명이 간다. 왜냐면 초중반 주요 오브젝트인 용이 가깝기 때문임.

그런데 한 라인에 2명이 가면 돈과 경험치를 나눠 먹어야 함. 근데 롤이란 게임이 돈과 경험치를 몰아먹은 쪽이 그 둘을 나눠 먹은 쪽보다 훨씬 센 게임임. 그래서.......

2) 봇에 한 명이 cs를 안 먹는 서포터를 한다.

이러면 경험치는 몰라도 돈은 다른 라인과 똑같이 따라갈 수 있음. 그러면 봇 라이너의 첫째 조건은 레벨이 모자라도 아이템만 있다면 큰 활약을 할 수 있는 챔피언임. 이미 여기서부터 전사-탱커-마법사-암살자-서포터 챔피언들 대부분이 다 빠지고, 레벨보단 아이템의 영향이 더 큰 AD 평타로 딜을 넣는 챔피언밖에 안 남는다.

물론 이것만이면 봇 라이너=원딜 공식이 정형화되진 않았겠지. 왜냐면 마스터 이나 트린다미어 등의 근접 평타 딜러도 있으니까.(초창기엔 없었지만 지금은 야스오도 있고) 위의 2개는 '봇 라이너로 원딜이 가야 하는 이유.' 정도라면 '원딜이 봇에 가야 하는 이유.'도 있었음.

3) 원딜은 가장 든든한 보험이다.

예로부터 원딜의 대표적인 장점은 이거였음. 원딜을 넣으면 후반이 좋아진다. 이유가 뭐냐. 

첫째. 평타에 관여하는 옵션이 많아 최종적인 딜량이 그 어떤 챔피언들보다 높다. 

둘째. 근접 챔피언과는 달리 극딜을 가도 사거리를 기반으로 비교적 위험 부담 없는 딜링이 가능하다. 

셋째. AD, 공속 템을 가는, 원거리 챔피언이라 타워도 잘 부수고 공성전이라는 걸 성립시킬 수 있다.

심지어 이런 원딜의 장점들이 옛날엔 더 좋았음. 옛날엔 지금보다 원딜 딜량도 쎘고, 원딜 생존력도 더 좋았고 AP 타워 보정치도 약해서 상대적으로 더 우월했지.

그래서 원딜을 무조건 조합에 끼워넣고 싶었음. 지금도 마찬가지임. 다른 후반 캐리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 어떤 것도 후반 원딜에 비하면 캐리력이 낮았거든. 그리고 롤이 기본적으로 타워 부수는 게임이기도 하고.


4) 원딜이 봇에 가면 약점이 사라진다.

예나 지금이나 원거리 딜러의 단점도 똑같음. 크면 가장 센데 망하면 할 거 없다. 지금이야 유틸형 원딜 운운 하며 애쉬 뽑지만 그 당시엔 지금보다 CC 위주 챔피언들도 많았고 CC의 힘도 쎘음. 애쉬 정도의 유틸은 솔직히 아무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원딜의 첫째 덕목은 딜이었지. 원딜이 가는 아이템 성능이 지금과 비교해서 더 좋았던 것도 컸음. 

말하자면 그 당시엔 정말로 원딜이 초중후반을 다 해먹을 수 있었음. 그냥 1~2코어로도 지금과 다르게 딜이 뻥뻥 나왔으니깐. 그런데 그 1코어를 뽑는 게 정말 고비였음. 핵심 하위템인 BF대검도 아주 비쌌고 1코어로 뽑아야 하는 템들 가격도 말도 안 됐음. 그래서 망할 경우 정말 엄청나게 뽑기 힘들었는데, 내가 망하면 상대는 잘 큰 것이 필연이었기 때문에 딜러간 템 차이가 벌어질 경우 정말 끔찍했음.

하지만 초중후반 다 해먹을 수 있었다는 건 오바고, 그 때도 원딜은 초반에 약했음. 과거 원딜이 요즘 원딜보다 초반이 더 쎈 것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약점이 있었음.

원딜의 특성상 라인전도 주로 평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상성에서 밀리면 역전도 못하고 초반부터 압살당하며 당연히 코어템도 제대로 뽑기 힘들다는 점도 있지. 그래서 원딜이 후반에 그 어떤 챔피언보다 좋다는 걸 알아도 솔직히 뽑는 건 부담이었음.

근데 이게 봇에 서포터랑 같이 보내면 해결되는 문제였던 거임. 한 놈이 cs를 먹을 때 한 놈이 견제하고 or 힐해주고 or 맞아주고 하니까 원딜이 그 힘겨운 초반을 버티고 무난히 코어템을 뽑는 게 가능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원딜은 봇을 가는 게 가장 좋았음. 그리고 봇에 다른 역할군을 보내는 것도 사실상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봇 라이너는 원딜만이 가게 되었다. 만약, 롤이 원딜 말고도 강력한 후반 캐리가 있었다면, 혹은 타워 부수는 능력을 가진 챔피언이 원딜 말고도 많았다면 봇 라이너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했을 수 있음.

아니었지만.


3. 원딜 탄압.

그렇지만 이 강력한 원딜의 존재가치를 라이엇 게임즈에서 계속 깎기 시작함. 솔직히 한 포지션, 그것도 특정 역할군의 영향력이 너무 크니까 당연한 일이지. 이 부분에 대해선 불만을 가지면 안 됨.

물론 다른 챔피언들도 이런저런 조정을 받았지만 원딜의 경우는 말 그대로 능력치가 깎이기만 했음. 포지션과 역할군이 구분되지 않았던 것도 크다고 본다. 원딜은 과거에 비해 초반도 안 좋고 중반도 안 좋고 후반도 안 좋아. 원딜들이 다 똑같이 안 좋아져서,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상당수 남아 있어서 그렇게까지 잘 체감되지 않는 거지.

뭐...... 방향성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음. 탱커들은 전반적으로 버프를 먹었고, 전사들은 초반의 성능을 좀 깎는 대신 중후반에 그 힘을 옮겼음. 마법사들도 딜 무자게 깎았지만 유틸능력을 아주 다양하게 줬지. 그런데 원딜의 경우는 스펙을 깎는 대신 그 스펙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조정했거든. 근데 사실 원딜은 스펙이 다 갖춰지는 후반일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걸 생기는 걸 생각하면 그냥 너프지. 초중반에 망했을 때 그나마 아주 기분 나쁘지 않은 정도의 패치.

직접적 너프 말고 간접적 너프도 크긴 함.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은 그보다도 아주 크지. 원딜이 약한 초중반은 갈수록 중요해지기만 하고, 후반 캐리력은 너프먹고, 타워는 원딜 말고도 AP챔피언도 그럭저럭 부수고(직스 한정해서 얘기하는 거 아님) 애들은 너무 단단하고 브루저들은 악마같아지고 서포터들은 원딜의 보좌역만 있는 게 아니라 게임 시작해서 40분까지 원딜보다 딜 잘 나오는 애들이나 원딜 무시하고 앞라인 물러가는 애들도 있음. 여기까진 참는다곤 치지만 원딜 자리에 직스라는 이단아가 오고 심지어 그게 기존 원딜들보다 더 좋다는 얘기도 나오기까지 하지.

본인은 여기서 [박탈감]에 집중하고 싶음. 본인도 원딜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원딜의 영향력이 적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사실 원딜이 조합에 굳이 넣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약해진 건 아니거든. 원딜 없이 스노우볼 굴리는 조합? 할 수도 있음. 근데 정말로 직스 정도가 아닌 이상 원딜이 없으면 타워를 빨리 못 부숴서 스노우볼이 빠릿빠릿하게 굴러가지 않게 되고, 필연적으로 장기전이 되는데 장기전 되면 원딜 있는 조합이 압도적으로 유리함. 원딜은 지금도 필요해.

하지만 불만이 많다는 얘기는 중요성에 비해 재미가 떨어진 거지. 위의 것을 봐도 원딜이 좋아서 한다기보단 원딜이 없으면 나빠서 넣는다는 식의 설명이잖아.

부연하면, 원딜이 가장 중요하고 재밌어지는 30~40분 게임을 잘 못가고, 설령 가더라도 이미 판이 기울어서 원딜의 영향력이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오는 것이 현 원딜 유저 불만의 근본적인 원인임.

이 부분에 더 주목해보자. 왜 후반 게임이 안 나오는가? 그리고 후반 게임을 가더라도 왜 원딜의 영향력이 적은 것처럼 느껴지는가?


4. 스노우볼링.

라이엇은 '과도한 스노우볼'을 정말 싫어함. 그 '과도함'의 기준이 뭔가는 넘어가도 이해할 수 있는 원칙임. 초반에 게임이 결정나면 정말 하기 싫거든. 스노우볼을 굴리는 쪽이든, 망하는 쪽이든. 그렇지만 스노우볼을 너프하기 위해선 후반 포텐셜을 줄일 필요도 있었음. 스노우볼링이 안 될수록 후반 지향적 챔피언들이 좋아지거든.

여기서 원딜이 왜 너프를 먹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유가 또 나왔네. 뚜벅이 칼럼에서도 원딜이 너프 먹은 이유를 설명했었고,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원딜을 버프시켜줄 이유보다 너프할 이유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무튼.

근데 웃긴 게 있음. 그렇게 과도한 스노우볼을 방지하려 애썼고 최근까지도 과도한 스노우볼을 막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는데 지금만큼 초중반 스노우볼이 중요한 메타가 없어.

왜냐. 시발 라이엇 게임즈가 후반 역전 가능성이 큰 챔피언들을 죄다 너프했기 때문임. 편파적 밸런스의 희생양인 뚜벅이들과, 합리적 밸런스의 희생양인 원딜들만큼 한타형 광역딜 or CC 챔피언은 무자게 탄압받았음. 얼마나 탄압받았나. CC위주, 혹은 장판형 궁을 가진 챔피언이 강해질 때마다 너프를 때려서 그런 챔피언들이 주로 가는 정글은 CC도 광역딜도 한타도 못하는 리신 렉사이 엘리스 니달리가 가장 좋은 챔피언이고 롤 역사상 최장기 집권을 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지.

이건 라이엇 게임즈가 정말 편파적인 밸런싱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음. 왜 그렇게 CC형, 장판형 챔피언들을 싫어하나? 왜 걔네들은 대회에서 선택될 정도로 좋아진 순간 솔랭에서도 선택될 수 없을 정도로 너프하는 거야? 말로는 '잘 쓴 궁극기 하나에 15분동안 잘 진행한 게임이 망가지는 게 싫어서'라곤 하는데 그것 때문에 15분 동안 무난한 스노우볼을 굴리는 게 가장 좋은 메타가 되어버렸음. 정말 장난치는 건가? 파괴전차도 넣어주고 CC위주 탱커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걔네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지금 메타에 CC있는 전사 혹은 전사형 탱커, 전사형 마법사 천지인 이유가 뭐임. 전사들이 지금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가장 센 역할군이라 그런 거 아니야.

지금 원딜들이 재미가 없다고 하는 이유와 지금 메타의 가장 큰 문제가 같음. 스노우볼을 막을 수가 없어. 역전을 잘 하는 챔피언들이 안 나오는 것도 있지만, 지금 우세한 팀이 그 우세를 절대 놓치지 않는 구조가 성립되어 있기 때문임.


5. 파워 그래프.

여기서는 라이엇 게임즈가 좋아하는 시간에 따른 챔피언의 영향력. 말하자면 파워 그래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용어를 확실히 정의하자. 초반, 중반, 후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난 챔피언 스킬들에서 보이는 라이엇 게임즈의 기준을 쓰고 싶음.

1~7렙 초반

7~13렙 초중반

11렙~15렙 중반

13렙~16렙 중후반

16렙~18렙 후반

18렙 극후반.

여기서 구간이 겹치는 이유는 뭐냐. 롤은 5명이서 하는 게임이기 때문임. 말하자면 현 게임의 챔피언 레벨폭이 어디 구간에 형성되어 있는가? 에서 초반 중반 후반이 갈라진다. 아니면 그냥 코어템 수의 평균치로 봐도 좋음. 코어템 없으면 초반. 하나면 초중반. 두개면 중반. 세개면 중후반. 네개면 후반. 풀템이 극후반. 

그리고, 확실히 용어를 정하겠다고 한 주제에 어처구니없는 발언이긴 하지만. 본인의 칼럼들, 그리고 이 칼럼에서 말하는 '초중반' 같은 건 위에서 정의한 7~13렙의 그 구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 초반, 초중반, 중반 정도를 죄다 통틀어서 칭하는 표현일 수 있음. 초반의 경우는 초반과 초중반을 통틀어 말하는 걸 수도 있음. 구간이 겹쳐서 생긴 일인데 이 부분은 그냥 문맥으로 알아들으셈.


5.1. 역할군 별 파워 그래프.

롤 챔피언 여섯 역할군. 탱커, 암살자, 마법사, 전사, 원거리 딜러, 서포터. 여기서 전사 역할군을 먼저 보겠음.

전사 역할군은 말하자면 딜탱. 딜도 되고 탱도 된다. 하지만 극딜을 가면 한타 때 녹고, 극탱을 가면 한타 때 기여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딜과 탱을 균형있게 올리지만 그 결과 후반에 어정쩡해진다. 이게 역할군의 공통된 특징이라 할 수 있음.

보통 전사 챔피언들은 1~2코어로 딜템을 감. 칠흑의 양날도끼, 삼위일체, 히드라, 뭐 그런 것. 그 1코어가 딱 나오고 비싼 방어 하위템(거인의 허리띠 같은)이 갖춰진 시점, 혹은 2코어가 딱 나온 그 시점 전사들은 패기의 정점을 찍음. 이 시점 전사는 같은 전사 빼고 정말 다 박살낼 수 있음. 전사는 누구든지 다 죽일 수 있는데 전사에게 죽기 전에 전사를 죽일 수 있는 애가 없거든.

이 역할은 현 메타에서 탑과 정글러가 맡고 있다. 탑은 탱커도 자주 쓴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상 정글러가 하고 있지. 1~2코어, 정글러의 경우는 1코어 나오기 전부터 전 라인을 헤집고 다니면서 일단 우세를 만들어두는 거임.

3코어 나오는 중반부턴 아무리 딜템 효율이 좋은 전사라도 탱템을 감. 여기서 더 딜을 가는 건 설령 프로가 하더라도 상당히 리스크 있는 행위임. 이 때부터 전사는 풀템까지 탱템만 사고 후반이 되면 약간 물렁한데 딜이 좀 나오는 탱커가 된다.

또, 요즘 미드에서 인기 좋은 지속딜형 마법사들을 보자. 얘들은 오래 딜해야 하기 때문에(그리고 비교적 가까이서 딜하기도 하고) 딜템 효율이 아주 좋음에도 불구하고 극딜이 아니라 탱킹 옵션이 있는 AP템을 삼. 위에서 말한 전사 챔피언보다 단단하진 않고, 힘이 갖춰지는 시기도 빨리 찾아오진 않지만 이 챔피언들은 2코어~3코어 시점에 정점을 찍고, 4코어 때도 힘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원딜의 높은 성장치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떨어짐.

그리고 원딜은 2코어까지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3코어 때부터 탑&정글의 영향력을 능가하고 4코어 때 미드 챔피언의 영향력도 능가해서 이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함. 5코어 때는 그 이상이지.

그러면 게임의 흐름을 볼 때 원딜은 중후반쯤 가서야 좀 강해진다고 할 수 있는 거지. 근데 4코어는 몰라도 3코어 정도는 게임하면서 그럭저럭 뽑히거든? 그러면 원딜들은 충분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면서도 징징거린다는 얘기가 됨.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원딜은 현재 3코어 시점에도, 어쩌면 4코어 시점에도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음. 실제로는 3코어 시점에 상당히 강함에도 불구하고 그래. 어째서냐.


5.2. 중후반 상황 A. 원딜만 잘 컸다.

블루팀 탑정글미드 챔피언들이 초중반에 막 활개치고 다녀서 잘 컸다고 치자. 그런데 레드팀은 다른 라인은 그저 그런데 원딜이 아주 잘 컸음. 중후반 시점에서 상대팀에서 가장 잘 큰 애 보다 템이 잘 나왔단 말이야? 블루팀 원딜은 한참 비실비실 한 것이 골드 차이는 비슷할지라도 딜러 차이는 압도적으로 보여.

그러면 이제 레드팀 원딜이 캐리해야겠지? 근데 막상 한타를 하면 그게 잘 안 됨. 왜냐면 이 시점에 이 잘 큰 원딜을 제외한 레드팀의 그 어떤 챔피언도 블루팀의 챔피언에게 딜이 박히지 않기 때문임. 탱커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전사도 이미 탱템 2개임. 미드도 딜 엄청 나오는데 너무 단단해. 레드팀 원딜이 아무리 딜을 잘 하려고 해도 앞라인부터 하나하나 무너져, 혹은 앞라인이 상대 앞라인을 저지하지 못해서 잘 큰 원딜이 물려버리고, 사망. 그리고 템 못 뽑은 블루팀 원딜은 그냥 편하게 프리딜을 넣어서 이김.

잘 컸는데도 캐리를 못한 레드팀 원딜은 불만이 많음. '팀원이 받쳐주지 못해서' 진 느낌. 이긴 블루팀 원딜도 불만이 많음. 객관적으로 보면 자신이 상대보다 못했는데도 그냥 버스 타서 이겼거든.


5.3. 중후반 상황 B. 원딜들이 그냥저냥 컸다.

블루고 레드고 탑정글미드가 봇에서 투기장 연 듯 박터지게 싸워서 양팀의 원딜들이 도찐개찐인 상태임. 그래도 양측 원딜들이 어찌어찌 3코어를 뽑았다고 치자. 다른 애들 상황도 비슷함. 그러면 원딜도 나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여기선 미드가 난리를 친다. 원딜들은 1~2코어 때 탑정글을 만나서 느낀 절망감을 상대 미드에게서 느낌. 딜이 안 박히는 건 아닌데 상대 팀 미드가 자기를 녹이는 속도가 더 빠름. 그리고 상대 전사들은 슬슬 탱커로 전업해서 비비적대기 시작하는데 얘들을 바로 녹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헉헉대는 동안 우리 미드가 상대 미드보다 일찍 죽었다. 그래서 화력 부족으로 앞라인부터 무너지고 체크메이트. 사망.

결국 원딜은 아무것도 못했음.


5.4. 활약할 수 있는 판이 아주 드물다!

위의 두 케이스에선 양 팀 골드는 비슷함. 한 쪽이 크면 다른 쪽이 망할 수밖에 없는 법이니 사실상 정상적으로 비등하게 굴러간 판 중 7~8할 정도는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봐야지.

그런데 그 7~8할의 경기에서 원딜의 영향력이 심각하게 부족함. 원딜이 정말 큰 영향력을 가지려면 한 30~40분까지 양쪽 팀이 팽팽해서 끝내기를 할 수 없었고, 전부 4코어 뽑아서 게임이 딜러 지키기 싸움 된 시점까지 가야함. 근데 그 시점이 상식적으로 나오기 힘들어. 그 전에 판이 기울어지는 게 말했다시피 80%는 될 거고 그렇게 후반을 가더라도 후반 승패의 절반 이상은 양측의 순수한 기량차가 아니라 실수로 결정나는 경우가 절반은 되거든. 결국 원딜들은 10판 중 9판은 그냥 끌려다니고, 1판 정도만 제대로 활약할 수 있다는 거지.

탑은 안 그럼. 탑은 적당히 큰 상황에서도 상대 딜러 하나 잘 물고 죽여서 한타 승리로 이끌 수 있어. 어쩌면 못 큰 상황에서도 기가 막히게 들어가서 한 명 따고 죽을 수도 있고. 잘 컸을 때는 걱정할 게 하나도 없음.

근데 원딜의 경우는 비등한 상황은커녕 자신이 잘 큰 상황에서도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 게임의 승패가 갈릴 수 있음.

뭐...... '잘하면 된다!'라는 말을 하면 반박이 불가능하긴 한데. 같은 티어 같은 게임인데도 특정 포지션은 더 잘 해야만 영향력을 비슷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밸런스에 문제가 있는 거지.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긴 아주 힘들다고 생각함. 원거리 딜러는 수동적이어야 밸런스가 맞는 역할군이거든. 지금 원딜이란 포지션 자체는 그럭저럭 밸런스 맞음. 위에서 말한 것도 솔직히 좀 과장한 거임.

허나 현재에선 그 수동성이 너무 심해서 원딜 유저들이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게 정말 심각해. 이건 부정할 수가 없음. 밸런스는 몰라도 재미가 없어. 그렇다고 원딜의 초중반 영향력을 무작정 높이면 그건 또 문제고, 그렇다고 후반 캐리력을 좀 약화하고 초반에 옮기는 식으로 하면 그거야말로 원딜들의 존재 가치가 없어질 거임.

그런 점에서 본인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음.


6. 탱템 조정.

탑정글의 전사 챔피언들이 초중반에 맘껏 활개치는 건 개인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함. 그걸 못하게 막으면 안 됨. 초반에 전사 챔피언이 스노우볼을 마구 굴렸으면 이기게 해줘야함.

문제는 중반에 팽팽한 경우임. 이 때 탑정글 전사 챔피언들은 3코어, 혹은 2코어로 탱템을 맞추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골드량이 비슷하더라도 원딜이 전사를 녹이기가 너무 힘들어. 전사 챔피언이 1코어로 뽑는 딜템에도 체력. 2코어에도 체력. 3코어 때 체력이 달린 방어력 템, 혹은 마방템. 그런 식으로 맞추니 중반시점부터 애들이 너무 단단해. 못 녹이는 건 아니지만 무력함을 느끼지.

옛날엔 3코어 원딜이 3코어 전사 녹였음. 최후의 속삭임이 정말 좋은 아이템이었던 게 컸지. 그 때 탱템을 맞춰봤자 3코어때 빠르게 나오는 라위의 높은 방관 앞에 전부 뒤늦은 탱킹력 확보로 전락함. 근데 지금은 전사들이 1,2코어 딜템, 혹은 딜탱템 사고 3코어 시점에 어물어물 탱템을 갖춰도 그렇게 늦지가 않아.

그렇다고 라위를 빨리 뽑는 건 말이 안 됨. 추가 방어력만 깎는데 그 시점 전사들이 갖추는 탱킹 옵션은 방어력이나 마방이 아니라 체력이거든. 그렇다고 몰왕을 뽑는 것도 말도 안 됨. 모든 원딜이 몰왕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몰왕을 3코어로 가면 4코어를 위해 방어력 체력 하위템을 마구 사대는 전사를 또 못 잡거든. 

그러니까 아이템의 스펙을 조정해야함. 딜템보단 탱템의 스펙을 조정했으면 좋겠음. 구체적으론 어떻게 하느냐.


6.1. 최종 스펙과 가격 인하.

가능하면 방어력, 마방보단 체력을 깎는 것이 좋음. 탱템의 가성비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최종 성능은 깎아서 템이 갖춰지는 후반과 중반에 몸이 약해지도록 하자.

거인의 허리띠부터 조정하는 게 옳다고 봄. 거인의 허리띠는 너무 좋은 아이템이야. 거인의 허리띠를 너프하고, 전체적인 탱템의 최종 스펙을 구체적으로 말해서 '저항 공성기' 정도의 스펙으로 떨어트려야 한다고 생각함. 특정 챔피언에게 효과적인데 그렇다고 다른 챔피언에게 덜 효과적인 것도 아닌 [정령의 형상]의 경우 특히 그런 생각이 들음.


6.2. 유틸능력 증대.

그러나 위 조정을 하면 방템이 전반적으로 약해져서 탱커들과 전사들이 싹 빠지고 그냥 마법사 메타가 도래함. 그래서 난 AD, AP 템에서 했던 조정을 탱템에서도 해야 한다고 봄. 깡스펙은 깎는 대신에 부가적인 유틸리티를 높게 주는 거지.

태양불꽃 망토의 대미지, 가시 갑옷의 반사, 란두인의 슬로우, 망자의 갑옷의 가속력, 정령의 형상의 회복량 증폭, 밴시 보호막 쿨타임. 등등.

사실 탱템의 유틸은 타 AD, AP템에 비해 약함. 스펙을 깎는 대신 유틸을 상향해서 부족해진 탱킹력의 밸런스를 맞추자. 아니면 CC의 지속력을 늘려주는 새로운 아이템이나 방어력과 마방에 비례해 추가 능력치를 주는 아이템도 좋음.

지금 문제는 탱커가 아니라 전사거든. 전사의 경우는 탱템에 붙은 유틸 능력은 ㅈ도 필요 없음. 걍 단단해지는 게 최우선이지. 그러니 전사는 탱템에 붙은 유틸 능력을 잘 못 쓰고, 탱커는 증대된 유틸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하면 됨.


6.3. 딜탱템 조정은 X

위에서 말한 것은 순수 방템(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태양불꽃 망토 포함.)에 관한 조정으로, 요림의 주먹을 기반으로 하는 딜탱템과, 블클, 트포 등등 딜링 아이템에 탱킹력이 붙은 종류의 아이템엔 어떤 변화도 없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함. 그러지 않으면 전사가 너무 약해지니까.

즉, 전사 챔피언들의 초중반 강세는 유지하되 그 이후의 애매함이란 단점을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고 봄.


6.4. 인기 없는 탱템의 경우도 조정 X

워모그나 저항 공성기등의 정말 인기 없는 방템은 굳이 손댈 필요가 없지 않나 싶음. 걔들은 이미 내가 제안한 대로 탱킹력 옵션은 별로인데 유틸 능력은 충분하기 때문.


6.5. 이 조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 장대한 뇌피셜의 의도는 하나임. 전사 및 탱커 챔피언들을 물렁하게 하는 거지. 다만 탱커들은 보상을 받아 이전과 같거나, 혹은 이전보다 나은 점도 있지만 리신 엘리스 렉사이 등등 초반 갱킹 및 딜링 능력에 치중한 전사들은 막대한 타격을 받도록 해야함.

이런 애들을 중반 넘어가는 시점에 대폭 물렁하게 만들어 중반은 물론이거니와 후반에도 탱커로 전업하는 건 꿈도 못 꾸게 해야함.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걔들은 결국 딜템을 사거나, 아니면 비효율적인 탱템을 가야만 하겠지. 그러면 원딜은 꽤 이른 구간부터 '와 나 딜 잘 나온다.'라는 생각이 들 거고, 후반엔 더욱 강해질 거임. 지금의 뽀삐 마오카이 등등의 탱템만 가는 순수 탱커 상대로도 후반에 '딜' 자체는 더 나올 거임. 원딜들이 팀에서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간접적으로 강화되는 거지.

그러면 초반의 공격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정석 및 최고의 전략이 아니라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는 전략으로 바뀐다. 그러면 메타는 이런저런 변화를 겪겠지만 정도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궁극적으론 지금보다 느려질 거고, 따라서 원거리 딜러들은 훨씬 살기 편해질 거임. 그리고 위에서 제안한 대로 탱템의 유틸 능력을 상향시키면 여태 묻혀 있었던 한타형 탱커들도 기용될 수 있을 거고 결과적으로 메타는 훨씬 다양하고 건전해질 거야.

실제로 라이엇이 이런 패치를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며, 어디까지나 개인의 뇌피셜에 불과하긴 하지만 말이지.


7. 그럼 원딜 조정은?

개개인의 조정은 몰라도 큰 조정은 필요 없다고 생각함. 지금 원딜들은 후반에 약해서 문제가 아니야. 후반을 못 가는 게 문제지. 그러므로 초중반에 힘을 실어주거나 후반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보단 공격적인 메타와 스노우볼을 약화시키는 게 문제의 해답이라고 생각함.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이건 개인 뇌피셜이고,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름. 그래도 라이엇 게임즈가 원거리 딜러에 대해 관심이 있어 보이므로 아마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함.

원딜 얘기보단 전사와 리엘렉 정글 삼대장에 대한 이야기만 하게 된 것 같지만, 본인이 관심 있고 잘 아는 주제가 그 쪽이므로 양해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