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에 롤드컵 직전에 한국팀 분석, 정확히는 당시 Koo Tigers에 관해 쓰다가 잠수탄 엘로이드라고 합니다.
그때 여러분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저도 몰랐는데 베스트 칼럼니스트 엠블렘도 받았었네요ㅎㅎ 감사합니다.
(혹여 궁금하시면 제 아디로 검색해보시면 나올거예요 다시 심심풀이로라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ㅋㅋ)

당시에 열심히 자료 모으고 분석하고 쓰다가 개인적인 사정과 추석이 겹치면서 더 이상 쓰기 힘들게 되어 글을 멈추고 잠수를 탔었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미리 사과했어야 했는데 사과가 너무 늦어졌습니다.

중간중간 간단한 움짤로 플레이 분석이나 누가 잘한 점, 누가 못한 점 등을 자게나 포지션 게시판에 쓰긴 했었는데 그쪽은 워낙 글 리젠이 빨라서 금방 묻히더라구요 ㅋㅋ

하여튼, 이번 섬머 시즌 즈음 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다시 써볼까 합니다.

최근 비인가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이나 라이엇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와 비판이 매니아 게시판의 대부분인데, 그 와중에 실질적으로 게임 플레이 관련된 정보 전달, 그리고 건전한 토론의 장이 이 글에서라도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의미로 롤챔스 2016 스프링 준결승전을 분석하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길...

참고: 전에도 제가 언급 하였듯이, 저는 외국 해설진들의 평가와 분석을 많이 참조하는 편입니다.
참고: 전 항상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분석과 해설을 합니다. 가끔 있지도 않은 데이터로 저한테 댓글이나 쪽지로 싸움 거시는 분들이 있는데 ㅠㅠ 항상 말씀드리지만 해당 근거와 자료를 갖고 덤벼주시면 서로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건설적인 토론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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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기 분석
1. 밴픽: SKT의 승리


SKT는 탑 저격밴 2개+미드밴 1개를 썼습니다. KT는 미드 페이커 밴에만 3장의 카드를 썼네요. 여기까진 무난무난.

SKT 선픽 마오카이: 설계의 시작입니다.
  마오카이는 요즘 탑픽의 고착화가 되면서 다시 매우 활용도가 높은 카드로 떠올랐습니다. 탑밴을 2개나 하고서 탑 카드를 한장 가져가버리는데, 이게 Ssumday 선수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최근 탑 라이너는 뽀삐-마오카이-에코 3파전입니다. 그 근거로 시즌 마지막 1주(20경기)+준결승 전까지의 포스트 시즌(6경기)의 탑 밴픽 양상을 보면

총 26경기 중 마오카이: 17픽 1밴 / 뽀삐: 13픽 0밴 / 에코: 10픽 13밴
으로 탑 3대장이 밴픽창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모습, 특히 에코는 13번이나 밴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탑라이너 3대 픽을 모두 Ssumday에서 뺐어간 SKT, 이 때문에 Ssumday는 크나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KT 시비르, 니달리: 무난하지만 강요당한 시비르 픽
  니달리는 무난합니다. 하지만 시비르는 사실상 강요당한 픽이라고 봐야합니다. 어제 경기에서'Arrow 그럴거면 시비르 왜 했냐?' 라는 악플이 특히 많았는데요, 사실상 Arrow의 시비르 픽은 본인이 원했다기 보다는 팀이 원해서 한 픽입니다. 왜냐고요? 
  그간 경기를 꾸준히 챙겨보신 분이나 공부를 좀 해보신 분들은 Sivir(시비르) + Maokai(마오카이) 조합의 뭘 의미하시는지 알겁니다. 외국 해설진에서는 'Pick composition'이라고 하는데요, 빠른 기동력+확실한 홀딩 CC로 적을 덮쳐서 끊어먹고 싹 빠지면서 이득을 보는 조합입니다. Sivir(시비르) + Maokai(마오카이) 이 조합을 쉽게 주면 중후반 오브젝트 싸움이 지옥으로 갑니다. 왠만하면 줘서는 안되는 조합입니다. 특히 SKT 상대로는 말이죠.

  SKT가 이 경기 전 5경기에서 항상 이 조합을 썼습니다. 

  4승 1패로 성적도 훌륭합니다. 1패는 진에어의 늪롤에 빠지면서 역전패를 당했지만, 역전패 전까지 계속 우위를 점했습니다. 이런 조합을 그냥 두라구요? 안됩니다. 어쩔 수 없이 시비르를 픽합니다.  

SKT 그레이브즈, 알리스타 픽: 무난하고 강력한 픽
  여기서는 딱히 설명할게 없네요. 그레이브즈야 정글 3대장 중 하나이고, 알리스타도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울프의 알리스타는 유명하죠. 통산전적 40승 15패로 승률 72.7%의 장인급으로 다룰 수 있는 픽입니다.

KT 피즈, 트런들 픽: 함정에 완전히 빠져버린 KT
  SKT의 함정이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마오카이의 대표적인,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카운터 픽은 트런들입니다. (반박의 여지가 있더라고 계속 읽어보세요!) Subjugate(진압)궁극기 진압, 이거 하나로 설명이 됩니다. 마오카이의 탱킹력을 박살을 내면서 녹여버릴 수 있지요. 

  "... 트런들은 그냥 마오카이 완전 초 하드 카운터 픽이예요. 그냥, 이거는, 뭐 좀 극단적으로 말씀드려도, 트런들이 마오카이와 CS만 비슷하게 먹으면 마오카이가 갱킹호응능력이 좋다는걸 활용해서 해서 트런들을 한 2데스 까지 시켜도 그 다음에 6렙 이후에 또 딜교환을 해도 또 트런들이 이깁니다."  - 2경기, 김동준 해설님 (당연히 영롱한 핑크)

  근데 왜 Ssumday는 왜 트런들을 하지 않았을까요? 간단합니다. 전적실 가서 찾아보시죠. 놀라운 비밀이 있습니다. Ssumday는 지금까지 프로씬에서 단 한번도 트런들을 플레이 한 적이 없습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SKT는 당당하게 마오카이 선픽을 할 수 있었던거죠. 절대로 카운터픽 당할 일이 없다고 자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점은 (나중에 쓰게 될) 2경기, 3경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또한, Hachani 선수의 트런들은 이 경기 전까지 10승 0패로 훌륭한 전적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연히 이 트런들은 서포터임을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Ssumday는 마오카이를 상대하기 위해서 피즈를 픽하게 되는 함정에 빠집니다. 그럼 여기서! 피즈도 전통적인 마오카이 카운터 픽인데요?! 하시는 분들 있겠죠. 지금은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네, 2015년도에는 확실히 마오카이의 하드 카운터로 피즈를 썼죠. 하지만 치명적인 차이점이 뭔지 아십니까? 6.6 패치에서 마오카이에게 마방관련 버프가 있습니다. 기본마법저항력이 30에서 32로 올랐고, 그보다 원래는 없었던 성장마방 1.25가 붙었습니다. 피즈의 데미지는 대부분 AP 데미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정말로 피즈에게는 치명적인 차이입니다. 더 이상 피즈는 마오카이의 하드 카운터가 아닙니다.
  또한, 메타상 피즈의 위치가 정말 어정쩡합니다. 2015년도와 2016년도 정글러의 역할 차이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합니다. 2015년의 탑-정글의 관계는 탑은 딜탱 브루저, 정글은 탱킹하는 메타였습니다. 즉, 2015년도 피즈는 딜탱 피즈였고, 따라서 코어템으로 Blade of the Ruined King(몰락한 왕의 검)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템이 마오카이를 찍어누르는데 핵심적인 아이템이었죠. 반면, 2016년의 탑-정글 관계는 탑은 탱커, 정글은 캐리입니다. 정글이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에 따라 팀 전체에도 탱커가 필요하게 되면서 탑이 탱커를 픽해야 하고, 따라서 최근 탑픽이 고착화 된 것이지요. (에코는 딜탱 아니냐 하실텐데, 에코 템트리 찾아보시면 탱템만 둘둘 두르고서 딜이 나오는 요상한 챔프로 설계되어 곧 너프 예정입니다.) 즉, 2016년도 피즈는 탱킹 피즈라는 포지션이 메타에 의해서 강요됩니다. 이럼 피즈가 과연 대 마오카이 전 필수 아이템인 Blade of the Ruined King(몰락한 왕의 검)을 갈 수 있을까요? 못갑니다. 탱템을 가야합니다. 그럼 마오카이를 어떻게 상대하죠? 못합니다. 이게 피즈가 더 이상 마오카이의 하드카운터가 아니고, 함정에 빠진 픽이 되어버리는 이유입니다.
  이런 이유로 피즈가 픽됐을 때 외국 중계진은 미드 피즈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탑 피즈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는, 과연 템트리를 어떻게 갈 것인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이 게임은 피즈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피즈는 라인전부터 마오카이에게 밀리며 CS차이가 10분 20개, 15분 25개, 20분 30개로 점점 벌어지며 뒤쳐졌고, 결국....
  40분 경 아이템에서 부담감이 느껴지는 CS차이(80개) 메자이의 영혼약탈자 선택
보세요! 몰락한 왕의 검이 없습니다. 순수한 탱피즈입니다!!! 왜냐구요? 메타가 탑탱커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피즈 자체가 그냥 라인에서 마오카이 져서 딜템을 갈 수 없었기도 했습니다.)  

SKT 루시안 리산드라 픽: 무난한 마무리? 리산드라도 심상치 않다.
KT 바루스 픽: 홀린 듯 픽하게 되는 바루스 픽
  루시안은 뭐 설명드릴게 없네요. 무난한 마무리로 보이는 가운데... 리산드라 픽도 사실 심상치가 않습니다. 리산드라가 픽 된 뒤 한국 해설진들이 Fly의 챔프를 예측할 때 계속 뭔가에 홀린 듯이 바루스를 언급합니다. Fly 선수가 잘 다루는 스타일인 거리두고 이득을 보며 라인을 미는 스타일(럭스, 아지르, 말자하)과도 맞고, 리산드라와 대등한 라인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설진도 언급할 정도다? 뻔하다는거죠. SKT는 이미 이겨놓은 밴픽에서 더 이상의 변수도 없앨 겸, KT에게 바루스 픽을 리산드라로 유도합니다. 그리고 Fly는 홀린 듯이 바루스를 픽하게 됩니다.
  바루스는 생존기가 없는 미드라이너로, 리산드라를 상대할 때 Cleanse(정화)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정화를 선택해야 하고, 이 때문에 빠지게 되는 스펠은 Teleport(순간이동)순간이동입니다. 운영적으로 약한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네요. 
  그리고 이 픽으로 정말 애매해지는게 또 누구일까요? 또 피즈입니다.
  바루스 픽으로 인해 KT는 Nidalee(니달리)니달리+Varus(바루스)바루스+Sivir(시비르)시비르 라는 포킹조합을 완성하게 됩니다. 아니, 완성했다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포킹조합의 진짜 완성은 '앞라인에서 적들의 돌파를 막아줄 수 있는 픽'으로 인해 완성됩니다. 예를들어 뽀삐가 들어오는 상대를 Diplomatic Immunity(수호자의 심판)수호자의 심판으로 쳐낸다든지, 아지르가 들어오는 상대를 Emperor's Divide(황제의 진영)황제의 진영으로 밀어낸다든지, 마오카이가 Twisted Advande(뒤틀린 전진)뒤틀린 전진으로 들어오는 적 챔프를 꽉 잡아둔다든지, 알리스타가 Pulverize(분쇄)분쇄로 한번 시간을 벌며 포킹조합이 다시 거리를 벌릴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냥 냅다 포킹만 한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피즈가 과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플레이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리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포킹조합은 미완의 상태로 남고, KT의 포킹조합의 핵심챔프는 한타 때마다 (트런들의 얼음기둥 대박으로 승리한 한타를 제외하고) 시종일관 이리 물리고 저리 물리며 고생하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각 팀의 승리조건(Winning condition)을 생각해보면...
  SKT는 정석조합입니다. 밸런스가 잡힌 조합이며, 마오카이의 Twisted Advande(뒤틀린 전진)뒤틀린 전진-Arcane Smash(비전 강타)비전 강타 콤보와 리산드라의 Ring of Frost(서릿발)서릿발, Frozen Tomb(얼음 무덤)얼음 무덤, 알리스타의 Headbutt(박치기)박치기-Pulverize(분쇄)분쇄 콤보 등등 CC기가 풍부한 조합으로, 끊어먹기에도 유용하고 한타도 매우 강력합니다. 상대를 물러 들어갈 수만 있으면 한타는 쉽게 지배할 수 있고, 오브젝트로 연결하기도 쉽습니다.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리산드라와 바루스의 서머너 스펠 차이로 인해 Teleport(순간이동)순간 이동이 하나 더 많은 상태로, 운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동등하게 스플릿을 하는 구도가 되면 1-3-1 스플릿을 쉽게 할 수 있게 되고, 이득을 더 쉽게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인들이 바론을 먹게 되면 지옥의 스플릿을 보여줄 수 있고, 바론을 내준다고 해도 1-3-1스플릿으로 어느정도 면역력이 있습니다. 핵심픽은 마오카이와 리산드라입니다. 상대 딜러를 물러 들어가 CC를 쏟아부어야 하는 역할인 동시에 Teleport(순간이동)순간 이동으로 스플릿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T는 포킹조합입니다. 적극적인 한타보다는 거리를 두고 카이팅하며 싸우고, 이 이득으로 오브젝트를 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렇게 우위를 점하게 되면 피즈가 비로소 스플릿을 하며 기존 KT의 하드 스플릿+딜러 키우기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CC는 바루스의 Chain of Corruption(부패의 사슬)부패의 사슬, 피즈의 Chum the Waters(미끼 뿌리기)미끼 뿌리기, 그리고 트런들의 Pillar of Ice(얼음 기둥)얼음 기둥 뿐으로 SKT에 비해 부족합니다. 따라서 끊어먹는 플레이는 어렵고, 적극적인 한타는 위험합니다. Teleport(순간이동)순간이동이 상대에 비해서 하나 부족하기 때문에 (바루스와 리산드라의 차이) 운영 싸움으로 흐르게 되면 고생을 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오브젝트 컨트롤이, 특히 바론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핵심픽은 피즈로, 피즈가 마오카이나 리산드라를 이겨내며 스플릿을 할 수 있어야 하며, 포킹조합을 물러 들어오는 상대를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스플릿에서 지게되면 KT는 운영이 불지옥으로 가게 됩니다.

2. 게임 흐름: 한타를 승리하고 오브젝트를 취득한 SKT의 승리

1. 16분~ 마오카이가 라인을 이김으로써 생긴 스노우볼링
  게임이 시작되고 16분 49초에 SKT의 운영 실수로 미드 1차가 허무하게 밀리게 됩니다. 하지만 직후 17분 16초에 미드에서 Fly가 Faker 리산드라의 Ice Shard(얼음 파편)얼음 파편-Ring of Frost(서릿발)서릿발-Frozen Tomb(얼음 무덤)얼음 무덤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CC 연계와 Blank의 그레이브즈의 끝사거리 Collateral Damage(무고한 희생자)무고한 희생자에 선취점을 내주고 맙니다. 당시 미니맵을 움짤로 보시죠.


닥치고 뛰어가는 Wolf의 알리스타가 눈에 뜨입니다.

  이 당시에 정글러와 서포터 모두가 미드만 노리고 뛸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른 라인은 이미 다 이겼거든요. 이 17분 전후 상황에 탑라인에서 마오카이는 (라인스왑이나 별 일이 없었음에도) 이미 피즈를 cs 격차 20개, 바텀라인에서 루시안은 시비르를 CS 10개 차이로 이기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피즈가 마오카이한테 지고 있다고요? 핵심픽인데? 이거 큰일났습니다. 
  바로 직후 18분 상황입니다.
 
Arrow의 시비르가 4인갱을 당해서 죽고맙니다. 마오카이는 이미 피즈를 라인전에서 이겼기 때문에 라인을 비우는 것에 대해서 부담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바텀에 Teleport(순간이동)순간 이동, 다이브 갱킹 실행. 이로 인해 이전까지 10개 정도밖에(프로씬에서 10개면 이미 지고 있는겁니다.) 차이가 나지 않던 루시안-시비르의 CS 차이가, 이후 적게는 30개, 많게는 40개까지 차이가 나게 됩니다. 탑, 미드, 바텀 다 이겼네요? KT가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2. 23분~ 급한 마음에 자멸적 한타를 벌이는 KT
  23분 상황, SKT의 드래곤 스택 겨우 2용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진 KT는 자멸하는 한타를 실행하고 맙니다.

  "There is NO reason, if you are KT, to take that fight. You need to set up and poke at the dragon in advance, you absolutely cannot go into that fight later on. (당신이 KT라면, 저 싸움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미리 자리를 잡고 드래곤에 대고 포킹을 해야지, 나중에 들어가는 식으로 싸울 수는 없다.)"   - MonteChristo 해설님

  이 해설이 한타를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마음이 급해진 KT는 본인들이 포킹 조합이라는 것을 잊은 듯이 각자 분산되어 드래곤 둥지로 겨우 2용을 막기 위해서 걸어들어갑니다. 포킹조합인데요. 명백한 콜미스 1 스크린샷을 보시면서 실수들을 살펴보시죠.

  포킹조합의 핵심은 거리를 벌려서 미리 데미지를 넣어놓고, 따라오는 상대를 떨쳐내면서 카이팅을 하여 상대를 물러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스크린샷에서 보시면, Arrow의 위치는 이미 와드에 발각된 상태이고, Ssumday는 뒷쪽에 순간 이동을 탑니다. 제가 단정짓고 말하건데, 피즈의 저 포지션은 암살자나 이니시의 포지션이지, 포킹 조합의 탱커 포지션이 절대로 아닙니다. 이건 명백한 콜미스 2.

  이후 SKT가 드래곤을 먹고나서의 상황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KT의 멘붕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드래곤은 이미 먹혔습니다. KT가 여기서 이득볼 것은 없습니다. Hachani의 트런들은 본인이 어그로를 끌고 Arrow라도 살라는 의도인지, 강가쪽으로 이동하며 상대의 시선을 끕니다. Arrow의 시비르가 궁극기를 쓰고나서 부메랑 한번 던지고 평타 한대도 못 치고 방황하는 저 모습을 보세요. 명백한 콜미스 3. 이미 드래곤은 먹혔고, KT는 도망가야하는 상황인데, 시비르가 도망가기위해 써야할 궁을 쓰고서 헤매고 있습니다.
  갑자기 왼쪽에서 Score와 Fly가 얼쩡대다가 Fly가 물립니다. Fly는 벗어나기 위해 Cleanse(정화)정화+Flash(점멸)점멸을 몽땅 씁니다만, 점멸의 위치가...? 니달리 쪽 언덕으로 써서 같이 도망가야 할 상황에 엉뚱한 방향으로 점멸을 쓰고 말고(아마 마우스 커서를 자신이 무빙하는 쪽으로 두다가 실수로 그리로 점멸을 쓴 것 같습니다.) 그레이브즈에게 잡힙니다.
  역시 애초에 도망갔어야 할 베테랑 Score도 갈팡질팡하며 재빨리 도망가지 못하고 위아래로 방황하다가, Faker 리산드라의 얼음 무덤을 맞고 죽습니다. 지켜줄 사람이 없는 시비르는 루시안에게 끝까지 추격당해 죽고맙니다. 이걸로 한방에 4데스. 이때 Ssumday 피즈는 뭐하고 있었을까요? 드래곤이 먹힌 순간 상황이 종료됐음을 알고 안전하게 집으로 귀환할 자리를 찾아가 귀환을 합니다. 그나마 제정신 차리고 플레이한 것이 Ssumday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다른 팀원들은 와르르 들어가서 자멸하는 상황이 되었을까요? 명백한 콜미스 4. 팀원간의 콜이 심하게 안 맞았다는 뜻 밖에 안됩니다.
  직후 SKT는 비록 Faker를 내주게 되지만, 피즈를 성공적으로 마크하며 바론을 차지하게 됩니다. 위에 승리조건의 내용 기억하시나요? SKT에게 바론을 내주게 되면, 현재 피즈로 스플릿을 이길 수도 없고 순간 이동도 하나 부족한 KT는 운영의 불지옥에 빠지게 됩니다.
  이 바론버프로 (중간에 messy한 한타와 피즈의 슈퍼플레이가 있긴 했지만) KT는 미드 1차, 2차 포탑, 그리고 바텀 1차 포탑을 내주고, 글로벌 골드 차이는 -3.7K에서 -6K로 벌어지게 됩니다.

  아래 스샷은 중간에 일어난 25분 45초 근처 두번째 한타 장면입니다.

  바론 버프를 두른 SKT가 바텀 2차 포탑에서 다이브 한타를 여는 장면으로, Arrow의 시비르가 아무런 보호도 없이 허무하게 터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포킹 조합에서 탱커(피즈)가 있어야 할 위치는 저 위치가 아닙니다. 물론 이후 뒷라인을 잡은 피즈의 슈퍼 플레이로 3:3 킬 교환을 만들어내지만, SKT는 탑-미드가 살아남았고, KT는 탑-서폿이 살아남았습니다. 누가 더 이득인지는 굳이 말을 안해도 되겠지요? 이 한타에서 KT가 얻은 것은 몸을 던져서 지켜낸 바텀 2차 타워 뿐입니다.
  이후 한두번의 한타가 있었고, Score 니달리의 멋진 바론스틸도 있었습니다만 이어지는 한타에서 KT는 한명을 남기고 궤멸을 당합니다. 이 동안의 과정에서 글로벌 골드 격차에는 영향이 없었고, SKT도 드래곤 스택을 3스택까지 쌓아나가며 지표에서 큰 변화없이 흘러갑니다.

3. 35분 45초~ SKT의 실수로 많은 것을 내주다.
  KT가 SKT의 용스택을 끊으며 큰 수확을 거두게 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지금까지 무난하게 승리 조건을 채워나가던 SKT가 방심을 했는지 큰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5:4 한타를 말이죠.

  언뜻 Faker의 이니시는 아주 잘 들어간 것 같습니다. 거리를 벌려야 하는 딜러 둘을 w서릿발로 묶어두고 궁극기를 써서 데미지를 엄청나게 준 상태입니다. 거기까진 좋은데... 마오카이만 있으면 완벽하게 딜러를 잡아먹는 그림인데...
  미니맵을 보시면 마오카이는 저어어어어어어어어어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것은 SKT의 콜미스. 아무리 유리해도 4:5 한타는 왠만하면 못 이기죠. 마오카이의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들어간 이니시는 오히려 팀원의 무리한 호응을 유도하게 되고, 여기서 핵심 챔프인 리산드라와 마오카이를 내주고 드래곤까지 내주고, 여파로 탑 1차 포탑까지 밀리고 맙니다. 글로벌 골드 격차는 SKT 입장에서 +7.2K에서 +4K까지 따라잡히고 맙니다.
  이후 여러 플레이에서 역시 지표는 변하지 않고 큰 그림에서 역시 변화 없이 게임이 흐릅니다. 그러던 도중...

4. 43분~ 욕심을 부린 KT의 자멸
  43분 25초, KT는 본인들의 2용을 달성하게 됩니다. 진영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로요.

  용을 누가 먹었건 그런 것은 상관 없습니다. 중앙의 원 안을 보시면 알리스타에게 핵심 딜러 두명이 모두 분쇄를 맞고 떠있습니다. 하물며 한타 조합이나 역이니시 조합이라도 딜러 둘이 이렇게 물리고 시작하면 그 한타는 그냥 끝난겁니다. 포킹조합이라면 오죽하겠습니까. 이 한타에서 KT는 라인 클리어에 핵심적인 관통형 투사체 스킬을 지닌 시비르와 바루스를 내주고, 결국 경기도 내주고 맙니다. 옆에 피즈의 위치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절대로 포킹조합에서 탱커가 있어야할 위치가 아닙니다.

3. 정리

  이것으로 SKT는 분위기 좋게 1경기를 가져가게 됩니다. 어떠한 숨겨놓은 픽이나 특별한 전략을 노출하지도 않은, 아주 무난한 정석조합으로 상대를 이겼습니다. 동시에 KT에게 크나큰 메시지를 하나 남깁니다.
  "너네 탑라이너 어떡할래?"

  이 경기의 여파를 2경기에서도 다시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같이 보시죠.

  KT는 본인들이 준비한 마오카이 카운터픽이 망가졌습니다. 그리고 플레이 자체에서 상대에게 자신들을 파훼할 단서를 제공하고 맙니다.
"우리 오늘 오더 상태 안 좋다."


4. 기타
  1. KT의 아름다운 한타
  마치 제 글만 보면 KT가 본인들의 조합 특성을 망각하고 계속 한타를 말아먹은 것 같이 써놓은 것 같네요. 꼭 그런건 아닙니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고 하니 KT의 한타가 아름답게 잘 된 경우를 스샷으로 함께 보시죠. (저는 절대 KT까가 아닙니다. 까면 이렇게 분석도 못하고 선수들 챔피언 폭이나 성향등을 꿰고 있을 수도 없다는거 아시죠?! 전에 제가 쓴 글 보시면 정성을 아실 듯 ㅎㅎ)

  41분 20초에 벌어진 한타입니다.


"기둥이! 초대박! 기둥이! 초대박!" - 클템 이현우 해설님

  이겁니다! 바로 이거라구요! 바로 이게 포킹조합이 해야하는 한타입니다!!! 크고 아름다운 기둥입니다! 트런들의 기둥으로 상대 딜러들과 거리를 완전히 벌려놨습니다. 포킹을 해야하는 니달리-바루스-시비르가 아주 안정적인 자리에서 딜을 할 수 있는 구도가 되었고, SKT는 감히 상대를 물러 들어갈 엄두를 못냅니다. KT가 계속 이런식으로 좁은 지역에서 자리잡고 딜하고, 들어오는 상대를 트런들의 기둥으로 밀어내는 식으로 싸움을 했다면 이 게임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겁니다.

  2. QSS?
  외국 해설진이, 특히 MonteChristo가 경기 내내 계속 얘기하던 내용입니다. 마오카이가 왜 Quicksilver Sash(수은 장식띠)수은장식띠, QSS를 안 가는지 모르겠다구요. 마오카이의 탱킹력은 트런들의 Subjugate(진압)진압에 의해 쉽게 무력화됩니다. 그리고 이 진압은 QSS로 쉽게 풀 수 있습니다. 마오카이의 카운터가 되는 궁극기를 1300골드라는 값싼 아이템으로 쉽게 카운터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몬테는 마오카이의 한타 탱킹력을 위해서 아이템칸을 꽉 채우기 전에라도 QSS를 하나 사서 들고다니는게 좋을 것 같다고 했고, DoA와 PapaSmithy도 이에 대해서 동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Duke는 절대로 QSS를 사지 않았고, 계속 트런들에게 탱킹력이 흡수당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바로 위의 한타에서는 세계수 같았던 마오카이가 점사를 당하기 시작하자 궁을 켠 상태로 3초만에 터지는 기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의견이었기에 한번 생각을 나눠보고자 여기에 짧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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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1경기에 대한 분석을 마치겠습니다.
곧 2경기에 관한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결승전 전에는 올라오겠지요?ㅎㅎ ㅠ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