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는 자신의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변은 어떤 생물체가 있는지만 알려줄 수 있을 만큼의 빛만 존재한다. 자신의 몸도 윤곽으로만 인식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엘리스에게는 상관없는 일.

"...기분좋은 꿈이었어."

 엘리스는 기분좋은 꿈을 꾸다가 적당한 시기에 일어났다는듯이 입가가 슬쩍 올라간채로 일어났다. 어제 일어난 일들은 그녀의 꿈속에서 다시 재현되어 기쁨을 얻기에 충분한 소재였으니까. 루시안의 죽음과 신도들을 잡아먹는 그 소름끼치는 감동.

 거미들이 신도들을 잡아먹고, 거기에서 추출할수 있는 액체야말로 그녀의 개인적인 행복이다. 자신의 피부를 개선시키는데에,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도와준다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로 사람이 아닐 것이다.

 루시안이 자신을 향해 남긴 말은 기쁨의 소재가 돼지 못했나본지 그것마저 떠올리지는 못한 것 같다.

 손이 간지럽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새끼거미였다. 아무런 명령도 없이 아침에 일어나는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이리라. 고의적으로 거미줄을 이용해서 장식해놓은 조잡한 무늬의 시계가 시야에 들어온다. 짧은 바늘이 7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침식사시간이었다.

 

"좋은 아침~"
 그림자 군도 어딘가에는 유래없을 정도로 번창했던 국가가 있었나본지 장엄한 궁전을 비롯한 여러 건물들이 잔존해있다. 그 중 가장 크고, 가장 으스스한 느낌이 풍겨나는 궁전에서 그림자 군도에 소속한 챔피언들은 모두 그곳으로 모인다. 매일 아침에, 하루의 시작을 희미하는 시기에 말이다.

"좋은 아침이라... 시계를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군."
"너를 비롯해서 헤카림과 모데카이저, 칼리스타와 쓰레쉬는 잠을 자지 않는 존재들이긴 하지. 그래도 아침이 되어야 낮이 올테고 낮이 와야 우리들의 활동에 더 적합한 환경이 주어지잖아? 요릭."

 엘리스는 원탁에 빙 둘러앉은 챔피언 전체에게 시선을 돌리다가 눈을 살며시 감으면서 요릭을 바라보았다. 신장이 크지는 않지만 덩치와 근육으로 인해 왜소하다고 느낄 수는 없는 체구였다. 그의 자리 옆에 세워진 삽과 그의 몸뚱아리에서는 오래된 거적과 신발로 인해 악취가 나는게 뻔했지만 그림자 군도를 집으로 여기고 지내는 엘리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냄새였다. 그녀의 코는 요릭의 냄새만 맡기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고보니 한자리가 비는군."

 말문이 트인 틈을 타서 주변을 둘러본 요릭.
"그건 쓰레쉬일것이다... 루시안과 관련된 행동을 하고"
 요릭의 옆자리에 있는 챔피언이 말했다.

"일반인들도 이곳에서 일주일을 살아남기가 힘든데 하물며 죽어버린 '인간'챔피언의 시체는 얼마나 간다고 그러는지..."

"그래. 산 사람들조차도 망령들의 타겟이 되기 일쑤인데 시체 하나가지고 뭘 그렇게 안달하는지."
"아마도 원수지간이라는게 마음에 걸리는거 아닐까."

 여러 추측성 발언이 난무하는 가운데 궁전에 누군가가 등장했다. 요릭에 의해 열띤 발언을 이끌어낸 화제의 인물... 아니 언데드였다.

"후... 그림자 군도에 있는 언데드들과 망령에게 조금은 실망했다."
"왜 그러지?"

"녀석의 영혼을 빼앗아가기는 커녕 시체도 건드리지 않았다. 내가 낸 상처 이후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는걸 보아 '않았다'가 아닌 '못했다'라고 여겨도 될 정도이니."
 엘리스는 떠올렸다. 그 남자가 동료들 앞에서 무릎꿇은채 무언가를 말했다는걸.

'무슨 말을 했더라...'

 하지만 그 말을 물어보기에는 모두가 불쾌했던 기억만큼은 남아있어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후에 떠올릴 수 있을거라 마음먹고 좀 다른걸 물어보았다.

"그래서 그 시체는 어떻게 했니? 너같으면 가만히 두지 않았을 텐데."

"그 말대로다 엘리스. 녀석의 시체를 이 앞바다에 버렸지."

 

 그 순간 궁전에 모인 챔피언들이 낼 수 없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소리의 발생지는 쓰레쉬였다.

"무슨 일인가..."
ㄴ쓰레쉬님, 소환사께서 챔피언에게 전쟁 학회로 소환을 명령했습니다.ㄱ

"명령이라... 거절은 불가능하겠지?"
ㄴ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포탈을 타고 전쟁 학회로 이동하여 주십시오.ㄱ

 쓰레쉬가 소지하고 있는 '디바이스'에서 안내음이 흘러나온 것이다.

 

 모든 챔피언들은 소환사가 지급해준 '디바이스'를 부착하고 있다. 그 디바이스는 원하는 사이즈로 다룰 수 있어서 영화관 스크린만큼 확대시킬수도있고 1nm만큼이나 축소시킬 수 있다. 소유자가 원할 시 디바이스가 신체 어느부위에 부착되어있든 화면으로 띄울 수 있는 이 편리한 기기는 인간이든, 언데드든, 동물이든, 그 외 생물체이든 디바이스를 모두 지니고 있다. 챔피언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부착되어 있으니까.

 아침시간에 생긴 그의 공백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동료들은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그렇다 해도 말은 간결했다.

"이미 예상한 일일테지? 갔다오라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좀 궁금하긴 한데. 모든 챔피언들은 전장 외에서의 무력충돌을 금지했는데 그런 사건을 일으켰으니."

 그녀 역시 뭐라고 말하긴 해야 했는데 남들이 한 멘트를 똑같이 하기는 뻘줌했나본지 조금 망설였다. 그 사이 쓰레쉬는 궁전의 출입문앞에 서있었고 다른 챔피언들은 각자의 멘트를 날린 상태.

 

''신경쓰지 말아라. 어차피 죽기 일보직전의 자의 발악이었을 뿐이다.''

 어제 자신의 신에게서 들은 말이다. 그럴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신은 언제나 옳았고 진리였으며 목표이자 궁극 그 자체였다. 그 존재가 직접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루시안의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상 마음에 걸릴 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챔피언들 중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응원의 의미로 네 몫만큼의 아침을 먹어줄테니, 잘 갔다오라고."
 쓰레쉬는 고개를 반쯤 돌려 웃어보였다.내 아침은 상식적으로 네 아침과는 다를텐데."

 엘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손으로 숨긴채 받아쳤다.

"그건 그렇지만 대체재가 있잖아?"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요릭

 


원작 : 요릭은 군도가 타락하기 이전의 '축복의 빛 군도' 해안가에서 살았으며, 마을에서 유일하게 망령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군도 중심의 교단 '황혼의 수도단'은 그의 특출난 재능이 있음을 알아채고 그를 교단의 일원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특출난 재능은 오히려 교단에서 배척당했는데...

 군도의 대몰락으로 인해 교단의 모든 단원들은 영혼이 빼앗긴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방에서 들려오는 속삭이는 소리에 의해 평소 목에 걸려있는 성수를 떼어내 영혼을 빼앗긴 다른 단원들과는 달리 성수를 지니고 있는 요릭은 영혼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이후 군도를 돌아다니면서 검은 안개와 대화를 했고, 자기가 묻어줬던 시체들과 조우했습니다. 요릭은 그 시체드로가 같이 다니기 시작했고 그림자 군도의 망자를 구원하기 위해 망자의 힘을 원하고 있습니다.

 딱 봐도 알겠지만 모데카이저, 쓰레쉬, 헤카림같은 챔피언은 아니고 오히려 마오카이와 가까운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팬픽(현 작품)

 


리런치 되기 이전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리 가문의 마지막 자식인 요릭은 자식을 잇지 못한 무덤지기로 생전의 삶을 마감했으나 사후에 그림자 군도에서 산자도 죽은자도 아닌 존재로 부활, 자신의 시신에 구원을 바라면서 생전의 자기가 살았던 장소로 찾아갔으나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후였습니다.

 그러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발견, 자가 가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들어왔다고...

 

 물론 이 배경도 단순한 설정일 뿐이고 작중 진행상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챔피언(...)현실고인임을 반영입니다. 그림자 군도에서 언데드들을 다음 단계로 이끄는 뱃사공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장에서의 활동은 거의 하고있지 않습니다.

 구을을 불러내고 아군을 좀비로 되살리는 네크로맨서입니다.

 원작에서의 스토리에 비해 수없는 세월이 지나서 잊혀져버린 자신을 기억해내고, 기억되기 위해 리그에 도움을 청한 챔피언인데...

 현실은...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영원히...

 

<글쓴이의 말>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 공부를 좀 하느라 지난주에 활동이 없었던 점 죄송합니다. 그런데 필기시험만 합격한 상태라... 앞으로도 갈길이 좀 머네요. 이제부터 어려워진 난이도로 공부해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