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듣는 순간, 크라크는 술기운이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놀란 나머지 소변줄기가 도로 들어갈 기세였다.


 그는 부릅뜬 눈으로 담벼락 위의 올려다보았다.


 “저 빌어먹을 요들족 녀석! 하필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담벼락 위에는 성인남자의 절반도 되지 않을 만큼 작은 키의 청년이 턱을 괸 채 앉아 있었다.


 요들족인 그는 낡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동글동글한 체격과 얼굴 생김새는 인간의 모습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요들족 청년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하하, 그 반짝거리는 물건이 담겨있는 듯한 주머니에 대해 나는 무척이나 궁금한걸!”


 크라크가 황급히 바지춤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요들족 주제에 인간의 일에는 관여치마라!”
 “거, 요들족이라는 말 좀 그만 들먹거리시지! 듣자하니 요즘 그대가 돈을 물 쓰듯 한다는 소문을 들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말씀!”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헛소문이야!”
 “쯧쯧쯧... 날 속이려 하다니, 우리의 오랜 우정이 겨우 이것밖에 안되었나?”
 “이 빌어먹을 요들족 놈이! 난 네놈 따위와 우정의 관계를 맺은 적이 없어!”


 크라크는 사납게 소리치며 팔소매를 걷어 올렸다.


 “너 오늘 잘 만났다. 그동안 네놈에게 골탕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내가 잠을 깊게 잘 수가 없어! 오늘 사생결단을 내자!”


 기다렸다는 듯 그의 동료인 세젠과 루마도 동시에 소리쳤다.


 “썩 내려오지 못해?!”
 “오늘 우리가 네놈의 뼈와 살을 분리시켜 주마!”


 요들족 청년의 눈빛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몸을 일으켜 깔깔 웃었다.


 “하하하! 나는 큰 상대일수록 좋지. 조준할 곳이 많아서 말이야. 하지만 너희 같은 쥐새끼들은 공격할 가치도 없어 보이는구나.”
 “뭐? 쥐새끼?”


 크라크 일행의 표정이 일시에 일그러졌다.


 요들족 청년은 몸을 날려 깃털처럼 가볍게 그들 앞에 내려섰다.


 “자, 내려왔다. 어쩔 셈이냐?”
 “이 땅꼬마가!”


 세젠이 무서운 기세로 팔을 내뻗었다. 그에 질세라 나머지 동료들도 요들족 청년을 향해 달려들었다.


 퍽!


 퍼벅!


 길거리 싸움에는 이골이 난 그들이었다. 그들의 합동공격은 실로 만만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요들족 청년의 몸놀림은 그야 말로

유령 같았다.


 그는 세 사람의 공격을 장난하듯 가볍게 피해내며 웃었다.


 “정말 놀랬어. 쥐새끼들의 수준이 이토록 하찮았다니.”
 “이 요들족 놈이!”


 그들의 협공은 더욱 사나워졌다. 그러나 뒤에서 지켜보던 크라크는 불안감에 뒤로 주춤 거리며 발을 뺏다.


 ‘아무래도 저 놈이 언제 주머니를 빼앗아갈지 모를 일이다!’


 그의 행동은 생각보다 빨랐다.


 동료들이 시간을 벌어주기를 바라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요들족 청년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봐, 크라크! 무엇하러 쓸데없이 힘을 빼는 거야?”


 요들족 청년은 방어만 하다가 풍차처럼 몸을 돌리며 반격했다.


 퍼버벅!


 “커헉!”

 “아악!”


 요들족 청년의 주먹과 발에 세젠과 루마를 비롯한 동료들은 급소를 얻어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요들족 청년은 재빨리 담장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담장 위를 밞으며 바람보다 빠른 속도로 크라크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돌아본 크라크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잡히면 끝장이다!”


 크라크는 요들족 청년 ‘케넨’이 3개월 전에 갑자기 나타나기 전만 해도 이곳 이케시아에서 걱정거리 없이 살아왔었다. 그를 비롯한 동료들은 뒷골목을 장악했고, 수입도 꽤 짭짤했던 것이다.


 그러나 케넨이 갑자기 나타나 그들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상황은 반대로 변해버렸다. 전처럼 건수를 잡기도 어려웠고, 어쩌다 건수를 잡는 날에는 귀신처럼 알고 나타나 훔친 돈을 다시 빼앗아 가버리는 것이었다.


 “이것만큼은 절대 안 뺏겨!”


 크라크가 부르짖는 순간.


 휘리리릭!


 케넨이 어느새 그를 추월해 앞을 막아섰다.


 크라크의 두 눈빛이 흉폭 하게 변하며 사납게 돌진했다.


 “그동안 나를 한 대도 못 때린 것 같은데,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오늘은 특별히 한 대 맞아주마.”


 크라크는 그가 피하지 않고 멍하니 서있는 걸 보고 씨익 웃었다. 젖 먹던 힘까지 실린 그의 주먹이 케넨의 배에 정통으로 격중했다.


 빠지직!


 뼈마디가 부서지는 소리가 진동했다. 그리고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악! 내 손!”


 크라크의 주먹은 강철에 부딪친 듯 박살이 나버렸다. 너무나 큰 고통에 바닥에 몇 바퀴 나뒹굴다가 입에 거품을 물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케넨의 몸에 새겨진 표식이 그의 몸을 돌처럼 단단하게 한 후 크라크의 주먹을 상대한 것이다.


 “에휴, 기회를 줘도 못 먹는군.”


 케넨은 크라크의 품을 뒤져 돈이 가득 찬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그는 그 안에 가득 들어있는 돈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꽤 묵직한걸! 대체 누가 이런 멍청한 녀석한테 이 많은 돈을 털린 거야?”


 주머니를 들여다본 그의 시야에 한 장의 편지가 눈에 띠였다. 무심코 편지를 펼친 케넨은  깜짝 놀랐다.


 “이것은... 피어스님에게 가는 편지?”



 * * *



 동쪽 하늘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오공은 밤새도록 크라크를 찾기 위해 이케시아 거리 곳곳을 누볐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망연자실한 상태가 되었다.


 “두 사부님이 나의 이런 모습을 보신다면 크게 비웃으시겠지?”


 물 몇 모금으로 허기를 채운 오공은 다시 이케시아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정오가 되었다.


 오공은 한 건물에서 나오는 무리의 남자들 틈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앗! 저자는!”


 마침내 그는 크라크를 찾아낸 것이다. 그의 오른손은 붕대로 감겨져 있었고 동료들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젠장! 간만에 건수하나 올려보나 했더니, 그 요들족놈이 나를 또 이렇게 방해하는구만!”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녀석을 없애버려야 해.”
 “비켜! 비켜!”


 케넨에게 손 하나 쓰지 못하고 당한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기세등등하게 길거리를 휘저으며 걸었다.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크라크 일행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길을 막아선 원숭이. 그는 바로 오공이었다. 그를 알아본 크라크의 얼굴이 심하게 굳어졌다.


 오공이 정중하게 말했다.


 “내 주머니를 돌려주시죠.”


 크라크의 안색이 사납게 변했다.


 “주머니?”

 “돈과 편지가 들은 나의 돈주머니!”
 “아니 이 미친 원숭이를 봤나? 내가 훔칠 것이 없어서 원숭이 물건이나 훔치는 놈으로 보이는 것이냐?”
 “.....!”


 오공의 안색이 분노로 물들어갔다. 이들에게 더 이상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었다.


 “좋게 해결을 보려고 했더니, 정말인지 상종을 못할 인간이로군. 돈은 돌려주지 않아도 좋으니 함께 들어있던 편지만이라도 내놓아라.”
 “뭐 편지?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미쳐 날뛰는 것이냐?”


 크라크는 그렇지 않아도 케넨에게 돈주머니를 빼앗긴 것만 해도 복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케넨에게 당한 일이 떠올랐다.


 “오냐! 원숭이 녀석이 인간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내 친히 네놈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마.”


 크라크는 두 눈에 시퍼런 살기를 내뿜으며 왼쪽 팔을 내뻗었다.


 오공은 본능적으로 크라크의 공격을 피하며 우주류 권법을 펼쳤다.


 퍼벅!


 “아악!”


 크라크는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10미터 밖으로 날아가더니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에 피를 울컥 토해내더니 그의 몸은 축 늘어진 채 혼절하였다.


 “.....!”


 나머지 동료들이 크게 놀랐다.


 그러나 놀라기는 오공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별 생각 없이 내뻗은 자신의 주먹에 상대가 그토록 처참하게 나가떨어질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허약한 건가?’


 오공은 황급히 크라크의 몸을 살폈다.


 다행이 그는 죽지 않고 숨이 붙어있었다. 오공은 약간의 힘만 주고 주먹을 내뻗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발생된 것은 마스터 이가 가르쳐준 우주류 권법의 위력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의 몸속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마나가 잠재되어 있는 상태가 아닌가.


 그렇기에 크라크가 즉사를 면한 것만 해도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세젠을 비롯한 나머지 인물들은 그런 것을 알 턱이 없었다. 그들은 크라크가 그저 방심해서 당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놈이 감히!”
 “쳐라!”


 그들은 일제히 허리에 찬 무기를 뽑아들고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른 오공은 크라크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구경꾼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위기의 순간.


 오공의 몸은 어느새 허공 위를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어깨에 메고 있던 여의봉을 꺼내들고 힘차게 원호를 그렸다.


 부웅!


 “윽!”

 “커헉!”


 그들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구경꾼들은 모두 넋을 잃었다. 오공을 공격했던 이들의 무기가 모두 두 동강이 나버린 것이었다.


 엄청난 공포와 전율이 그들의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들은 오공이 엄청난 능력을 가진 원숭이임을 깨달았다. 한 번의 공격으로 자신들의 무기를 두 동강 내어 버린 것에 크게 경악했다.


 만약 오공의 여의봉이 이들의 머리를 향했다면 모두 머리통이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살...살려주십시오!”
 “저희가 사람을 몰라 뵈었습니다!”


 전의를 상실한 모두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박으며 애원했다.


 오공은 여의봉을 거두며 말했다.


 “물건만 돌려준다면 당신들을 어찌할 생각은 없다.”
 “그 돈주머니는 케넨이 빼앗아 갔습니다!”


 세젠이 황급히 대답했다.


 오공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케넨?”
 “그렇습니다! 그 놈은 극악무도한 요들족 놈입니다. 남이 좋은 물건을 지닌 걸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아 버리는 녀석이지요!”


 루마가 입에 침을 튀기며 말했다.


 “녀석에 비해서 저희가 하는 짓은 그야말로 어린애 장난입니다. 그 놈은 악질중의 악질입니다! 이곳 이케시아 사람들치고, 그놈이 악랄한 도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 허어억!”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루마는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어디선가 닭다리 뼈 하나가 날아와 그의 입 속으로 처박혀 버린 것이다. 목이 막혀버린 루마는 켁켁 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내뱉으면 쓰나?”


 오공이 바라보니 건물 지붕위에 아주 작은 체구의 청년이 앉은 자세로 닭고기를 먹고 있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외쳤다.


 “요들족 도적 케넨이다!”
 “바, 바로 저놈입니다. 크라크의 주머니를 훔친 놈이...!”


 세젠이 소리쳤다.


 오공은 번개같이 케넨이 잇는 지붕 쪽으로 몸을 날렸다. 아래쪽에서 세젠이 소리쳤다.


 “제발 그놈을 해치워버리시오! 제발!”
 “저놈들이 아직 덜 맞았군!”


 커넨이 깔깔 웃음을 터트리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케넨의 몸놀림은 매우 빨랐다.


 “저 녀석을 놓친다면 편지를 못 찾을지도 모른다!”


 분노한 오공이 케넨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케넨이 힐끗 뒤로 돌아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오공! 원숭이 치고는 제법이야.”


 오공은 케넨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걸 보고, 이미 그가 편지를 뜯어보았음을 알 수 있었다.


 휙! 휘리릭!


 케넨의 이동속도는 실로 대단했다. 지붕에서 지붕을 타넘는 그의 모습은 한 마리 도둑고양이와 같았다. 하지만 오공의 이동속도 또한 그에게 뒤지지 않았다.


 마스터 이의 훈련을 받으며 아이오니아의 해변을 지칠 때까지 질주했던 그였다. 게다가 몸  속에 엄청난 마나가 생긴 뒤부터,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이동속도였다.


 두 사람은 어느새 이케시아를 벗어나 근처 숲속에 들어섰다.


 케넨은 내심 크게 놀랐다.


 “믿을 수가 없군!”


 지금껏 그 누구도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을 추격해 오던 상대가 없었다.


 “어디한번 시험해보자!”


 두 사람은 삽시간에 산등성이 하나를 넘고, 강줄기를 따라 질주해갔다. 쫓고 쫓기는 대추격전이었다. 한참을 달린 케넨은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를 뒤쫓는 오공은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둘의 거리가 점차 좁혀지고 있었다.


 ‘뭐 저런 원숭이가 다 있지?’


 케넨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오니아의 원숭이들은 저처럼 빠른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


 이미 케넨은 피어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오공의 신분을 이미 알고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원래 오공에게 편지를 돌려줄 작정이었다. 본래 케넨이 소속된 길드의 마스터는 피어스와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달아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오공이 크라크 일행과 싸우면서 펼친 그의 권법을 보고 큰 호기심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가 목격한 오공의 권법은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다.


 케넨은 적당히 오공을 골탕 먹인 후, 한번 겨뤄볼 심산이었다. 그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지닌 상대인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실수한 것 같군!’


 케넨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동속도만큼은 자신 있었던 그였다.


 그런데, 이동속도로 상대를 이기지 못한다면 나머지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이대로 저 녀석과 붙게 된다면 도둑의 누명을 뒤집어 쓴 채 망신만 당하겠군. 그 오해는 나중에 풀리겠지만 망신당한 사실이 지워질 리가 없으니...’


 케넨은 누구한테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용납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피어스에게 전할 편지를 돌려주지도 않을 수 없는 일, 그야 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10미터 이내로 좁혀졌다.


 순간 케넨은 한 가지 계략을 세웠다.


 그는 재빨리 품속에서 조그만 구슬을 꺼내 오공을 향해 던졌다. 오공이 구슬을 피하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연기가 사방을 뒤덮었다.


 ‘연막탄!’


 시야가 가려진 오공이 잠시 머뭇거리자 어디선가 케넨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건을 찾고 싶다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흑담비석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와라!”


 곧, 연기가 걷혔다.


 그러나 케넨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공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곳의 지리를 전혀 모르고 있던 처지였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두고 보자. 반드시 혼을 내주겠어!”


 한편, 오공의 추격에서 벗어난 케넨은 여유 있게 휘파람을 불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오공에게 해가 지기 전까지 흑담비석 산맥의 높은 봉우리로 오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허풍으로 해본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흑담비석 산맥의 높은 봉우리까지는 엄청나게 먼 거리였다.


 보통의 능력으로 그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 아무리 이동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었다.


 ‘녀석은 초행길이니 지름길을 알 리가 없을 거야. 내가 먼저 도착하는 것은 불을 보는 뻔하다!’


 케넨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빨리 와봐야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간신히 도착하겠지. 그럼 나는 왜 이렇게 늦었냐고 자랑스럽게 꾸짖어줘야지! 후후후후!’


 그의 모습은 이내 숲속 저편으로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