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이케시아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공은 사람들의 복장이 각양각색인 것에 놀랐고, 하나같이 큰 목소리로 떠드는 대화에 어리둥절했다.


 “이곳이 시장인가 보구나.”


 항구도시 이케시아는 예로부터 무역이 번창한 곳이었다. 대륙의 각 지방의 사람들이 시장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오공은 벌떼가 윙윙거리는 듯한 시장거리 소리의 들으며 통과했다. 길가에 늘어선 수많은 상점의 주인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밝은 것에 비해, 손님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서운 인상이었다.


 오공의 심정은 마치 기분이 들뜬 어린아이와 같았다. 시장을 벗어나자 언제쯤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고대유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수많은 유적들의 위용은 또 다른 감흥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정신없이 걸었다.


 어느새 오공은 여관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거리에 도착했다. 그는 그제야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최종 목적지는 지식학회였다. 지식학회는 이케시아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거리는 말을 타고 열흘정도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오공은 시선을 들고 내륙 쪽을 바라보았다.


 저편으로 거대한 산맥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 산맥이 도란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대장벽’이로구나. 발로란 대륙을 가로지르는 엄청난 크기의 산맥이라고 하더니... 대단하군.”


 발로란 대륙에 첫발을 내딛은 오공이었지만 이미 떠나기 전 지리를 샅샅이 외워두었었다. 지식학회로 가기위해서는 대장벽을 따라 내륙 쪽으로 들어가서 슈리마 사막을 통해서 가는 방법과 폭풍평원의 강줄기를 따라 배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었다.


 “우선은 이곳에서 하룻밤 묶고 내일 말을 사야겠다.”


 오공은 주위의 여관들을 둘러본 후 적당한 곳을 선택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저녁 무렵인지라 여관이 즐비한 거리에는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황급히 맞은편에서 달려오다 오공의 몸과 부딪쳤다.
 

 “어이쿠!”


 부딪친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오공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으신가요?”
 “이런 썅! 재수가 없으려니까... 눈 좀 똑바로 뜨고 다녀!”


 남자는 욕을 해대며 몸을 일으켰다.
 

 “비켜!”


 오공은 쓴 웃음을 지으며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한 여관 안으로 들어섰다.


 남자 직원이 황급히 달려 나와 고개를 숙이며 오공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하룻밤 묶으려 합니다만...”
 “네네! 자, 이쪽으로!”
 

 여관 안 식당에는 손님들로 꽉 들어차 있어서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 중년남성과 젊은 남녀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오공을 안내했다.


 “저기, 손님. 죄송하지만 이 손님과 합석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헤헤...”


 대화에 열중하던 청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눈길이 오공을 향했다. 웬 원숭이 한 마리가 끼어드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봐, 우린 지금 중요한 이야기 중이니깐 다른 자리로 알아봐.”
 “하하하... 저기 다른 좌석이 없어서 말이죠. 여기 의자가 하나 남아 있으니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직원은 쉴 새 없이 허리를 굽신거렸다.


 그러는 사이 함께 있던 중년의 남성과 소녀는 오공의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청년과는 다르게 둘의 인상은 선해 보였다.


 미안한 마음이 들은 오공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아무래도 제가 여러분의 대화를 방해했나 봅니다. 다른 여관을 알아봐야겠군요.”


 소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오공의 차분하고 예의바른 태도와 인간과는 다른 원숭이의 모습이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었다.


 소녀는 미소를 띠며 청년에게 말했다.


 “우리 이야기는 이쯤해서 마무리 짓고, 이분과 합석 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렇게 하세.”


 중년남성이 소녀의 말을 거들었다.


 청년은 못마땅한 기색이었지만 두 사람의 설득에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사정을 봐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오공은 재차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손님, 식사는 무엇으로 드릴까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직원이 물었다.


 오공은 난감해졌다. 오늘 대륙에 첫발을 내딛은 그가 이곳의 음식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저기, 손님?”


 직원이 다시 되물었다.


 오공은 소녀와 청년의 눈치를 슬며시 보았다. 그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차려져 있는 음식으로 향했다.


 “으음... 이...이분들과 같은 것으로...”


 청년이 슬며시 비웃었다.


 ‘한심한 녀석이로군.’


 소녀도 잠시나마 오공에게 관심을 주었던 것이 잘못이라도 한 듯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이내 오공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직원이 음식을 가져오자, 오공은 묵묵히 식사를 시작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그들의 용모에 눈길이 갔다.


 중년남성은 사십대 후반 가량으로 등에는 대검을 멘 단정한 모습이었다. 오만한 인상의 청년은 건장한 체격에 늠름해 보였으며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소녀는 날렵한 체구에 붉은 옷을 입고 있었고,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외모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당찬 매력을 풍겼다.


 오공이 음식을 다 먹어갈 무렵.


 청년의 당찬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번에 반드시 ‘흑담비석 산맥’에 웅크리고 있는 ‘레드윈드’ 놈들을 반드시 끝장내야합니다! ‘리븐’의 목은 반드시 우리 ‘로렌트 길드’에서 거둬야 체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오공은 속으로 놀랐다.


 ‘이들이 말로만 듣던 로렌트 길드의 인물들이었구나.’


 로렌트 길드는 발로란 대륙에서 이름이 크게 알려진 단체로 검술 실력이 뛰어난 영웅들 위주로 모여 있는 명문 길드였다.


 이들은 로렌트 길드의 마스터 ‘피오라’의 부하들이었다. 청년의 이름은 이케시아 출신의 ‘란트’였고, ‘리안’이라는 이름을 지닌 소녀는 레드윈드 길드의 본거지인 흑담비석 산맥 출신이었다.


 중년남성은 로렌트 길드의 부마스터 이자, 피오라의 오빠인 ‘암다르’라는 인물이었다.


 세 사람은 마스터의 명을 받고, 이곳 이케시아에 모여 있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레드윈드 길드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내는 선발대의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이미 레드윈드 길드는 뛰어난 영웅들을 선발해 흑담비석 산맥 일대로 출발시킨 상황이었다.


 “이 일만 성공한다면 전쟁학회 내에서 우리 로렌트 길드의 입지가 단단해 질것입니다. 절대 다른 길드에게 양보 할 수 없습니다.”


 란트가 호기롭게 말했다.


“란트, 레드윈드 길드와 ‘리븐’을 너무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암다르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흑석 룬 검을 다루고, 영혼의 추방자라고 불리 우는 그녀의 별칭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불멸의 요새의 다리우스 다음으로 강한 인물이다.”

 “그거야 저도 모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란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암다르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문제는 리븐이 이끄는 레드윈드 길드가 전쟁학회의 관할지역인 대륙 동남쪽에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동쪽에서 다리우스가 요새의 군대를 이끌고 침공해 올 때 리븐이 그에 동조한다면 전쟁학회는 두 개의 세력을 상대해야 하는 신세가 될 터...”
 “하지만 저는 레드윈드 길드가 다리우스의 세력과 비슷할 만큼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리븐의 레드윈드 길드는 다리우스를 추종하는 남동쪽의 길드와 클랜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걷잡을 수 없이 세력을 확장하고 말 것이다.”


 암다르의 말을 듣고 있던 오공은 큰 흥미를 느꼈다. 불멸의 요새와 다리우스에 대해서라면 이미 라이즈의 입을 통해 자세히 알고 있었던 터였다.


 ‘저 남자의 말대로라면 레드윈드 길드의 위세는 실로 엄청나구나. 게다가 리븐이라는 사람이 다리우스와 비견될 만큼 강하다고 하니...’


 란트는 자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불멸의 요새는 절대 전쟁학회를 침공해오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침공해온다고 해도 그 날로 끝장이 날 것입니다.”


 란트는 가슴을 활짝 펴며 호기롭게 말을 이었다.


 “서쪽의 거대 길드들이 힘을 합해서 만든 전쟁학회의 힘을 어찌 다리우스 따위가 넘볼 수 있겠습니까? 부마스터께서는 다리우스를 너무 과대평가 하고 계시는군요.”
 “저도 란트오빠와 같은 생각이에요. 불멸의 요새 군대와 다리우스에 대한 평과는 너무 과장된 듯해요.”


 리안이 동감하며 란트를 거들었다.


 “소문이란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믿을 수가 없어요. 파괴왕이라는 남의 별칭을 도용한 점만 봐서도 다리우스는 제대로 된 영웅이 아님을 알 수 있어요. 그를 돕는 레드윈드 길드 또한 다를 바 없어요.”


 리안이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산맥에 숨어서 전쟁학회의 추적을 피하고 있지만 조만간 깨끗이 소탕되겠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와아아!”
 “옳은 말이오. 젊은 아가씨의 말솜씨가 제법이군!”


 사람들의 환호에 리안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 광경을 본 암다르는 가벼운 탄식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오공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저 남자는 라이즈와 같은 훌륭한 안목을 지녔구나.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


 라이즈와 같은 안목으로 현재의 대륙정세의 앞날을 바라보는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암다르 또한 오랜 경험으로 깊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각과 소신이 있었으며, 기존 영웅들이 이끌고 있는 길드들의 고집과 잘못된 생각을 비판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니고 있었다.


 ‘모두들 잘못생각하고 있다. 동쪽 출신의 영웅들은 불멸의 요새를 중심으로 소리 없이 힘을 키우고 있는데 전쟁학회와 산하 길드들은 서로 공을 세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니...!’


 암다르는 속으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자신보다 한참 어린 란트와 리안 조차 그의 말을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


 ‘흑담비석 산맥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레드윈드를 없애버리는 일은 결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리븐의 명성은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암다르가 깊은 상념에 잠겨 묵묵히 술을 마시는 사이, 식사를 마친 오공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을 불렀다.


 “방을 안내해주세요.”
 “네. 하루 숙박비는 7골드입니다.”


 오공은 돈을 꺼내기 위해 품속을 뒤적였다.


 그런데 이내 그의 안색이 당혹의 빛으로 물들었다. 할아버지 오반이 준 돈이 담긴 주머니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럴 수가!’


 오공의 뇌리에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이곳에 오기 전, 부딪쳤던 그 남자가 소매치기였구나!’


 대충 상황을 파악한 직원의 표정이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이봐, 혹시 무일푼으로 식사를 한건 아니겠지?”


 오공은 난감한 상황에 얼굴이 붉어졌다.


 직원은 힐끔 오공이 메고 있는 여의봉을 바라보았다.


 “꼴에 무기는 걸치고 있군. 풀어서 이리 내놔. 값어치가 나가는 무기라면 값을 대신 할 수 있을 테니깐.”
 “저기, 다른 방법이 없겠습니까? 이 여의봉은 저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라서...”
 “뭐? 당장 내놓지 않으면 경비병을 부르겠어!”


 직원의 기세가 더욱 사나워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란트가 비웃음을 지었다.


 “이제 보니 돈 한 푼 없는 원숭이였군.”
 “란트.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두고 비웃으면 안 되네.”


 암다르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란트를 나무랐다.


 “음식 값은 내가 지불하겠소.”
 “그래주시겠습니까?”


 직원의 안색이 금세 밝아지더니 굽신거렸다.


 암다르는 오공을 보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발했다.


 “보아하니 이곳의 소매치기에게 당한 듯싶은데 앞으로는 조심하게.”


 오공은 큰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저는 아이오니아의 오공이라고 합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 그는 란트와 리안에게도 감사함을 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오공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여관에서 묵을 수 없게 된 오공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밖으로 나왔다.


 돈을 잃어버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돈주머니 안에는 피어스에게 보내는 도란의 편지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되찾아야만해.”


 오공은 어둠이 내려앉은 이케시아의 거리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대륙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 * *



 소매치기를 하는 자들에게는 누구나 예외 없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보통사람은 느낄 수 없는 성공의 쾌락에 빠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처럼 크게 한건 올렸을 때의 기쁨은 이뤄 말할 필

요조차 없었다.


 그 기쁨은 ‘크라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별 기대도 하지 않고 촌스러워 보이는 원숭이 녀석의 주머니를 슬쩍했는데, 놀랍게도 상당한 양의 돈이 가득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날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크라크는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꽤 의리가 있던 그는 친구들에게 자랑이라도 할 겸, 한턱 크게 낼 참이었다.


 그의 동료들은 평소 소매치기로 살아가는 크라크를 비웃어왔던 터였다. 하지만 그들 또한 사기꾼과 도박꾼의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크라크를 포함해서 작은 조직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크라크는 한 술집을 통째로 전세 내었다.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져 있는 실내.


 “크하하! 오늘 이 크라크님께서 돈이라는 것을 어떻게 쓰는지 똑똑히 보거라!”


 여인을 옆에 끼고 술잔을 높이 치켜든 크라크가 싱글벙글 웃으며 외쳤다.


 “호호호, 평소 크라크님의 배포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줄 몰랐는걸요?”


 이 술집에서 가장 미모와 애교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나엘란이 야시시한 옷차림으로 크라크의 무릎에 걸터앉아 아양을 떨고 있었다.


 “뭣들 하는 건가! 어서 쭈욱 들이키지 않고! 술맛이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구나!”


 크라크는 눈을 부라리며 동료들을 쓸어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제각기 옆에 끼고 있는 여인들의 속살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미 취할 대로 취한 그들이었다.


 “하하하, 크라크 자넨 정말 훌륭한 친구일세!”


 도박꾼 ‘세젠’이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나 잠깐, 밖에 좀 나갔다가 오겠네.”


 크라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사기꾼 ‘루마’가 킬킬 웃으며 말했다.


 “그 계집을 데리고 나가 살림이라도 차릴 생각인가 보군!”


 세젠이 일어섬과 동시에 다른 동료들도 일제히 여인들을 끼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실내에는 크라크와 나엘란만이 남게 되었다.


 크라크과 나엘란의 눈빛이 뜨겁게 뒤엉켰다.


 그의 거친 손길이 그녀의 옷 안으로 침투했다.


 “나엘란!”

 “아...크라크님...”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술집의 굳게 닫힌 문이 열리며 크라크 일행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남은 돈으로도 최소한 한 달은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끄윽!”


 크라크는 트림을 하며 담벼락 쪽으로 걸어갔다. 오줌이 마려웠던 것이다. 소변을 보면서 그는 나엘란의 몸매를 떠올렸다.


 “흐흐... 내일 또 와야겠군.”


 바로 그때.


 담벼락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줌발이 세찬 것을 보니 오늘 한몫 단단히 챙겼나보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