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의 모래

01. 부활

 

 

 

 

느껴지는가....... 다시 뭉쳐지는 모래알 하나하나가.’

 

떠오르는가........ 형제가 다시 재회하는 순간이.’

 

결심했는가........ 초월체여.’

 

흐아!”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리고 그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다시 자리에 누워 먼 하늘을 바라본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저 광활한 우주의 별들. 저들과 마찬가지로 조각조각 흩어진 제국의 흔적들, 모래알들. 사나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몇 천 년 전의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머릿속이 아닌 몸의 근육과 신경 하나하나가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슈리마.... 나의 몰락한 제국이여..”

 

반인반수의 모습을 가진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옆엔 보랏빛의 고대 마법이 흐르는 낡은 지팡이가 놓여 있었다.

 

다시 한 번 그 찬란한 모습을 모래 위로 드러낸다면...”

 

그는 지평선 너머로 손을 뻗어 잠깐의 회상에 잠겼다. 자신의 고향, 슈리마를 그리워하며 쓴웃음을 짓던 그는 어렴풋이 들려오는 발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왔는가. 황제의 후손.”

 

, 그럭저럭요. 나서스.”

 

 

여기까지 잘 찾아와주었구나.”

 

슈리마 사막은 제 손바닥 안에 있으니, 이곳처럼 민간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도 찾아올 수 있는 거죠.”

 

... 그래. 그 점에 대해선 나도 경의를 표하겠다.”

 

그런데, 리그에서 하지 못한 말이 뭡니까? 다른 챔피언들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이야기라도 됩니까?”

 

그 정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겠지. 너도 느꼈겠지만 리그에서 우리가 전투를 치를 때, 우리의 몸에선 미량의 모래가 흐른다. 어찌 보면 우리의 출신을 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게 뭐 어쨌는데요?”

 

그 모래알에서 제국과 함께 파묻힌 우리 형제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비명소리의 근원지 위에 서 있고.”

 

?! 하지만... 저에겐 모래알이 내뱉는 소리가 들리지 조차 않았는 걸요?”

 

그건 당연한 결과다. 넌 아지르 황제의 후손은 맞지만, 인간이지. 평범한 인간에겐 죽은 자의 원한이 들리지 않는 게 정상이다. 나와 황제, 내 아우, 제라스 녀석 같은 초월체들 만이 그 원한을 들을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린, 몰락한 제국의 왕족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이유뿐인가요? 왕족이라는 것과 원한이 들리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는 거죠?”

 

확실한 인과 관계가 성립하지. 형제들은 왕족의 착취를 받던 죄 없는 민간인들이었으니 말이다. 아지르 황제가 직접적인 착취를 시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직속 휘하의 하인이 민중의 분노를 사 왕족에게 불씨가 돌려진 것이다. 더군다나 그 하인은 아지르 황제의 피를 나누어 받아 황제의 가문의 양자 격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 하인의 이름은...”

 

제라스. 녀석이죠?”

 

그래. 제라스는 어릴 적부터 황제와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나와 내 아우가 황제를 알기 전부터 제라스는 그를 이용할 계략을 꾸미고 있었던 게지.”

 

하지만, 제가 알기론 황제께선 총명하시어 어떠한 선과 악도 구분하여 올바른 길로 가도록 이끌어주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제라스 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죠?”

 

하하... 말문이 트인 것 같군. 더 알고 싶나?”

 

저도 엄연히 슈리마 제국의 핏줄입니다! 그리고 전 알 건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니까요.”

 

당돌하지만, 그 눈을 보고 알았다. 외면적으론 들어나 있지 않지만 너의 내면은 황제처럼 평화의 선구자라는 걸.”

 

나서스는 시비르를 데리고 사막의 높은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는 지팡이를 들고 지팡이에 박힌 수정을 달빛에 비추어 태양이 뜨는 방향을 어림짐작했다.

 

태양이 뜨기까지 앞으로 3시간이 남았구나. 너에게 말하지 못한 것 첫 번째를 지금 말해주마.”

 

 

오늘, 저 지평선에서 슈리마는 부활할 것이다.”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