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공은 이에 어깨에 메고 있는 여의봉에 손을 가져갔다. 이를 본 르테르가 그를 제지시켰다.


 “잠깐, 저들은 적이 아닐세.”


 나타난 인물들은 로브를 걸친 중년의 두 남자와 십여 명의 청년들이었다.


 “부마스터님!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부마스터님!”


 중년의 두 남자가 황망한 표정으로 르테르에게 다가섰다.


 르테르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매복해 있는 레드윈드 놈들에게 기습을 당했네.”


 오공을 바라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이 원숭이 청년이 놈들을 물리치고 날 치료해주지 않았다면, 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일세.”


 중년의 두 남자는 놀라움에 눈이 크게 뜨여졌다.


 나이도 젊은 원숭이 청년이 그런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두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고맙네, 젊은이.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주었네.”
 “아...아닙니다.”


 오공도 지체 않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도 길드 내,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인가 보구나.’


 중년의 두 남자는 르테르와 함께 레드윈드 길드 토벌에 나선 서열3위 ‘미즈린’과 서열4위 ‘가엘’ 이었다.


 “부마스터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리븐의 계략에 완전히 말려든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즈린이 초조함이 깃든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곳에 백여 명 정도의 레드윈드 군대가 잠입해 있다는 정보와는 다르게 적은 무려 천여 명이 훨씬 넘는 것 같습니다.”
 “천여 명?!”


 르테르의 안색이 바위처럼 굳어졌다.


 상황은 이러했다. 레드윈드 길드는 처음부터 거짓소문을 흘려 전쟁학회 영웅들을 유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흑담비석 산맥 밖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이 차단된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제 그들은 이곳에서 쉽게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엘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곳곳에서 놈들이 기습을 감행하는 바람에 저희 쪽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작전을 세워야겠습니다.”

 “으으음...!”


 르테르의 입에서 묵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우리 로렌트 길드가 이 지경이라면 다른 길드의 상황도 비슷할 것일세.”
 “그럴 것입니다.”


 그때 치료를 마친 오공이 르테르의 몸에 붕대를 감으며 말했다.


 “해독 포션의 약효로 이제 독기가 사라졌을 겁니다. 이제 움직이셔도 괜찮아요.”
 “자네의 치료술에 감탄했네.”


 르테르는 두 눈을 감고 체내의 마나를 끌어 모았다.


 아직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다시 싸울 수 있는 기력을 되찾았다.


 르테르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미즈린과 가엘이 감탄하며 오공을 응시했다.


 바로 그 순간.


 뿌우! 뿌우!


 어디선가 나팔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고막을 찢을 듯한 나팔소리였다. 순간 르테르의 안색이 심하게 굳어졌다. 무리에 있던 한 청년이 놀라 외쳤다.


 “우르곳이다!”
 “도살자 우르곳이 드디어 나타났군!”


 르테르가 두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미즈린을 비롯한 인물들이 르테를 중심으로 사방에 원을 그리며 방어진을 쳤다. 함께 있던 오공도 덩달아 긴장했다.


 “대단한 놈인가 보군요.”


 르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레드윈드 길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남동쪽 출신의 영웅들이 뭉쳐서 만든 단체정도로 알고 있어요.”
 “레드윈드의 주축세력이 되는 다섯 개의 클랜이 있다네. 그들 중 가장 강한 인물이 바로 우르곳일세. 리븐의 오른팔익도 하지.”


 르테르의 말이 빠르게 이어졌다.


 “그는 처음에는 정상적인 보통의 몸이었지만 지금은 자운의 과학기술을 이용해 몸의 절반을 기계로 개조시켰네. 그는 리븐에 이어 레드윈드의 2인자라네. 왼손에서 발사되는 탄환을 조심하게.”


 나팔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르테르를 중심으로 방어진을 형성한 로렌트 길드원들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오공은 살면서 그렇게 기분 나쁜 나팔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마치 속을 뒤집을 듯한 거북하고 음산한 나팔소리, 어느새 그 소리는 눈앞까지 접근했다.


 뿌우! 뿌우! 뿌우!


 그러나 소리만 들릴 뿐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르테르가 외쳤다.


 “우르곳!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휙!


 휘리릭!


 사방의 숲에서 수십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에는 나팔이 들려있었고, 허리춤엔 검은 검을 차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반인반기계의 모습을 한 인물이 걸어 나왔다. 나이는 대략 오십여 세, 그의 하반신은 네 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기계였고 오른손은 주먹이 아닌 전기톱, 왼손은 총이 박혀있었다.


 ‘참으로 끔찍한 모습이구나!’


 우르곳의 모습에 압도된 오공이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곳의 시선은 르테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뱀처럼 혓바닥을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아내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낄낄낄낄... 오랜만이구나. 르테르!”


 르테르의 안색이 복잡해졌다.


 원래 두 사람은 오년 전 대장벽에서 대결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우르곳은 ‘블리크 클랜’의 수장이었다. 둘은 반나절동안 싸웠고, 우르곳이 우세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다면 르테르는 우르곳에게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르곳은 르테르보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에 만족하고 죽이지는 않았다. 르테르를 죽인다면 로렌트 길드와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기에, 당시 세력이 약한 블리크 클랜으로서는 무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오 년 전과는 달라졌다.


 리븐을 중심으로 우르곳이 이끄는 블리크 클랜을 비롯해서, 대륙 남동쪽의 모든 길드와 클랜들이 레드윈드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진 것이다.


 이제 같이 공존할 수 없는 전쟁학회와 레드윈드 소속으로 서로 다시 만난 지금, 우르곳의 입장에서는 드디어 르테르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그때는 내가 너에게 선처를 베풀었지만 오늘은 그때처럼 살아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르곳의 굵은 음성이 르테르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우르곳! 오 년 전의 내가 아니다!”
 “흐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네 놈이 소속된 로렌트는 물론이고, 이곳에 발을 들인 전쟁학회 떨거지들은 모두 몰살토록 되어있다.”


 르테르의 안색이 경직되었다.


 우르곳이 눈을 번뜩이며 크게 웃었다.


 “어리석은 놈들! 네놈들은 함정에 걸려든 것이다! 모두 쓸어버려주마!”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미즈린이 재빠르게 우르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우르곳! 네놈이 얼마나 대단한지 나랑 겨뤄보자!”


 화르륵!


 미즈린의 오른손이 화염에 휩싸이며 뜨거운 불덩이가 만들어 지더니 이내, 우르곳을 향해 발사되었다.


 우르곳은 코웃음을 터트리며 여유 있게 불덩이를 피했다.


 “미즈린, 네놈이 화염마법에 일가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조잡한 마법으로는 날 어찌할 수 없다!”


 위이이잉!


 까강!


 우르곳의 전기톱과 미즈린의 쇠지팡이가 어지럽게 뒤엉켰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전기톱과 쇠지팡이가 부딪치자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르테르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미즈린이 급한 성격을 못 이기고, 무모하게 나섰구나.”


 이미 우르곳과 겨루어본 르테르는 미즈린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몇 차례 공격을 주고받던 미즈린의 자세가 흩트려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촥!


 “아악!”


 어느 순간 우르곳의 전기톱이 미즈린의 어깨를 스쳐지나갔다. 아찔한 현기증 속에 미즈린이 어깨를 움켜쥐고 비틀거렸다.


 우르곳이 전기톱을 거두며 차갑게 웃었다.


 “조잡한 불장난과 쇠막대기로 서열 3위라니, 수치스럽지도 않나?”
 “.....!”


 미즈린의 안색은 분노로 가득 찼다.


 우르곳의 관심은 어느새 르테르로 쏠렸다.


 “르테르, 네놈이 직접 나서야겠구나.”
 “바라던 바다. 기꺼이 상대해주마!”


 르테르가 화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가엘이 그를 제지하며 결연하게 말했다.


 “부마스터님께선 이미 중상을 당하신 몸이니 제가 나서겠습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몸을 날려 우르곳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바로 오공이었다.


 여의봉을 꺼내들며 오공이 말했다.


 “제가 놈을 상대해보겠습니다.”


 우르곳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때 부하 중 한명이 우르곳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그는 조금 전 오공과의 싸움에서 도주한 괴한들 중 한명이었다.


 우르곳의 눈빛에 살기가 드리워졌다.


 “원숭이새끼가 한번 솜씨를 뽐낸 것을 가지고 오만방자하구나.”


 한편, 르테르는 걱정스러움이 앞섰다. 이미 오공의 실력을 두 눈으로 목격했지만 우르곳을 이겨낼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는 가엘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물러서게나. 저 자는 보통의 인물이 아닐세. 조금 전 상대했던 자들과는 그 수준이 달라.”
 “전 이미 여의봉을 들었습니다. 저 자를 제압하기 전까지는 여의봉을 거두지 않을 것입니다.”


 오공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르테르와 가엘이 어쩔 수 없는 듯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뒤로 물러섰다.


 오공은 가슴을 쭉 펴고 우르곳을 향해 당당하게 외쳤다.


 “어디한번 시험해 볼까?!”


 우르곳의 얼굴이 괴의하게 실룩이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어쩔 수 없지. 죽기 전에 네놈의 신분을 밝혀라.”
 “아이오니아의 오공이다!”
 “아이오니아?”


 우르곳이 살짝 놀랐다.


 “그렇다면... 우주류 길드와 어떤 관계냐?”
 “같인 뿌리라고 할 수 있지.”
 “그렇군... 우주류 무술... 꽤 쓸 만하다고 들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르곳의 표정은 상대를 무시하는 표정이었다. 우주류 길드는 대륙 남쪽에만 활동영역이 제한되어 있어 대륙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부하들이 당한 이유가 있었군. 아마도 저놈의 움직임이 생소하게 느껴졌겠지.’


 우르곳은 전기톱을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


 “우선은 네놈의 솜씨부터 봐야겠구나. 나는 피하기만 할 테니 어디한번 마음껏 공격해 보거라.”


 오공은 방심하지 않고 여의봉을 힘주어 잡았다. 그의 심장이 심하게 요동쳤다. 생각해보면 발로란 대륙에 발을 내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큰 싸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매우 사악한 놈이다. 여기서 끝을 내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놈의 손에 죽어갈 것이다.’


 짧은 순간 오공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오반과 도란, 마스터 이의 얼굴이 차례로 뇌리를 스쳤다.


 ‘내 여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부웅!


 오공은 전력을 다해 우주류 봉술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대기를 가르는 매서운 바람이 우르곳을 휩쓸었다.


 우르곳의 안색이 일순간 크게 돌변했다.


 그는 빠른 몸놀림으로 공격을 피해냈다. 서늘한 한기가 그의 몸을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여의봉이 그의 가슴을 스쳐지나가며 옷자락 일부가 찢겨져 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 충격을 받을 뻔 했다.


 ‘뭐...뭐지! 순식간에!’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생각에 잠겨 있을 겨를이 없었다. 오공의 여의봉은 다시 원호를 그리며 자신의 목을 노리고 쏘아졌기 때문이다. 우르곳은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주류 길드의 무술과 비슷하면서도 빠른 속도만이 아닌 파괴적인 힘을 겸비한 새로운 우주류 무술을 상대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그야말로 털끝만큼의 실수를 범한다면 여의봉에 자신의 머리가 으깨어질 수도 있을 판국이었다.


 ‘내가 놈을 쉽게 봤구나!’


 그는 피하기만 한다는 말을 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한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부웅!


 부우웅!


 오공의 공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날카로워졌다. 우르곳의 등줄기는 어느새 식은땀으로 젖어들고 있었다.


 한편 르테르를 비롯한 일행들은 싸움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우르곳이 피하기만 한다고 했지만, 이럴 수가...!’


 그러던 순간 오공의 여의봉이 우르곳의 어깨를 강타했다.


 “.....!”


 충격을 받고 뒤로 물러서는 우르곳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수십 년간 많은 전투를 치루며 명성을 쌓아온 그로서는 치욕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숭이 놈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분노한 우르곳이 전기톱을 작동시켰다.


 “나를 화나게 하다니!”


 약속을 어기고 무기를 쓰려하자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단 르테르가 외쳤다.


 “우르곳! 부끄럽지도 않느냐?!”
 “한입으로 두말하는 것으로 보아 네놈은 계집이 분명하구나!”


 미즈린과 가엘이 비웃으며 외쳤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우르곳에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는 가공할 기세로 오공에게 전기톱을 휘둘러가며 부하들에게 명했다.


 “전쟁학회의 졸개들을 죽여 버려라!”
 “와아아!”


 명령을 받은 우르곳의 부하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고 벌떼처럼 르테르 일행을 향해 공격했다.


 휘이익!


 방심하던 로렌트 길드원 두 명이 팔과 다리가 잘려나감과 동시에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악!”

 “커허억!”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로렌트 길드원들은 공격에 맞서기 시작했다. 그들 또한 검을 뽑아들고 바람처럼 몸을 날려 공격하자 여섯 명이 칼에 베여 쓰러져갔다.


 챙!


 채챙!


 주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편, 우르곳이 전기톱으로 공격한 순간부터 오공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전기톱의 위압감에 좀처럼 힘을 쓸 수 없었다. 전기톱의 요동치는 쇳소리만으로도 얼이 빠져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오공은 비록 뒤로 밀리기는 했지만 차근차근 우르곳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놈의 무기는 정말 괴의하구나!’


 그러나 긴장감이 커질수록 오히려 오공은 우르곳의 전기톱 공격에 흥미를 느꼈다.


 치이이이잉!


 부웅!


 오공과 우르곳은 몇 차례 공격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뒤로 밀리기만 하던 오공이 열세를 만회하기 시작했다. 싸움을 하는 순간에도, 평소 우주류 봉술을 훈련하면서 깨닫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깨우쳐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공은 위기의 순간에 초인적인 집중력이 발휘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우르곳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갔다.


 ‘이놈은 공격을 주고받을 때마다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우르곳은 점점 초조해져갔다.


 ‘이런 원숭이 녀석에게 패배한다면 그동안 내가 쌓아올린 명성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우르곳은 최대한 오공의 약점을 찾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눈이 번쩍였다.


 ‘놈은 실전경험이 부족해 보인다.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어야겠군!’


 돌연 우르곳은 왼손에 박혀있는 총을 장전시켜 전기톱으로 공격함과 동시에 총을 발사했다.


 탕! 탕!


 오공은 크게 당황했다. 전기톱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쓰고 있던 터에, 느닷없이 탄환이 날아들자 그만 자세가 흩뜨려졌다.


 퍽!


 전기톱 공격과 탄환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우르곳의 발차기에 충격을 받고 뒤로 다섯 걸음 밀려나 버렸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우르곳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휘청거리는 오공의 가슴을 향해 전기톱이 날아들었다.


 촥!


 “으윽!”


 상체의 살점이 옷자락과 함께 뒤엉켜 뜯겨 날아갔다. 그리고 다시 몇 걸음 뒤로 미끄러졌다. 우르곳이 크게 놀랐다.


 “분명 정통으로 맞았을 텐데?”


 그는 아직까지 자신의 전기톱 공격에 당학도 몸이 잘려나가지 않은 상대를 본적이 없었다. 


 전기톱의 날카로움은 그 어느 무기보다 강했다. 그의 전기톱은 상대를 토막 내어야만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우르곳은 알지 못했다. 내셔의 피를 복용한 이후로 오공의 신체는 바위보다 더 단단해진 상태인 것을.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없는 오공의 몸이었다. 하지만 몸이 아무리 단단해도 모든 충격을 완벽히 흡수 할 수는 없었다. 엄청난 충격에 시야가 흐려졌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여의봉으로 원호를 그리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것은 초인적인 인내였다.


 취이이이잉!


 우르곳의 전기톱이 다시 오공의 방어막을 뚫고 허리를 향해 날아 들어왔다.


 “크흑!”


 어느새 그의 전신은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위기의 순간 오공의 머릿속에 마스터 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공은 이를 악물었다.


 ‘절대 질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