촥! 촥!


 우르곳의 전기톱이 여러 차례 오공의 몸을 스쳐지나갔다.


 “이것으로 끝이다!”


 우르곳이 총구에서 광채가 일어나더니, 상대를 부식시켜버리는 탄환이 발사되었다. 아무리 방어력이 올라간 오공도 총에 맞으면 온몸이 타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한 그림자가 번개같이 나타나 총알을 튕겨냈다.


 쾅!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땅이 흔들거렸고, 튕겨낸 탄환은 바닥에 깊게 박혀버렸다.


 우르곳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르테르!”


 르테르가 오공의 위기를 보고 재빨리 몸을 날려 손을 쓴 것이었다. 르테르의 얼굴이 일순간 창백해졌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못한 상태로 몸을 크게 움직인 탓에 몸에 무리가 갔던 것이었다.


 그러나 르테르는 최대한 흔들림 없는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우르곳! 너의 상대는 나 르테르다! 나와 승부를 짓자!”
 “후후, 원한다면 네놈부터 죽여주마!”


 탕! 탕!


 치이이잉!


 우르곳은 르테르에게 부식탄환을 날린 동시에 오공을 향해서는 전기톱을 휘둘렀다. 르테르는 탄환을 피하느라 오공에게 뻗어지는 전기톱을 막을 수 없었다. 오공의 몸에 두 차례나 전기톱이 스쳐지나갔다.


 “윽!”
 “크흑!”


 두 사람의 신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바닥을 뒹굴며 탄환을 피해 다니는 르테르는 입에서 한 모금 핏덩이를 토해냈고, 오공은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쓰러지지 않았지만 아무런 동작을 취할 수 없는 상태였다.


 “크하하! 동시에 죽여주마!”


 우르곳이 르테르와 오공에게 동시에 공격을 가하려는 순간.


 “어림없다!”


 이번엔 미즈린과 가엘이 동시에 몸을 날려 우르곳에게 공격해왔다. 우르곳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전기톱을 휘둘러 그들을 공격했다.


 치이이잉!


 전기톱이 가엘의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그의 얼굴은 살점이 뜯겨나가며 광대뼈가 드러났다.


 “아아악!”


 가엘이 얼굴을 감싸 쥐며 비명 소리와 함께 몸을 비틀거렸다.


 미즈린이 기합소리와 함께 쇠지팡이로 우르곳의 목을 찔러갔다. 그러나 우르곳은 가볍게 공격들을 막아내며 전기톱으로 미즈린의 몸을 향해 사정없이 휘둘러대었다.


 ‘이길 수 없는 건가...!’


 오공이 비틀거리며 좌절감에 빠진 순간, 그의 뇌리에 환상처럼 아련하게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이오니아의 황금석상들이었다. 은은한 달빛, 신비로운 변화를 일으키며 움직이던 석상들...


 순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콰아아앙!


 오공의 전신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뻗어갔다.


 우르곳이 크게 경악했다.


 그의 전기톱은 오공의 몸에 닿기도 전에 무서운 반동력으로 튕겨나갔다. 톱날이 심하게 손상되었다.


 드디어 오공의 망각 속에 묻혔던 황금석상의 힘이 발현된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는 연달아 오공의 전신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아앙!


 우르곳의 몸은 그 여파로 십여 걸음이나 주르르 밀려났다. 그것은 근처에 있던 그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윽!”
 “세상에 저럴 수가!”


 주변에 있던 모든 인물들이 그 놀라운 광경에 경악했다.


 그러나 그들의 놀라움은 우르곳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오공은 마치 다른 인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의 두 눈동자는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온몸의 털은 황금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전신의 근육은 몇 배로 팽창되어 갔으며, 얼굴표정은 마치 한 마리의 야수를 보는 것처럼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


 우르곳이 넋 나간 모습으로 주춤하던 사이 오공은 여의봉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맨몸으로 무섭게 돌진했다.


 정신을 차린 우르곳은 전기톱을 맹렬히 휘둘렀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오공이 맨손으로 전기톱을 움켜잡은 것이다. 그리

고 가공할 힘으로 전기톱을 우르곳의 몸에서 뽑아버렸다.


 우두둑!


 “으아아아악!”


 우르곳의 몸에서 뽑혀 나온 전기톱은 오공의 손에 의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오른팔을 잃은 우르곳이 비명소리와 함께 바닥에 나자빠졌다.


 ‘이.....이놈은 대체 정체가.....!’


 우르곳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 뒤로 주춤 물러섰다.


 그는 마치 한바탕 악몽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지금의 상황이 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콰아앙!


 굉음, 그것은 대지를 뒤흔드는 엄청난 파열음이었다. 오공의 손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덩어리가 발사되었다.


 우르곳의 몸에 에너지 덩어리가 정통으로 격중 되었다.


 콰악!


 “아아아아아악!”


 고막을 찢을 듯한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르곳은 배가 통째로 터져 버린 채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의 뱃속에 온갖 나온 내장과 뼛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그의 시신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끔찍한 최후였다.


 “.....!”
 “.....!”


 주위는 갑자기 쥐죽은 듯 정적에 휩싸였다.


 너무도 놀란 광경에 적과 아군 할 것 없이 모두들 넋이 절반쯤 나가버린 상태가 되었다.


 오공은 상대가 쓰러지자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것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벌인 싸움이 아니었다. 극한 상황에 처해지면서 잠재되어 있던 생존본능과 잊고 있었던 황금석상의 힘이 되살아나면서 일으킨 기적이었다.


 지휘관을 잃은 우르곳의 부하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주춤주춤 물러서기 시작했다.


 “우... 우르곳님께서 당하셨다!”


 그러나 부하들 중에는 무모한 용기를 지닌 인물이 있었다. 한명이 오공에게 단검을 던졌다.


 “우르곳님의 원수를 갚겠다!”


 이에 오공의 눈빛이 다시 사나워졌다. 그는 맨손으로 단검을 쳐내버린 후, 미친 듯이 에너지 덩어리를 연속적으로 내뿜었다.


 쾅! 쾅!


 콰광! 퍼펑!


 해일처럼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덩어리들은 우르곳의 부하들은 물론이고, 근처의 나무와 바위들을 모조리 뽑아내며 날려버렸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대부분의 부하들은 에너지 덩어리에 격중 당해 몸이 박살나면서 힘없는 낙엽처럼 날아가 바위와 나무에 부딪치며 즉사했다.


 우르곳을 비롯해서 그의 부하들 모두를 전멸시킨 것이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르테르 등 로렌트 길드원들의 충격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휘이잉...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무섭게 빛나던 오공의 눈빛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고, 황금빛의 털도 본래의 색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흐릿했던 의식이 맑아지며 본래의 정신을 회복했다.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기분이었다.


 “응?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지...?”


 주변 상황에 오공이 화들짝 놀랐다.


 생각해보면 이 경험은 처음이 아니었다. 황금석상에서 발현되었던 환영들의 동작을 자신도 모르게 무아지경에 빠져들며 외워나

갔을 때, 그때에서 전신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며 석상들을 파괴시킨 적이 있었다.


 오공은 우르곳과 그의 부하들의 시체들을 보자 기분이 울적해졌다. 비록 사악한 무리들이었지만 자신의 손에 의해 처참히 죽어나간 모습을 보니 일말의 죄책감이 밀려온 것이다.


 ‘나의 손에 이들이...’


 그때 르테르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잠시 망연한 눈길로 오공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보게 오공! 내 살아생전 이런 마법은 처음보네!”


 그는 발로란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법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오공이 방금 펼쳐낸 기술에 대해 전혀 짐작초자 할 수 없었다. 보통의 마법이라면 마나를 모은 후 시전이 되는 기본적인 방식이 있지만 오공이 보여준 그것은 그의 상식을 벗어나버린 것이었다.


 가엘과 미즈린이 다가왔다.


 “자네 정말 대단하군. 오공이라고 했던가? 지금까지 수많은 영웅들을 보아왔지만, 자네처럼 이토록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은 본적이 없다네!”

 “정말 대단합니다!”


 오공은 평소 기억조차 못하는 황금석상의 힘에 대해 그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자 괜히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오공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하.. 과찬의 말씀입니다.”


 미즈린은 그의 겸손함에 감탄했다.


 ‘어쩌면 이 청년은 큰 인물이 될 것이다!’


 그때 르테르가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자, 상황이 종료되었으니 다른 길드원들을 서둘러 찾아보도록 하세.”


 그제서야 다른 인물들도 퍼뜩 정신이 들었다.


 가엘이 길드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사망한 길드원들의 시신을 한곳에 묻어라.”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틈에 오공은 부상자들을 치료해주었다. 시신을 다 묻은 일행은 서둘러 길을 떠났다.


 달은 구름에 가려지고 사방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해졌다. 그렇다고 횃불을 밝힐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곳곳에 잠복하고 있을 레드윈드 군대와 마주치기 않기를 바라며 일행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앞이 보이질 않아 더듬거리며 걸었다. 그러나 오공만큼은 마치 대낮을 걷는 것처럼 안정된 자세로 나아갔다.


 그 모습에 르테르가 감탄하며 말했다.


“자네는 전혀 어둡지가 않나보군. 원숭이족의 특성인가?”


 오공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이것은 원숭이이기 때문에 어둠에 익숙한 것이 아닌, 조금 전 우르곳과의 전투 후, 오공의 신체능력이 한 단계 증진된 것이었다. 싸움을 치르고 난 뒤라면 지치는 것이 당연한데 오히려 강해진 느낌이라니... 참으로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공은 알지 못했다. 내셔의 피를 들이마신 그였지만 그 피가 모두 체내에 흡수된 것은 아니었다.


 차마 흡수되지 못했던 내셔의 피의 기운이 몸속에 남아있었고, 그것이 우르곳과의 싸움에서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덕분에 마저 흡수된 것이었다.


 그로인해 그의 마나는 더욱 증가되었고 모든 신체기관이 한 단계 진화된 것이다. 그러나 오공은 자신의 몸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나마 여유를 찾게 되자 그는 케넨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요들족 녀석은 왜 이곳으로 날 유인한 것일까?’


 그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순간, 누간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앗!”


 시체들이었다. 일행 중 한명이 시체를 밞은 것이었다. 르테르가 굳은 얼굴로 살펴보니 ‘스트렌’ 길드에 소속된 인물 네 명이 죽어있었다. 오공은 시신들이 너무 참혹하게 살해된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르테르가 침통해하며 말했다.


 “이 자들 또한 독화살에 당했군.”


 일행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잔인한 놈들...!’


 일행은 시신을 묻어주고, 다시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 이번에는 로렌트, 스트렌 길드에 소속된 인물들의 시체들이 발견되었다. 그들의 몸은 더욱 처참하게 도륙 당한 상태였다.


 사태로 보아 상당수의 인물들이 기습에 당한 것 같았다.


 오랜 세월 함께 지냈던 동료들이 죽어있는 모습을 보자, 일행들은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그들 자신도 오공의 활약이 없었다면 똑같은 신세가 되었을 것이었다.
 

 “이 죽일 놈들!”


 누군가의 분노석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


 오공도 그들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그의 몸 깊은 곳에서 적개심이 치밀어 올라왔다.


 그때였다.


 오공의 귓가에 희미한 인기척이 들려왔다.


 “쉿,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공의 말에 르테르 일행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들은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이다.


 미즈린이 의아한 얼굴로 오공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


 휘릭!


 바람을 가르며 누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일행은 바짝 긴장하며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다가오던 그림자는 오공과 르테르 일행을 발견한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오공은 상대방의 용모를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입에서 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요들족, 케넨!”


 르테르는 오공에게 케넨과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미즈린을 비롯한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케넨? 킨코우의 케넨이 이곳에 왔단 말인가?”


 케넨도 그제야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휘익!


 “모두들 무사하셨군요.”


 케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인사했다.


 일행은 그제야 케넨의 몸도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온 몸에는 다른 사람들의 피로 얼룩져있었다.


 르테르가 경직된 얼굴로 물었다.


 “자네가 이곳에는 어쩐 일인가?”

 “아, 그게 말이죠...”


 뭔가 대답을 하려던 케넨의 안색이 갑자기 묘해졌다. 일행들 틈에서 오공을 발견한 것이다.


 ‘나 때문에 이곳에 와서 괜한 고생을 했구나.’


 그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미안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그는 한숨을 쉬며 르테르를 바라보았다.


 “저는 원래 마스터의 명령으로 레드윈드 놈들의 움직임을 조사하기 위해 이곳에 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