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신도들에게 존경을 받고 우러러보이는 그녀지만, 그 모습이 다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섹시하고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는 여자가 오히려 요조숙녀의 느낌을 풍기는게 위화감이 들 것이다.

 

 그녀의 일과는 일주일을 기준으로 생활을 하는데, 흔히 말하는 월화수목금요일, 즉 평일에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기에 그녀는 사제활동이나 챔피언으로서의 전장활동이나 자유활동 이 세가지를 원하는대로 골라서 행동할 수 있다. 자운의 평일은 어느 국가든간에 바쁘기 때문에 많은 신도들이 찾아와서 예배를 드리기가 힘들고, 그녀 또한 얼마 되지 않는 수의 신도를 위해서 교회 안에서 기다릴만한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서 더욱 그럴 일은 없다. 그렇다고 챔피언 활동을 열심히 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챔피언은 전장에서의 전적을 토대로 삼아 랭크를 정하는데 S,A,B,C 이 네가지로 구분된다. S 랭크에 속하는 챔피언들은 꾸준한 전장활동과 승률을 겸비한 편에 속하고, A 랭크에 속하는 챔피언들은 활동빈도에 비해 전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B 랭크와 C 랭크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데, 이 부류의 챔피언들은 전장에서의 활동빈도가 낮거나 승률이 낮거나 아니면 둘 다 해당하는 경우, 세가지 부류로 나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승률이 조금 더 좋을시 B 랭크고 더 나쁠시 C 랭크다.

 엘리스의 랭크는 B. 전적 자체가 최악이라고 평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지만 워낙에 참여율이 낮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밀려난 케이스다. 그녀가 리그에 처음 합류한 직후에는 기본으로 A 랭크에서 노는 물이었고 전성기라 불리는 시절에는 S 랭크까지 도달했지만 부진한 활동에 의해 자연스럽게 랭크의 하락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랭크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챔피언이라는 직업 자체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인지도를 갖고 있고, 랭크에 따라 수입이 결정된다는 차등분배 시스템이 있어도 C 랭크의 챔피언에게 들어오는 수입은 어지간한 다른 직업의 수익보다 웃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종교활동으로 모은 수익은 몇백억, 아니 몇천억에 이른다. 챔피언으로 들어오는 수입을 올리는 것보다 몇 명의 신도들을 더 포섭해서 수입을 올리는게 더 쉽다.

  결정적으로 그녀에게 있어서 챔피언은 단지 남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또 하나의 직업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 챔피언이 왜 되었냐는 의문을 가질텐데,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모든 것은 그녀가 따르는 신을 위한 것이고, 챔피언으로 등극을 함으로써 소환사들에게도 자신의 독실함, 충성심이 가득한 사람임을 보여줘서 '자신은 이런 잘난 사람이다'를 인정받기 위함이다. 단순히 세계의 암흑화라든가 정복이라든가 하는 목적으로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한참 잘못된 결정이다. 소환사들은 '인류의 재구성'이후에 벌어진 전쟁을 막기 위해 챔피언이라는 직업을 만들어 제한된 공간에서만 싸우게 해왔다. 한마디로 챔피언이 된 순간 똑같은 강자라고 해도 자유도가 떨어지고 구속받기 때문인데, 엘리스는 그런 포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지금의 삶에 만족해왔고 앞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자기가 숭배하는 그 신이 있기에 사람들을 홀려서 집단학살을 할 명분이 생기고, 그로 인해 끊임없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단 한명밖에 없는 '진짜 신도'에게 부여하는 힘은 챔피언으로 뽑힐 정도의 전투력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래왔으며, 만족하고있기때문에 그 이상을 원하지 않고 반복해나갈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양분이 되어준 나머지 더 이상의 이득을 볼 수 없을 정도의 아득히 먼 날의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을것이다.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풍기는 그녀에게 있어서 잔인함이나 냉정함은 수단도 아니고, 미래를 위함도 아니다. 단지 지금, 순간순간을 위해서일뿐.

 

 사제활동과 챔피언 활동이 이렇게 연대기적인 설명을 이끌어가면서까지 즐기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왔고, 남은 것은 단 하나, 자유활동... 이라해도 간략해보면 다양하다고 할 수는 없는게, 여러 맛집에 가봐서 음식을 먹어보거나, 열악한 환경을 가진 이곳 자운을 산책하거나, 아니면 쾌락의 극치를 느끼거나...

 자운의 아이덴티티이자 특장점은 자유이다. 뛰어난 과학기술을 가지고도 '자유'때문에 방법용 CCTV의 설치가 저조하다는 궤변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여긴 이래서 너무 좋은 곳이야... 반해버리겠다고 이런데~"

 그녀는 기쁨을 숨기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들어가는 클럽에서 일으키는 일만봐도 그렇다.

 시야에 도움을 주는 빛이 아닌 광란을 돋우는 빛으로 가득찬 밀폐된 공간. 그녀가 인파속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그녀가 챔피언이라는 사실마저 알아차리기 힘들어진다. 단지 길고 예쁜 다리를 가진, 마르지만 가슴이 큰, 섹시한 여성으로만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어이없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화려한 조명아래에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거나 수다를 떨고, 술을 마신다. 이 모든 환경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각과 감성, 감정에만 의존하게되는데 어떻게 그런 여자에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엘리스는 전략적이다. 남녀가 1:1정도로 모여있는 곳에 있지 않고 남자가 더 많이 있는곳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춤을 추거나 와인을 마시면서 남자들의 의상을 본다. '샌님'인가, '왕자님'인가, 아니면 '양아치들'인가...

'좋아. 저 무리다.'

 그녀가 있는 공간 자체가 그런 공간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남자들을 현혹시킬수 있는 쪽으로 다가간다. 답은 정해져있으니까.

 

 그들과 어울려서 더 많은 즐거움을 위해.

<계속>

 

<글쓴이의 말>

 

 달리 쓸말이 없네요. 공백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