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는 자유활동에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을 누리고 숙소로 돌아갔다.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의 남자들은 외모만 달랐지 똑같은 존재이다. 그녀의 이빨에, 다리에 놀라면서 죽어나간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적극적인 공세에 넘어갔다. 오늘과 같이 그녀의 요염한 자태를 강조하면서 들이대면 열에 열은 모두 넘어갔다. 뭐랄까. 그들은 정말로 이 여자와 잠자리라도 같이할 생각이었던걸까.

 관점을 바꿔서 말하면 그렇게 넘어가는 사람들을 볼만한 좋은 안목을 가진 그녀라는 뜻도 있다. 물론 그녀의 눈이 좋을수도있고 자신의 신이 도와준걸지도.

 그녀가 따르는 신이 있어서 젊음과, 힘과, 권력과, 돈마저 얻을 수 있었다. 그 덕에 엘리스가 자신의 신에 대한 충성심이나 숭배도 강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더 많은 요인에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 신(神)이란 그런 존재니까.

 자유활동 이후로 몇 시간이 흘렀고, 지금 그녀의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척이면서 눈을 감았음에도 무시할수 없는 조명과 온도가 다가온다. 눈을 떴다. 다시 눈을 감기 전의 풍경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고급 침대 앞에있는 TV의 스크린이 어둠에 가려졌을텐데 상체를 일으켜 그 곳을 주시해보니 배경과 정반대의 느낌을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눈에 들어오는 유리잔의 투명함, 그리고 새끼거미들... 그렇다. 아침이었다.

 

 그녀가 잠을 취했던 곳은 자운에서 알아주는 호텔이다. 분명 자운이 종교활동의 본거지가 맞고, 전장활동을 많이 하지않지만 엘리스가 취할 수 있는 선택권은 그리 많지 않기에 지출금액이 적은 편.

 남는 공간없이 딱 달라붙는 검은색 챔피언복장이 그녀에게는 평상복으로 취급된다. 물론 타국의 왕이나 기사들이 챔피언인 경우에도 이와 같지만 그들이 엘리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은 그 외에도 다양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것.

 0%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엘리스의 복장은 진짜로 바뀌지 않는 편이다. 복장이 바뀌지 않는건 맞지만 같은 옷은 여러벌 있으니까. 주단위로 자운을 활동하는 그녀인만큼 자운에서 지낼때는 예비 챔피언복을 5벌정도 가져온다. 물론 챔피언으로써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 인해 가방을 싸서 챙기지 않는다.

 그때문일까. 엘리스는 노동자까지는 아니지만 열심히 활동할 것 같은 그녀지만 실상은 편한것만 추구하고 게으른 사람이다. 자운에 상당기간을 활동하는데 시간을 쓰지만 집을 안가지는 이유는 자기가 치우기 싫어서이다. 그렇다고 하인을 시키자니 그녀의 은밀한 살인이 들킬수도 있다. 그래서 돈도 남아나겠다, 비싼 호텔에서 머무는 것이다.

 벌써 9시가 넘었다. 배도 고프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아깝게 지나갈 시간이지만 엘리스는 달랐다.

"이 방에 있는 음식들로도 아침 점심까지는 배불리 먹을 수 있겠지?"

 그날 엘리스는 대부분의 하루를 TV 앞에서 보냈다고 한다.

 

 몇일 뒤 마침내 그녀가 본격적으로 사제활동을 하는 날이 왔다. 이날이후 몇일동안은 바삐 움직여야 하는 기간이다. 호텔에서 나와 자신의 영역으로 발을 옮겼다.

"저 시장쪽에서 싸움이 일어났대."
"그래?"
"그런데 문제는 개인끼리의 싸움이 아니더라고. 무리를 지어서 싸우고 있던데?"

'패싸움...인가.'

 별 감흥이 없는 반응이었다. 맞짱이든, 패싸움이든, 엘리스가 신경써야할 이유가 없다. 사람이 죽어도 감흥하나 못느끼는 요즘 사람들에게 싸움소식이란 하나의 소식일 뿐이다.

'그런데.'

 싸움에 관한 소식을 무시하고 걷자니 시야 밖에서부터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엘리스는 목운동을 하는 시늉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쏠려있는 것이다. 그들은 엘리스의 살인사실도 모를 것이고 거미교에 대해 알고있다해도 이런 시선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분명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뭐야... 빨리 이곳을 지나가야겠어.'

 사람들의 시선을 떨쳐버리기 위해 뛰어가는 와중에도 그들의 시선에 담긴 의도가 무엇일지 엘리스는 궁금해했다. 고개를 살짝 틀어서 보는, 실눈으로 흘겨보는, 무슨 행동을 촉구하길 바라는듯했다.

'서둘러라 엘리스. 당장 그 싸움의 현장으로 가거라.'

 머리속에서 나지막히 들려오는 목소리. 그 분, 자기가 섬기는 자의 목소리가 지금의 엘리스에게 재촉하고있다. 자신이 중요히 여기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

'재촉의 의도가 그 사건과 연관되어있다면...'

 순간 그녀의 머리속에 하나의 가설이 제시되었다. 주변소식과 자신의 상황, 그리고 예상되는 전개. 그 내용은 뻔했다.

'신이시여, 설마... 설마 그것입니까.'

 엘리스는 아직 자신의 교회에 도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거리에는 한명도 없었다.

"그 장소로 찾아가야겠네."

 자신의 신도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엘리스는 즉시 사람들에게 싸움이 일어난 곳을 물어서 의견이 모아지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계속>

<글쓴이의 말>

 새해가 시작되었네요. 올해의 계획을 세우셨다면 이뤄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