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잔은 왜 재미가 없었을까? 간단하게 가장 크게 눈에 띄었던 것들만 나열해보자면

1. 모델링 복붙으로 인한 몰입감 감소
2. 너무 긴 전조로 정작 쿠르잔에서 저하된 의욕
3. 진부한 결말과 의미 없이 자극적이기만 한 연출

이 세 가지라고 본다.

1. 모델링 복붙으로 인한 몰입감 감소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한 거지? 최악이다. 플레체의 바이올린 켜는 npc에서부터 최악이었다. 이런 ctrl c ctrl v는 모든 주연 포함 평범한 쿠르잔 데런 12345까지 전부 모험가 헤어 프리셋을 가져다 쓰니 이곳이 그냥 쿠르잔이 아니라 모험가 집성촌에 불과해보인다. 심지어 ‘쿠르잔의 남데런은 남데런 모험가가 없으니 직접 만들자.’가 아니라 ‘그럼 남헌터 프리셋에서 가져오자!’로 이어져버리는 사고의 흐름이 심히 놀랍다. 어떻게든 모델링 깎는 시간을 줄이고 경제적으로 구현하려고는 시도는 좋으나, 스토리는 경제적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는. 유저를 대상으로 개발 시간을 줄이려는 의도가 너무 대놓고 보이니 기분이 나빠지기까지 한다. ‘모험가’라는 존재의 특수성은 지워지고 복제인간만 남아버렸다. 내가 모험가인지 쟤가 모험가인지 알 수가 없구나.
이어서 조금 더 불만하자면 렌에게서 ‘쿠르잔’의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예쁜 얼굴, 예쁜 몸매. 소울이터 아바타, 무기. 미인은 언제나 옳지만 지역, 지형적 특징을 살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로웬의 다르시, 히다카, 마리나 등 충분히 소수부족의 특징을 살릴 수 있었는데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험가 모델링과 프리셋을 그대로 가져와버리니 앞서 말했듯 개발 시간을 줄이려는 의도가 너무 다분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소울이터 컨셉을 그대로 붙여넣음으로써 ‘쿠르잔 데런’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고 그냥 ‘모험가1‘이라는 이미지밖에 남지 않는다. 이쯤되면 오마주가 아니라 창의력 부족으로 인한 자기표절이다.

2. 너무 긴 전조로 정작 쿠르잔에서 저하된 의욕

러닝타임을 줄이자니 중요한 내용이라 불가능한데, (하다 못해 동선만이라도 최소화시켜줬으면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텐데) 무슨 쿠르잔을 가기까지 2~3시간이 걸리니 퀘스트가 ‘쿠르잔에서 항구를 개방하기’이고 달성 조건이 ‘성물을 찾기’인데 조건을 채우는데 힘을 다 써버렸다. 정작 쿠르잔에 도착하고 나니 힘이 다 빠져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에나 여신의 성물을 찾는 스토리는 전조로 빼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3. 진부한 결말과 의미 없이 자극적이기만 한 연출

이것 때문에 오히려 하나로 합쳐버린 게 신의 한 수였을 수도 있다. 쿠르잔만 따로 냈으면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지도 모른다. 유저가 얻어간 떡밥은 기에나의 바다에서가 끝이고 쿠르잔은 아무 것도 없다. 물론 에키드나에 대한 떡밥과 전조가 나오긴 하는데 애초에 유저가 쿠르잔에 가는 이유는 쿠르잔을 위해서지, ‘쿠르잔에 있을지도 모르는 에키드나 떡밥’을 위해서 가는 게 아니다. 스토리 상으로는 카제로스 레이드를 위한 진척이 있긴 했으나 너무 품이 길고, 쿠르잔에서의 그 긴 시간동안 얻어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문제. 가디언을 물리친 걸로 기뻐하기엔 볼다이크에서 이미 같은 내용이 있었고, 모험가가 영웅놀이를 하기엔 그동안 거쳐온 모든 대륙이 그랬다. 쿠르잔만의 결말이 없고 5년간의 모든 대륙 스토리와 다를 바가 없다.
개연성이라도 있었으면 이해하겠는데, 이번엔 개연성도 없다. ‘모든 아사르가 베히모스는 커녕 혼돈의 가디언 하나 못 잡아서 전멸했다.‘고 분명 카리오가 말했는데 아무리 모험가, 아만이 있다지만 렌이 1:4로 베히모스를 내쫓아버린다. 본인들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렌은 모든 아사르 중에 실마엘을 가장 잘 다룬다.‘는 한 줄을 슬쩍 넣어준다. 아니 그래도! 절망적인 상황은 보여줘야 하는데 모험가의 조력자는 있어야 하니 다른 아사르들을 죄다 바보로 만드는 꼴이 되어버렸다.
가장 의문인 건데, 그 많은 조연은 어디서 튀어나오는 걸까? 분명 몇 번이고 ‘모든 아사르가 죽었다.’, ‘살아남은 아사르는 얼마 없다.’ 심지어 살아남은 아사르와 만났는데도 베히모스가 전부 꼬리치기로 죽여버린다. 여기까진 그게 연출이니 괜찮은데, 베히모스를 쫓아내고 나니 어디서 데런 삼만팔천 명이 튀어나와서 환호한다. 아니 없다매. 다 죽었다매…? 실제로 생존한 아사르들과 만나도 스물이 채 되지 않아 로웬의 소수부족같이 연출해놓고, 다 끝나고 살아남은 데런들은 광역시 인구 수만큼 있어. 그럼 그 모든 죽고 죽이고 죽어가고(실제 퀘스트 제목) 찢어지고 찢겨지고(실제 퀘스트 제목) 베히모스한테 죽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대사들은 대체 왜? 넣은 건지? 절망적인 연출을 위해 쓸데없이 아무나 다 죽여버리는데 그런 것 치곤 너무 많이 살아남는다. 쿠르잔만이 아니라 늘 그랬다. 이 자극적인 연출에 의미가 없다.

하지만 분명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기에나라거나 기에나라거나 기에나라거나 아무튼 뭔가 얻어간 건 있으니 (개인적으로 거인을 매우 좋아해서 거인 떡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사람으로서는 더더욱) 이번 업데이트에 만족은 하지만 ‘쿠르잔 대륙’의 스토리는 아쉽다는 평가 정도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