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타임이 돌아왔다

 

다시 시즌 말이 되었고

 

이지훈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지훈을 페이커와 함께 있기 아깝다, 해외팀으로 떠나는게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선택은 어차피 온전히 이지훈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팬들 중에 SKT에 남는 것이 이지훈 본인에게 도움도 안되고 아깝다는 반응이 많다.

 

나 역시 작년 이맘 때 즈음, 1팀 체제로 가는 것에 대해서 이지훈 본인도 팀도 잔류를 강력하게 원했다는것에

 

왜 그럴까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롤챔스 두시즌, 그리고 롤드컵을 보면서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들어가는 구나 하고 느끼는 바가 크다.

 

물론 금전적인 것을 위해서라면 중국같은 해외로 나가는 것이 더 좋을 수 있겠지만,

 

선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냥 이지훈이 아니라 SKT Easyhoon 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짚어보고자 한다.

 

 

 

0. 이지훈의 성향

 

 

 

먼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얘기부터 해보자 한다.

 

이지훈은 수비적인 성향의 선수다. 이는 스탯만 봐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같은 팀에 있는 미드라이너 Faker와 비교했을 때, Faker가 워낙 공격적인 선수이기에 더 도드라지지만,

 

다른 주요 선수 와 비교해 보아도, 평균데스는 가장 적으면서 킬, 어시 역시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수비적인 성향은, 미드가 던지지 않고 잘 무너지지 않는 다는 것과 동시에 상대를 찍어눌러서 나오는

 

슈퍼플레이 역시 잘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지훈이란 사람이 슈퍼플레이를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던지는 것과 슈퍼플레이는 종이 한장차이인 만큼,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즉 팀이 무너지지 않게 받혀주는 능력은 탁월하나,

 

팀이 이기도록 상대를 누르는 능력, 즉 캐리력은 동급의 미드라이너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다.

 

 

1. 수비적인 미드라이너의 한계, 이지훈의 약점

 

 

이지훈은 데뷔 이후 쭉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였고, 에이스였다.

 

팀이 성적이 안좋았어도 김동준 해설은 이지훈이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있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고

 

세체미에 항상 가까웠던 Faker역시 인터뷰마다 이지훈을 자신과 비등하다 평가했다.

 

그러나 그가 있는 팀 성적은 현 T1 이전까지 계속 좋지 못했다.

 

그냥 단순히 팀운이 없었던 것 뿐일까?

 

 

54경기에서 51.9% 승률을 올린 SKT T1 S와 현재 롤챔스 2회 연속 우승을 하고 롤드컵 전승우승을 바라보는 STK T1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정글러가 호로에서 벵기로 바뀐것 뿐이다. (이게.. 좀 많이 커보이긴 하다)

 

31경기에서 38.7% 승률을 올린 MVP Blue는 훗날 SSB의 전신이고, 그 때도 Deft, Acorn, Heart, Sprit이 있었다.

 

 

물론 각성 전이라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단순히 팀원 운이 없어서 팀성적이 안좋았다 하기엔

 

현재 그들이 가진 이름값이 너무 높다.

 

 

Faker의 르블랑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경기다.

 

Faker가 르블랑을 잡고 11킬 0데스 2어시로 슈퍼캐리했다.

 

이 때 상대였던 미드라이너가 이지훈인데, 1/1/1 이다.

 

르블랑에게 솔킬을 당한적이 한번 있지만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팀은 20분만에 졌다.

 

 

이지훈이 있던 팀이 지는 전형적인 패턴인데, 미드는 잘 버티지만 버티는 것이 전부이고 다른라인이 밀려서 지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MVP blue 에서도 SKT S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여졌다.

 

이것이 이지훈의 약점이다.

 

이지훈이 있는 라인이 아니라 다른라인이 공략당했을 때 영향력이 적은 것, 말하자면 엉덩이가 무거운것.

 

 

이 약점을 극복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로밍을 적극적으로 가고 하는 것은 임시방편이 될 수 있지만 이지훈이 원래 가지고 있는 장점을 퇴색시킨다.

 

카서스같이 글로벌 궁이 있는 챔프는 그래서 이지훈이 적극 기용하지만 챔프 픽으로만 극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군 사이드라인이 강한것이다. 현재 SKT보다 사이드라인이 강한팀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지훈의 약점은 사이드라인을 파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린과 뱅을 무너뜨리자? 알고도 실현하기 어려운일이다.

 

그래서 지금 이지훈이 공략하기 어렵고, 이것이 승률이 50% 초반에서 80%까지 크게 올라간 이유중에 하나가 될것이다.

 

 

이런 논리로 이지훈이 다른 팀에 스카웃 되어 가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려면 사이드라인이 강한 팀으로 가야만한다.

 

KT나 OG같은 형태의 팀에 가야만 S급 미드라이너로서 역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고

 

IG같은 팀에 들어간다면, 현재보다도 성적이 더 안나올 수 있다.

 

 

 

2. 수비적인 미드라이너로서의 가치

 

캐리력이 부족하다고 수비적인 성향이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어제 SKT T1 vs OG 의 1경기가 이지훈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난 Faker를 모든 프로게이머중에 가장 좋아하지만, T1 vs OG 1경기에서 Faker가 나왔어도 역전승을 했을까

 

한다면, 솔직히 의문이 든다.

 

1경기에서 불리해진 부분은 팀적인 차원에서 운영미스가 나왔기 때문에 누가 나왔든 그런 상황이 생겼을 수 있고

 

문제는 그 이후가 될 것 이다.

 

Faker의 최대 단점이라고 한다면, 게임이 불리하다고 느낄 때 무리한 플레이를 반복해서 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1경기의 조합은 클템이 해설중에 이야기 했듯이 싸우면 OG가 어지간하면 이득을 보는 그림이었기 때문에

 

그런 공격적인 성향이 독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Easyhoon이라면, 스노우볼은 조금 더 천천히 굴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운영에서도, 라인전에서도, 한타에서도 실력에 우위에 있는 T1이 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 역시 팀이 강할 수록 이지훈의 역량이 빛을 발한 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수를 줄인다는 것은, 아군이 강할 때에야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영혼의 파트너 Faker와 Easyhoon

 

아무래도 Faker와 Easyhoon을 보면 둘다 S급 미드라이너인데 출전기회도 나누게 되고,

 

누가 더 조명받고 덜 조명받고 그런게 있다보니 출전 못한 쪽은 아무래도 아쉬워보이고 그런 부분이 있지만

 

이 둘이 같이 나오는 것은 당연히 굉장히 큰 장점이다.

 

색깔이 전혀 다름에서 나오는 카운터 방지, 컨디션이 안좋을 때 백업에 대한 안정성, 선의의 경쟁, 스파링파트너 등등

 

시너지야 모두가 아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세히 기술하진 않겠다.

 

사진 한장이면 충분할 것 같다. 아래 사진은 Easyhoon과 2경기 이후에 Faker를 상대해야 하는 xpeke의 얼굴이다.

 

Faker와 2경기를 치르고 Easyhoon을 만나도 표정이 그렇게 달랐을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상대에게 큰 압박을 주는 시스템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세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조이럭이 롤드컵 분석에서 했던 말이 있다.

 

"아까 루키가 페이커대신 SKT 미드에 있어도 조별리그에서 전승하는건 바뀌지 않았을 거라고 얘기했는데

 

만약 루키가 이지훈 대신 SKT에 있다면, 이지훈처럼 페이커를 대신해선 나오지 못할것이다"

 

굳이 페이커가 있는데 루키를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페이커가 있어도 이지훈을 쓸 필요는 있다.

 

페이커랑 더블티오로 출전 가능한 사람이 세계에 몇 명이나 될까 하면

 

현재로선 이지훈과 폰 정도로 두 명 정도가 전부 아닐까 싶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 둘이 합쳐 최강이 되려면

 

베지터는 손오공이 아니면 안되고, 손오공은 베지터가 아니면 안되는 것이다.

 

 

4. Easyhoon의 카운터, Faker

 

Easyhoon이 SKT에 있음으로써 얻는 개인적인 이득중에 하나는 Faker와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S급 선수로서 실력이 비등할경우 성향에서 나오는 상성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Pawn과 Faker의 관계 일것이다.

 

대부분의 상대를 만나 이기는 Faker가 유독 Pawn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것은

 

실력이 누가 우위에 있다기보단 Faker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Pawn이 유연하게 넘기고 카운터 치는데서 오는 것이 크다.

 

반대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Faker는 Easyhoon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라인전에서 밀리지 않으면서도

 

이라인 저라인 돌아다니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Faker를 Easyhoon이 다 막아내기 어려워서로 보인다.

 

 

인벤 전적 검색에서 찾은 S팀대 K팀, 그리고 이지훈이 있던 mvp blue와 skt 2팀의 경기를 보면

 

총 9전 중에 이지훈은 1승 8패이다.

 

이것이 미드차이가 났기때문에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미드 싸움의 영향이 없다고 할수는 없을것이다.

 

Faker와 Pawn이 더블티오를 한다면 Pawn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Faker가 이득이라고 할 수 있듯이

 

Faker와 Easyhoon의 더블티오는 Faker와 싸우지 않아도 되는 Easyhoon이 이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5. 세줄요약

 

1) 이지훈의 현재 폼은 SKT T1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2) 이지훈과 Faker, 이지훈과 SKT는 서로 공생관계다.

 

3) 만약 이적을 한다면 Faker를 상대안해도 되는 해외, 그리고 사이드라인이 강하고 현재도 강팀 반열인 팀으로 이적하는게 이지훈에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