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31일에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5 LoL World Championship[이하 롤드컵]에서 SKT T1이 KOO Tigers를 상대로 3:1의 스코어로 우승을 차지하였다. 비록 전승우승은 하지 못하였지만, 14연승과 최고 승률 우승은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KOO도 비록 우승을 하지 못하고 준우승을 하였지만, SKT의 전승우승 저지와 결승전에 걸맞는 경기력을 내보이면서 차기 대회에 더욱 더 좋은 모습을 보일거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이 글에서는 SKT T1이 결승전 1,2경기 초반에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이득을 보거나 혹은 성공했다면 더 큰 이득을 보았을 전략에 대해서 서술해보겠다.


먼저 1경기의 밴픽은 다음과 같다.


 

< 출처 : OGN >


SKT는 렉사이, 카사딘, 시비르, 쉔을 통한 기동력과 럼블로 인한 한타에서의 화력과 기동성을 극대화한 조합이다.

반면 KOO는 리신, 알리스타가 한타때 어그로를 끌어놓고, 리븐과 징크스가 중간에 투입되어 딜을 넣는다. 부족한 유틸은 룰루가 보조할 수 있다.


이 밴픽에서 KOO는 시비르의 강력한 라인푸쉬력으로 인해 봇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리븐이 럼블과 라인전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한타때의 파괴력이 럼블이 앞선다는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마린의 럼블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초반에 라인스왑을 통하여 럼블의 라인을 파괴하여 정글을 돌 수 밖에 없게끔 유도하고, 역으로 리븐이 초반 정글링이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것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SKT의 생각대로였다.


 

< 상대가 라인을 바꾸는 것을 생각하고, 탑쪽으로 가지않고 돌거북 정글을 도와주는 마린의 럼블 >


SKT는 KOO의 생각을 역으로 읽었다. 위에 적힌 대로 징크스가 초반 라인푸쉬력에서 시비르를 이길 수가 없고, 럼블을 초반에 망가트려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라인스왑을 걸 것을 확인하고 반대로 럼블을 바텀쪽으로 보냈다. 이 돌거북은 럼블이 먹으면서 2레벨이 되었고, 렉사이는 레드버프를 먹어 2레벨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그와 동시에 쉔이 블루쪽 정글에 들어가서 상대가 라인을 바꿨는지, 정글 스타트를 어디서 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 럼블이 돌거북을 먹는 동안 상대 블루쪽 정글에 들어가서 와드를 박고 리븐과 리신의 위치를 확인한 울프의 쉔. >


 


< 쉔이 블루쪽에서 와드를 박자 압박이 들어온 리븐과 리신이 블루를 포기하고 늑대를 먹고있다. >


리븐이 두꺼비를 먹고 2레벨을 찍긴 했지만, 쉔의 압박에 리븐과 리신이 블루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정글의 동선이 꼬이는 역할을 한다. 물론 레드를 먹고 상대 블루 정글을 먹으면 되긴 하지만, 정글러가 동선이 꼬인다는건 어느정도 말린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 쉔이 탑과 정글의 위치를 확인하고나서 리븐과 리신이 블루를 먹으려 하자 압박을 통해서 몰아내고 있다. >



< 이와 동시에 2레벨을 찍은 럼블이 정글에 들어감으로써 블루쪽 정글을 지배하였다. >



< 결국 상대 정글을 먹음으로써 카운터 정글을 성공한 렉사이. >


물론 1경기는 단순히 이게 뭐? 카운터 정글 성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보통 프로들의 초반 버프 카운터 및 라인스왑은 인원수 우위를 통한 초반 인베이드로 상대 정글을 확보해놓는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식의 카운터 정글은 KOO에게도 다소 생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의 상대 정글을 압박하는 용도가 아니라, 원래는 이러한 것이다 라는 것을 2경기에서 보여주었다.

비록 실패했지만.


2경기 밴픽


 

KOO는 바텀부터 초반 라인전이 강하고 한타에서 스턴을 걸어줄 수 있는 유틸성 원딜 케넨을 선택하였고, SKT는 럼블과 자르반이라는 한타에 강한 챔피언과 어그로를 끌어주는 알리스타, 프리딜을 넣을 수 있는 트리스타나와 다방면으로 활약 가능한 룰루가 픽 되었다.


여기에서도 SKT는 케넨이 라인전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라인전이 약한 트리스타나는 초반에 크기가 힘든데다가, Smeb이 잘하는 피오라의 성장력을 어느정도 막기 위해 라인스왑을 해버린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1경기와 똑같은 전략이 드러난다.



 

이 장면에서도 SKT의 돋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트리스타나와 알리스타의 위치를 노출한 것에 있다. 알리스타는 일부러 상대 정글에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빅토르와 쉔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고 뒤로 빼고, 트리스타나도 마찬가지로 드래곤 밑부분에서 케넨과 마주친 후에 뒤로 빼버린다. 이러한 움직임은 KOO가 '트리스타나와 알리스타가 바텀에 있구나' 라는 거짓 정보를 얻게 되어 SKT가 원하는 라인 구성을 만들었다.



< 거짓 정보를 준 뒤, 탑으로 올라가는 트리스타나와 알리스타. 이 전략은 유효했다. >

 

이후에는 1경기와 동일했다. 럼블이 마찬가지로 돌거북을 먹고 2렙을 찍은 뒤, 자르반이 레드를 먹고 2렙을 찍는다. 이와 동시에 알리스타가 상대 정글에 들어가 와드를 박고 위치를 확인한 뒤, 정글을 먹는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 1경기와 마찬가지로 알리스타가 와드를 박고 위치를 확인한 후, 정글링에 대한 압박을 주고있다. >


 그러나 이번에 KOO는 1경기와 같이 압박만 들어오는 거겠지 하면서 알리스타의 압박을 어느정도 버티면서 블루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1경기와 같이 압박만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해서, 정글러의 동선이 꼬이는 것 보다는 차라리 압박을 견디고 나서 꼬이지 않은 동선으로 운영을 해나가는게 더 좋을거라는 판단이였다. 그러나 이 판단은 SKT가 원하던 그림이였다.



 

< 블루를 먹다가 알리스타의 엄청난 압박으로 인해 결국 못먹고 후퇴하는 KOO >

 

< 알리스타가 압박을 주면서 내려보내자, 정글몹을 먹고 2레벨을 찍은 럼블과 레드를 먹은 2레벨 자르반이 기습을 시도하였다. >


블루를 먹지 못한 KOO는 급한대로 반대편으로 가려고 했으나, 이미 SKT의 생각대로였다. 알리스타의 압박으로 인해 타워쪽으로 도망가려고 하지만, 알리스타의 점멸Q와 탈진으로 인해 발이 묶이고, 럼블과 자르반이 기습을 하였다. 순간적인 판단이 아닌, 전략에 의한 기습이였고, 이는 먹히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KOO의 탑라이너 스맵은 일반적인 탑 라이너가 아니였다.



 

< 자르반이 깃창을 쓰려하자, 오른쪽으로 무빙하는 스맵. >


다소 실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르반이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최대한 빨리 잡기위해 점멸 깃창을 사용하였고, 이를 스맵이 판단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인 것이 크나큰 치명타가 되었다. 슬로우의 이동경로를 보면 분명히 그대로 내려가고 있었으나 자르반의 행동을 보고서 곧바로 오른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때문에 자르반과 피오라 사이의 거리가 생겨버렸고, 가뜩이나 평타 한 방으로 죽지 않던 피오라는 아주 조금이라는 시간을 더 벌 수 있었다. 이후에도 자르반이 평타 캔슬이 한건지 된건지 평타가 캔슬이 되어버리면서 럼블이 점멸을 써야했고, 결국 피오라를 잡아내기는 하였으나 2명이 죽는 치명상을 입엇다.




< 결국 참신한 전략이었으나, 스맵의 판단으로 인해 더 큰 킬을 주고만 SKT. >


결과는 결국 KOO의 이득으로 끝났으나, 본인은 이러한 전략을 쓴. SKT에 대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 전략이 성공했다면 상대 정글러를 파괴하고, 탑은 말라 죽을 정도로 가난해졌을 것이며, 반대로 SKT는 탑이나 정글, 서폿의 킬/어시로 인한 스노우 볼 획득이라는 엄청난 물건을 얻을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러한 전략을 쓸 수 있었을까? 다른 경기들의 초반 정글링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두꺼비와 돌거북은 탑과 원딜에게, 레드와 블루는 정글러가 먹음으로써 2레벨을 서로 사이좋게 찍고 탑은 라인 복귀하고 정글러는 정글을 도는 경우가 많았다. 왜? 라인전을 이기려고. 결국 LoL이라는 게임은 초반 라인전에서 킬 스코어가 크게 차이나면 조합 카운터 이런거 필요없이 그냥 압살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를 배제하기 위해서 초반에 아이템 격차를 낼 수 없게 만들어야한다. 근데 극초반에는 아이템이 서로 없기 때문에 피지컬 싸움이 주가 되는데, 이러한 피지컬 싸움에서라도 그나마 이득을 보는 것은 어디인가? 바로 레벨링이다. 레벨이 앞서면 스킬이 늘어나고, 스킬레벨이 늘어나면 데미지가 증가한다.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렇기에 초반 2레벨을 찍기 위해 단순히 탑이나 바텀에서 굳이 1웨이브 이상씩 먹어야 2레벨을 찍는 초반 라인보다는, 안정적으로 정글몹 하나를 먹고 2레벨을 찍은 후에 라인에 복귀하는 것이다.


 

 < KOO와 프나틱 1경기 에서도 마찬가지로 두꺼비를 먹고 2레벨을 찍은 리븐. >


 라인 스왑을 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로 반대편에서 시작하더라도 상대 원딜과 우리 원딜은 반대편 사이드의 돌거북을 먹고, 탑은 두꺼비를 먹고 2레벨을 찍는다. 방향만 반대로지 같은 몹을 먹고 시작하는 셈이다.

항상 동일하게 가져가는 정글. 2레벨을 찍고 시작하는 탑과 바텀듀오. 상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SKT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정글러와 탑이 같이 있는 경우라면, 숫자의 우위를 높여서 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자. 보통 제대로 라인을 가는 경우라면, 서포터들도 봇라인에 합류하기 때문에 숫자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라인 스왑이라면, 서포터라는 초반에 걸출한 팀원 한 명이 전투에 가담하게 된다. 물론 상대도 라인 스왑을 하게 되면 초반 정글러를 압박하는 서포터야 늘상 있는 일이기 때문에, 프로팀 정글러들도 알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킬로 가져가버리면, 그것은 순수한 이득으로 돌아오게 되고, 상대편의 계획을 파괴하는 일이 되버리는 것이다.


SKT는 이것을 계획으로 실행 시켜본다. 일단 라인 스왑을 한 후, 서포터를 상대 정글로 보내서 정글링을 어디서 하는지 확인한다. 보통 원딜들의 경우 2레벨을 찍기 위해서 정글몹을 먹기 때문에 반대편에서 탑이 정글몹을 먹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라인 스왑상 반대로 가서 정글몹을 먹어야 하는 탑 라이너가 상대 탑과 같은 라인 옆의 정글몹을 먹어서 2레벨을 찍은 후, 정글에게 레드 혹은 블루 버프를 주고 2레벨을 만든다. [ SKT의 경우 레드 버프만 먹었다. 이것을 위한 라인 스왑이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초반 전략에 힘을 준 전략이 맞는다고 보인다. ] 이후에 서포터로 인한 압박으로 상대의 버프를 최대한 억제시킨다. 이 과정에서 서포터의 체력이 빠지면 역으로 킬을 당할 수 있으므로 버프를 못먹게 해서 정글러의 2레벨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


 

< 적당한 압박으로 블루를 못먹고 2레벨을 못찍은 리신. >


이렇게 레벨링을 억제시키고, 상대에게 블루버프를 줄까 말까 식의 압박을 적당히 주다보면 엄청난 시간이 끌리게된다. 이와 동시에 2레벨을 찍은 탑과 정글이 상대 정글로 들어가서 기습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탑과 정글이 2레벨을 찍고 상대 정글에 들어갈 동안, 서포터가 상대에게 버프를 줄까 말까식의 줄다리기 압박을 주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다. 1경기에서는 쿠로가 초반에 강가에 박은 와드 덕분에 눈치를 채고 뺄 수 있었지만, 2경기에서는 결국 상대 정글과 탑이 들어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2경기에서 이 전략으로 킬을 땄다면 어떻게 경기가 흘러갔을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지만, 아마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본다.



< 참신한 전략. 성공만 했다면 획기적으로 불려졌을 것이다. >




※ 사진이 안보이거나, 오타가 있으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