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갖는 여러특징중 하나를 말하자면
화려한 무대연출이 있겠습니다.
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무대는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와 함께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죠.
평소에 이러한 무대연출에 관심이 많은 터라 유심있게 지켜보는 편입니다.
그런면에서 올 여름 결승전 무대연출은 진짜 역대급이였다 생각합니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2015 LCK 섬머 오프닝연출에 대해서도 분석을 해볼생각입니다.

이번 2015 결승전 무대....라이엇이 꽤나 고심을 했나봅니다.
작년과는 스케일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이 보였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떻게 라이엇이 무대효과를 극적으로 이끌어 냈으며
또 작년과 비교되는점과 아쉬웠던 점 (사실 아쉽다기보단 좀 더 발전될수 있을만한 부분)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시간을 내어 찬찬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



1. 일반적인 무대형식의 탈피

보통 팀차원 혹은 1:1 대결의 구도를 갖는 스포츠 중계를 보면 서로 격돌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축구만 봐도 그렇죠.



양 팀이 충돌하는 양상에서 서로의 골대를 향해 돌진하는 구도입니다.
그러나 e-스포츠, 적어도 롤판에서는 이러한 무대모습은 보통 못보는것이 현실이였습니다.


-2015 LCK summer 결승전 무대-

분명 게임 내에서는 서로의 넥서스를 향해 돌진하는 구도입니다만 
실제 무대에서는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였죠.

-2012 티빙 스타리그 결승전 무대-

스타리그때조차 1:1 경기였음에도 무대는 단편적인 수평적 무대구성이였습니다.
(이러한 무대가 갖는 이점들은 밑에서 다루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라이엇의 결승전 무대는 여태까지의 무대구성과는 전혀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완벽한 대칭구도로 디자인한 무대를 보자마자(물론 4강이 먼저였습니다) 라이엇이 진짜 고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렇게 디자인 함으로써 게임 내에서만이 아닌 팬들이 보고있는 현실에서도 두 팀이 격돌하는 듯한 느낌을 
'직관적으로' 보여줄수 있게 되죠. 라이엇이 나름의 좋은 답을 내린것 같습니다.

좀더 무대 디자인을 살펴봅시다.




경기장 전체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점점 올라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경기장 한가운데가 주 무대이기 때문에 스크린은 4방향으로 크게 가운데에 달아두면 사각을 해결할수 있게되고, 모든 방향에서 같은 무대(혹은 같은경험)를 바라볼 수 있게되죠.

4강의 무대는 일종의 프로토타입이라 생각합니다. 결론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만 라이엇의 이번 무대의 '일반적인 형태'로써 앞으로도 자주 써먹을 수 있는 무대디자인이라 생각이 듭니다.



2. 조금 작아보이는 무대, 그래서 준비한 엄청난 퀄리티의 오프닝영상과 연출



딱봐도 이번 결승전의 메인 무대는 굉장히 작습니다.
시즌4에 비하면......




수평적인 무대가 갖는 이점은 얼마든지 대형으로 제작할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무대 자체가 대형인 만큼 여러 장치들도 한꺼번에 집어넣을 수 있죠.
대표적으로 불꽃놀이가 있겠습니다.

시즌4의 규모는 4만명을 훌쩍넘는 월드컵경기장인 만큼
오케스트라, 각종 타악기들, 엄청난 수의 연주자들, 거대한 스크린이 무려 3개나...
(사실 저 규모에 저렇게 안하면 그게 더 이상한거긴 합니다...)
게다가 작년에는 이매진 드레곤스라는 어어어엄청난 대형밴드가 참여한 오프닝이라 퀄리티는 최상을 찍었었죠.
아마 라이엇이나 온게임넷이나 역대급 오프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구도도 쉽습니다. 워낙 익숙하기 때문이죠. 거의 대부분의 무대에서 보여지는 형태이기도 하고요.

올해는 실내인 데다가 규모도 1만 2천여명 규모의 경기장입니다.
무대도 작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커녕 관계자들로만 벌써 무대가 꽉찹니다.

여기서 라이엇은 영상과 조명기술로 소름을 돋게 만듭니다.


이번 롤드컵의
프로모션, 16강 조별리그, 8강, 4강은 연작시리즈로 구성되있습니다.
전부 각 일정이 시작되기 며칠전에 미리 공개가 되었죠. (협곡 아나운서 누님의 간지폭풍 목소리는 덤)
그런데 결승전때는 영상소식이 잠잠했습니다.

그리고 결승전이 시작되고 여지껏 나왔던 영상들과 롤드컵 메인테마곡이 어우러지면서 



4강영상까지 오게됩니다. 그리고



결승전 영상이 공개되면서 마지막 퍼즐조각을 여기서 맞추게 됩니다.




we are the one~ 하며 두 팀의 선수들이 경기장 내부로 들어오는 순간



영상의 빛이 실제로 경기장안으로 들어온듯 원기둥천의 바깥면에 빛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화면으로 이어지고 



소환사컵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의 안내음성을 듣는 순간 정점을 찍게되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라이엇이 이번 롤드컵 연출은 영상의 제목대로
대격돌을 최대한 극적으로 표현하려했다 생각합니다.
무대도 작고, 초대가수나 오케스트라나 대규모 오프닝은 없었을지라도
한달동안 이어진 영상의 완성, 그리고 영상의 퀄리티, 게임내의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현장의 실제적인 분위기 제공, 그와 더불어 선수 한명한명의 소개,
그리고 참신한 무대연출로 극복해 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매우 참신하고 좋았어요.


딱 30분부터 시청하시면 됩니다. 



3. 라이엇 특유의 픽밴화면연출은 어떻게 해결했나?

제가 라이엇이 주관하는 국제대회중계를 볼때 가장 좋아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픽밴화면의 무대연출입니다.






라이엇의 경기영상을 다시보시면 아시겠지만 픽 전에는 여러 챔프의 스플래시아트들이 돌아갑니다.
픽 전이기 때문에 색상은 흑백으로 처리되있죠.
선수가 픽을 하게되면 그 챔프를 보여준뒤 픽 순서대로 고정시킵니다. 이때는 풀컬러입니다.
이 연출은 라이엇 나름의 고유한 연출인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맘에들어서 이번 항목도 작성하게 됩니다.
나름 차이점이 있거든요 ㅎ

잠깐 추가비교를 해보자면
LCK에서는 무대스크린의 대형화면은 거의 대부분 OGN으로 송출하는 화면과 동일하게 보여주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냥 경기장에서 보는 대형 TV이죠.
물론 OGN은 이 스크린으로 오프닝과 엔딩에서는 엄청 잘 써먹습니다. 그건 LCK나름대로의 결승전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 예시로 픽밴이 끝나고 나서도 관객석을 전체적으로 비춰주면서 각 라인별 선수를 소개하기 때문에 화면으로는 딱히 보여줄만한게 없게 됩니다.

(사실 제가 무대연출에 관심은 많으면서도 한번도 결승전에 가보진 못했습니다. 망할 알바가 늘 겹쳐서 폰화면으로 간간히 볼수밖에 없었어요 ㅠㅠㅠ 내년엔 꼭 경기장을 가봐야겠습니다)

다시 2015 롤드컵 결승으로 돌아옵니다.

이 작은 무대에서 라이엇의 픽밴연출은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무대 바닥을 전부 스크린을 깔아서 해결을 합니다.
이 연출이 가능했던 것은 위에서도 보셨겠지만 경기장 전체가 경사져 있습니다.
어느곳에서 보더라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성이기 때문에
저런식으로 바닥에 보여줘도 상관이 없게되는 것이죠.

아쉬운점이라면 스크린이 작아서 일러스트가 짤릴수밖에 없게 됩니다. 
물론 저것도 경기장에서 보면 분간을 못할정도로 작은건 아니겠습니다만 수평적인 무대구성에서 보여줄수 있는 풀 화면에 비하면 좀 아쉬운건 사실입니다. (빅토르 지못미...)

또다른 차이점도 찾아 볼수 있었습니다.



모든 라이엇주관 경기의 픽밴화면시작시에는 이런식의 양팀이 마주보고 있는 구도를 보여준 뒤 다음 픽밴화면으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번 무대에서는





개인적으로 진짜 결승전 같은 연출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특별하고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심지어 저 바닥스크린화면으로 각 팀의 진영색깔까지 완벽하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화려한 영상미는 덤이죠.
이번 결승전 무대연출의 꽃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가장 맘에든 연출중 하나였어요.
참고로 사진 순서대로 1경기, 2경기, (그 대망의 명경기)3경기입니다.



선수들 바닥에 나타나는 자리표시도 깨알 아이디어였다 생각합니다. 따로 약속하지 않아도 그냥 걸어들어가면 자동으로 표시되니까 말이죠.



4. 조금 아쉬운점, 발전 가능한 부분들

이번 무대연출이 워낙 좋은 점들이 많다 보니 이 부분은 어찌보면 티끌을 일부러 잡으려는듯한 느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좀더 발전시켜보면 더 좋은 무대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작성하는 항목입니다.

첫번째.



4강전도 그렇고 결승전도 그렇고 저 선수자리앞의 화면은 전혀 쓰이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저 자리에 선수 얼굴화면이 관객들에게 제공이 됩니다만



이번엔 그럴필요가 없었죠. 바깥쪽으로 내보내면 되니까요.
어쨋건 무대가 좁은 탓에 저 화면은 관객들에겐 거의 없는 스크린이나 마찬가지 였을 겁니다. 실제로 활용한모습도 그냥 팀 로고만 계속 띄워주었어요.
굳이 저 화면을 활용해보고자 한다면 천장쪽 카메라에 비춰질수 있도록 화면각도를 더 눕혀서 천장에서 바라봤을때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는 방안이 있겠고
혹은 그냥 없애버리고 선수들간 거리를 더 좁혀버리는 방법도 있겠네요.

두번째는 위에서도 다뤘던 픽밴화면입니다.
바닥스크린인지라 한계는 분명했기에 차라리 선수들 머리위쪽으로 기다란 스크린을 쭉 달아놔서
거기에 챔프 스플래시 아트를 충분하게 띄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 중간중간 팀별로 죽은 선수들 표시하거나 시간 카운트다운을 보여주는 연출도 가능하겠고요,

세번째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입니다.
라이엇이 앞으로도 종종 저런 무대를 연출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4강경기를 보시면 처음으로 이런식의 무대를 디자인해서 그런지 아무래도 밋밋한건 사실이긴 합니다. 나름 그래도 4강인데 말이죠. 그걸 발전시킨게 결승전 무대이고 그렇기에 내년에는 또다른 새로운 무대로 우리를 놀라게 하리라 기대합니다.

이 부분은 LCK, 특히 새로 지어지는 e-스포츠 전용경기장 에도 적용해볼수 있겠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수평적인 무대구성으로 잘 연출해왔고, 넥슨아레나 같은 경우도 충분히 화려한 연출을 보여줄수 있습니다만...
지금까지의 (스타리그부터 시작한) 수평적인 무대구성에서 벗어나서 마주보는 형태의 경기장도 충분히 생각해볼수 있는 부분이고, 또 이번에 선례가 나온만큼 얼마든지 발전, 보완해서 좋은 경기장을 디자인 할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e-스포츠 전용경기장이나 내년 LCK결승무대등에서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이번 2015 롤드컵 결승전 무대의 디자인, 연출을 분석하고 다른 무대와 비교해보았습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것들이 당연하다고 느껴져서 시시한 분석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수 있고, 
별거 아닌걸로 호들갑떠는 분석이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제한된 공간에 모든 방법 (빛, 소리, 영상, 무대등) 을 전체 주제에 맞게 연출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고 또한 분명 새로운것들이 보인 무대였고 라이엇은 그 새로운것을 나름대로 잘 연출해 냈기에 이번 결승전 무대에 크게 호평하고 싶습니다.

매년마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인간의 아이디어를 거의 대부분 현실화 시킬수 있게되면서 더 화려한 무대와 연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LCK와 롤드컵, 여러 국제대회에서 더 화려한, 번뜩이는, 참신한 무대를 기대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