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결승전에 피글렛 선수가 저번 섬머 4강에 이어 또다시 눈물을 흘린 것을 보고

 

생각이 드는 것이 꽤 많아서 글을 한번 적어봅니다.

 

저는 피글렛 선수와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번 인사를 나눈적은 있고...

 

(피글렛 선수가 기억 할지는 의문이지만...)

 

피글렛 선수의 지인분들 몇분과 꽤 친한 관계에 있고 또 방송을 오래 지켜봐온 유저 중에 한명입니다.

 

제가 들었던 이야기와 제가 보고 느낀 것을 종합해서 피글렛 선수의 2번의 눈물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섬머에서 4강전에 SKT와 MVP OZONE의 경기에서 피글렛 선수는 경기에 이긴 후에

 

오늘 결승에서 울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펑펑 울었습니다.

 

계속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해왔고 또 섬머 리그 초반부터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전까지 따라 다니는 꼬리표는 피글렛<임프, 봇라인 때문에 SKT가 질 가능성이 높다.

 

SKT에서 페이커 선수에 비해 다른 선수가 저평가 되는 상황은 섬머 때는 당연한 것으로 그 때까지도 항상

 

SKT는 페이커 선수의 원맨팀인양 설명이 되어왔었고 그 중에도 봇라인 특히 피글렛 선수는 항상 약점으로

 

지목되어왔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 피글렛 선수는 그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매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그날의 피글렛 선수의 눈물은 '아! 드디어 내가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숱한 저평가와 재평가와 비방에 대한 속앓이 그리고 그동안 그런 평가를 뒤엎기 위해 한 노력 등이 섞여있는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피글렛 선수는 굉장히 자존심이 세고 자기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넘치는 선수였습니다.

 

아마추어 때부터 '광진이야'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했고 그 플레이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안 좋은 평가들은 분명히 상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피글렛 선수의 또다른 면은 바로 승부욕입니다. 그런 안좋은 평가들에 가슴 아파하는 동시에

 

피글렛 선수는 특유의 승부욕으로 더욱 열심히 연습하고 내가 잘해서 그런 평가를 뒤집겠다는 의지를

 

더욱 불태웠습니다. SKT 선수들은 모두 연습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지만 피글렛 선수는 제가 알기로

 

그 중에서도 가장 연습을 많이 했었고 또 지금도 열심히 하는 선수입니다.

 

시즌 3 중에 한때는 피글렛 선수가 사용하는 아이디 중 3개가 챌린저에 올라가 있는 적이 있었을 정도로

 

팀 연습시간 외에도 솔로랭크를 하며 항상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였습니다.

 

그런 노력이 지금의 피글렛 선수를 있게 한 것일테구요.

 

 

이런 4강전이 지나고 SKT는 섬머에서 우승을 했고, 뒤이어 롤드컵에서도 SKT는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롤드컵에서 피글렛 선수는 그야말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세계 각국의 모든 봇라인들은 SKT의 봇듀오에 상대가 안됬고 피글렛 선수는 드디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며

 

세계 최고의 원딜러로 우뚝서는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 속에서도 여전히 SKT의 봇듀오는 꼭 약점 또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포지션이라는 이야기를

 

이번 윈터에서도 듣게됩니다.

 

4강전에서도, 결승에서도 항상 강팀과의 경기가 있을 때면 SKT의 봇듀오 그 중에서도 피글렛 선수는

 

저평가 받습니다. 항상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써왔고 또 증명해왔지만 여전히 대중들 그리고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은 "페이커는 걱정없고 뱅기는 미드와 시너지가 좋고 항상 역갱도 잘보고

 

임펙트는 항상 잘 버텨주고 해줄 몫을 해주지만... 봇듀오간의 대결은 지켜봐야할 것 같다" 라고 합니다.

 

그만큼 봇에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피글렛 선수의 강한 자존심과 승부욕은

 

이를 쉽게 넘기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결승전이 치뤄지기 전에도 피글렛 선수는 분명히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내가 케리해서 이겨야 한다. 그래야 내가 우리 팀의 약점이 아닌 최고의 강점으로 다시 내가 평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번 결승에서 SKT는 멋지게 승리하였습니다. 3:0이라는 완승으로.

 

 

AOS장르의 다른 게임인 카오스에서는 예전에 이런 명언이 있었습니다.

 

"한명의 구멍이 4명의 정점을 압도한다." 즉, 4명이 아무리 잘해도 한명의 구멍이 있으면 게임을 이길 수 없다는 뜻입니다.

 

롤의 프로세계에서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페이커가 미쳐날뛰고 임펙트가 케리를 해도

 

못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게임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롤이라는 게임에서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소간의 실수나 판단미스가 있을 수는 있으나

 

한사람이 기본적으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길 수 없는 곳이 현재 롤의 프로팀의 세계입니다.

 

그 구멍을 집요하게 팔 수 있는 것이 프로의 세계니까요. 그런 프로의 세계에서 3:0이라는 스코어는

 

전체적으로 SKT 선수들의 기량이 OZONE 선수들의 기량보다 뛰어났다는 것을 반증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피글렛 선수도 여기에 당연히 포함될 것입니다. 피글렛 선수는 완승에 대해 기뻐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글렛 선수는 또다시 울었습니다. 승리의 기쁨 보다도 자신이 실수한 것이나 우리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사소하게 판단을 미스한 것 그리고 자신의 완벽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들에 대해 자책하는 마음이 더 컸다는

 

것이겠지요. 또 그 이면에는 숱한 저평가에 대해 이번에 만큼은 자신이 확실한 케리를 보여주면서 다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싶었으나 또 자신이 생각하기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나중에 저평가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같은 것도 어느정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서 저는 피글렛 선수가 세계 최고 원딜이라는 것과 또 앞으로도 계속 세계 최고의 원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의 완승에 대한 기쁨보다도 자신의 실수에 대한 반성이 앞서는 이런 피글렛

 

선수의 프로의식과 승부욕이 피글렛 선수를 최고의 원딜이 되도록 이끌었고 또 앞으로도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동시에 이제는 피글렛 선수가 저평가와 재평가라는 무거운 짐을 좀 내려놓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모든 선수들이 이제 그런 짐을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피글렛 선수는 그런 평가들을 기폭제 삼아 열심히 노력하였고 그 노력이 결실을 어느정도 맺었으나

 

언제 또 한번의 실수로 인해 다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피글렛 선수가 슬럼프에 빠질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평가를 내리는 분들이 없다면 가장 좋겠으나 몇몇의 공허한 외침으로 인해 고쳐질 문제가 아니고

 

현실적으로 롤 커뮤니티의 특성상 절대 없어질 수 없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모든 프로게이머 분들이 그런 평가가 아닌 자기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승부욕을 불태웠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강자는 자신의 강함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려고 노력하시기 보다는 나를 갈고 닦아 스스로 강해진다면 그 강함은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한 경기를 위해 수 없이 많은 게임을 하며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든 프로분들이 자신의 강함을 스스로

 

드러낼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__)

 

 

 

 

P.S. 혹시 피글렛 선수가 이 글을 본다면, 피글렛 선수를 비방하거나 저평가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고 앞으로도

 

또 다시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프로 무대에 데뷔 하기 전부터 항상 피글렛 선수를 응원해왔고

 

항상 피글렛 선수가 크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정적인 평가나 악의적인 비방은 언제나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 그런 것 보다는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을

 

생각하며 항상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