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미리 보는 결승전.


 SKT T1 K(이하 T1 K)와 KT Bullets(이하 KT B)의 경기는 이 한 마디로 표현이 가능하다.
 미리 보는 결승전.
 C조와 D조에서 각각 상대를 꺾고 올라올 두 팀에게는 미안하지만 T1 K와 KT B의 경기가 진짜 결승전이고 그 이후에 치루어질 결승전이 갈라쇼 정도로밖에 보이질 않는다는 건 상대적으로 T1 K와 KT B가 현재 우리 나라 롤계에서 가장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 팀은 의외로 인연이 끈질기다. 그런데 그 인연은 항상 '정상' 혹은 '정상에 가까운' 자리에서만 일어났다.
 두 팀은 총 9차례 만났는데 이 중 첫 번째는 챔피언스 결승전이고, 다른 한 번은 롤드컵 선발전에서였다.
 그러나 이 인연이라는 건 KT B에게는 아픔으로, T1 K에게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우선 두 팀의 4강 프리뷰를 해보기에 앞서 그 이전 역사부터 되짚어보도록 하겠다.

 1-1. 첫 번째 만남 - 온게임넷 챔피언스 섬머 2013 결승전.

 두 팀의 첫 만남은 챔피언스 섬머 결승전에서였다.
 흥행의 요소는 완벽했다.
 우선 양 팀 모두 기량이 크게 올라온 상태였다.
 KT B는 CJ Frost라는, 결승전 단골을 마주해서 놀라운 경기력으로 결승전에 진출했으며 T1 K는 숙명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 오존(구 MVP Ozone)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쥔 끝에 결승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T1과 KT는 통신사 더비로 유명했기에 사람들은 CJ가 없음에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양팀은 모두 기대에 부응했다.
 처음 1, 2세트를 KT B가 내리 따냈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대로 KT B가 승리를 거머쥘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세트때 T1의 미드라이너 Faker에게 제드를 풀어준 게 T1 K에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말았다.

 

 < 롤챔스 서머 ~ 롤드컵 최고의 미드라이너 '제드' >

 당시 Faker는 제드로 9킬 0데스 8어시라는 괴랄한 모습을 보여주며 T1 K에게 '패패승승승'이라는 기적을 마련해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4세트에서는 아리-바이라는 콤보를 사용, 류의 그라가스를 옴짝달짝하지 못하게 만들며 승리를 가져오게 됐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T1 K의 혹시 모를 우승 가능성을 점치게 됐고, 마침내 5세트에서 세기의 명장면으로 불리게 될 류와 페이커의 제드 1:1 대결을 만들어내며 T1 K가 창단한 뒤, 2번째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 롤챔스 최고의 명장면 中 하나 - 페이커 '제드' vs 류 '제드' >

 1-2. 두 번째 만남 - 시즌3 월드 챔피언쉽 한국 국가 대표 선발전.

 그 이후 두 팀은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KT B는 CJ 형제팀을 나란히 꺾고 T1 K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첫 번째 세트는 KT B가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당시 스코어의 '코르키'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T1 K를 제압하는데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 3, 4세트에서 연달아 패배하게 되며 T1 K가 KT B를 누르고 롤드컵에 진출하게 돼고 '시즌3 롤드컵 우승'이라는 쾌거를 올리게 되었다.


 1-3. 세 번째 만남 - 온게임넷 챔피언스 윈터 2014 4강전.

 이제 양 팀은 운명적인 세 번째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T1 K와 KT B의 두 경기 모두 정상 혹은 정상을 바라고 가는 중요한 자리에서 벌어졌다는 걸 감안할 때 이번 4강전 또한 그 못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되었든간에 이번 통신사더비에서 이기는 팀이 온게임넷 챔피언스 윈터에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편에서 어떤 팀이 올라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두 팀 중 4강전에서 이기는 팀이 우승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두 팀의 기량이 만개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부터는 양 팀의 상대 전적, 그리고 최근 대전을 통해 어떤 팀이 유리할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2. T1 K한테 라인전에서부터 무력한 KT B.

 온게임넷 챔피언스 섬머 2013 첫 번째 세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피글렛의 '베인'이었다.
 어째서 진 팀이 기억에 더 남았느냐고 묻는다면 피글렛의 뛰어난 '카이팅' 때문이었다.
 누누의 버프가 있었다고 하지만 피글렛은 유일하게 T1 K가 이길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 당시 페이커의 오리아나는 마파의 '피들스틱'으로 인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피들스틱의 침묵 + 공포, 이 두 가지 스킬은 페이커의 양손을 꽁꽁 묶어놨고 한타마다 페이커는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서 T1 K는 3세트에서부터 피들스틱을 밴하기 시작했고 페이커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승리를 가져오게 된다.)

 그때, 피글렛의 '베인'이 강력했던 건 KDA를 보고도 알 수 있는데 9킬 2데스 1어시로, 다른 팀원들이 4데스, 6데스, 5데스, 7데스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원딜의 위치라는 걸 감안해도 그만큼 포지션을 잘 잡고 카이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 팀은 졌지만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 피글렛 '사진은 4세트에서 가져왔습니다.' >

 

 < 첫 번째 세트 - 피글렛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알 수 있다. >

 두 번째 세트를 지배했던 건 인섹의 '자크'와 스코어의 '트리스타나'였다.
 
 인섹의 자크는 변칙적으로 상대의 진형을 헤집어놓았고 피글렛이 다시 선택한 '베인'의 카운터로 선택한 '트리스타나'는 한두 번 킬을 먹기 시작하더니 그야말로 '베인'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페이커가 '아리'를 가지고 상대 챔피언을 끊어내려 했을 때 그것을 카운터쳤던 건 그만큼 KT B가 T1 K를 많이 연구했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 스코어의 '트리스타나'는 '베인'을 카운터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했다. >

 세 번째 세트를 지배했던 건 페이커의 제드였다.
 
 9킬 0데스 8어시.
 단순히 이 스탯만으로 이야기하는 게 어려울 만큼 페이커는 경기를 지배했다.
 
 그 덕분에 피글렛을 비롯한 다른 팀원들도 살아날 수 있었고 반면에 류와 스코어는 각자 자신있어하는 그라가스와 이즈리얼을 골랐음에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 페이커의 '제드'는 진짜배기다.>

 네 번째 세트에서 눈여겨 본 건 벵기의 '바이', 페이커의 '아리' 이 두 조합 그리고 푸만두의 '자이라'였다.
 
 이때, 롤챔피언스 서머 결승전에서부터 푸만두의 '자이라'는 라인전에서부터 극강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닝겐자이라의 룬과 특성을 따옴으로서 라인전을 파괴하고 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재 시즌4까지도 서포터가 서포터 같지 않은, 미드라이너로 분류되던 '애니' 가 서포터로 쓰이고 있음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 벵기의 '바이'를 밴하게 만든 '아리'-'바이' 조합>

 마지막 세트는 역시 페이커의 '제드'와 류의 '제드'.
 이 두 선수를 빼놓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 '제드'와 '제드' 숙명의 대결>

 이렇게 다섯 세트를 놓고 보면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바로 T1 K가 KT B를 상대로 라인전에서부터 앞서나간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롤드컵 선발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스코어는 1세트에서 '트리니티 포스'의 버프를 받은 '코르키'로 캐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는 계속해서 T1 K의 봇듀오한테 밀리는 모습을 보였었다. 

 피글렛이 그 당시 '코르키'한테 취약한 '베인'을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후 2세트, 3세트, 4세트에서는 T1 K는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KT B를 파괴하기 시작했고 KT B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치열하게 뚫고 올라온 롤드컵 선발전의 승리를 T1 K한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양 팀의 상대전적 , T1 K (T1 2팀은 KT B에 강하다.)>

 
 3. 이번 3번째 맞대결은 어떻게 성사될까?


 이제 3번째 맞대결이 성사되었다.

 WCG때 불의의 일격을 가했던 삼성 블루를 3 대 0이라는 완벽한 스코어로 무너트린 T1 K.
 CJ Blaze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3 대 1 로 올라온 KT B.

 양측 모두 최강의 팀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T1 K의 우세가 점쳐진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T1 K는 분명히 WCG로 인해서 기량이 하락한 게 아니냐, 하는 말이 많았다. 퇴물이 되었다, 라고 평가하는 일부 사람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일시적인 피로였을 뿐 삼성 블루를 잡아내며 그들은 '완벽하다'라는 평가를 받아냈다.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T1 K는 강력하다.

 2:1 라인전이든 1:1 라인전이든 지지 않는 임팩트.
 미드의 제왕 페이커.
 그리고 강력한 봇듀오.

 T1 K가 가지는 장점은 라인전이며 이는 '스노우볼'이 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길이다.
 
 여태까지의 맞대결에서 계속 무너진 KT B도 이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이 라인전에서 우위를 가져올 수 있게 한 T1 K의 원동력은 '탁월한 픽/밴 싸움'이다.
 그만큼 챔피언의 풀이 넓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만약 KT B가 T1 K를 상대로 승리를 가져오고 싶다면 그들은 픽/밴부터 우위를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라인전에서 고통을 겪지 않을 것이다.

 KT B의 가장 큰 강점은 '스코어'와 '마파'의 강력한 봇라인이다.
 이들은 점점 성장하고 있으며 '엠페러'와 '러보'라는 CJ B의 강력한 바텀듀오를 상대로 그들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이며 KT B 승리의 공식이 되었다.

 

 < 죽지 않는 스코어! 스졸렬에서 스고수로. 그는 과연 캐리할 수 있을까? >

 하지만, 이는 T1 K 못지 않다.

 피글렛이 CJ B를 상대로 퍼스트 블러드를 내준 건 분명히 좋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삼성 블루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경기를 항상 복기하며 더욱더 완벽한 경기를 보여주려고 한다는 그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 챔스 윈터에서의 KDA는 12.9에 육박한다. 평균 KDA는 7.1 >

 게다가 푸만두는 그야말로 카오스에서 정상으로 군림하던 '코치'의 모습을 최근 들어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삼성 블루 전에서 보여준 쿨감 쓰레쉬는 공포 자체였다.

 KT B의 약점은 탑라인이다.

 인섹이 분명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의 챔피언 폴은 좁은 편이다.
 리븐은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고 '문도' 가 현재 그에게 가장 맞는 최적화된 챔피언이다.

 T1 K는 상대의 약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부서트리는데 일가견이 있다.
 아마 이번에도 어떻게든 인섹을 부서트리려고 할 게 틀림없다.

 그리고 미드라인도 상대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류는 엠비션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끼식사거리도 안 된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류는 엠비션에 있어서 극상성이다.

 
 
 < 류는 페이커 트라우마를 극복할 것인가?>

 그런 류에게 극상성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로 페이커다.
 특히 가장 최근에 있었던 롤드컵 선발전에서 '제드' 대 '제드'로 패배했던 건 류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안겼을 가능성도 있다.
 류는 페이커를 상대로 결코 의기소침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 이 시대 최고의 미드라이너 '페이커' >

 벵기와 카카오, 두 사람은 정글러 투 톱이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카카오는 CJ B를 상대로 아쉬운 플레이를 보였고 본인 스스로 그것을 인정했다.
 반면에 벵기는 '배갓'이라 불리며 완벽한 플레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카카오가 본래 컨디션을 되찾지 않는 이상 벵기를 상대로 어려운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T1 K는 프로팀으로서는 놀라운 승률과 KDA를 기록하고 있다. 승률 78.5%에 달하는 괴랄한 기록.  이 완벽한 팀을 KT B가 이길 수 있을까?>

 4. 마무리하며....

 양 팀 모두 이번 챔피언스 윈터 2014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팀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승은 단 한 명에게 허락되어있으며 현재 그 우승컵에 조금 더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건 T1 K다.

 다만, 고래로 절대강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흥함이 있으면 쇠함이 있는 법.
 언제 T1 K가 절대강자의 자리에서 내려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T1 K는 현재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을 보여주듯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전승우승'이라 하고 있다.
 KT B는 이 거센 도전을 상대해야만 한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세간의 평가답게 양 팀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