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그 사람의 매력을 좌우한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방송인이 그 예이다. 각 캐릭터들이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의 과정, 우리는 그 순간들에 공감하고 열광한다.

 

지난 번 롤챔인지 롤드컵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진 소드가 우승 했을 당시엔 소드가 가장 인기가 많았던 팀이다.

 

당시에 실력이 가장 출중했기 때문에? 물론 그 것도 적지않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로 그 이유 때문에 현재 소드의 팬층이 확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소드의 팬층이 줄어드는 시기는 막눈의 소드탈퇴 시기와 겹친다.

소드의 팬 중 막눈의 팬이었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막눈관 상관없이 소드를 사랑했었던 팬들도 적잖게 떨어져 나갔을 거라 생각한다.

 

한 때 소드는 이런 말을 듣곤 했다.

"소드는 막눈을 위해 설계된 팀이다."

 

막눈의 하드한 공격적 스타일에 맞춘 팀원들, 처음엔 삐걱대면서 많은 역경에 부딪혔지만 어느순간 팀원 전체가 하나가 된 듯 움직이며 폼이 좋아지고 결국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었다.

 

팀원 모두가 막눈의 스타일에 맞춰서 말이다.

 

루피가 해적왕이 되기 위한 여행에서 동료를 만나고 성장하는 모습에 우리가 열광하 듯,

E스포츠에서도 우리는 드라마같은 모습에 열광한다.

팀의 스토리는 게임을 즐기는 우리에게 게임, 그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우리는 리그를 보는 내내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팀을 보아도 그렇다.

프로스트, 압도적인 전력으로 적을 찍어누르진 못했지만 언제나 역전의 실마리를 제공했고 패패승승승의 주역이기도 했다.

프로스트는 5경기까지만 끌고가면 승리하는 팀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우리는 역경에 굴하지 않는 그 모습을 사랑했었다.

 

우리는 팀의 드라마에 열광한다.

 

그렇다면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SKT T1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탑라이너는 한 때 고통받던 탑라이너였다. 팀의 패배 이후 5인의 구성원 중 유일하게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경기가 끝나면 웃는다.

'저 팀은 강팀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는 것은 당연했어. 그렇게 슬픈 일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던 팀에서 홀로 팀원들의 짐까지 짊어졌던 그가, 암울한 과거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며 유일하게 2연속 승리의 영광을 거뭐진 SKT T1에 있다.

 

우리는 그가 성공하기 전의 모습을 안다.

경기가 끝난 부스 가장 안쪽 어두운 자리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인벤의 메인까지 올라온 모습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그랬던 소년이 이제는 가장 빛나는 승리의 무대에서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 우리는 그런 성공을 사랑한다.

 

 

미드라이너, 세계에서 가장 롤을 잘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이전에 고전파라는 아이디로 아마추어에 있을 때부터 주목받았던 네임드유저였다.

 

다만 그가 세계에서 가장 롤을 잘하는 유저가 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존재는 마치 이윤열처럼 등장한다. 세계 챔피언이 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소년이 이제는 세계단위가 그의 닉네임을 안다. 그 닉네임에 열광한다.

 

압도적인 재능과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픽. 누가 알았겠는가, 현재의 롤판에서 르블랑이라는 암살자가 그 시즌의 최고 하이라이트가 될지. 리븐이라는 챔피언이 세계대회에서 미드라인으로 등장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페이커라는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그의 깜짝등장은 전세계를 열광시켰다.

 

 

서포터, 한 때 CCB에서 코치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며 카오스라는 워크레프트 유즈맵에선 임요환처럼 숭배받던 존재다.

그러나 어느 날 CCB다중참가를 적발당하고 그의 화려한 행보는 CCB제명으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동시에 카오스의 몰락이 진행된다.

 

그의 부재가 대회의 흥미를 떨어뜨릴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졌었다.

한 때의 잘못된 선택으로 정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이 새로운 모습으로 롤판에 등장했을 때,

그리고 새롭게 정상에 올랐을 때...

 

그가 롤을 시작했을 때 사실 그는 프로로써 스포츠를 하기에는 늦은 나이였다.

안그래도 늦게 간 군대에서 제대로 게임을 하지도 못하며 감이 죽었던,

사람들은 다시는 바라볼 수 없는 과거의 영광일거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는 또 다시 정상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정상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막을 내리지 않은 드라마, 원딜러...

여러 프로팀에 입단신청서를 넣어봤지만 온통 퇴짜만 남았던 소년이다.

개인 방송의 채팅에 언젠가 자기 안받아준 프로팀 다 후회하게 만들거라고 분노했던 소년이고,

실제로 그 것을 해낸 사람이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이 팀의 구멍이 되는건 아닐까, 하나하나가 원탑이라 불리는 팀에서 유일하게 정상급 유저인지의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경기가 끝나고 시즌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전승의 영광 속에서 비통한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다.

 

나는 기대한다.

언젠가 그가 승리의 영광 속에서 환하게 웃을 그 날을 아직도 기대한다.

 

 

 

 

SKT T1의 팬이 아닌지라 정글러까지의 행보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SKT T1은 충분히 응원받기에 합당한 팀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선수들의 개개인의 스토리들이 유저들을 열광하게 만듭니다.

앞으로도 매력있고, 각자의 색깔을 가진 개성있는 팀들이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지난 날의 매력이 없다면 고정된 팬층을 가질 순 없을 겁니다.

현재의 나진쉴드처럼요.

 

더불어 현재 E스포츠 즐기시는 분들도 이런 요소 역시 함께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쉴틈없는 재평가가 현 E스포츠를 죽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패배 후엔 격려를, 승리 후엔 환호를 들려줄 수 있는 건전한 팬문화를 만들어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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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지난 번에 쓴 글이 베칼로 가서 베칼니스트 아이콘을 받았네요;

좋게 봐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시리즈로 계속 써보려고 했는데 제 부족함을 느끼고 그냥 가끔 생각나는 글, 하고싶은 말 즉흥적으로 하나 둘 쓰면서 지내겠습니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