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찍히 말하자면 현재 롤 게임 벨런스는 매우 엉망입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합니다. 현재 롤에 사용되는 메타, 챔피언, 심지어 아이템까지 사용되는 것이 한정적이고, 이로 인해

스타크래프트 말년에 보여줬던 게임의 고착화 및 게임의 재미 감소로 인한 흥행 저조의 징조가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물론 라이엇에서도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챔피언 벨런스를 수정하고 있지만 밑그림이 잘못 된 상황에서 다시 채색을 한들 좋은 작품이 나오긴 힘듭니다.

 

 그 밑그림이 뭐냐? 저는 과감하게 '아이템 벨런스' 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템으로 인해 상성 관계가 흐려지고, 그로 인해 특정 챔피언이 선택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상황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라는 논제와 비슷합니다. 특정 챔피언들이 쓰이기 때문에 그 아이템이 쓰인다고 생각 할 수도 있고, 특정 아이템이 쓰이기 때문에 그 챔피언이 쓰인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라이엇과 많은 롤 유저들은 특정 챔피언이 쓰이기 때문에 특정 아이템이 쓰이는 것으로 대부분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국에서 스플릿 푸쉬를 필두로 한 메타가 정착한 지는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특정 챔피언들이 쓰이기 시작한지도 꽤 오래 되었고요. 라이엇에서도 고착화 현상을 막기 위해서 옳은 방향이든 아니든 꽤나 열심히 벨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그 현상은 그대로 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챔피언 벨런스를 맞추는 방식이 잘못 되었다고 하지만, 때로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다른 관점으로 문제에 다가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가 글을 쓴 이유기도 하고요.

 

 

 스플릿 푸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는 푸쉬를 하는 라인 주도권을 가지는 것수성 능력입니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수성 능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정도의 강제 이니시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더 강한 스플릿 푸쉬 주도권을 가져야하는데 이는 스플릿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조합을 짤 때 보면 대부분의 경우 이니시에이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은 서포터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밑에서 설명하겠지만 각 라인에 올 수 있는 유형의 챔프가 한정적이고, 그로 인해서 남는 포지션이 서포터 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각 라인별로 문제가 되는 아이템 한 가지 씩 일단 서술해보겠습니다.

 

 

1) 미드 -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 2600원

 

 포킹 챔피언의 필수템, 현재 등장하는 대부분 메이지 챔피언들이 선템으로 가는 성배가 현재 메타가 발생하게 된 나비 효과의 근원이자 시발점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성능이 너무 괴랄하고 심지어 이 아이템 때문에 카운터의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성배의 옵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주문력 +60, 마법 저항력 +40, 5초당 마나 재생 +15,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20%

 

패시브 적을 처치하거나 어시스트를 올리면 최대 마나의 12% 가 회복됩니다.

 

패시브 마나를 1% 잃을 때마다 마나 재생력이 1% 증가합니다.

 

 

 직관적인 비교를 위한 아이템 2가지를 제시하겠습니다. 첫번째로 가장 많이 비교되는 '모렐로노미콘' 입니다

 

 

주문력 +75, 5초당 마나 재생 +12,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20

 

패시브 체력이 40% 이하인 적 챔피언에게 마법 피해를 가했을 시 4초 동안 고통스러운 상처 효과를 적용합니다.

 

 

 모렐로노미콘은 가격이 400원 더 싸고 주문력 +15 더 높고 치감 효과가 있습니다.

 

 성배는 마법 저항력 +40 더 높고 마나 재생 +3 더 높으며 마나 재생 관련 패시브는 압도적입니다.

 

 

 많은 사람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배를 갑니다. 심지어 미드에 물뎀 챔프가 오더라도 조합에 따라 성배를 가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400원의 가격 차이에서 일단 마법 저항력 +40 차이가 납니다. 단순 가격으로 환산하면 조개 하나의 차이, 즉 720원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마나 재생 부분에서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죠.

 

 똑같은 포킹 챔피언을 위한 아이템이지만 성능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순수 공격 옵션으로 보자면 주문력 +15 더 높은 모렐로노미콘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미드의 경우 대부분 마뎀 챔프가 오게 되고 이 싸움에서 마법 저항력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하위템 단계에서는 더더욱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적이 올 물뎀 챔피언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400원의 가격 차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성능 차이가 납니다.

 

 

 두번째로 돌진 챔피언들, 조금 더 범위를 확장하자면 전투 개시에 능한 챔피언이 자주 가는 '심연의 홀' 입니다.

 

 

주문력 +70, 마법 저항력 +45

 

패시브 주변 적의 마법 저항력을 20 감소시킵니다.

 

 

 사실 둘의 용도는 다릅니다. 하지만 제가 굳이 이 두 아이템을 같이 부각시킨 이유는 미드 라인의 상성 관계가 성배라는 아이템 때문에 무색해져버린걸 극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두 아이템의 가격 차이는 40원이고, 하위템 단계에서도 조금 넉넉잡아 보자면 많은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성배는 가장 핫한 아이템이고, 어비셜은 메이지 챔프에게 버려진지 꽤 오래 되었죠. 사실 어비셜이 버려졌다기 보다는 어비셜을 사용하는 챔프들이 버려졌다는 쪽이 더 옳은 표현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조합간의 상성 관계입니다. 꽤 오래 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포킹 < 돌진 < 한타 < 포킹 이라는 상성이 존재하고, 조합의 핵이자 이 차이가 가장 많이 부각되는 라인은 바로 미드 라인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드 라인에는 포킹 챔피언만 존재합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현재 가장 많이 등장하는 미드 챔피언은 그라가스, 룰루, 르블랑이고 간간히 신드라, 오리아나가 등장하는 수준입니다. 현재 새롭게 떠오르는 직스도 있죠. 르블랑을 제외하면 전부 포킹 챔피언으로 분류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라인전이 강하고, 라인 클리어에 능해서 수성에 강이 있으며, 공성을 할 때에도 포킹으로 꾸준히 이득을 챙기는데 능한 챔피언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한타 상황에서 괴랄한 딜링을 뽑아낸다기 보다는 챔피언 특유의 유틸성으로 한타를 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현재 가장 오피라 불리는 그라가스는 한타 때 딜량 자체고 무시무시하고, 신드라의 경우 한타 때 강력한 단일 누킹이 있지만 이는 챔피언 특유의 특색 일 뿐이지 큰 틀에서 포킹 챔피언의 조건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들을 카운터 칠 수 있는 돌진 챔피언의 경우 대부분 라인전이 강하진 않지만, 강제 한타 개시에 능한 경우가 많으며 순간적인 누킹이 강력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이애나가 있으며 사용 방식에 따라 리산드라와 아리도 이 역할을 수행 할 수 있습니다.

 

 

 포킹 챔피언의 경우 꾸준한 마나 소모로 인해서 마나 리젠 스텟이 붙은 아이템을 사용하고, 돌진 챔피언의 경우 한타 개시 이후 생존 및 탱킹을 위해서 방어 스텟이 붙은 아이템을 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포킹 챔피언이 주로 사용하는 성배 아이템에는 마법 저항력 스텟이 붙어습니다. 이는 사실 포킹 챔피언에게 필요한 옵션이 아닙니다. 그러나 포킹 챔피언에게 필요한 옵션이 다 있으면서 보너스 스탯의 개념으로 붙어있습니다.

 

 이 마법 저항력으로 인해서 돌진 챔피언이 강해지는 6렙 후에도 이득을 보기 힘듭니다. 마법 저항력으로 인해 라인전에서 이득을 보지 못고 라인전 내내 포킹 챔피언에게 끌려다니게 되며 이 차이로 인해 한타 때 제 역할을 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6렙 전에 잃은 포인트를 어느 정도 복구해야 한타 때 역전이 되는데 라인전 내내 포인트를 잃기만 하니 한타 때 이길리가 만무하죠.

 

 

 물론 라인전이 끝나고 여러가지 변수 상황에서 돌진 챔피언이 더 유리하다곤 하지만 굳이 이 리스크를 가지고 돌진 챔피언을 픽 할 이유가 없습니다. 스노우 볼을 굳히는데 특화된 한국 메타에서는 더더욱 라인전 단계에서 준 이득을 복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이미 한 쪽 상성이 붕괴 된 상태라면 굳이 한타 챔피언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는 자신이 스스로 카운터를 당하는 꼴이니까요.

 

 이는 탑 라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탑에 스플릿 푸쉬 챔프가 굳혀지는 시발점이 됩니다. 미드 라인에서 이미 수성의 핵심인 포킹 챔피언이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결국 다른 라인에서 변수가 생겨야한다는 점인데, 이후에 다루겠지만 이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다른 라인에서도 사정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성배라는 아이템은 리메이크 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배의 경우 위에서 다룬 두 가지 아이템과 동시에 어느 정도 역할이 겹치면서 두 아이템 보다 모두 압도적으로 상위 호환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비사지의 성능에 약간 변화를 줌으로써 성배를 마나 리젠과 쿨감을 바탕으로 한 마방템으로 바꾸는 방향이 나름 적합해보입니다. 마나 리젠이 붙은 마방템이 될 경우 현재 탑 라인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마나 코스트 기반 챔피언의 라인 유지력에 어느 정도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탱커류 챔피언에 한정되겠지만요.

 

 

 새벽에 글을 쓰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부득이하게 횟수를 좀 짜르겠습니다.

 

 

 

# 르블랑의 경우 특이한 케이스면서 현재 성배의 성능이 얼마나 괴랄한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르블랑은 상당히 강한 라인전을 가지면서도 암살 능력이 뛰어난 챔피언으로, 사실 포킹에 썩 맞는 챔피언은 아니지만 강한 라인전을 필요로 하는 현재 메타에 부합하면서 성배로 인해 어느 정도의 꾸준한 포킹 능력이 보충되어 쓰이는 케이스입니다.

 

 라이엇이 르블랑을 만든 의도가 과거 데파를 이용한 암살이었는지 현재 처럼 쿨감을 바탕으로 꾸준한 단일 포킹을 의도로 만든 챔피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성배의 오피성으로 인해 본인의 역할이 아닌 방향으로 재발견 된 챔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