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CJ와 SKT의 충격적인 경기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 스포츠 댓글에  

 

"SKT가 밴픽 때문에 졌다",

"SKT랑 밴픽 싸움 이기려면 뱅기 리신 노밴하면됨"

"김정균 코치 밴픽 못하는듯"

 

밴픽 문제를 걸고 넘어졌지만,

(물론 그 후에 그건 브실골 유저들의 헛소리라는 댓글도 많이 있었죠)

 

이것은 사실을 상당히 호도하는 말이 됩니다.

 

 

 

픽을 보면, SKT가 왼쪽이면 SKT가 이기고 오른쪽이면 오른쪽이 이길 것만 같습니다.

그만큼 SKT가 우리에게 그동안 보여준 저력은 대단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나르가 있는 팀이 지는 경우를 거의 못봤죠.

 

SKT는 왼쪽이였고, 이니시를 환상적으로 열 수 있는 시비르의 궁극기와 애니의 시너지.

그리고 메가 나르가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전혀 없는 조합이였습니다.

그래서 제이스가 정화를 들고 수은장식띠까지 샀죠.

그만큼 상대 조합이 위협적이였다는 말입니다.

 

SKT의 밴픽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SKT의 압도적인 경기력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막강하기 때문에, 

SKT가 게임 내에서 보여준 경기력, 경기 내용 그 자체에는

문제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전제, 

혹은 자기 최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매드라이프 선수와 자주 듀오 랭크를 돌리는 클템 해설은

게임 시작에 이렇게 알렸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 CJ도 정말 자신감이 넘친다고 합니다.

지금 스크림에서 이런 기세라면, SKT도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CJ가 스크림 경기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고,

스크림에서 잘하는 팀은 당연히 대부분 진짜 경기에서도 잘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리고 클템 해설의 그 말이 경기 내용에 그대로 반영이 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는 픽밴 때문에 SKT가 졌다는 말은,

그것이 김정균 코치를 욕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경기에 최선을 다해서 2승을 거둔 CJ 선수들을 욕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내내 CJ 선수들의 판단력은 대부분 흐름에서 SKT보다 우위에 있었습니다.

경기 내용을 봐야지 단순히 픽밴 때문에 졌다는 것은 사실을 상당히 왜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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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 주장이 맞는지

게임 내용을 빠르게 살펴보죠.

 

 

 

 

 

1. 첫 용은 CJ의 것.

 

 

뱅기 리신이 나르를 풀어주려고 탑에 갑니다.

마침 샤이 문도가 와드를 해놔서 리신이 탑에 있다는 것이 CJ에게 딱 걸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려던 앰비션의 자르반이 용에 핑찍고

"엥? 이거 완전 공짜 드래곤 아니냐?"

 

결국 첫 용은 CJ에게 넘어갑니다.

 

 

 

 

첫 용을 먹은 CJ는 아주 기분 좋게 출발하죠.

 

 

 

 

 

 

 

 

2. 제라스가 미드에서 퍼블을 내줌.

*[이것은 제라스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제목만 보지 마세요]

 

 

먼저 여기서는 좀 더 사건을 연장선상에서 다루어야 함이 옳습니다.

뱅기 리신이 칼날부리 강타로 먹고 주변에 와드가 있다는 마크가 머리 위에 딱 떠서

미드 주변에서 와드 찾아 돌아댕기다가,

제이스 포킹 얻어 맞고 체력 다 까여서 집에 갑니다.

 

 

 

 

 

리신이 집에 갔다는 것을 알고

자르반과 브라움이 SKT 정글 지역 들어가서 장악합니다.

 

그리고 SKT의 아래쪽 정글 지역을 장악한 뒤에

자르반이 날카로운 미드갱!

 

 

 

 

 

그리고 매라까지 와서 지원을 해줍니다.

 

 

 

 

 

그런데 더욱이 웃기는 것은

상대 서폿, 정글, 원딜 (매라, 엠비션, 스페이스)는 맵에서 보이다시피

벌써 미드에 다 달려갔는데

 

SKT 정글, 원딜, 서폿 (뱅기, 뱅, 울프) 는 어리둥절해 하며 바텀에 있습니다.

제라스 점멸까지 썼는데 피꺼솟하겠죠.  

만약 솔랭이였으면.....

 

 

 

 

 

 

 

 

 

 

3. 엠비션을 죽인 애니, 그리고 그걸 똑같이 갚아준 코코!

 

 

 

 

 

 

여기까지는 이득인데 과연 애니는 살 수 있을까요?

 

 

 

 

 

코코 선수가 정말 잘 했죠.

 

 

 

 

 

 

 

4. 상대 블루에 미련 못 버리다가 응징당한 뱅기의 리신

 

자르반이 죽고 애니도 죽고 바로 그 뒤의 사건입니다.

CJ 의 블루를 SKT의 제라스가 먹었습니다.

이제 무사귀환 하기만 하면 되는데...

CJ가 당연히 SKT를 무사귀환 하도록 냅두지 않습니다.

 

 

 

 

 

스페이스 선수가 코르키 발키리로 벽 넘어와서 리신을 평타로 마무리해줍니다.

 

 

블루 뺏고 자르반을 죽였지만,

리신, 애니가 죽었고 게다가 킬을

CJ 코코, 스페이스. 미드와 원딜이 나눠 먹었습니다.

자르반 죽은 건 애니가 먹었고.

 

완벽한 CJ의 이득이죠.

이 다음의 일은 더 가관입니다.

 

 

 

 

 

5. 코르키를 끊어 먹으려 했던 SKT, 하지만 CJ가 파놓은 완벽한 함정

 

 

 

CJ 바텀의 1차 타워가 없습니다.

코르키가 저렇게 멀리까지 와서 파밍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였죠.

그래서 엠비션의 자르반이 코르키를 뒤따라와서 바텀 부쉬에 숨어서 봐줍니다.

 

그리고 매드라이프 선수는 일부러 (클템 해설의 말에 따르면)

맵에서 보시다시피, 미드 옆에서 SKT(블루팀) 와드에 일부러 자신의 모습을 노출하면서

코르키를 짤라 먹으라고 SKT를 유인합니다.

 

그래서 애니가 코르키에게 점멸 티버를 쓰는데

자르반이 부쉬에서 나타나더니 시비르가 죽고, 애니도 결국 죽게 됩니다.

 

 

 

 

 

 

 

 

 

 

 

6. 용을 먹고 잘 싸운 CJ, 트리플 킬 먹은 문도

 

 

 

이건 뭐 CJ가 잘 싸운 장면이죠.

제이스 포킹으로 리신과 제라스 피를 많이 깎고, 타이밍 좋게 싸움을 걸었습니다.

 

여기서 킬 먹기 힘든 문도 따위가 트리플 킬이나 먹게 되고

당연히 성장에 가속도가 붙겠죠.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이미 적의 화력에 놀란 SKT는 용까지 내주고 도망치기 바쁩니다.

 

그리고 앰비션 자르반이 적의 포화가 쏟아지는 좁은 통로가 아닌

옆으로 점멸써서 다가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였습니다.

 

 

 

 

 

 

 

 

 

 

 

 

 

7. 리신을 못잡고 결국 연이어 무너져버렸던 CJ

 

 

 

리신을 끊어먹으려다 실패한 CJ는 연이은 SKT의 공격에 무너져 내립니다.

순식간에 킬수가 거의 따라잡히고 미드까지 밀리고 글로벌 골드 격차도 다 따라잡힙니다.

 

역시 그럼 그렇지..... CJ는 결국 또 지는건가? 

역전 당하기 명가 CJ 답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장면이였습니다.

 

 

 

 

 

 

 

 

 

 

 

 

 

8. 제이스 잡고 욕심부려서 바론을 얻으려한 SKT

 

 

나르가 민병대 텔레포트로 미드에서 파밍하던 제이스를 팀원들과 협력해서 잡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정말 SKT가 역전하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상대편 미드가 죽었으니, SKT는 바론 시야장악을 하고 바론을 치는데

 

그게 너무 무리수였습니다.

바론은 강합니다.

 

SKT 챔피언들은 체력이 다 빠져서 집에 갔습니다.

 

그 틈에 CJ는 드래곤을 먹고

드래곤 3스택을 달성하게 됩니다.

 

클템 해설 : "그렇다고 이게 결국 뭐 마린 선수 잘못이다 이럴 수도 없구요...;;"

전용준 캐스터 : "그러게요ㅋㅋ 왜 코코를 잡아가지고 저런 욕심(바론)을 부리게 만드냐고 이럴 수도 없잖습니까;"

 

 

 

 

 

 

 

 

9. 자르반을 잡고 또 욕심을 부려 바론을 먹으려한 SKT

 

 

위의 바론 욕심 때문에 용을 내주었으니 사실상 바텀쪽에는 SKT나 CJ나 가치가 없습니다.

탑쪽이 가치있죠. 왜냐하면 바론은 아직 살아있고 누가 가져갈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양 팀은 탑미드쪽 시야장악에 치중하게 되고,

그런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 흐르게 됩니다.

 

여기서 앰비션의 자르반이 바론에 E를 써서 시야를 보는데,

뱅기 리신이 그걸 놓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리신 궁극기로 자르반을 팀원에게 배달하죠.

그렇게 뱅기는 슈퍼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자르반을 끊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SKT는 자르반 하나 끊는 걸로 만족할 수 없고,

이득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또 바론 욕심을 부리게 될 수 밖에 없었죠.

 

바론을 치다가 CJ 샤이 선수 문도가 비비면서 싸움을 겁니다.

바론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여기서 SKT 울프 선수 애니가 상대방(CJ)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위치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CJ 선수들은 그걸 놓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SKT 선수들은 애니를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바론을 치느라 그동안 체력관리가 안됐으니까요.

 

 

 

 

 

그리고 CJ가 역바론을 가게 되죠.

애니가 죽었고 자르반은 리스폰됐으니까요.

 

클템 해설 : "이것도 뱅기 선수 잘못이 아니에요;;; 엠비션이 끊긴 게 약이 됐어요."

 

이제 용을 포함한 많은 오브젝트들은 CJ 것이 됩니다.

SKT는 바론 오더를 두 번이나 실패함으로써 

용과 바론 둘을 내주게 되고

그 이후로 한타에서 잘 싸워도 결국 무너지게 되죠.

 

솔직히 바론 먹고 지는 팀이 얼마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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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SKT는 밴픽 때문에 진 것이 아닙니다.

나르도 가져갔고 그닥 문제가 있는 픽이 아니였습니다.

 

CJ가 이긴 이유는 게임의 안에서의 내용이 더 큰 이유를 차지하죠.

초반부터 CJ가 SKT 보다 좋은 판단력으로 게임을 휘어잡으며 잘 성장했기 때문이고,  

SKT의 두 번 실패한 바론오더 때문입니다.

 

 

SKT가 졌다는 말은, 그만큼 CJ 선수들이 잘했다는 말도 됩니다.

그것도 운좋게 한 번 이긴 것이 아니라, 두 번 이겼습니다.

2세트에서는 페이커가 미드였는데도 이겼죠.

 

밴픽이 조금이지만 승패에 기여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밴픽부터, 혹은 밴픽 때문에 졌다는 말은

CJ 선수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