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게임 개발자들이 자주 하는 말중에 하나인데
쉽게 말해 낮은 진입장벽으로 시작하긴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렵다는 뜻인데

-포켓몬스터

좋은 예로 포켓몬스터를 생각하면 쉽다
포켓몬스터는 남여노소 할것없이 누구나 즐기는 전세계적인 게임이며
게임 자체의 플레이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으며 누구나 쉽게 엔딩을 볼수있다
표면적으로는 캐쥬얼한 이 게임은 사실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는 하드코어 게임인데

게임 상에서 설명해주지 않는 "노력치" 와 "개체값" 이 존재한다.(처음 이 존재를 알았을때의 충격이란...)
롤 커뮤니티이니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꼬렛만 잡고 100레벨을 찍은 피카츄와
구구만 잡고 100레벨을 찍은 피카츄의 능력치가 다른데
이처럼 몬스터별로 특정 능력치에 대한 경험치가 존재하는데 이를 노력치라고 하며

재능처럼 동일한 포켓몬이 동일한 레벨이라도 능력치가 다른데 이를 개체값이라고 한다.
그러니 좋은 개체값의 포켓몬을 얻기위해 경주마 교배하듯 교배를 한다.

사실 이러한 노력치와 개체값은 게임중에 자세히 설명해주지도 않을 뿐더러 스테이터스 창을 통해 확인도 불가능한
숨겨진 히든 요소이며 굳이 이걸 모른다고해서 게임을 즐기는데 문제는 없으며 엔딩을 볼수 있다.
하지만 유저간의 대전이 되면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마스터 하기위해서는 필수 요소이다.
포켓몬의 경우 숨겨진 요소의 공부와 노가다를 통해 사실 누구나 마스터할수 있다.
이러한 육성과 성격,기술 배합등 연구 과정이 hard 에 해당 할텐데 어렵다기보다는 힘들다. 고되다. 의 의미에 가깝다.



-EZ2DJ

굳이 EZ2DJ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음악 게임, 정확히는 리듬 게임도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에 충실하다
일단 리듬게임은 굉장히 심플하다. 내려오는 마크를 음악에 맞춰서 알맞은 타이밍에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렇다고 버튼이 20개 100개씩 있는것도 아니다. 한손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하며
굳이 설명해 주지 않더라도 다른사람이 하는걸 한번만 보여주고 바로 시켜봐도 누구나 할수있다.
굉장히 쉬운 진입장벽으로 Easy to learn 을 클리어 하고 있다.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곡의 풀콤보 , 올 퍼펙트 이런건 누구나 할수있는게 아니다.
물론 족보를 외우는 공부도 해야겠지만 동체시력 , 순발력, 반응속도 같은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다
Hard to master 가 이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여기서 hard는 포켓몬과는 다르게 어렵다. 에 가깝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연습이 있어야 할것이며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연습만 한다고 누구나 달성할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2. 롤 낮은 진입장벽?

예는 이정도로 끝내고 롤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흔히 롤은 진입장벽이 낮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쪽 장르치곤 낮은편이지 게임 전반으로 보면 결코 낮은편이 아닌데
가장 큰 문제는 챔피언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롤에는 현재 120이 넘는 챔피언이 존재하며
각 챔프 별로 패시브+스킬 이 5개씩 존재하니 600개를 공부해야하는데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포켓몬은 이를 훨씬 넘는 숫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포켓몬의 경우는 상대의 기술까지는 몰라도
타입,속성만 알면 일반적인 게임을 하는데 문제가 없고 생긴거만 봐도 유추가 가능할정도로 직관적이다

물론 이걸 learn 으로 보는가 master로 보는가 하는 관점에 따라 달리질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learn 과 master를 나누는 기준을 "몰라도 게임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가?" 라고 본다.
롤을 하면서 상대 스킬을 모른다는건 굉장히 큰 지장이다.
내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고 또 죽고 죽는건 결코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라고 보기 어렵다.
데미지가 얼마에 몇% 몇초 지속 슬로우에 쿨이 얼마고 마나소모가 어떻고 이런 구체적인 수치는 master라 치더라도
이 스킬에 슬로우가 달려있다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것이다.
즉 수백여개의 챔프 스킬을 알아야하는것은 페이커같은 롤 마스터가 되기 위해 알아야하는 사항이 아닌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기본적으로 공부해야되는 숙제인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이 이렇게나 어려우니 수많은 브론즈들이 있는것이다.
결코 그들이 나쁜게 아니라 애초에 기본적으로 클리어해야할 과제의 허들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거기다 수많은 아이템 , 버프몹 , 스펠 등이 있을텐데
아이템 가격이나 버프의 구체적인 수치 스펠의 쿨 등은 master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치더라도
아이템 효과 버프의 효과 스펠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공부해야할 learn에 해당한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공부해야할 사항이 너무 많다.

거기다 장신구 , 정글몹,아이템 따른 강타 효과 , 마체테의 다양한 상위템
중첩에 따른 드래곤버프 등등 시즌1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정도로 복잡해지고 있다.
예전부터 쭉 해오던 사람들이야 이미 익숙해진 것들에 새로 추가된 사항만 더 공부를 하면 되지만 
오늘 처음으로 롤을 하는 친구를 가르쳐 보면 솔직히 어디서부터 알려줘야할지 막막하다.

격투 게임에서 초보자가 대충 버튼을 연타하다보면 우연히 이기는 경우도 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코 qwerdf1234567 같은 기본조작만 안다고 이길수 있는게 아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넥서스를 부셔야 하는데 그 사이에 수많은 과정들 역시 공부해야할 사항이다.
이런 장르를 처음하는 친구에게 "한타" 라는 개념을 설명하는것부터 굉장히 피곤하다.



정리하면 롤은 도타같은 비슷한 장르중에선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게 맞지만 
게임 전반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결코 진입장벽이 낮지 않으며
시즌을 거듭할수록 신챔프가 나올때마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엇이 캐쥬얼을 위해 버린것

롤은 굳이 따지면 포켓몬보다는 EZ2DJ쪽에 가까운데
각 챔프의 스킬 쿨, 마나, 능력치, 사정거리 이런걸 꿰뚫고 있는것 보단
풀콤보 올퍼펙트 하는것 처럼 기계같이 막타를 먹으면서 빠른 반응속도로 스킬을 피하고 맞추는게 중요하다.
턴제 게임인 포켓몬보단 리얼타임인 EZ2DJ쪽에 가까울수밖에 없는것도 있지만(물론 운영 등 머리는 써야겠지)
결정적인 이유는 애초에 히든 요소라고 할만한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도타로 치면 풀링,스택킹,길막 등등같은 꼼수가 이에 해당되는데
이 장르는 코옵같은 싱글모드가 존재한다곤해도 결국에 메인 컨텐츠는 플레이어들간의 대전이기 때문에
이기기 위해서 할수있는건 다 해야되고 master 요소도 결국엔 learn 이 되어버리고 마는 경향이 있다.

쉬운 예로 초창기 정글같은 경우에 미드가 블루를 한대 쳐주고 가면서 블루골렘이 허우적 거리게 하는 식으로
시스템의 약점을 이용한 리쉬를 하는 "팁"이 존재 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팁이 아닌 "상식"이 되면서
초보자들이 리쉬를 하지 않게 되면 부모님의 안부를 묻곤 했다.(그래서 라이엇이 없앴다)

롤에서 챔피언 개성이 적은것도 사실 같은 맥락인데
도타같은 경우 영웅간의 시너지가 상상을 초월하는 조합이 존재하며
아무리 잘커도 못 이기는 말도 안되는 카운터 픽등이 존재한다.
반면에 롤은 그딴거 없고 포지션만 맞추면 어떤 챔프를 고르건 조합이 망하진 않고 고만고만하며
카운터픽이라고 해봐야 잘크면 장땡이다.

이게 뭐냐면 결국엔 시너지가 좋은 조합, 카운터 픽이 master요소가 아닌 learn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A라는 영웅을 뽑았을때 시너지가 좋은 B를 안 뽑거나 카운터픽인 C를 밴하지 않으면
머리는 악세사리냐 어서 빨리 게임을 지워라 이런 소리를 듣게 된다.
캐릭터의 스킬을 외우는것만으로도 이미 높은 진입장벽인데
각 캐릭터간의 시너지, 카운터까지 +@가 아니라 필수로 공부해야하다니...

라이엇은 이러한 그들만의 상식을 최대한 없앰으로 리쉬를 하지 않아도
밴픽을 정석이 아닌 하고싶은걸 해도 욕먹지 않도록 나름의 캐쥬얼성을 얻은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파고들만한 요소가 없어지다보니 게임이 단순해 지고 챔피언의 개성이 없어지고
결국엔 컨트롤 말고는 차이를 낼만한 요소가 존재하지 않게 된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Master 의 영역이라고 볼수 있는 프로씬을 보더라도 MVP나 하일라이트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시스템을 치밀하게 이용한 기발한 플레이보다는(아주 없진 않다)
일반인은 흉내도 못낼 멋진 컨트롤이 주를 이룬다.
"이야 저걸 저런식으로 할 생각을 다 했네(나도 써먹어야지)" 보다는 "우와 저걸 어떻게 하지(나는 못해)" 이 많다는 뜻
EZ2DJ 고수의 플레이를 구경하는것과 다를게 없다. 그걸 백날 천날 본다고 내가 달라질건 없다.



4. 맺으며

롤은 굉장히 성공한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게임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조심스럽다
단지 점유율이 높고 상당한 매출을 내고 있다는게 이유라면 세계 최고의 음식은 햄버거가 되어야 할것이다
물론 롤은 충분히 잘 만든 게임이지만 아직도 개선될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꼭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라는 조건을 만족해야만 훌륭한 게임인건 아니겠지만
지금의 롤은 기존의 유저들이 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master 요소가 아닌 learn 요소를 추가하고 있으니
신규 유저들은 갈수록 공부해야할것은 많아지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반면
고수를 위한요소는 예나 지금이나 컨트롤뿐이란건 아쉬운게 사실이다



사람 일이라는게 한치 앞도 모른다지만 롤이 얼마 안가 망한다는건 말이 안되는것 같고
그렇다고 10년 넘게 장수 할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지만
인기 게임으로 남아 있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개선되어 흠잡을곳 없는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