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미드 - 롤의 미드필더, 허리진

축구 좋아하십니까? 축구를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보신 분들은 미드필더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축구에서 미드필더는 팀의 점유율, 혹은 주도권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포지션입니다. 미드필드 라인이 강력해야 필드내에서의 주도권에서 뒤지지 않게 되며, 결국 이것이 경기를 지배하고, 찬스를 살리며 위기를 줄이는 강한 팀의 필수소양이라고 할수 있겠죠.

그런 미드필드들에게도 주어진 세부 역할이 매우 다릅니다. 전천후적으로 활동량 넓은 박스 투 박스부터 1.5선에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수비쪽에 치중한 앵커 등... 풋볼 매니저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매우 친숙한 이름들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우리나라의 월드컵만 보더라도 김남일과 박지성의 차이는 다들 어느정도 알고 계실겁니다.


[중앙에 있다고 다 같은 임무를 부여받은건 아니다. 선수의 능력에 맞는, 전술에 맞는 각자의 임무가 있는 법!]



롤은 축구처럼 필드에서 공을 차는 게임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드필더와 같은 허리진들이 존재합니다. 이름부터 확실한 미드라이너, 그리고 정글러가 소환사의 협곡의 허리를 맡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그들도, 미드필더의 세부 역할처럼 각자의 스타일과 역할이 존재합니다. 

물론 프로레벨로 갈수록 하나같이 "실수 안하기 게임"을 하는것 같고, 최적화된 공식속에 일반적인 답을 찾는것 처럼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면면을 살펴보면, 플레이어들의 스타일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들이 모였기에, 팀간의 스타일도 확실히 찾을 수 있습니다.




스타일의 기준 - 스킬의 싸움, 피지컬과 로지컬

그렇다면, 그 스타일을 분별하는 기준점은 어디서 볼수 있을까요? 저는 그 기준점을 잡는데 챔피언들의 "스킬"에서 출발해볼까 합니다.

플레이어간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나 파밍 능력이 동등하다고 가정했을때, 미드에서의 라인전을 정말정말 간단하게 - 1차원적으로 표현하면, "스킬 맞추기 싸움"입니다. 미니언, 챔피언간의 상성, 그 외의 부수적인 모든것들을 뒤로하면, 결국 챔피언과 챔피언의 싸움입니다. 이 챔피언들간의 싸움에서는 스킬을 맞춰야 이기고, 피해야 이깁니다. 반대로 내가 아무리 컸어도 스킬을 못맞추면 말짱 꽝이고, 남의 스킬을 다 맞아주면 이길 싸움도 지게 되어있습니다. (미드라인 기준이기에, 평타 기반의 챔피언들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킬을 맞아준다/피한다의 얘기가 굳이 논타겟 스킬만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타겟/논타겟 스킬을 불문하고, 스킬을 쏘는데에 있어서 챔피언간의 위치선정, 상대방 스킬에 대한 이해, 경기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 등 많은 부수적인 능력들을 요구합니다. 앞서 비유한 축구로 따지면, 스킬을 때리고/피하고의 범위는 개인기/몸싸움/순간 속도 같은 피지컬의 문제라면, 그 이외의 설명한 부수적인 능력들은 오프더볼/위치선정과 같은, 보이지 않는 로지컬에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피지컬과 로지컬의 능력치가 스킬의 성공률을 좌우하는 셈이고, 이것이 좋은 라인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지컬과 로지컬엔 선수마다의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치고 본다 vs 보고 친다 - 선공형 vs 역습형

얼마 전,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복싱 경기가 있었습니다. 경기 양상은 파퀴아오가 계속해서 메이웨더에게 잽을 날리면서 견제를 하는데, 메이웨더는 기가 막히게 피하면서 순간순간 나오는 카운터 펀치로 득점을 올리는 모습의 연속이였습니다.

저는 이 둘의 경기 스타일이, 롤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기술을 날리면서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온 파퀴아오는, 스킬을 먼저 날리면서 선공권을 가지고 있는 "선공형"에 가깝습니다. 반면에 계속 상대의 펀치를 피하면서 빈틈을 찾아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메이웨더의 모습은, 그 반대에 위치에 있는 "역습형"에 가깝다고 할수 있습니다.



[선빵을 날리는 파퀴아오, 그것을 보고 받아치는 메이웨더 - 롤도 다르지 않다]


저는 이런 선공형과 역습형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각각 페이커와 다데를 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커의 공격성이나 스킬을 맞추는 능력, 라인의 주도권을 쥐려는 적극성, 그리고 반응속도야 굳이 말 안해도 다들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제드/야스오의 모습이 선한 다데가 좀 의외라고 생각하실텐데, 상당히 공격적일것 같은 다데지만 그 실상을 살펴보면 받아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언젠가 페이커와 다데가 이벤트형식으로 1:1 매치를 한적이 있습니다. 이때 다데가 3번 모두 승리를 거뒀는데, 세번 모두 페이커가 먼저 스킬을 날리고 다데가 받아치면서 킬을 따내는 그림이였습니다. 먼저 치는 페이커와, 그것을 응수하는 다데의 스타일이 만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공형과 역습형이 라인에서 만나면, 라인의 주도권은 선공형이 가지고 출발합니다.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유리함을 가지고 있다는것이 아니라, 선공권이 나에게 있게끔 판을 짠다라는것을 의미합니다. 선공형은 먼저 치는 입장이고, 역습형은 그것을 보고 맞춰가서 역습을 노리는 입장입니다. 역습형은 주도권을 내주는 대신, 그것으로 인해 파밍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는 뛰어난 파밍력이 뒷받침 되주어야 합니다.



정글러의 분류, 공격형/회피형 - 변수의 조절

이런 선공/역습형의 분류는 정글러간에서도 가능합니다. 물론 라인전처럼 누가 공격하고, 역습하고의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의 스타일의 분류는 단순히 스킬을 잘맞추냐, 못맞추냐의 문제보다는 약간 더 복잡합니다. 그들의 스타일은, 그들이 얼마나 변수를 잘 만드려고 하느냐의 여부에 있습니다.

흔히들 프로간의 경기를 '실수 안하기 게임', 혹은 '실수 덜하기 게임'으로 얘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으면 플레이를 만드는것을 대체적으로 꺼려합니다. 어떠한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역습을 가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격적인 정글러는, 그런 변수를 만드는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합니다. 짜여진 틀을 깨부수는것에 부담감이 덜한거죠. 그 바탕으로는 그들의 피지컬이 우월해서일수도, 혹은 소수교전에 대한 자신감이 커서, 그것이 아니라면 그냥 성향이 공격적이라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수 있습니다.

공격형에 반대쪽에 위치한 정글러는 위험기피적(risk-averse)이고, 따라서 변수를 회피하는 회피형입니다. 라인전 단계에서 차이를 벌린다기 보단 서로의 체급을 동등하게 키우는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대신 오브젝트나 게임흐름, 혹은 조합에 있어서 상대방보다 더 뛰어난 이해도로 경기를 가져간다 라는 안전지향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드/정글의 조합 - 팀 스타일의 성립

했던말을 짚고 넘어가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드
선공을 좋아하며, 따라서 라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선공형
라인의 주도권은 내주더라도 파밍과 딜교환에 뒤지지 않는 역습형

정글
변수를 만들면서 차이벌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형
변수를 줄이면서 한타를 도모하는 회피형

이 네가지의 경우의 수를 조합하면, 팀의 스타일이라는것이 어느정도 성립됩니다. 탱킹위주의 탑, 프리딜 위치를 보는 원딜, 캐리라인을 살리는 써폿에 비해, 정글/미드가 한타에서 가지는 변수때문에 팀원들은 그들의 성향에 자연스레 맞춰가는 모습을 띄기때문이죠.



선공형/공격형 - 소규모 전투를 두려워 않는 진정한 싸움꾼
예 : 2013-14 KT Arrows (카카오-루키)

선공/공격형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갱각/소수교전각이 보이면 그것에 있어서 자비가 없을정도로 신속하게 진행해서 그것을 실행하면서 이득을 챙기려는 스타일이라는 것입니다. 프로간의 경기에서 갱각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보이는것이 아니기에 매 경기가 소규모 교전의 연속이라고 할수는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그런식의 소규모 전투를 매우 즐겨하며 그런 전투를 통해서 이득을 보는데 매우 특화되어 있는 조합입니다.

프로레벨에선 꽤나 드문 조합입니다만, 이에 맞는 가장 좋은 예는 작년 썸머를 지배한 KT 애로우즈입니다. 저돌적인 루키와 "눈보다 빠른 갱킹"을 가진 카카오의 조합은, 역대 롤챔스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듀오를 보여주었고 이는 곧 팬들이 좋아하는 "꿀잼"경기들을 많이 이루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그 공격성이 지나쳐 유리한 게임도 그르치거나, 아니면 초반부터 아예 게임이 터져버리는 불상사가 생길수도 있음엔 분명합니다.


선공형/회피형 - 미드의 주도권을 게임 전체로
예 : 2013-15 SKT T1 (벵기-페이커), 14-15 CJ Entus(엠비션-코코)

선공형과 회피형의 조합은, 미드라이너가 주도권을 쥐고 출발하면서 그 유연함을 정글러의 능력에 맞춰 스노우볼을 굴러나가는 형식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조합이 바로 페이커-벵기조합입니다.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라이너가 주도권을 가져오면 정글러가 그 흐름에 맞춰서 무리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유리함을 가져오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흔히들 이런식의 운영을 보면 "정글러가 버스를 탄다"라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만, 정글러는 자신의 움직임에 맡게 계속해서 미드라이너의 템포를 매우 정교하게 조절해줘야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또 다른 선공-회피의 약점은, 만약 라인전을 5:5로 가져가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역습/회피형과 같이 전반을 버리는 무취무색의 모습으로 이어질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벵기가 부진하던 한 때 T1을 상대하는 제 첫번째 순서로 "라인전을 5:5로 가져가라"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만약 정글러의 운영능력이 극에 달한다면, 무결점의 조합이라고 볼수 있을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역습형/공격형 - 정글러의 대담함, 빠른 스노우볼링
예: 2013-14 Samsung White (댄디-폰), Samsung Blue (스피릿-다데), 2014-15 Jin Air Greenwings (체이서-갱맘)

역습/공격형은, 선공/회피형의 반대로 정글러의 초반 움직임이 운영의 실마리가 되어 경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입니다. 작년 삼성왕조가 여기에 가장 흡사한 운영을 보여주었고, 요즘에는 초안전주의의 갱맘이 사리는 동안 물이 오를때로 오른 체이서가 득점을 이루는 진에어가 이런 스타일에 가까워 있습니다.

역습/공격형의 조합은,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때 팀 게임에서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격형의 정글이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는 가운데, 그 성장력을 바탕으로 한타때는 이니시/어그로등 좀 더 만능적인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 와중에 미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지향하는 역습형이기에 딜러의 리스크도 적은 편이며, 공-수의 전환이 다른 조합들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또 위험이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것이 잘못되면 초반부터 게임이 꼬이고, 미드라인은 허둥지둥하다가 뭐 해보지도 못하고 경기가 스무스하게 끝나는 역효과도 있습니다. 정글러로 포지션 변화를 한 투신과 슬럼프에 빠진 프로즌이 위치한 섬머 1라운드의 IM이 안타깝게도 그런 모습과 흡사하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역습형/회피형 - 전반은 버린다! 운영을 노린 승부
예 : 2014-15 KT Arrows (스코어-나그네), Najin(와치-꿍)

말 그래도 라인전은 서로의 맷집을 키우면서 큰 변수를 두지 않고 있다가, 용타이밍, 혹은 모두가 합류하는 한타때까지 득점도, 실점도 하지않고 꾹 참는것에 익숙한 케이스입니다. 최근에는 KT와 '평소때의' 나진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수 있습니다. (나진에 '평소때의'라는 표현을 적은 이유는 잠시 후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역습/회피형의 특징은, 득점을 아주 조금씩 조금씩 따내다가 어느순간 한번에 터트려서 돌아보면 차이가 많이 나있는, '시나브로 게임'의 형태를 자주 띄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반면, 매우 수동적이고 느리기 때문에 역전 내기가 힘들고, 또 경기를 끝내는데 있어서 느슨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합의 싸움 - 그들의 싸움에도 상성이있다

같은 조합간의 싸움은 더 잘하는쪽이 이깁니다. 예를들어, 저는 KT가 나진에게 이번시즌 썸머-스프링에서 6연패를 당했던 이유중 하나가, 양팀 모두 탑캐리-안정적인 미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와치의 운영능력이 정글러로 전향한지 얼마안된 스코어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와치 대신에 피넛이 경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만, 그땐 라인전부터 터졌습니다.) 반면 어제의 경기에선 나그네보단 선공형에 가까운 엣지가 출전하여 초반부터 라인의 주도권을 확 움켜지었고, 거기에 알맞게 팀의 운영이 잘 받혀줬기에 완승을 거둘수 있었습니다.


다른 조합끼리 만날때의 경우는, 당연히 케이스마다 다릅니다만 통상적으로는 좀 더 적극적인 조합을 가진 쪽이 선공권을 가지고 그것을 상대쪽이 얼마나 잘 받아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적절하게 조합이 섞인 선공/회피 vs 역습/공격의 싸움에서는, 합이 맞는다는 가정하에 공수의 전환이 매우 분명하면서 또 다이나믹한 굉장히 수준 높은 경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시즌4의 최고의 명승부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이런 선공/회피의 대표주자 T1과 역습/공격의 삼성블루가 만난 마스터즈 결승 2차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계속해서 강력한 펀치를 T1이 먼저 날리고 시작하고 한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끝나고 보면 한타는 블루가 이겨있는 기이한 싸움의 연속이였습니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선공을 날리는 T1, 받아치는 블루. 그 와중에 미쳐 날뛰는 스피릿]




"이걸 나진이?"의 비밀 - 와치는 낮져밤이?

언제부턴가 롤판을 휘어감던 마법의 문장 - "이걸 나진이!"는 나진의 불가사의한 역전승들과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는 이 중심에, 와치의 역할이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기복이 있는 모습은 둘째치고, 와치는 컨디션과 공격성이 비례하는 매우 특이한 정글러입니다. 컨디션이 좋은, 소위 긁히는 날의 와치의 리 신은 인섹과 카카오를 연상케할정도로 공격적입니다. 그러나 스스로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혹은 팀이 열세라고 판단하면, 바로 몸을 숙이고 후반을 도모하는 회피형으로 태세변환을 합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컨디션을 반영하듯, 이런 경기에서는 맥없이 무너지는것이 나진의 특징입니다.

와치가 회피형이냐, 공격형이냐가 중요하게 작용되는 이유는, 같은팀의 미드를 맡고있는 꿍이야 말로 역습형 미드중에서도 극에 달한 수비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변수를 만든다기 보다는 상황하나하나에 맞춰가는 수동적인 미드이기 때문에, 와치의 적극성이 팀의 스타일에 그만큼 큰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다시 뜨거워져서 그 특유의 공격력과 매서운 갱킹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와치는, 마치 마녀사냥에서 자주 쓰이던 '낮져밤이'를 연상케 할정도로 환경에 따라 스타일이 바뀝니다. 과연 그의 이번시즌의 끝에는 헐크같은 괴력으로 팀의 4연속 롤드컵 진출에 기여할지, 아니면 조신한 정글러가 되어 고배를 맞을지 지켜봐야 할것 같습니다.



스타일이 팀의 전부는 아냐 - 하지만

당연한 얘기지만, 팀경기에서 롤은 미드/정글만이 하는것이 아니라 다른 세 플레이어간의 호흡과 각자의 실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이, 혹은 팀이 하는 플레이 하나하나를 이런 스타일론에 맞추는건 무리가 있으며, 설사 그런 스타일이 성립해 보인다고 해도 저런 미드/정글조합의 약점으로 지목되는것들을 나머지 멤버들이 보완해주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나진은, 정글과 미드의 수동적임을 듀크와 오큐라는 캐리력 강하고 저돌적인 탑-원딜을 통해 상쇄하는것을 예로 들수 있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식의 미드/정글에 대한 분류를 따로 놓아서 팀의 스타일을 살펴보는것이 어느정도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솔랭에서도 가장 게임을 터트리기 쉬운 두 포지션을 꼽으라면 미드/정글이듯이(그래서 대리를 하는 듀오들이 보통 미드/정글을 선호하듯이), 미드/정글의 영향력은 라인전단계에서 스노우볼을 굴리는데 있어서 가장 큰 것이 분명하며, 중후반의 흐름에서도 그들의 성향이 팀 전체의 한타와 운영의 움직임을 주도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예전의 최강자들을 논할때 "라인전부터 파괴하는 T1,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는 탈수기 화이트" 라는 짧은 명제에기대는 것에 볼수 있듯, 강자들에게는 픽밴을 논외로 하더라도 그들만의 승리공식이 존재하며 그 승리 공식의 실마리는 플레이어들의 성향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공격형 정글러였던 인섹/카카오/댄디/스피릿의 엑소더스가, 롤챔스의 운영을 좀 더 보수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들었다는 분석도 할 수 있습니다.


경기를 보기전, 챔피언의 조합과 함께 플레이어들의 성향을 생각하면서 경기를 예상하는것도, 롤을 좀 더 즐겁고 심도있게 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롤을 즐겨보시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