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작성하기에 앞서 멋진 명 경기를 보여주신 나진 CJ 두 팀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오랜만에 눈이 호강하는 롤 클라시코 대전이었습니다.
  이제 본제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칼럼게시판이나 자유게시판에 현재 어제 경기의 제파 선수의 아쉬운 플레이에 대한 말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오뀨선수나 퓨리 선수 등이 보여준 환상적인 트리스타나 플레이를 떠올리면서 어제의 제파선수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것을 모두 제파선수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단편적인 접근이라고 봅니다. 이를 증명하고자 어제의 경기에서 결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주요장면에 대한 분석과 더블어 제파선수 시점에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1. 트리스타나 트리풀 킬 장면
- 나진이 원했던 최고의 시나리오


 
  위 장면은 네이버 중계 동영상 기준 33분경의 교전상황입니다. 르블랑에 의해서 쓰레쉬가 아무것도 못하고 먼저 전사한 이후의 모습인데 보시는 바와 같이 나르는 모르가나와 르블랑, 시비르를 모두 발을 묶고 있었고 아리는 풀피로 리신을 빈사 상태에 만들어 놓은 상태이며, 문도를 트리스타나가 혼자 마크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점멸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말이죠. 이 후 상황은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멋지게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트리스타나 그 앞에 기다리는 르블랑과 모르가나는 이미 트리풀 킬의 제물이다. )

  이 교전은 나르가 안정적으로 탱을 하면서 적 딜라인의 발목을 묶을 수 있고 이 사이에 아리가 딜을 넣으면서 트리스타나가 프리딜을 할 수 있으면 적 탱커라인부터 녹여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교전이며 나진이 애초에 이런 컨셉의 조합을 준비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때 까지만 하더라도 나진이 3경기를 잡을 줄 알았습니다. 제파선수에 대한 문제도 전혀 언급될 필요가 없었죠. 안정적으로 적의 탱커를 녹인데다 과감한 앞점프에 남겨놓은 점멸까지 활용해서 적을 싹 쓸어담았으니 말입니다.

2. 치명적인 아리의 실수


 
  네이버 동영상 기준 37분경, 경기시간으로는 30분경의 장면입니다. 상태창을 보시다 시피 나진이 킬스코어와 글로벌 골드를 모두 앞서는 상황입니다. 앞선 트리스타나의 트리플 킬이 나왔던 교전이후의 대규모 드래곤 전투입니다. 나진이 유리해 보이죠. 하지만 여기서 꿍 선수의 아리가 너무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맙니다. 어둠의 속박이후 르블랑 포킹에 의해 빈사상태가 되버린 것이죠. 이미 드래곤을 3스택 쌓아놓은 CJ이기 때문에 다급해진 나진은 자르반과 트리스타나의 딜을 이용해 드래곤 스틸을 노립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트리스타나를 주요깊게 살펴봅시다. 이미 드래곤은 먹혔고 스틸을 노리던 자르반도 전사했으며 설상가상 전장을 이탈했던 아리를 리신이 집요하게 노려서 잡아냅니다. 문제는 이 리신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트리스타나가 로켓점프를 사용하는데 이미 트리스타나의 딜을 받기도 전에 리신이 전사하면서 로켓점프가 초기화 되지 못합니다. 또한 트리스타나의 스펠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후 상황입니다.



 나르의 미친 슈퍼 플레이로 3명이 벽꿍을 당했고 시비르만 이 상황을 점멸로 탈출한 모습입니다. 여기서 트리스타나는 사거리에 들어온 가장 핵심 딜러인 르블랑을 노립니다.

 



 하지만 르블랑이 극적으로 점멸과 모르가나의 미카엘의 힘입어 탈출에 성공하고 이미 점프가 쿨이고 스펠도 없는 트리스타나는 결국 잡힐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드래곤 전투는 사실상 이 후의 경기의 향방을 결정짓는 굉장히 중요한 전투였고 일방적으로 CJ가 승리하게 되면서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앞선 트리플킬이 나왔던 전투 양상을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된 것이죠. 이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비등하게만 갔어도 경기는 나진이 이길 가능성이 훨씬 높았을 겁니다.

3. 어쩌면 정말 오뀨가 나왔으면 달랐을지도 모를... 하지만 모든 것은 결과론 적일 뿐.



사실상 제파선수의 아쉬운점이 가장 부각되어 보였던 교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나르가 르블랑에 의해 빈사가 되는 장면인데 바로 옆에 트리스타나가 몇 대 툭툭 르블랑을 건드려주지 못 한게 아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정말 아쉬운 것은 다음 장면입니다.



 여기서는 와치선수의 자르반이 엄청난 슈퍼플레이로 빈사가 된 적군 4명을 대격변안에 가두어 버립니다. 아무리 나르가 빈사긴 하지만 주요 딜러인 트리스타나와 아리가 풀피인 상황에서 나진은 절호의 찬스를 잡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트리스타나와 아리는 결국 저 빈사의 적을 마무리 짓지 못합니다. 표시한 것처럼 트리스타나와 아리는 점멸도 있고 힐도 있고 적이 저 정도의 피를 가지고 있다면 한번쯤 과감하게 돌입해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을 거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나진의 선순들은 이미 용 5스택을 내준 상황인지라 결국 안전하게 빠지는 것을 선택합니다. 여기서 제파선수가 만일 오뀨선수처럼 점멸로 접근해서 저 아래의 3명을 쓸어 담았더라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까요? 아니면 아직 풀피로 건재한 시비르에 의해 패배를 좀더 앞당기게 되었을까요? 모든 것은 결과론적이긴 합니다만, 결국 이 장면이야 말로 시청자들이 보기엔 제파의 안정적인 성향이 문제가 되었던 결정적인 장면이 아닌가 합니다.

4. 결론: 제파에게 아쉬웠던 것은 단지 변수를 만들지 못했을 뿐, 잘못한 것은 없다.

 
  위에 교전은 사실상 CJ가 승리를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나진의 악착같은 수비가 빛났지만, 결국 CJ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경기 직후, 해설자들이 언급한 제파선수의 아쉬운 플레이에 대한 반향 때문인지 인벤 게시판은 온통 제파선수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파 선수에게 잘못한 점은 절대 없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르블랑이 한번 들어왔다 하면 빈사상태 되거나 죽어 나가는 마당에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원딜이 르블랑 사거리에 들어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원딜을 어느 정도 해본 유저 분들이라면 모두 동의 하실 겁니다.

 또 문제되는 것이 있다면 템트리에 대한 선택일텐데 왜 밴쉬를 안가고 멜모셔스를 갔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르블랑이 트리스타나를 굳이 무리해서 노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경기를 조금만 주의 깊게 보더라도 코코선수의 르블랑은 트리스타나가 사거리에 없을 때에만 진입해서 상대 챔프에게 딜을 넣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자분들이 르블랑 들어왔을때 툭툭 쳐주면 되는데.. 하는 상황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죠.(위에서 언급한 마지막 교전을 제외하고는) 이는 르블랑이 매우 잘한 플레이지 원딜이 못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밴쉬를 올려서 좀더 공격적으로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을뿐이죠. 하지만 온갖 던지기 스킬이 난무하는 CJ조합상대로 밴쉬가 과연 르블랑 상대로만 효과적일까요? 괜히 밴쉬 믿고 들어갔다 속박 맞고 죽으면 그대로 끝인데 말이죠.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잘 큰 문도를 때려잡기 위해선 어떻게든 공템이 하나 더 필요했다,라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제 주관적인 생각이 좀 개입되는데,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트리플킬 먹고 게임의 주도권을 완전하게 가져왔다고 여긴 트리스타나가 좀 더 본인의 생존을 높이는 쪽으로, 즉, 변수를 차단하기위해 올렸던 피바라기가 독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피바라기 하위템을 갖춘 상태에서 벌어졌던 30분경 교전에서 나진이 대패를 하면서 문도가 너무 커버렸고 그렇다고 당장 트리스타나가 라위를 갖추기도 어려운 상태가 되면서 일이 꼬여버린 것입니다. 라위가 너무 늦은 타이밍에 나오게 되었죠. 그런데 막상 라위가 나오고 보니 문도의 템이... 태블망, 란두인, 가시갑옷, 밴쉬, 워모그 하위템 거인의 밸트 이렇게 나온 상태라면 제아무리 4코어를 갖춘 트리스타나라도 문도를 잡는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게 40분 이후의 상황입니다. 따라서 트리스타나로서는 아군의 탱커들과 서포터가 어떻게든 30분이전의 트리플킬 상황의 교전을 만들어내길 바라면서 제아무리 문도라도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을 갖추기 위해서 5번째 공템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왜 밴쉬 안가서 르블랑 견제 못하냐?’ 라고 보기엔 상황이 그만큼 녹녹치 않았다는 것입니다.

 



(나진이 바랬을 최고의 시나리오. 앞 라인에서 나르가 버티면 트리스타나가 점차 벽을 무너트리며 진입해 다 쓸어담는다. 실제로 트리플킬이 나올 때만 해도 그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미 대세를 역전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

  올해 최고의 명경기라 볼 수 있는 이 경기는 용과 바론을 동시에 먹는 순간 사실상 CJ가 진작이 이겨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경기였습니다. 프로레벨에서 이만한 격차가 역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니까요. 하지만 나진의 악착같은 저항이 명경기를 만드는데 일조한 것이지, 사실 별다른 변수가 없었으면 무난하게 CJ가 승리하는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별다른 변수라 볼 수 있는게 나진입장에서 본다면 잘 큰 트리스타나의 과감함 뿐 이었던 것입니다.그래서 해설자들이 계속 트리스타나가 아쉽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고, ‘트리스타나가 피지컬과 자신감 앞세워서 르블랑이나 시비르라도 한번 잡아냈다면 나진이 이길 수도 있었을 지도 몰라’ 인 것이지, 이것을 트리스타나가 못했네, 딜을 못넣었네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런 상황 자체를 설계한 CJ의 노련함을 칭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파선수는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하였고 그 외의 아쉬운 점은 모두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끝으로 고생한 10선수 모두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나진도 제파선수도 모두 화이팅입니다. 물론 CJ선수들 최고입니다~!!


‘트리스타나가 툭툭 이런게 필요한데 너무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밴시도 없습니다. 밴시가 있으면 밴시 벗겨질 때 까지만이라도 그런 플레이를 할 텐데 트리스타나 많이 하는 선수는 그런 플레이를 하는데 이게 너무 위축 되서 뒤쪽에만 있으니까 전술적 변수가 아예 안 만들어지는거에요.’

‘그러니까 그만큼 CJ가 상황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거죠. ’

‘이게 트리스타나가 못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는게 참... 르블랑이 너무 잘 들어옵니다.’

‘한번 걸리면 사망인데 자신감 있게 하기가 많이 부담되죠.’

(실제로 해설자들이 경기 막바지에 언급한 내용이다. 이는 나진이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변수가 트리스타나임을 강조한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