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한두개는 올라오는 롤의 폭언욕설 문제와 이에 대한 제제 시스템의 부재 논란....

저도 이것에 대한 글을 좀 써볼까합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오늘 봇라인 퍼블을 내줬다고 서폿이던 케일이 Fxxx거려서 그냥 랜선 뽑았거든요.

ㅈㅅ ㅈㅅ 하는 중에도 끊임없는 Fxxx연타에 꼭지돌아버려서...

그 뒤 깊은 빡침에 갑자기 머리가 이 쪽으로 휙휙 돌아가게 되어 이 글을 써봅니다ㅋㅋ

여러분, 원딜과 서폿은 투수와 포수입니다. 개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상호작용이 더 중요한 포지션이죠.

다른 포지션끼리도 팀웍이 중요하긴 하지만, 봇듀오가 괜히 듀오가 아니잖아요?

난 왠지 천성적으로 파트너십 부족하다 싶으면 봇하지 마세요...

아, 이 얘기가 아닌데.



먼저 말씀드릴 것은, 전 딱히 욕설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해결책이나 책임론을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말 할 수도 없구요. 까놓고 말해서 이 문제는 그냥 답이 없거든요.

전 이 문제가 단순히 제제 규정 한두개로 해결될 만큼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여기까지 읽어보셨다면 뭐 이렇게 시작부터 막나가냐고 말씀할 분도 있겠죠.

자, 그럼 제가 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 롤의 폭언욕설의 뿌리가 어디인지 지금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국 인터넷문화의 태동은 1990년대 말 PC통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 구축된, 

세계 최정상급 보급률의 초고속 인터넷망이 전국민을 인터넷 속으로 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그당시에는 아직 인터넷 문화가 클린했습니다. 자정작용이 원활하게 잘 돌아갔거든요.

크고 작은 커뮤니티들 안에서 스스로 규칙을 세우고 서로 지키고자 하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이때는 아직 인터넷 공간을 똑같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예의외 규칙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이런 게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이 희석되고 변했죠.

언제부터인가 이런 마음가짐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인 시기는 짚기 어렵습니다.

다만 추측을 해보자면 일부 커뮤니티가 친목성을 보다 중시하면서 서서히 규범적인 질서를 허물기 시작하면서,

바늘구멍에 댐 무너지듯 우르르 쏟아진 게 지금의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인터넷 문화는 어떻죠? 어딜 가나 폭언욕설 인격모독 지역감정 조장 등등...

익명성의 오남용, 아니 그냥 악용이죠. 자기 한 말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때로는 그 책임 자체를 망각한 채

그냥 속된말로 싸지르는 수많은 악의와 무질서...낙동강이 낙똥강 소리 듣는 것 만큼이나 오폐수가 가득한

똥물이 한국 인터넷 문화의 주류입니다.

그 극단적인 예인 몇군데 사이트의 예를 들 것도 없이...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예입니다.

포털 사이트 아무 뉴스나 찍고 들어가서 댓글 보면

그냥 다 똑같아요. 어느 분야 어떤 기사를 가서 댓글 봐도...거의 다 똥통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월드컵 거리응원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기억하실겁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있었던 시청 거리응원을요.

과장 좀 보태서 응원단 지나간 자리에 쓰레기 하나 없었던, 외신들조차 앞다퉈 보도했던 그 기적의 시청 거리응원은...

4년 뒤 독일 월드컵에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떻게 되긴요...그냥 개판이었지...당시 신문기사 검색해도 얼마나 비포 애프터가 심했는지를 알 수 있구요.

카더라 통신, 누가 가봤더니 그랬다더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 뉴스 자료를 통해서 응원문화가 얼마나 똥이 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두 월드컵의 거리응원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아주 명확합니다.

사회가 스스로 규범을 세우고 지키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능력을 상실할 때 얼마나 대단한 결과가 나오는지 말입니다.



그럼 이런 풍토가 왜 생겨나게 된 걸까요?

어째서 한국 사회는 이렇게 도덕적인 가치가 화장실 똥휴지처럼 하찮게 여겨지는 걸까요? 

못 배웠으니까요. 못 배우고 무지하니까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대학 진학률 80%에 오바마도 감탄하는 교육 초 강국 대한민국 사람들이 못배우고 무식하다니?

못 배운거 맞습니다. 예의와 자율과 책임과 사람됨을 못 배운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누구를 탓하고 잘잘못을 가리기에는 참 힘든 세상입니다.

당장에 여의도의 파란 돔 지붕에 있는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너무나도 사람답지 않은 사람 천지이고...

학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사람됨을 지적하기보다 학급등수 전교석차 떨어진 것을 더 호되게 나무랍니다.

90년대 말 이후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과도성장의 부작용, 한국 사회의 병폐가 곳곳에서 드러나는 현상 중 하나가

이러한 도덕성과 사람됨의 결여, 그에 따르는 인터넷문화의 부패인 것입니다.

이 독소가 곳곳에 흩뿌려진 표본 중에 롤 매너가 있는거고요.

물론 모든 세상만사의 원인과 결과는 참 복잡하고 심층적이며, 나비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제가 앞서서 적었던 게 전부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깊이 조명하고자 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의 모든 병폐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사회 전반의 도덕적 가치 경시입니다.



이제 서두에 먼저 제시했던 결론이 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이 되었습니다.

지금 롤 안에서 나타나는 폭언욕설의 횡포 등 비도덕적인 문제는

사회 전반에 팽배한 도덕의 부재, 인성의 결핍이라는 때와 얼룩이

롤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비춰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롤 자체의 제도가 아무리 개선되고 작동을 한다고 해도 정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죠.

거울에 비치는 얼룩이 거울의 얼룩인 줄 알고 닦아봐야 지워지지 않으며,

결국 때묻고 얼룩진 얼굴을 닦아야만 비로소 없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무책임하다면 무책임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결론입니다만,

롤도 결국 사람이 모이는 사람의 집단, 사람의 사회입니다. 사람이 만든 사회는 사회만 바뀌어봐야 소용없습니다.

그 사회 속 사람들이 바뀌어야지요. 롤의 폭언욕설은 결국 대단하게 특별하고 고유한 속성을 가진 문제는 아니고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스며든 도덕 불감증이자 문화 지체현상의 한 예일 뿐입니다.

해결책 또한 간단명료하지만 이상적이지요. 자발적인 도덕적 행위를 요구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은 결국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실천뿐이지요.

옛 성현들이 남긴 말씀 중에는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들이 참 많죠.

그 중 하나, 공자의 말씀입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때, 그사람의 몸도 내 몸 같이 소중히 여겨라. 내 몸만 귀한것이 아니다. 남의 몸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말라. 그리고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바라는 일은 네가 먼저 그에게 베풀어라.'

다른 사람에게 욕 먼저 먹기 싫으면 남에게 욕 먼저 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먼저 욕을 해서 맞욕을 해야겠다고요? 그럼 같은 수준이 되는 것 뿐입니다.

똑같이 사람 아닌 것 되는 거죠.
 
세간에 유학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참 많은데요. 물론 저도 유학이 완벽한 학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유학의 핵심은 먼저 사람됨을 이루는 것을 생각하며, 모든 삶을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데

그 의의를 두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사람 다운 사람이 되는 법 말이죠.

유학 이야기까지 끄집어내고 얼마나 선비질 해야 한다는 거냐고 어이없어하실 분 있을거같은데요.

당장에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거 있습니다.

처음 픽창 뜨면 선픽타령하고 쌈박질하기보다 만난 팀원들과 간단한 인사라도 하기.

아군의 실수에 관용을, 자신의 실수에 반성을 하기.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욕설이나 비아냥 없는 채팅 하기.



좀 두서없고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