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개성'을 가진 챔프는

그 강점만큼 약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랭크게임의 교차선택 과정과

결함하면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한 대항마 선택.

카운터 픽이 이루어지게 된다.

 

만일 카운터 픽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경우에

교차선택은 1-2-2-2-2-1의 챔프 선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서로 물고 물리는 가위,바위,보 싸움을 치루게 된다.

대략 이런 식으로 게임이 진행 되는 것이

원래 교차선택의 의도였고, 존재 이유다.

 

위와 같은 픽이 이루어지면,

게임은 교착 상태가 되지 않는다.

한쪽은 반드시 밀리고 대신 한쪽은 반드시 우월하기 때문에

유리한 라인이 불리한 라인을 서로 지원하면서, 게임은

맹렬히 회전하게 된다.

 

 카운터 픽이 활성화되면

 게임에 나오는 챔프들의 폭이 넓어진다.

 

 A라는 챔프를 잡기 위한 B. 그 B를 막기 위한 C. C를 저지하기 위한 D.

 D를 막기 위한 E라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선택지를 고민하게 된다.

 

 또 아무리 OP챔프라도 카운터가 있다면 그 카운터 챔프를 

 걱정해야 하기에 함부로 먼저 꺼낼 수 없게 만들며,

 아무리 지약챔 소리를 듣는 챔프라도 최소한 특정 챔프 상대로

 저격용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이 카운터 픽이 굉장히 약화되었다.

 

 LOL은 원래도 타 게임보다 카운터 픽이 약했던 편이었는데

 최근은 거의 기반 자체가 사라지는 위기에 도달했다.

 

 그것은 TV 속 대회에서, 우리의 랭크 게임에서 뼈저리게 체감되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카운터 픽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1픽은 르블랑, 룰루, 레넥톤 등의 챔프를 아무 생각 없이 칼픽하고

 상대의 다음 픽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주 쉽게 예상 할 수 있다.

 

  레넥톤-쉬바나, 오리아나-그라가스, 케이틀린-루시안, 쓰레쉬-애니

  엘리스-리신...... 그러한 공식들이 우리 머리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어느샌가 LOL을 무상성 챔프들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무상성 챔프는 말 그대로 카운터 칠 수 없는 챔프이다.

 오직 나의 손가락에 의해서 대부분의 챔프를 상대로 50:50 이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챔프들을 말한다.

 

 이런 무상성의 문제는 간단하다. 카운터 픽이 활성화 되었을 때와 정반대의 현상.

 즉 챔프의 한정화 현상이 일어난다.

 

 귀찮게 다른 것을 꺼낼 필요가 없다. 단 한,두가지의 현 메타와 가장 잘 맞는 챔피언만

 연습해서 숙련도를 높여 놓으면 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또바나라던지 노잼톤이라던지 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

 

 이런 문제가 OP적인 수치에 기반한 것이면 단순한 수치 조정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어느 샌가부터 라이엇의 챔프 설계 자체의 결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라이엇 자체에서

 카운터 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챔프들을 연이어서 쏟아내고 있다.

 

 최근 출시된 챔피언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벨코즈

 야스오

 징크스

 아트록스

 루시안

 리산드라

 자크

 퀸

 쓰레쉬

 바이

 나미

 제드

 엘리스

 카직스

 신드라

 렝가

 다이애나

 자이라

 제이스

 드레이븐

 다리우스

 

 이 목록을 보고 느끼는 것이 없는가?

 그렇다 90% 이상의 챔피언들이 출시와 동시에, 혹은 약간의 재발견 이후에

 OP 및 대세로 군림했으며 상당수는 꾸준한 너프 이후에도 악명을 떨쳤다.

 

 이 챔프들은 각기 다른 챔프들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극강의 라인전' 및 '무상성'이라는 점이다.

 (바이나 아트록스도 정글라이너로 본다면 마찬가지로 '극강의 라인전 단계'가 성립했다)

 

 상성, 즉 카운터가 성립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멀리서 때리는 놈은 돌진하는 놈에게 약하고 (가위)

 돌진하는 놈은 기다리는 놈에게 약하고 (바위)

 기다리는 놈은 멀리서 때리는 놈에게 약하다. (보)

 

 LOL 초창기의 챔프들은 이런 공식에 아주 충실했다.

 너무 충실해서, 가위가 바위를 이긴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탑에서 티모를 가렌이 이긴다는 것은...)

 그런데 어느샌가 부터 라이엇은

 

 컨트롤에 따라서 위의 공식을 파괴할 여지를 주기 시작했다.

 

 포킹 챔프인데 적을 밀쳐내는 스킬을 준다거나 (제이스)

 돌진형 암살 챔프인데 원거리에서 CS를 먹을 수 있는 스킬을 준다거나 (제드)

 극강의 암살자인데 탈출과 생존이 용이하다거나 (카직스)

 컨트롤이 어렵지만 실수하지 않는다면 데미지 자체가 너무 강력해서

 이길 수가 없다거나 (드레이븐,신드라)

 상황에 맞는 강화 스킬 사용으로 다양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거나 (렝가)

 하는 식이었다.

 

 즉 갈수록 라이엇이 만들어내는 챔피언들은

 카운터 픽이 고려되지 않고

 컨트롤이 까다롭지만, 댜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 내가 하기에 따라

 상대가 누구던 이길 수 있는 스타일로 도배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챔프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리메이크와 리워크를 통해서

 기존에 있던 챔프들도 상당수 이러한 '신식'의 물결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이 '신식'챔프들의 장점은 우선 재밌다는 것이었다.

 연구할 수록 새로운 것이 나오고, 내가 숙련되기에 따라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거기에 나름의 컨셉에 걸맞는 무브먼트가 분명해서 챔프에 대한 애정까지 높다. 

 라이엇이 의도한 것도 이러한 깊이 있는 플레이를 통한

 게임의 격을 상승시키는 것을 노렸으리라 추측해 본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신식' 챔프들의 등장으로

 가위, 바위, 보에 충실한 '구식' 챔프들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왜냐면 '신식' 챔프들을 열심히 연습해서 숙련도를 높이면 되는데

 구지 한계가 뚜렷한 구식 챔프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너프 전) 제드를 하면 라인전도 쌔고, 푸시도 좋고 생존도 좋고 로밍도 좋고 스플릿도 되고

 한타에서도 거의 비슷한데

 챔프에 애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구지 탈론을 할 이유가 없다.

 

 (너프 전) 자크를 하면 라인전도 나쁘지 않고, 노코스트이고, 한타 기여 좋고, 탱템만 가도 엄청난

 딜이 나오는데

 챔프에 애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파이트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즉 미드 제드, 탑 레넥톤, 원딜 루시안, 정글 리신, 서폿 쓰레쉬 이 5개 챔프만 연습하면

 다른 챔프를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 되버린다.

 

 

 '신식' 챔프들도 결론적으로 이러한 문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좋은 '신식' 챔프가 나타나면 이 챔프들 또한 결국엔 버려지게 될 것이며

 혹여 좋더라도 도저히 스킬 구성 상의 OP성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리메이크의 철퇴를 맞거나,

 도저히 쓸 수 없을 정도의 너프 폭탄을 맞고 우리의 시선에서 OUT 되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된 결과가

 지금의 노잼스, 또바나, 노잼톤인 것이다

 노잼톤과 또바나가 도저히 쓸 수 없을 만큼 하향된다면?

 그렇다면 또 다른 또바나, 노잼톤이 찾아올 것이 뻔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실 LOL이 지금껏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함'의 미덕을 잘 지켰기 때문이었다.

 도타2나 다른 AOS에 비하면 LOL은 매우 단순한하고 직관적인 게임성으로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라이엇은 이 단순함을 깨고 챔프에 심오함을 더 하려고 하고 있다.

 그 결과는 그런데 매우 큰 결함으로 보인다.

 

 최근 다이아 이상에서 서폿으로 고승률을 올리고 있는 벨코즈의 다음으로

 나올 챔프가 어떤 챔피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예측할 수 있다.

 

 OP제조기가 또 다른 OP를 뽑아내리라는 것을.

 

 그리고 LOL은 패망에 한 걸음 더 가까워 질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는 LOL 초창기의 가위-바위-보를 회복해야 한다.

 밴픽의 전략성을 회복하고

 수많은 챔프들이 활약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해야 한다.

 

 특정 챔프들에 부여된 과도한 유틸성을 걷어내고 

 챔프의 약점과 장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원거리 챔프.

 한명을 암살하고 깔끔하게 빠져나오는 암살자 챔프 등은

 쓰는 사람에겐 크나큰 만족감을 줄지 모르지만

 

 나머지 9명에겐 크나큰 고통이자 그런 OP챔프들을

 상대할 수 있는 챔프 몇몇으로 선택지를 강요하는 억압이다.

 

 LOL이 계속 성장해 나가길 원한다면

 라이엇은 챔프 설계를 기본부터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