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면 섬광에 대한 의견 교환에서
'라이너를 위해 희생하는 정글러가 대세화되다 보니 정글이 정글 많이 먹고 캐리하는 걸 못 참는 라이너의 땡깡'으로 여기는 의견도 많이 보이는데

난 정글이 주포 중 하나인 입장에서도 섬광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다.

물론 내가 기존에 선호하던 정글이 섬광정글러들이 아니다 보니 그런 면도 있겠지만, 현재의 섬광은 밸런스와 더불어 게임의 재미조차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단적으로 말해서 섬광 정글, 특히 마이는 재미가 없다. 물론 마이 재밌어하는 사람도 많고, 그 사람들과는 취향이 다를 뿐이지 누가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밑은 철저하게 내 기준이다.

정글에게 무엇이 요구되는가? 맵리딩, 맵 장악을 바탕으로 한 상대 정글과의 갱, 역갱 머리 싸움, 라인 상황과 라이너의 체력, 스킬 보유를 바탕으로 한 승패 계산, 스킬 적중률, 동선 짜기, 버프 및 용 바론 체크, cc 계산, 라이너와의 커뮤니케이션, 정치질(?) 등등등

그럼 문제의 섬광 마이는?? 섬광이 뜨기 전에 정글만 뜨는데, 아군 라이너가 갱을 당하는지 말든 맵 장악을 하고 맵 리딩하는 데 관심이 있을 리 없다. 
갱이나 역갱과도 거리가 멀다. 그나마 역갱 치는 건 아군이 갱 당하는 걸 보고, 텔포로 합류하는 정도고 갱은 거의 안 간다. 
용 정도는 섬광만 뜨면, 아니 그냥 랜턴 단계에서도 핑와 하나 들고 언제든지 혼자 먹기 시도할 수 있다.
라이너들과 커뮤니케이션 같은 게 있을 필요도 없다.
버프 타임 체크? 언제나 정글 돌고 있으니 뜨는 거 맵에서 보고 아무 때나 가면 된다. 부쉬에서 시간 낭비하거나 할 일이 없거든.

즉 기존 정글에게 요구되던 각종 요소를 무시하고 원패턴 플레이를 반복한다.

사실상 시즌2 미드 보는 거 같다. 팀 모두가 한 명의 캐리를 위해 희생하고, 그 캐리를 위해 당사자는 끊임없는 파밍을 반복한다. 미드 라이너들에게 물어보자. 시즌 2 때 카서스 대 애니비아와 지금 미드가 뭐가 더 재밌는가? 라인 밀고 당기고 정글 부르고, 언제든지 정글 싸움에 합류하고 로밍도 활발하게 다니는 지금과 카서스와 애니비아 들고 10초 안 되는 시간에 라인 지워버리고 다음 웨이브 올 때까지 유령 늑대 먹기...

게다가 그 대처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 섬광 마이 대처법이 확실해서 천상계에선 안 먹힌다고? 그렇게 OP냐면 대회에서 왜 안 보이겠냐고? 라인 스왑 상황이면 정글러가 정글 돌고 있는 동안 게임이 터져버리고 맞라인을 서도 프로급이나 천상계에선 미드 라이너가 딜교환 실수로 딸피되서 집에 귀환하는 것만으로도 용이 먹힌다. 그렇게 빡빡한 스노우볼링과 한타 때 확실한 포커싱과 카이팅으로 정글만 도는 섬광 정글러가 왕귀 전에 게임을 터뜨려버리는 거다.

근데 그게 되면 실론즈임??? 스노우볼링 강화, 포커싱 강화, 카이팅 강화되고 정글러가 완벽한 갱으로 빠르게 겜을 터뜨릴 수 있으면 실론즈에 안 있겠지... 그건 섬광 마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저의 실력 자체를 근본적으로 올리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임.

차라리 정글이 캐리하는 걸 원하면 정글몹을 대폭 강화시켜 더티 파밍 못하게 한 다음 정글템의 정글대상 피해 증가를 50퍼로 올리고 뎀감 20퍼 정도 달고 대신 보상도 그만큼 빵빵한 정글을 돌라하지 지금 섬광 패치는 정글러 자체의 재미를 극악으로 몰아넣었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