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변수가 끼어들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 옳다.


 여기서 말하는 변수란 챔프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과 그를 활용한 플레이, 또는 플레이하는 선수의 실력 등을 통틀어 말하는데, 이렇게 된 근본적 이유는 다른 것 다 때려치우고 사실 롤 게임 자체의 구성문제가 크다는 점이다.


 먼저 언급해두자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다양한 챔프들, 쉬운 스킬구성, 크게 고민할 필요없는 아이템들의 단순함, 크게 이 세가지 덕분에 리그 오브 레전드가 지금 이 수준의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본다.


 다양한 챔프들 덕분에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매 판마다 새로운 캐릭터로 새로운 캐릭터들을 상대하는 감각을 맛볼 수 있고, 챔프들 간의 스킬 메커니즘이 큰 차이가 나지않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상대에게 스킬을 적중시킬 수 있으며, 템을 올리면 그 스펙 자체만으로 챔프가 강해지지만 스펙이 아닌 부차적인 메리트를 가진 템일 경우 스펙만 있는 템보다 스펙이 떨어지게 되거나 까다로운 조건들을 지닌다.


 따라서 이 게임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최소한의 것만 안다면 쉽게 배우고 쉽게 즐길 수 있다. 사이퍼즈나 도타같은 Aos게임과 비교할 때도 이러한 점들을 종합한 부분에서 더 나은 평가를 얻었기 때문에 롤이라는 게임이 이 자리에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 접근성을 높였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난 이러한 부분들이 프로리그로 나가면서 발목 잡히는 딜레마가 생겼다고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익힐 수 있는 간단함에서 나오는 접근성은 어쩔 수 없이 게임이 단순화된다는 딜레마를 안고 간다. 물론 롤은 이 부분을 개성있는 챔프들의 수로 커버했고 대중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게임 구성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꾸밀 수가 없었다. 챔프의 개성을 너무 살리게 되면 그 개성을 살리는 쪽과 못 살리는 쪽의 차이가 극심하게 나고, 아이템을 다양화하고 여러 요소를 집어넣다보면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게된다. (대신 룬, 특성, 스펠을 집어넣어가면서 변수를 집어넣은 라이엇의 판단은 대단하다고 본다.)


 즉, 게임이 단순하다보니 하나의 챔프를 다루는데에는 피지컬 적인 면에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까놓고 말해 브론즈, 실버, 골드, 플레티넘, 다이아, 챌린저까지 실질적으로 챔프를 다루는 피지컬 적인 요소가 부족한 것은 흔히 말하는 실론즈 구간에서도 없다는 말이다. 평타를 못치고 스킬을 누르는게 느리고 무빙샷을 못하고... 이런 것은 롤이란 게임에서 크게 중요치 않다. 


 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의 판단 능력이다. 평타를 못치면 평타를 안쳐도 되는 챔프를 하면 되고 스킬을 누르는게 느리면 스킬 한두개만 중요하거나 지속형 스킬이 있는 챔프를 하면 되고 무빙샷을 못하면 무빙샷이 필요없는 챔프를 하면 된다. (실제로 그런 챔프들이 롤에는 있다.) 그래서 더더욱 판단이 중요하다. 라인전에서 딜교하는 것과 킬각 재는 것, 아이템 선택을 하는 것, 맵을 봐서 상황을 파악하는 것, 라인전이 끝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하는 것 등등, 롤이 시작하는 0:00초부터 승리 또는 패배라는 알림구가 뜨기 전까지 판단의 연속인 것이다.


 이 판단을 잘하고 못하고가 티어를 가르고 심해와 천상계를 구분한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내가 여기서 '평타 한대를 치고 Q를 넣고 평타치고 r을 넣은 다음 점화넣고 평타 두세대치면 죽을거야'라고 판단하는 사람과 '그냥 치다보면 죽을거야'라고 판단하는 사람, '상대 정글러가 안보이니 정글러 위치 파악하면서 딜교하자'라고 판단하는 사람과 '상대가 개 못하니까 딜교하고 나서 솔킬따야지'라고 판단하는 사람, 그 외에도 많은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잘하고 못하고가 갈리게 된다.


 프로가 섞여있는 천상계 다이아들과 챌린저들에게는 이 판단능력이 어느 쪽이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서 그 자리애 있는 것이다. 밸런스있게 전체적인 판단이 뛰어난 사람, 라인전에서의 판단이 뛰어난 사람, 운영에서의 판단이 뛰어난 사람, 한타에서의 판단이 뛰어난 사람,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판단이 뛰어난 사람같은...... 이 중에 현 프로들보다 어떠한 판단능력은 프로보다 앞선 사람이 있을 것이고 전반적인 판단능력조차도 앞선 사람이 틀림 없이 있을 것이다.


 (피지컬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피지컬이 뛰어난 사람이 티어가 높으려면 어느 정도의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뛰어난 피지컬을 할 수 있는 뛰어난 판단 능력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아마추어가 정작 프로리그에 나가 프로들을 이기기 힘든 이유는은 상대를 모른 채 5:5 솔랭을 하는 판단이 능통하느냐 상대를 알고 5:5 팀랭을 하는 판단이 능통하느냐의 차이다. 사실 솔랭은 말이 5:5지 실제론 1+1+1+1+1:1+1+1+1+1이다. 상대는 커녕 아군조차 무슨 챔프를 잘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성향인지도 모른다. 많은 아마추어들은 이 상황에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판단을 하고 이길 수 있는 판단을 해왔고 익숙해져 있다.


 허나 프로리그는 정형화 되어있다. 왜냐? 사소한 것부터 짚어가자면 프로리그에서는 픽창에서부터 할 수 있는 판단이 매우 적어진다. 일단 상대가 누군지 다 안다. 어떤 챔프 장인이면 밴이 되버리기 때문에 장인 프로선수들보단 대세챔프들을 일정 수준 다룰 수 있고 대세챔프가 바뀌어도 따라갈 수 있는 프로들만이 리그에 남는다. 


 그리고 챔프도 대세픽 밖에 고를 수 없다. 라인전 능력, 생존력, 소규모 교전 능력, 대규모 교전 능력, 팀 기여 능력이 균형있게 맞아야 하는데, 왜냐하면 약점이 뚜렷히 있는 챔프를 골랐다간 그 약점을 공략당하기 때문이다. 약점이 있는 챔프를 고르면 그 챔프에 맞춰 조합을 짜야하고 전략을 맞춰야 하니 당연한 것이다.


 게임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프로들은 모든 판단을 하는 데에 있어 제일 중요한 전제조건이 안정적 플레이다. 킬이 따이면 당연하다시피 오브젝트를 잃기 때문이다. 효율적으로 손실없이 오브젝트를 가져와 차이를 벌려나가는게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그 수를 택한다. 무리하면 죽고 죽으면 손실이 되고 그 손실이 스노우볼링 되어서 게임이 지기까지 이르르기 때문에 무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플레이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해내는 팀이 프로리그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 다른 판단을 해 활약을 할 여지는 거의 차단되어 있다. 챔프들부터 해서 모든게 전부.


 지금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들은 그걸 깬 선수들이다. 메라의 블크는 '끄는 것 밖에 못하는 무능력한 서포터'에서 '끌리니까 무서운 서포터'로 변모했기 때문에 메라를 주목했던 것이다. 블크말고도 비주류 서포터를 쓰면서 활약했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욱 빛났었다. 그리고 페이커같은 경우에는 아리, 르블랑, 제드, 리븐 등을 쓰며 라인전에서부터 찍어누르고 한타에서 말도 안되는 각으로 말도 안되게 상대를 잡아버렸다.


 그런데 현재의 모습은? 그들의 실력은 변하지 않았지만 프로리그에서 자신이 잘하는 걸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챔프들이 너프가 된 까닭도 있지만 상대가 안정적인 판단을 위주로 플레이 하면 역으로 자기가 말리기 때문이다. 


 프로들이 이제 할 수 있는 건 짧은, 아니면 아예 없는 라인전에서 조그마한 이득을 얻는 것 밖에 없다. 그러니 오브젝트를 얻는 데 치중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얻기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큰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한타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이긴 쪽이 스노우볼을 계속 굴려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프로리그는 안정적으로 하면서 보다 더 좋은 교전각을 만들어 교전을 이겨 오브젝트를 가져가고자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단지 팀들이 안정적으로 하는 데에 치중했을 뿐 결코 프로리그가 상향평준화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글을 마치며 현재 롤 프로리그가 자전거에 비유를 하자면 로드 레이스와 같다고 본다. 로드 레이스는 가벼운 기체의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방식의 자전거인데 로드 레이스의 경기는 장거리 경주이다. 험한 길을 다니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타이어는 얇고, 그렇다고 빠르기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게를 줄이긴 했지만 기어같은 최소한의 장비는 남겨둔다.

 로드 레이스는 골을 향해 경주를 하는데 이 과정 속에 평지 길도 있고, 언덕 길도 있으며, 내리막 길도 있다. 보통 평지 길에 강한 스프린터라 부르고 언덕 길에 강한 클라이머가 부른다.

 그런데 팀을 이뤄 하는 레이스의 경우 선수들은 앞에서 한명이 바람막이가 되어 달리고 뒤에 선수들이 따라가며 교체를 하며 달린다. 평지 길이 주특기인 스프린터가 평지 길에서 바람막이가 되고 언덕 길에서 클라이머가 바람막이가 된다. 그리고 골로 이어지는 내리막 길에선 에이스 어시스트가 에이스를 이끌고 골 앞까지 이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에이스가 골을 쟁취한다. 팀이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스프린터와 클라이머는 팀을 위해 희생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평지 길을 제일 빨리 주파하는 사람에겐 스프린터상을 주고 언덕의 최정상에 제일 먼저 닿는 사람에겐 산악상을 준다. 하지만 팀원들을 이끌 다른 스프린터와 클라이머가 여의치 않다면 포기해야 한다. 자신이 제일 자신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승리를 위해 달려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평지와 언덕에서 다른 사람보다 느려서 포기한 것은 아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