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전에 리폿 즉시 칭찬처럼 리폿받은 유저에게 무엇으로 리폿 받았는지 알려주자는 건의 글이 베스트 칼럼으로 이동되었더군요.

 

보실 분들은 링크 :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262&l=304

 

 

사실, 신고 처리나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요구는 라이엇의 현재까지의 행보로 볼 때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라이엇의 입장도 사실상 막말 조금 보태서 [싫으면 접든가]인 것 같고요.

 

그런 현실적인 것을 고려하여 지난 번 글을 썼던 것인데, 최근 들어 신고 시스템이 실패했다,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이 많아 글을 써 봅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제목처럼

 

처벌의 강화보다 현행 20분 제한으로 되어 있는 서렌 가능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입니다.

 

 

 

보통 PvP게임에서는 항복에 대단히 관대한 편입니다. 패색이 짙은 시점에서 플레이를 지속해봐야 스트레스만 가중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항복이라는 행위 자체가 상대에게는 승리를, 자신에게는 패배를 안겨주기 때문에 사실상 랜덤 매칭 + 승자 독식 구조의 게임에서는 딱히 악용이랄 것도 없습니다.

 

사례로 멀리 갈 것도 없이 워크나 스타같은 RTS도 [팀전이든 싱글 매치든 관계없이] 언제든 서렌더를 할 수 있습니다.

서든의 경우도 패널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패널티만 감수하면 언제든 현재 방에서 나갈 수 있죠.

최근 블리자드의 TCG인 하스스톤의 경우, Winner Takes ALL 룰임에도 첫 핸드를 보자마자 항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전 게임인 바둑이나 장기, 체스에서도 승리할 가망이 없는 시점에서의 항복은 용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항복에 관대하지 않은 PvP 게임들은 왜 그런 걸까요?

 

PvP게임이 항복에 관대하지 않은 케이스는, 일반적으로 Winner Takes ALL 룰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게임이 워낙 안유명해 대표적으로 들긴 애매한 판타지 마스터즈[이하 판마]같은 경우는 적의 카드가 파괴될 때에만 돈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패배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도 항복은 매너가 아니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판마에서 퀵종에 대한 여론..>

<판마에서 항복을 퀵종이라 부릅니다.>

 

이에 따라 게임사에서는 큇종에 대한 패널티, 더욱이 8턴 이전의 큇종에 대해서는 더욱 과중한 패널티를 먹이도록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많은 PvP 게임을 해오면서 LOL에서만 유독 패드립이나 욕설 난무, 부모님의 안부를 걱정해 주는 채팅을 보았던 것이 아닙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득세하던 시절, 한글 채팅도 안되던 시절 3:3 헌터 너만 오면 고, 2:2 로템 여고생~*, 4:4 무한 10분러쉬잼>_< 같은 공방에 들어가서도, 같은 편의 트롤링을 경험하거나, 내가 못한다고 안되는 영어를 지껄여가며 [fuck 6:00 terran mother none?] 이나 [red byung sin jot na mot hae] 같은 채팅도 경험했습니다.

그때는 다들 끈기가 쩔어서 탈주가 없었을까요? 아뇨, 그 때도 충분히 많았습니다.

 

워크3 유즈맵 중 카오스는 어땠을까요? LOL보다 깨끗하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그 때도 욕설과 패드립은 있었습니다.

 

위 두 사례를 제외하고도, PvP게임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곳은, 잘 생각해 보면 더 있을 겁니다. 즉, 처벌의 기준을 잡기도 애매하지만 제재해봤자 [ㅋㅋ 괜차늠 어차피 부캐 4개 더 있음욬ㅋㅋㅋㅋㅋ] 이런 놈들만 신나겠죠.

 

 

자, 이제 처벌 강화보다 빠른 서렌이 매너 플레이를 늘리는데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를 위 두 가지 사례에 비추어 생각해 봅시다.

 

스타나 워크3 카오스에도 분명 트롤링이나 욕설이 있었음에도, 롤만큼 덜 빡쳤던 이유가 뭘까요? 언제든 내 기분이 나쁘면 [탈주]가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입니다.

 

2:2 로템방에 들어갔는데 같은 팀 플토가 도와주겠다며 갑자기 내 앞마당에 포토를 짓고 있다? 갑자기 동맹을 끊더니 알고 보니 3:1잼....... 그냥 서렌더하고 나가면 됩니다.

 

카오스? 아군 한 명이 나갔네요.. 근데 적에는 마이애브가 있어요. 못 이길 것 같아요. 어떻하죠? 그냥 나가고 리겜하면 됩니다.

 

하스스톤? 첫턴 핸드가 데스윙/말리고스/불작이에요. 섞었더니 데스윙/안토니다스/양변이에요. 어떻하죠? 레알 노답이네요. 그냥 항복하고 빠른 리겜 돌리면 됩니다.

 

 

엘오엘? 시작과 동시에 카타가 [아 쉬밤 신드라 종니 싫네 나 나감 ㅂㅂ] 하고 나가버렸어요. 어떻하죠..? 20분동안 무의미하게 마우스를 클릭하다가 /항복을 누르고, 남은 네명 중 3명 이상이 동의하는 절차를 밟아야 해요.

 

아이디가 [미드안주면던짐]인데 픽할 땐 얌전하더니 시작과 동시에 [님 제 아디 봄? 제 아디 봄?] 하더니 시작부터 적미드 타워로 달리기 시작해요. 어떻하죠..? 20분동안 무의미하게 마우스를 클릭하다가 /항복을 눌러야 해요.

 

운이 없어서 하루에만 저런 짓을 4판 연속 당했어요. 허비한 80분이 미치도록 아까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찌밤 나도 하드 트롤링해도 20분은 즐길 수 있는 거네?] 80분 허비했는데 나도 20분 정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티모를 픽하고 채팅창에 [ㅈㄱ]이라고 외쳐봐요. 그리고 아군 네 명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20분동안 고통받아요. 그걸 보면서 내 잃어버린 80분이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물론 난 전문 트롤러가 아니에요. 당한 것을 갚아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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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이 나갔거나, 미드/탑이 죽은 횟수가 모든 정글몹이 죽은 횟수보다 높을 때, 17분대에 2억제기가 밀렸고 킬과 데스의 차이가 4배를 넘어갈 때도, 우리는 20분을 버텨야 해요. 보다 못한 적이 빨리 빨리 밀어주면 오히려 고마운데, 상대는 [야 좀만 더놀게 제발 서렌 치지 마바] 이러고 있어요. 그럼 노답이에요. 20분 버틸 수밖에 없어요.

 

블라인드 픽인 일반 게임 특성 상 상대 픽만 보고 우물 서렌같은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거 인정해요. 카오스 공방도 내가 마이애브 뽑았는데 상대가 다 나가버리면 재미없죠. 그러니 당연히 시작부터 서렌은 지금처럼 불가능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만 그 시간을 좀 더 줄여준다면, 트롤링이나 욕설을 [현재보다] 줄이는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예시)

서렌 가능 시간 : 20분 → 12분 (미니언이 1분 55초에 나오니 실제 게임 플레이는 10분 가량..)

추가로 팀원 1명 탈주 시마다 3분씩 감소.

ex) 2명 탈주하면 6분부터 서렌 가능

ex) 4명 탈주하면 시작과 동시에 서렌 가능

(실제로 어제 10시경 상대 팀 4명이 피방 청소년... 으로 튕겨버려서 미드 라이너가 쓸쓸히 서렌치는 광경을 목격..ㅠ)

 

보기 싫은 채팅은 차단이라는 답이 있습니다. 하지만 악의적인 트롤링은 걸리기만 하면 꼼짝없이 20분을 고통 받아야 해요. 아니면 탈주밖에 없는데 탈주하면 OP.GG에 탈주 점수가 누적되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어요. 그렇게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요. 어느 시점엔가, 나도 한번쯤은 트롤링을 하게 되요.

 

LOL을 축구나 농구 등에 비유하며 [가망이 없더라도 주어진 시간 동안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스포츠맨쉽]이라고 말할수도 있지만, 프로들과 달리 동네 축구하는데, 수비수가 역주행+자살골 넣고 [줫같아도 90분 뛰어주셈 나 좀 더 즐기고픔] 이러는데 90분을 채워 플레이하진 않죠. [당장 주먹다짐이 있을 것 같지만..]

 

20분 서렌이 12분으로 짧아진다고 12분 서렌이 현재 20분 서렌보다 훨씬 더 많아질까요? 그건 그렇지 않을 겁니다.

 

지금 20분 서렌이 있음에도, 20분 되자마자 서렌치는 판보다는 어떻게든 더 버텨보다가 서렌을 치는 판이 더 많습니다.

오히려 20분되자마자 서렌치는 판은 이미 10분도 채 되기 전에 [걍 칼서렌 가죠] 로 게임 버리고 하릴없이 시간이나 떼우며 노니는 경우가 더 많고요. [아군의 트롤링이든, 아군의 탈주든간에 말이죠]

 

19분 경에 게임이 안풀린다고 탈주하거나, 18분까진 할만했는데 2분만에 갑자기 미드 억제기가 터지고 적이 바론을 먹고 각 챔프별 코어템 1개씩 차이가 벌어져서 서렌을 쳐야 하는 판은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서렌 시간이 현재보다 줄어든다면, 탈주율도 현재보다는 더 줄어들 것이고 [2분만 버티면 서렌인데 그 새 못참고 탈주하진 않겠죠] 트롤에 대한 복수 심리도 지금보단 덜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즉 사이드 이펙트는 없으면서, 라이엇에서도 추가 비용 부담없이, 개발에 대한 거창한 견적 없이, 딱히 악용도 불가능하지만 그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꽤 기대가 되는, 라이엇 입장에서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서렌 시간 20분은 현상 유지해 줘도 되는데, 아군 탈주 시에는 대폭 줄여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10분도 안되서 미드와 탑이 [엄마가 밥먹으래요] 하고 나갔는데, 남은 11분을 어떻게든 해보라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어요..

 

추가1 : 판마의 예시를 들었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빠졌군요. 판마에서도 8턴 이전의 퀵종은 꽤 큰 패널티를 부과합니다. LOL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서렌 가능한 최소 시간을 줄이는 대신 20분 이전의 서렌은 IP/XP를 획득하지 못한다거나 랭겜의 경우 LP가 패배로 인한 감소분에 추가로 1 더 감소한다거나 하는 패널티를 부과하면 될 듯 합니다. 저라면 정말 멘탈 터지는 일반 게임은 그깟 IP/XP 얻느니 10분 서렌치겠습니다. 아, 랭크겜이라면 20분인 지금도 넥서스 터지기 전까지 먼저 서렌치는 일은 없습니다^_^ 어찌 될 지 모르니까요!

 

추가2 : 본문의 모든 수치는 어디까지나 예시입니다. 12분이 아니라 15분으로 줄어도 상관없고, 1인 탈주시마다 2분씩 그 시간이 짧아져도 무관하며, 추가1의 내용에 있는 내용도 그 취지만 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리포팅에 대한 강려크한 제재가 나쁜 방법이라 생각치는 않습니다만, 트롤링이나 욕설에 대한 제재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자정 능력을 잃은 현시점의 롤판에서는 강려크한 제재 이전에, 자정 능력을 살리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