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A가 과연 선수의 실력을 나타내기에 좋은 지표일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플래티넘 – 골드 사이 구간의 솔랭 경기입니다. 얼핏보기엔 루시안이 캐리한 게임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루시안은 KDA에 걸맡는 활약을 했다고 할수 있을까요?

또 다른 게임입니다.



같은 원딜러가 패배한 게임입니다. 이번엔 KDA가 1.86 밖에 되질 않네요. 같은팀의 카사딘은 꽤 잘 싸운것 같은데, 이 원딜러는 던진걸까요?

첫번째 게임이 두번째게임보다 확실히 잘 했다고 말할수 있을까요? 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원딜러의 소양

좋은 원딜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각자의 의견이 다를수도 있겠지만, 저는 크게는 세가지로 평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막타 – 라이너의 기본중 기본이라고 볼수 있죠. 굳이 긴 말은 필요 없을것 같습니다.

2) 지속딜 – 한타에서 얼마나 많은 딜을 넣어주냐를 나타냅니다. 흔히 “프리딜” 포지션을 찾는 것도 이것을 위함이죠. 좋은 포지션에 있을수록 지속딜을 넣기가 쉬워지고, 반대로 상대방은 그 좋은 포지션을 주지 않기 위해 원딜을 물려고 합니다. 티어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지속딜을 못넣게 하는 상대방의 견제도 커지고, 또 그만큼 지속딜을 넣는 위치선정도 중요해지겠죠.

3) 생존력 – 한타에서는 자고로 원딜이 오래살아남는쪽이 더 유리합니다. 그만큼 지속딜이 유지된다는 뜻이니까요. 따라서 생존력 역시 원딜러의 중요한 소양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KDA의 문제점은, 여기서 생존력을 나타내는 지표 – 데스를 제외하고는 막타와 지속딜에 대한 능력을 전혀 나타내주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저 세가지를 염두해봤을때, 가장 간단하게 원딜러의 소양을 판단해주는 간단한 지표로는 분당 CS와 총 데미지가 있습니다. “원딜러들은 게임에 이기고 나면 몇점이 올랐는가 보다 데미지가 얼마나 나왔냐를 확인하더라” 라는 우스개소리처럼, 총 데미지는 원딜러에게 가장 핵심적인 지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 두가지만 가지고 ADC의 능력/게임 내 퍼포먼스를 따지기엔 뭔가 아쉬운게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누가 더 낫다”라는 걸 확실히 표현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한쪽은 분당 cs가 7.8개이고, 다른 한 선수는 8개이면, 이게 어느정도의 차이인걸까? 제대로 대답하기는 힘듭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과 같은 네가지의 지표를 가정해보았습니다.


피해효율도 - DE (Damage Efficiency) - 분당 가하는 데미지(Damage Per Minute)를 평균 DPM으로 나눈값입니다. 즉 평균적인 원딜러의 경우 1을 받고, 평균적인 원딜러보다 딜을 못넣을경우 0에서 1 사이, 잘하는 원딜러의 경우는 1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게 되는것이죠. 예를들어, 1.3의 D.E는 평균적인 원딜러보다 30% 이상의 딜을 넣은 셈입니다.

CS효율도 - CSE (Creep Score Efficiency) – 분당 CS(CS per Minute)를 평균 CSM으로 나눈값입니다. 설명은 D.E와 같습니다.

순수공격력 - ICA (Independent Carry Ability) – 죽는거에 관계없이 순수 데미지와 CS만 놓고 봤을때 얼마나 좋은 딜러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산출방법은 간단합니다. 야구의 OPS처럼 DE와 CSE를 더하면 됩니다. 이 경우 ICA는 2를 기준으로 얼마나 원딜로서의 능력을 펼쳤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캐리력 - CA (Carry Ability) – 이 수치의 경우, ICA에서 (데스/평균 데스)를 뺀 값입니다. 즉 원딜러의 생존력까지 감안한 궁극적인 지표입니다. 즉, 평균적인 원딜러가 평균적인 딜량과 CS넣고 평균의 데스량을 기록하면 1이 되는것입니다. CA를 통해 그 경기의 활약도를 알아볼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제 중요한 부분은 “평균값을 어떻게 잡느냐”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연구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천상계의 솔랭 데이터, 혹은 가장 대중적인 실버/골드의 평균값을 산출해낼까 하다가,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E-Sports의 세이버메트릭스화”라고 생각했을때, 프로팀들간의 경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종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리그는 선수들의 “챔피언에게 가한 대미지량”을 공개하지 않는데, 다행히도 데미지를 공개하는 착한 리그가 있었습니다. 바로 우주 최고의 리그… NLB입니다.



[홀사장님 고마워요...]




여러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다음과 같은 식이 완성되었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여기서 618은 평균 데미지값, 7.4는 평균 cs값, 2.58은 평균 데스값입니다. (원딜기준)

이 지표들을 통해 “데미지량과 CS량이 공개되어있는” 2013-2014 빅파일 NLB 스프링 8강, 4강, 3-4위전의 경기의 원딜러들의 활약을 알아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이해가 안가셨다면 아래의 을 보면 더 도움이 되실겁니다.













KDA Ratio (Kill Death Assist Ratio)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던 KDA 입니다. 피글렛선수의 KDA가 돋보이는 가운데, 결승과 3-4위전에 진출한 스페이스/스코어선수의 KDA가 상대적으로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선수간의 실력차이나 활약도를 잘 알아볼 수 없습니다.



피해효율도 / DE (Damage Efficiency) – 데미지를 얼마나 많이 가했나를 보여주는 지표 (1 – 평균, 1.1 이상 – 우수, 1.2 이상 – 매우 우수)



데미지 효율성입니다. 놀랍게도 프라입 옵티머스의 ZetNJin 선수가 평균적인 원딜러보다 120%가량의 딜을 넣었음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프라임이 2:0으로 8강에서 탈락한걸 생각하면 놀라운 성적입니다. 반면 스페이스, 스코어 두 선수는 한타때의 딜로스가 어느정도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CS효율도 / CSE (Creep Score Efficiency) – CS를 얼마나 잘 먹었나를 보여주는 지표 (1 – 평균, 1.1 이상 – 우수, 1.2 이상 – 매우 우수)



CS 효율성입니다. 뱅선수의 CS흡입능력이 돋보이는 가운데, KT 두 원딜러의 부진이 어느정도 보입니다.



순수공격력 / ICA (Independent Carry Ability) – 죽음에 관계없이 순수 원딜러의 소양을 보여주는 지표



죽음에 관계없이 AD캐리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나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놀랍게도 8강에서 떨어진 Bang / ZetNJin 선수가 1,2위를 기록했습니다. 팀은 패배했어도 본인들은 크게 활약하고 안타깝게 패배했음을 추측해 볼수 있습니다. (물론 Bang 선수는 루난을 갔기도 했습니다…)


캐리력 / CA (Carry Ability) – 종합적으로 경기의 활약도(캐리력)를 나타내는 지표



CA지표가 나타내는 대략적인 의미 -

2 이상 : 슈퍼캐리, 패배시 영고라인
1.5 ~ 2 캐리, : MVP 혹은 숨은 MVP급
0.5 ~ 1.5 : 1인분, 무난한 활약
0~ 0.5 : 팀의 패배로 인해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함 / 버스탑승
0 이하 : 게임이 터졌거나, 패배의 원인

생존력까지 감안했을때의 원딜러의 능력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야구로 따지면 WAR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습니다. SK의 두 원딜러 –뱅과 피글렛이 다른 원딜러들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함을 알수 있습니다. ICA가 가장 높았던 ZetNJin선수는 팀의 패배로 CA자체는 꽤 낮아졌고, 스페이스/프레이 두 선수는 결승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1인분만 하고 올라갔음을 유추해볼수 있습니다.

이렇게 네 지표를 놓고 보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각 선수별로 분석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순서는 NLB 최종 순서기준입니다.

1) CJ Frost – Space



CS는 괜찮게 먹지만 딜로스가 결승진출팀 치고는 있는 편입니다. 되돌이켜보면 라인전에서 몇번 진게 반영 된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죽은 편은 아니라 평균적인 프로 원딜러의 활약을 보여준 듯 합니다.

2) Najin Sword – Pray



딱히 못하지도, 그렇다고 슈퍼캐리하지도 않은 편입니다. 정말 무난한 보통원딜러의 느낌입니다. 실제로 모든 게임에서 ICA가 1.93에서 2.18사이로, 기복없이 할일은 다 해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SKT T1 K – Piglet



영고라인에 추가해야 할 느낌입니다. 평균적인 CS섭취량을 가지고도 모든 경기를 슈퍼캐리하듯 했습니다. 특히 4강 4차전에서는 ICA가 3.03(초슈퍼캐으리!!), CA가 2.64로 NLB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줬습니다. 쉽게 말하면 팀원들에게 “이렇게까지 캐리했는데 버스를 못타냐”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할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패배시의 평균 ICA도 2.35로 가장 높았습니다. 과연 최고의 원딜러 중 하나로 인정받을만 한것 같습니다.

4) KT Bullets – Score



굉장히 부진한 시즌이였습니다. CS도 그렇고 데미지도 제대로 넣지 못하면서 가장 낮은 ICA를 보여줬습니다. 다만 그 와중에도 데스가 포함된 IAA에서는 6위로 오르면서 생존왕(..)이라는 별명답게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호함이 어느정도 보여습니다.

5) KT Arrows – Arrow



CS 섭취가 가장 안좋은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8강 마지막경기에서 너무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패배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6) SKT T1 S – Bang



2:0 패배에도 불구하고 매우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CS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바텀라인 싸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음을 알 수 있습니다. IAA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해서 8강에서 떨어진게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 역시 루난만 안갔더라도...

7) Prime Optimus –ZetNJin



Bang선수가 CSE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프라임 옵티머스의 ZetNJin선수는 놀라운 한타력을 보여주며 DE 1위, ICA 2위에 올랐습니다. CA가 떨어진것은 아무래도 팀의 패배에 물려 활약 이상의 데스가 나온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8) IM #1 – Violet



활약 자체만 놓고보면 결승진출한 프레이선수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였으나, 게임이 터지는(…) 바람에 CA가 낮게 측정된 것 같습니다.


세이버롤트릭스, 미드라인에선 어떨까?

평균 CS와 데미지량이 원딜러의 기준으로 맞춰져서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미드라이너에게도 이것을 적용하면 어떨까 해서 한번 넣어봤습니다. 실험대상은 마찬가지로 지난 스프링 NLB4강에서 만난 CJ Frost와 SKT T1 K의 두 미드라이너, 코코와 Faker 입니다.




평균CS/데미지량의 기준이 원딜러인 관계로 전반적으로 모든 수치가 다 높습니다만, 그래도 그 경기의 결과 / 성향을 파악하기엔 어느정도 충분합니다. 경기는 3:1로 졌지만 페이커는 3경기에서 코코보다 더 높은 ICA를 보여주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낮은 CA는 굉장히 공격적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4경기에서 페이커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탈락에 어쩔 수 없는 책임을 물어야 할것만 같습니다.

이런식으로 네가지 지표를 통해 원딜러뿐만 아니라 라이너들의 성향을 가늠해볼 수도 있습니다.

- ICA가 높은데 CA도 높다 : 무결점의 라이너, 하드캐리(하고도 지는경우는 있음!)
- ICA가 높은데 CA가 낮다 : 굉장히 저돌적인 성향이거나 (페이커), 팀의 성적에 실력이 빛을 바라는 경우 (바이올렛)
- ICA가 낮은데 CA가 상대적으로 높다 : 생존왕 (Score), 혹은 버스탑승?
- ICA가 낮은데 CA도 낮다 : 터진게임, 혹은 라이너로서의 소양 부족



마무리하면서

롤은 단연컨데 여지껏 나온 E-Sports중에 통계학적으로 가장 접근이 쉬운 게임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KDA를 제외하고는 딱히 선수의 실력을 가늠해볼만한 지표가 나오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미약하게나마 분석해보았습니다. 보완만 잘한다면 프로레벨뿐만 아니라 솔랭에서도 쓰일만한 좋은 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계기로 만약에 롤챔스에서도 데미지량이 공개된다면 앞으로 꾸준히 업로드해볼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단 공개가 되지 않으면 어쩔수 없습니다 ㅠ_ㅠ)


보시면서도 느꼈겠지만 아직 프로씬에서 데이터를 구하는게 마땅치 않아 대부분 다 가설에 출발하였고, 평균값들 역시 정확하다라고는 이 시점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지금까지 시도조차 되지 않았던 일이기에 충분히 가치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하고, 발전해 나갈 여지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OPS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건 리그 출범이후 약 100년이 지나고 나서의 일입니다. 그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OPS는 가장 대중적인 지표중 하나가 되었고 그것을 넘어서는 지표가 많이 탄생된 상태입니다. 이 글이 "LOL의 수치화"에 큰 밑거름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고, 저 역시 본업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짬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