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누구나가 경험해본 이야기


골드를 찍지 못하면 롤을 한참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기간의 마지막 날, 마지막 판, 미드에서 직스로 니달리에게 동그란걸 던져주는 놀이를 하던 중 탑에서는 초반 15분의 시간  용녀가  사자를 세번 찢어 죽였다. 당시의 적정글러가 누군지는 까먹었는데, 여튼 첫번째는 적정글러와 쉬바나가 합세하여 렝가를 땄고, 두번째도 어디선가 바람처럼 나타난 적 정글러가, 세번째는 이제 정글러 올 것도 없다는 듯이 쉬바나 혼자서 솔킬.

미드에서 구경해보기로는 이렇게 렝가가 십털린 이유는 당연하게도 와드 하나도 박지 않고 라인을 신나게 밀어대었기 때문이다. 미니맵만 봐도 참 맛집처럼 보였지만 미드 싸움이 치열해서 함부로 어떻게 움직일 수도 없었고 쳇칠 여유도 없었다. 그 당시의 우리 정글러는 이블린이었는데, 미드 갱을 시도하다가 포탑에 맞고 갱승. 니달리에게 쌍버프를 헌납해 주었다. 



렝가는 자신이 세번이나 따일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블린에게 강렬한 분노를 표출하였다. 미안하다고 이제부터 탑 살려보겠다고 한 이블린에게 렝가는  '됐어, 이제 못 이겨.'라는 선언과 함께 탑을 포기하고 다른 라인을 조금 어슬렁 해보다 또 따이고 게임을 나가버렸다. 


리그오브레전드가 한국에 서비스 된지 1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탑 라인 대책없이 그리 처밀면 적 정글러의 갱이 유리해 진다는 걸 모르는 플레이어는 없을 것이다. 즉, 렝가가 따인 것은 100% 본인의 자업자득. 에라, 멍청한 놈 미친놈 정말 많구나. 하고 큐를 새로 돌리면 다시 만날 일이 없긴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그러한 행동 양태를 보이는 플레이어가 너무 많다! 정말 많어!! 그러므로 나는 그들을 무시하거나 불가해의 존재로 남겨두는 것보다 그들의 행동원리와 생각을 이해하고 설명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1. 리스크, 리스키


학문의 영역에서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종래에 설명이 불가능했던 현상이나 이론을 설명해 낼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수학의 예를 들자면, '무리수'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기존에는 수로 표현이 불가능했던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를 수로 표현해 낼 수 있게 되었고, '허수'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이차 및 고차 방정식'을 더욱 완벽하고 통일성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롤(을 하는 플레이어)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개념은  이것이다. 


risk, risky


리스크(명사)리스키(형용사)라는 말은 통상 '위험' 위험한' 이라고 번역하는데, 우리말의 일반적인 위험에 보다 부합하는 영단어는 danger, dangerous 이며, 리스크라는 말은 단순한 위험이 아니라 보상이 전제된 도박이 내포하는 위험을 뜻한다. 예로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복권 A는 꽝이면 10원을 내고 당첨이면 10원을 받는다. 
복권 B는 꽝이면 100원을 내고 당첨이면 100원을 받는다. 


복권 A,B의 당첨확률이 둘다 반반이라 할때, 우리가 중학교 시간에 배운 기댓값은 둘다 0이다. 즉 이 복권들은 해도 안해도 상관 없는 복권이고, 또 복권 A든 복권 B든 그건 똑같다(경제학에서는 이를 무차별하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복권 A와 B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A보다 B가 딸때 크게 따고, 잃을 때 크게 잃는다. 이를 복권 B는 A보다 위험이 있다. 혹은 위험하다 라고 표현을 한다.  


그럼 다음과 같은 복권을 보자. 다음 복권의 가격은 둘다 100원이다. 


복권 C는 90%확률로 100원을, 10%확률로 500원을 준다.
복권 D는 60%확률로 100원을, 40%확률로 200원을 준다.


기대값이 140원이니 복권이 100원짜리면 사야겠네. 실제로는 가격보다 기대값이 높은 복권이 없다. 그런게 있음 당첨금 주는데가 100%망하니까. 그런데, C와D 중에 단 하나만 살 수 있다면 무엇을 사야할까? 

무엇을 사는 것이 더 바람직한 가는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무엇이 더 리스키 한 가는 말할수 있다. 사실 위험도의 판단은 제대로 하려면 함수의 볼록성과 2계도 함수가 어쩌고 하는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지만 우린 그냥 직관적으로 생각하자. 크게 따고 크게 잃는 것이 그냥 더 위험한거다. 이러한 판단 기준을 적용해 보건데, 복권 C가 더 위험하다. 500원이란 큰 돈(?)을 딸 기회 10퍼를 위해 200원을 받을수 있는 기회 한 30퍼를 포기하게 되는 거잖아. 


여튼 이러한 설명으로 위험성이란게 대충 뭔가 머릿속에 들어갔다면 고스톱에서 3고를 하는 것, 포커에서 뻥카를 치는 것이 왜 리스키한 행동인지. 얼마나 리스키한 행동인지 감이 올 것이다. 크게 따기 위해서 크게 잃을 기회를 감수하잖아. 그러다 많이 망하고. 딱히 도박이나 복권에 관련된 개념이 아니라 일상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그/그녀에게 하는 사랑고백' 같은건 매우 리스키한 행동이다. 성공할 경우 크게 얻지만, 실패할 경우 크게 잃을거 아냐(감정적으로). 가만히 있었으면 그나마 찐따가 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야. 



2. 리스크 매니지먼트 for 리그오브레전드


많은 형용사들이 그렇지만 리스키하다는 것도 비교를 고려하는 형용태이다. 그러므로 복권C는 D보다 더 리스키하지만, 90퍼의 확률로 0원 10퍼센트의 확률로 1400원을 준다는 all or nothing의 복권 E에 비하면 덜 리스키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롤에서는 복권과 같이 카타가 흥할확률 56퍼 망할확률 44퍼 이런식으로 흥할지 망할지 확률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건데(고백실패 확률같은것도 그 확률은 정확하게 알 수가 없긴 하다), 그래도 그보다'보상의 변동폭과 확률낙차가 큰게 위험한거 같다'라는 어림짐작에 의거해 대충 다음과 같은 추론을 해볼 수 있으리라 본다. 


미드는 서폿에 비해 리스키한 포지션(게임에 미치는 영향폭이 크다)이다. 

카타, 마이, 트리와 같은 킬어시시 쿨초기화 스킬을 지닌 챔프는 아닌 챔프에 비해 리스키하다.

초반강캐형 챔프의 경우 고른 성장을 보이는 챔프에 비해 리스키하다. 
 
보다 계수가 높은 챔프의 경우 보다 더 리스키하다. 

논 타겟 챔프의 경우 타겟팅 스킬 챔프보다 더 리스키하다. 

암살자 챔프의 경우 누킹형 챔프보다 더 리스키하다. 

(이론상)이동탈출기 따위 없는 순수 누킹형 챔프의 경우 더 리스키하다(실제로는 탈출기는 없는데 딜이 딱히 낫지도 않다).  
 
(이론상)마나등 소모성 자원을 사용하는 챔프는 무자원 챔프의 경우에 비해 더 리스키하다(실제로는 무자원챔들이 그냥 더 센 것 같다...).

......


챔프 자체의 리스크는 대충 이상과 같고, 리스키한 전략을 뽑아보면 대충 다음과 같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카정은 평범하게 정글을 도는 것보다 더 리스키한 전략이다. 

정글러에 의한 갱킹도 사실 평범하게 정글을 도는 것보다 더 리스키한 전략이다. 사실 갱킹이 실패할 경우 정글러는 동선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봇 듀오에 비해 변칙 서폿(신드라, 브랜드, 르블랑)나 봇파괴 듀오는 리스키한 전략이다. 

몰래 용, 몰래 바론, 깡 바론(상대측 5명이 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의 바론 트라이), 깡 드래곤도 리스키한 전략이다. 

갱킹과 비슷한 원리로 미드 라이너에 의한 로밍도 리스키한 전략이다. 

라인전시  라인을 중간이나 자신 쪽으로 끌어 당기는 것에 비해 미는 것 역시 리스키한 전략이다. 경험치와 CS의 우위를 점하기 쉽지만, 그만큼 적 정글러의 갱킹에 노출이 되기 때문이다. 

미드 5명 모여! 에 비해 1-4 전략은 리스키한 전략이고 1-3-1은 더욱 리스키한 전략이다. 

.....





결국은 다 패 죽이고  때려부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인 소환사의 협곡이지만 와드라는 소모품이 판매가 되고 있으며, 이 와드라는 아이템은 직접적인 전투에는 1g도 도움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왜 이 아이템이 필요한 것인가 하면, 이 아이템은 궁극적으로 골드로 리스크를 감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상대가 특정한 지역에 있는지/없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으면, 완전 제거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의 리스크가 제거가 될 뿐더러. 상대의 관측되는 움직임에 맞추어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문제는 와드가 공짜가 아니라는 거. 3분동안의 시야를 제공받기 위해 도란검이 아닌 루비 수정을 사야하고 와드를 박아 놓았는데도 3분동안 적이 출몰하지 않으면 손해보았다는 생각도 든다(사실은 손해가 아니다). 

즉 와드는 위험과 보상을 줄여준다. 따라서 와드를 꼬박꼬박 사서 박아놓는 전략은 와드를 전혀 박지 않거나 적게 박는 전략보다 덜 리스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환사의 협곡에서 클릭 한번 한번마다 리스크를 따져보는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와드는 꼬박꼬박 사서 박고 다니고, 리스키한 챔프, 리스키한 전략은 아예 하지 말란 말인가? 



3. 리스크, 받아 들일 것인가, 피해야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앞서 일상에서 사람들은 똑같이 기대값이 0원인 복권 A와 복권 B, 그리고 걍 안산다라는 선택지에 어떻게 반응해 왔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같은 기대값이면, 사람들은 복권을 '안 산다'. 또란 A와 B중에 반드시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A를 택한다. 즉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선택을 하도록 적응해 왔으며, 이를 위험회피적 성향이라고 한다. 사실 이건 당연하다.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 

문제는 같은 값이 아니라면? 복권 A'은 반반의 확률로 10원을 잃을 수 있지만 11원을 딸수 있다고 하자  복권 B'는 100원을 잃을 수 있지만 110원을 딸수 있다. 그렇다면 기대값이 이제는 0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복권 A,B를 거들떠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한번 사볼까....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기대값이 0.5 원 혹은 5원 증가했다고 해서 과연 10원을 잃을 위험, 100원을 잃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는 각 개인의 성향에 달린 문제다. 누군가는 살거고, 누군가는 0.5원은 굳이 이런 도박을 하기에는 충분한 보상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여튼 여기서의 0.5원 5원은 감수하기 싫어하는 위험에 대한 보상적인 성격을 가지며,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는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대충 이 리스크 프리미엄을 가지고 어떤 한 개인이 '얼마나 위험을 싫어하는 가'를 측정해 볼 수 있다. 복권 A가 A'이 되었을지라도 여전히 사지 않는 사람은 A'을 사는 사람에 비해 더 '위험회피적'이라고 정의 할 수가 있다. 이 사람들도 기대값을 1원 더 올리면 살지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안사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 사람들은 진짜 진짜로 위험한 도박을 싫어하는 거고.


그런데 이런 위험회피적 경향이 개인적인 선호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까. 리스크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라도 좋다 라는 특이한 사람도 있을 수가 있다. 복권 B''은 반반의 확률로 100원을 잃거나 90원을 따거나 할 수 있는 복권이라고 하자. 이 복권의 기대값, 그리고 리스크 프리미엄은 -5원이다. 일반적인(위험회피적인)사람이라면 이런 복권따위 아무도 사려 하지 않겠지만, 어떤 사람은 이 복권을 사겠다고 나선다. 왜? 그건 모르지. 간밤에 돼지 꿈이라도 꾸어서 자기 혼자 자기가 딸 확률이 50퍼가 아니라 80퍼는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혹은 땄을 때의 짜릿함이 너무 좋아서 잃었을때의 상실감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다. 고스톱 치면서 늘 되도 않은 고를 불러서 늘 고박 쓰는 사람. 못먹어도 고라는데 뭐 어떡해.





4. 리스크 테이킹, 트롤인 것인가. 



롤에서도 못먹어도 고! 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5명 대치하거나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멋지게 이니쉬하면 상대방으로부터 개이득을 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혼자 들어가서 죽는 경우가 많다. 그 넘의 머리 속에는 어떻게 이길 각이나 확신이 보였던가,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가끔 운좋게 이겼던 기억과 쾌감해 취해 돌진하였을 수도 있다. 무모한 용이나 바론 트라이. 무모한 백도도 마찬가지. 




어찌되었건 간에 복권 A를 사던 복권 B를 사던, 아니면 아무것도 사지 않던 그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 일이고 무엇을 사는게 더 '옳은가'는 판정할 수 없다. 그러나 5명이 의사소통이 제한된 상황에서 '협동'을 해야 할 경우 다 복권 A를 사야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복권 A를 사는 사람들 사이에 복권 B를 사는 사람이 끼게 된다면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협곡에서의 구체적인 예를 하나 상정해 본다면 


큰 한타가 있었고, 적을 전멸시켰다. 다들 체력은 10~20퍼 밖에 남지 않았고, 적 억제기 하나 눈앞에 보이지만 풀피. 그리고 적 카타리나의 부활 타임은 5초가 남았다. 

다른 4명은 5초안에 억제기를 파괴하고 무사히 몸을 빼는 것은 불가능이라 생각하여 다 귀환을 탔지만 한명은 혼자 남아 억제기를 깨려 하다가 민병대 신고 나온 카타에게 바로 잘렸다. 그러고는 '네놈들 이럴 때 억제기 안부수고 어디 가는거냐!! 심해새X들!!' 하고 호통을 친다. 

실제로 5명이 다 있었을 경우에 억제기를 무사히 파괴하고 몸을 뺄수 있었을지. 아니먼 적 카타에게 펜타킬을 선물해 주게 되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에 따라 다들 귀환을 타게 되지만, 저런 애들이 있을 경우 호흡이 맞지 않게 되는거지. 이게 첫번째 문제가 된다. 


두번째 문제는 리스크 부담에 따른 보상은 본인에게 주어지지만 위험은 구성원 전부에게 부담되게 되는 경우이다. 우리측 탑이 엄청나게 딜교를 시도하고 공격적으로 라인전을 공격적으로 운영한 결과 적으로 부터 3킬을 따내었고 이를 스노우볼을 굴려 결국 전설까지 띄우며 게임을 캐리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건 누구일까? 아마도 탑 본인이겠지. 


그렇지만 복권에서 꽝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흥하는 경우가 있으면 망하는 경우도 있고, 라인전을 엄청나게 공격적으로 운영한 결과 적 탑에게 3킬을 주게 되었고, 반대로 적 탑이 전설을 띄우게 된 경우 고통받는건 누구일까? 아군 팀 전원이 고통 받게 된다. 


개인의 행동의 결과로 이득은 개인이 보게 되지만 손해는 전체 구성원들에게 전부 끼치게 되는 이러한 구조는 불합리해 보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이윤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고 하던가? 그렇지만 사회에는 여러가지 규제나 감시 장치가 있어 이러한 행동을 어느정도까지는 제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환사의 협곡에서 팀의 승리보다는 오직 자신의 재미만을 챙기려는 애들을 대체 무엇으로 제어해야 할까? 리포트도 트리뷰날도 유명무실한데(그나마 트리뷰날 지금 안 돼지).


게다가 와드로 꽂꽂이 놀이 하고 있는 것은 이론의 여지 없는 명백한 트롤링 행위지만, 와드 안사고 라인을 밀거나, 무모해보이는 카정을 한다고 해서 그것을 트롤링이라 하기는 애매하다. 본인에게는 이것이 위험부담을 지는 전략이란 자각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어느 경우에도 그걸 외부로 드러 내지는 않겠지만.






5. 그 트롤러가 캐리하는 법


캐리라는 것은 승리로 팀을 견인(carry)한 다는 의미에서 캐리라고 한다고 알고 있다. 때문에 '나는 캐리했지만 팀원이 너무 x신이라 졌다'라는 문장에서 캐리란 말은 의미가 성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 게임에서 본인만 얼마나 잘했는지도 의문이긴 하다. 아마 캐리가 게임에서 제일 재미있긴 할거다. 스타 플레이어, 키 플레이어잖아. 게임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게임 내에서도 지배자니 전설이니 추켜세워 주고.

반대로 그렇다면 캐리가 없으면 못이기는 걸까? 팀스포츠에서 평균 선수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지닌 스타 플레이어가 있으면 매우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고 해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각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오히려 스타 플레이어가 있는 팀을 압도할 수도 있다. 듣기로는 김성근 감독 시절의 SK야구가 이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데, 그 당시도 현재도 야구를 보지 않아서 이것은 확실히 모르겠다. 즉 캐리의 존재는 승리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된다. 


그렇지만 롤을 하는 플레이어 중에서는 북미서부터 '바쁜 내가 굳이 귀중한 시간을 내어 게임을 하는데, 최고의 재미를 내가 느껴야만 하겠고, 다른 놈들에게 양보할 수는 없다' 라는 마인드의 플레이어는 존재해왔다. 이 인간들은 반드시 자신이 캐리, 키플레이어가 되어 전장의 지배자를 띄우고 주도적으로 게임을 승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며, 그냥 남이 잘해서 본인은 적당히 박자를 맞추어 하게 되는 승리는 하기 싫다는 데 어쩌나?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아무리 'MID carry or AFK'를 외치며, 미드/정글는 죽어도 자기가 가야만 하겠고 아니면 투미드/투정글 하자는 놈일지라도, 꼭 인성과 실력은 비례하는 건 아니잖아. XXsu같은 플레이어도 있고 말이지. 그냥 곧죽어도 미드 가겠다는 넘은 나머지 4사람이 부처의 마음으로 양보해서 미드 보내주면 문제없는거 아닌가? 어차피 누군가 한명은 미드 가야 하는 거잖아. 


과연 그럴까?


롤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았던, 정글 빼고는 라인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맞상대와 바로 총구/칼끝을 겨누고 마주하게 된다. 챔프와 그 파일럿이 다를뿐, 맵은 대칭이고 포탑의 공격력은 동일하며 그외 많은 조건이 대칭적으로 맞추어져 있다. 캐리를 하려면 문제는 우선은 눈 앞의 맞상대보다 매우 차이나는 전투 역량을 갖추어야 하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경험치를 먹어야 하겠는데, 상대랑 모든 조건이 거의 동일하게 시작하는데 어떻게? 나는 캐리하고 싶어서 롤하는데 말이지.

여기에 대해서 일부 플레이어는 매우 비열한 해법을 내놓았다. 사람마다 여러가지 이유로 게임 숙련도의 차이는 있기에,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은 이를 위해서 전적을 기록에 남기고, 가능한한 게임 숙련도가 비슷한 플레이어끼리 무작위로 맺어주는 게임 매칭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숙련도는 점수나 티어 등급으로 객관적인 수치가 되는데,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일부러 하위 등급의 아이디를 구해서, 혹은 하위티어를 유지하는 본인 명의의 다른 아이디를 통해 본인보다 게임 숙련도가 떨어지는 플레이어랑 게임하는 것이다. 상대가 약하면 당연히 내가 성장하기 쉽고, 캐리가 되어 게임을 이끌어 가기 쉽지. 이것이 첫번째 방법이다. 


두번째는 딱히 자신보다 떨어지는 실력의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자기 티어에서 캐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게 있는가? 있다. 위에 조금 설명해 놓은 위험과 보상을 분배하는 방법이면 가능하다. 리스키한 챔프, 리스키한 라인, 리스키한 전략을 합쳐 슈퍼 리스키한 선택을 하고, 먹히면 하이퍼 캐리가 되어 게임을 캐리하고, 안되면 그냥 똥망하는 그런 전략이다. 앞뒤 안보고 라인 마구 미는 것. 섬광 띄운 후의 캐리를 노려 30분 내내 정글만 도는것. 무리한 타워 다이브나 백도 스플릿 등이 이런 전략에 속한다. 물론 포탑 다이브를 해야 할때가 있고, 스플릿 운영도 잘하면 상대에 비해 많은 이득을 챙길수 있다. 하지만 위험한 선택을 하려면 그만큼의 계산을 끝마치고 해야지 앞 뒤 생각 않고 '따면 많이 유리해진다' 라는 마음 만으로 무리한 전략을 감행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일 것이 뻔하다. 프로 포커 플레이어는 상대의 카드를 전부 볼 순 없지만 자신의 카드와 상대의 드러난 카드를 보고, 상대의 가능한 전략과 패를 추측한 다음 확신이 설때 판돈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카드를 보지 않고도 판돈을 올리고, 운 좋으면 이길 순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계산된 승리와는 달리 순전한 운에 의한 승리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첫번째와 두번째 경우가 합쳐지면 본인 원래 티어는 플레다이아라는 플레이어가  실버쯤 되는 게임에서 0킬 8뎃 정도 띄우고. '아냐, 내가 이리 못할리가 없어. 내가 망한건 다 너희 놈들(자기 팀원) 탓이다!!' 라는 병맛스러운 멘붕도 종종 목격할 수가 있다. 뭐 양학 하겠다고 일부러 남의 아이디 빌리거나 자기 부캐 티어를 하위로 유지하는 놈들 중에 정신머리 제대로 박힌 놈이 얼마나 되겠느냐만.


다시 돌아가서,  'MID carry or AFK' 를 외치는 넘에게 미드를 내주면 그 넘은 캐리를 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검증되었으면서 협력적인 전략보다는 슈퍼 리스키한 전략을 사용할 공산이 크다. 이건 당연한거다. 팀의 승리보다는 캐리하고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 겜하는 넘이라는데 당연히 미적지근하고 지겨운 전략보다는 화끈한게 좋지. 하지만 문제는, 이 게임에서 리스키한 전략이라는 것은 졌을 때 100원을 잃고 딸때 90원을 따는 것과 같이 장기적으로 기대값이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 망할 확률이 높을 뿐더러, 한번 망하면 폭망해서리. 

이제  'MID carry or AFK' 를 외친 놈의 입장을 분석해보면, 본인 손이 마우스에서 미끄러졌건, 아군 정글러가 X나 못해서건 우선 자기는 위험을 감수했었고 그것이 안좋은 결과가 나와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리고 사리면서 역습의 기회를 노려야 하나?

노노, 빨랑 서렌하고 담겜해야지. 굳이 고통받는 게임을 왜 해?

이런식으로 한 라인이 폭망해버리면, 아무리 라인전은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하더라도 다른 라인에 영향이 안갈수가 없다. 당장 위에 뜨는 킬뎃 표시가 안좋은 숫자를 나타내고 있고, 전체적으로 게임이 밀리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은 칼서렌을 갈 명확하고도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 상황 파악 못하고 미적대는 넘에게는 '질 게임에 시간낭비 왜함? 내가 꼭 던져야 겠음?' 이러한 발언으로 쐐기를 박아주면 100퍼센트다. 이 겜은 한명이 게임을 반드시 이기게는 할 수 없지만 반드시 지게는 할 수 있는 게임이거든. 리폿? 자신이 트롤한 것도 아닌데 무슨 리폿? 오히려 질게임 질질 끌고 투표 안해서 시간낭비 시키는 쟤들한테나 리폿 먹여야지.



물론 'MID/TOP carry or AFK'를 외친다고 해서 무조건 지거나 이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정말로 특정 포지션아니면 할 줄 모르거나 너무 승률이 낮아서 저런 말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게임 목적이 애초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론상 아군 팀원에게 저러한 손해을 끼치거나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승률은 낮아지고 리폿은 쌓여가겠지만 승률 낮아지면 더 못하는 애들이랑 하게 될테니 더 좋아할거고(현재는 일부러 저티어 아이디 만들려고 트롤하는 애들도 있다) 리폿은 쌓아봤자 뭐? 어차피 라이엇에서 신경쓰지도 않고, 그러니까 애들이 리폿하지도 않는데 뭐. 우리는 이들을 막을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본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본인 기억에는 게임내내 캐리했던 기억은 40분어치, 졌던 기억은 20분어치(왠만하면 빠른 서렌 했을테니), 그리고 졌던 것에는 다 이유가 붙어 있겠지. 정글러가 갱을 못해서. 딴 라인이 망해서... 상대가 대리같아서 등. 따라서 본인은 항상 캐리할 수 있는데, 팀원이 안받쳐준다. 라는 착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원래가 자기가 캐리한 게임은 잘 기억나도 똥싸서 진 게임은 잘 기억 안남.





6. 누구나가 경험해본 이야기의 해설





그렇다면 당초의 목적대로 새로이 도입한 개념을 가지고 위에 누구나가 경험한 이야기에서 렝가의 행동을 해설해보자.

와드를 사지 않는 전략은 위험을 증대시키지만 좋은점도 있다. 좀 더 강력한 딜템을 갖추어 라인을 압박할 수 있고

와드없이 라인 민다고 항상 망하는 것은 아니다.  이전 판에는 미드 봇이 정글 개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풀려서 정글이 탑에서 쉽게 역갱 쳐준적도 있을 것이고, 상대가 몸약한 챔프(티모같은 상대?) 라 본인이 상대 정글이 갱킹하기 이전에 적을 따낸 적도 있을 것이며, 상대 정글이 다른 곳에서 너무 동선을 허비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6렙을 찍으면 일단 은신이 생겨 갱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다는 점도 한몫한다. 몇가지 조건이 충족이 되면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탑라인을 압도하면서 게임을 끝냈던 적도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의도치 않은 곳에서 일이 잘 풀린 결과이지 일반화 할 수 없다. 당시 렝가의 상대는 쉬바나로 쉽게 솔킬을 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우리 정글은 이블린으로 라인 밀린 곳에 갱 가기는 어려운 정글챔이었다. 또한 미드 봇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여러가지 조건이 렝가의 그 선택에 불리한 결과를 나오도록 만들었다. 

렝가가 세번이나 갱을 당한것은 그냥 본인의 선택의 결과이지만, 본인은 그 비난의 화살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서렌을 팀원에게 종용하다 그저 게임에서 도망쳐 버렸다. 본인은 도망이라 생각하지 않으려나? 

개인적으로 일반 랭크 합쳐서 시즌 2 때부터 몇천번 협곡을 들락거린 유저로써 판단하건데, 탑이 3번따였다고 해서 승리할 확률이 50퍼던게 한 20퍼뭐 이렇게 곤두박칠 치느냐?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라인전 단게에서 라인 하나정도는 폭망했어도 포기하지 않고 5명이 뭉쳐다니는 한타 페이즈에서 포기하지 않고 잘 운영하면 조합과 시너지에 따라 비등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고 승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예 나가버리면 확실하게 지게 돼지. 승리를 위한 게임이 아니라 캐리를 위해 게임을 하니 '빠른 서렌, 칼 서렌. 서렌안함 던짐' 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정말 (정상적인) 승부욕이 있고 5명 다 게임이 가능하다면 서렌이란 말을 입에 담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킬뎃차? 글골차? 롤은 상대 넥서스를 부수는게 최종 목표인 게임이지 파오캐마냥 상대 100번 죽이는게 목적인 게임 같은게 아니니까. 포기하지 않고 상대의 방심을 찌르면서 게임하다보면 역전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게임이며 자주 나오는 게임이다. 서렌을 하면 100퍼 지는 거지만 서렌하지 않은 이상 가능성은 있는 거잖아. 하다못해 상대 한명 튕길 가능성이라도.

어차피 질 게임이기에 하기가 싫을 수 있을까?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상대의 통합적인 실력이 우리보다 나아서, 또는 어떻게 하다보니 조합이 안좋아서, 또는 어쩌다 보니 운이 드럽게 없고 합이 안맞아서 밀리는 경우가 나올 수 있고, 상대가 우리보다 1코어 하나씩은 나올 정도로 돈과 경험치가 차이 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게임하면서 늘 우세일 수 있다는 건 말이 안돼고, 사려야 할 때도 있고 상대가 우리보다 강해 수비적인 운영을 해야 할 때도 반드시 있다. 이기고 있는 경우 이기는 대로 승기를 잡아 승리를 향해 스노우 볼을 굴려 나갈 전략을 짜야 하는 거고, 밀리면 밀리는 대로 이를 방해하고 뒤집기를 시도할 전략과 운영이 있다.  


과연 현재의 게임을 앞장서서 '진 게임' 이라 정의하고 팀원에게 서렌을 종용할 때는 과연 승리를 위하여 전략을 수립하고 최선을 다하였으나 패색이 짙어 더 이상 어떻게 게임을 해도 안되겠다는 이성적 판단이 있을까, 


아니면 승패나 팀원따윈 관심없고 리스키한 전략이 먹히면 양학좀 쩔게 해보고 싶었는데 이판은 글러먹어서 짜증만 나고 더 이상은 시간 낭비라는 판단이었을까? 
  

사실 본인 자신도 전자인지 후자인지 칼로 자른듯 판단의 근거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7.끝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뭐 이런 저런 몇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시장에 순도 낮은 나쁜 금속재질의 돈 밖에 굴러다니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를 현재의 롤 상황에 접목시켜 생각하면 초기엔 남 생각 안하고 지 캐리양학을 목적으로 하는 트롤러와 정상인이 같이 게임상에 존재하다가도 트롤러는 정상인에게 딱히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지만 정상인은 트롤러의 행동에 점점 더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어 떠나거나, 아니면 트롤러로 변질이 된다면 언젠간 롤 판에는 순수하게 트롤러밖에 남지 않게 된다. 롤 전체가 거대한 트롤촌이 될 테지만 도타와 달리 그 안의 트롤들은 본인이 트롤러란 것을 모르고 있겠지. 서로 똑같은 놈들끼리 욕하며 싸우고 관성으로 겜하다 결국 흥미를 잃고 관두게 될 것이다. 


터진 서버는 복구하고 증설하면 되는 일이지만 이미 떨어진 신뢰와 굳어진 유저들의 성향은 되돌릴 방법이 있을지 알 수 없다. 그 때가 언제일 지는 모르겠지만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사실 엄격하게 굴면 지는 겜에선 리폿하고 싶은 놈이 없는 판이 드문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