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충격에 빠진 많은 스크 팬들이, 전날 치러진 두 경기의 패인에 대해서, 누가 못했네 잘했네 열심히 재판중이니, 더 이상의 패인 분석 글은 아마 똥똥글이 될것이다.
  아, 그래도 예의상 패인을 말하고 넘어가보자. 질만해서 졌다. 이길만 했으면 이겼겠지. 뭐 그전까지 SKK는 항상 이길만한 팀이었으니 스크팬들이 받았던 거~대한 충격에 대해서 우리모두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줘야 한다.

  자, 그러면 도대체 왜 질만했냐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솔직히 우리 모두 SKK가 16강도 못 올라갈줄은 몰랐다. SK까던 SK팬이던 말이다. 그런데 클템 이현우 해설만, 이미 3월 초에 스크크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클템 이현우의 예측은 저저번주 까지만 해도 한낱 '개소리'로 치부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단 던져놓고 보는거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 그러나 지금은, 이미 해당 분석글을 향해 어린양들의 성지순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구도 세계최강의 악마들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릴지 몰랐을 것이다. 3연속 롤챔스 우승을 노리는 '챔피언'이 16강을 뚫지 못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아마 미리 예측하고, 그 경기를 해설까지한 클템 이현우 조차 그렇게 '맥없이' 무너져내릴줄은 몰랐을것이다. 그래도 경기 종료후 클템해설은 말했다.

"스크림 상황들을 포함해서 현재상황을 다각도로 봤을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충 이런말이었던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건 단 한 단어다.
'스크림 상황'
한 마디로 아니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어쩌면 SKK가 무너진건 저번주 경기가 아닌, 이미 조금 더 전의 일이라는 얘기다.
아무래도 스크림 결과를 알고 있는 이현우 해설이 보기엔 SKK가 내뿜던 무시무시한 무적 포-스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1. 최강의 자리에 오래있기란.

  3월초 인터뷰에서, 지금은 성지가 된 그곳에서 이현우 해설이 SKK의 탈락을 예견하며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최강의 자리에 오래있기란 힘든 법이고 SKS, KTA의 개인기량이 SKK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아시다시피, E스포츠 판에서 최강의 자리에 오래 군림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고? 분석되니까. 수 많은 2인자들, 미래의 1인자 후보들이 SKK의 경기를 초단위로 쪼개서 분석했을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롱-런 하는 1인자들은 예외없이 전설이 되는것이고 그만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는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아니 지금에와서 나는 조금 졸렬하게 말해본다. 진짜 대진운이 없었던건 SKK가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왜냐하면 같은 A조에 속한 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은 모두 훌륭한 킹슬레이어의 자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형제팀인 S는 가장 SKK를 잘 알고있는 팀이다. 또한 꼬마 김정균 코치가 S를 전담하기로 했다 하니(이 부분은 카더라인지 오피셜인지 모르겠다) 이기려고 마음 먹는다면 누구보다 날카로운 창을 SKK한테 찌를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또 KTA는 '루키'들의 팀이다. 미드라이너 루키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개인기량이 뛰어난 루키로 구성되어있다. 이 루키들은 겁이 없다. '잃을게 없는데 두려울 것이 있겠어?' 라는 바루스의 대사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KTA는 실컷 SKK를 분석했는데 SKK는 KTA를 분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번번히 챔피언스 예선에서 미끄러지는 팀을 분석할만한 자료가 그리 많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 루키들은 말도 안되는 짓을 하기 때문에 분석하기 어려운 법이고 그게 루키의 무서운 점이다. 그리고 루키들이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2. 새로운 메타를 선도하는 팀.

  최고의 팀은 항상 새로운 메타를 선도한다. 너무 뻔한말이라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할수 있는 말이지만 어쩔수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밖에 마무리 지을 말이 없다.
 다음 메타를 선도하는 팀이 다음의 최강팀이 될것이다. 이전까지 그건 SKK였고 모두 그걸 따라해서, 혹은 분석해서 결국 SKK가 하는 만큼 왔다. 지금의 메타를 SKK메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것이다. 그리고 이 '노잼스'를 주름잡아왔던 SKK메타가 깨지기 시작했다. SKK의 패배가 그걸 의미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메타를 빨리 찾는 팀이 새로운 최강에 오를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와서 결국 저번주에 벌어졌던 경기에 대해 얘기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1경기를 두고 SKK의 '실험픽'의 실패라고 하지만 이건 정 반대다 완전 반대다.
  쓰레시를 뺏긴 만두는 쓰레시의 라인전 카운터 모르가나를 고른것이고, 르블랑 녹턴을 본 페이커는 다른 기동력이 좋은 룰루는 밴이 되었고, 같은 글로벌 궁극기를 가진 카서스를 뽑은것 뿐이다. 코르키 하나가지고 실험픽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싶다.
 오히려 새로운 픽을 준비한건 KTA다.
원딜 애로우는 이전까지 공식대회에서 트위치를 플레이한 적이 없고, 카카오는 앨리스가 열려있으면 항상 앨리스를 가져갔다. 예전에 녹턴을 자주 플레이하긴 했지만 플레이할때마다 썩 좋은 성적이 나오진 않았다. 한 경기만 져도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전혀 예상치 못한 픽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과감한 픽, 과감한 플레이, 그게 KTA가 이긴 이유라고 생각한다.

  KTA가 SKK를 꺾었다고 단숨에 최강자가 된 것은 아니다. 그들의 과감한 플레이는 조금 위태로워 보인다. 한번 실수에 우르르 무너질것 같은 불안감도 동시에 준다.
  근데 정말 재밌다. 나는 솔직히 KTB의 팬이었고 KTA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이제부터는 그들의 플레이가 좋아질것 같다. 다음 경기에도 새로운 픽, 새로운 전략을 선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똥글 읽어줘서 감사.